|
12
김정일동지께서는 사업노트에 《검덕》, 《흥남지구》, 《정광수송관건설장》… 이라고 큼직이 써놓으시고 줄을 그어 련결해보시였다. 먼 로정이다. 그러나 그곳 로동계급속으로, 인민들한테로 가고싶은 심정은 점점 강렬해지시였다. 거기 들끓는 현실에 들어가 인민들과 마주앉아 의논해야 난관을 타개하고 생산과 건설을 크게 비약시킬 방도를 찾을수 있으리라고 믿어지시였다. 현실속에 깊이 들어가있으면서도 별반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있는 당일군들과 경제지도일군들의 사업정형을 현지에서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그들을 도와줄 생각이시였다. 그러나 좀처럼 시간을 낼수 없으시였다. 오늘만해도 오전에는 당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 선전선동부 책임일군협의회에서 당간부를 키워내는 원종장인 김일성고급당학교사업과 관련하여 장시간 담화를 하시였다. 그다음에는 당내부사업과 관련한 문건을 검토하고 여가시간에는 청사의 뒤뜰에서 청진수산사업소 어로공들이 올린 큰 물고기들을 보아주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 물고기들을 3,000세대 살림집건설에서 기적을 창조하고있는 락원거리 건설자들에게 보내도록 이르시였다. 집무실에 올라오니 주성욱이 최부부장이 제출한 문건을 가져왔다. 중앙의 농업위원회와 도농촌경리위원회, 군협동농장경영위원회를 비롯하여 농업부문을 지도하는 모든 기관 일군들, 협동농장 일군들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자녀들의 현직업실태를 분석한 문건이였다. 그 서류는 구평마을의 처녀작업반장 백리향을 만난 직후에 요구하신 자료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문건에 주의를 집중하시였다. 글줄과 수자들을 들여다볼수록 마음이 무거워지고 눈길을 뗄수 없으시였다. 사망한 구평협동농장 관리위원장의 아들인 길석이에 대해 알게 되고 그래서 못내 우려한 실태가 문건에 여실히 반영되고있는것이였다. 전국적으로 볼 때 농업부문 일군들의 자녀들의 대부분이 직접 농사를 짓지 않고있으며 농사와는 인연이 없거나 멀찌감치 떨어진곳에서 근무하고있었다. 리나 군의 직급이 낮은 일군들의 자녀들은 그래도 대체로 군농기계공장이나 농기구공장과 같은 농업과 관련이 있는 부문들에서 일하고있었다. 농장에서 일하는 자녀들이라 해도 들에서 일하지 않는 이런저런 비생산부문이였다. 농촌 리당비서나 관리위원장을 포함하여 군협동농장경영위원회이상 일군들의 자녀들중에는 구평협동농장의 길석이처럼 고향마을을 떠나 멀리 도시에 가있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았다. 농촌일군자녀들의 공장, 기업소, 도시에로 이동, 이것은 공업발전과 관련하여 있을수 있는 현상으로 좋게만 볼 일이 아니였다. 수령님의 위대한 농촌테제가 나온지도 벌써 십년이 지났다. 공업이 농업을 도와주고 도시가 농촌을 지원하고 로동계급이 농민을 방조하는 테제사상의 빛발아래 우리 농촌들에서는 세기적인 변혁이 일어나고있다. 농업의 수리화, 전기화, 기계화, 화학화가 실현되여가고있으며 농촌에서 사상, 기술, 문화의 3대혁명이 급속히 추진되여 농촌이 도시를 닮아가고있다. 뜨락또르와 자동차, 각종 농기계들이 들어간 우리 농촌에서 힘든 농사일이 훨씬 덜어지고 영농기를 내놓고는 로력에서 여유가 생기고있다. 도시가 일부 농촌인구를 소화하는것은 농업의 현대화과정, 공업발전수준을 긍정적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사회경제적현상일것이다. 그러나 원래 오랜 봉건국가의 세습적인 락후와 몽매를 물려받았고 일제의 식민지적농촌수탈정책과 전쟁으로 하여 파괴되고 너무도 뒤떨어졌던 우리 농촌이여서 생산관계의 사회주의적개조가 완성된지 17년이 지났지만 아직 할 일은 방대하다. 농업생산력은 공업에 비해 발전수준이 낮고 도시와 농촌간의 차이, 로동계급과 농민간의 계급적차이가 남아있다. 그래서 당과 국가는 해마다 농민들의 생활향상과 농업발전을 위해 지출을 아끼지 않는다. 물론 당과 국가가 농촌에 깊은 관심을 돌리며 공업이 농업을 도와주고 도시가 농촌을 지원하고 로동계급이 농민을 방조하는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농민들과 농업지도일군자신들이 농촌문제를 해결하는데서 주인으로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땅, 비료, 농기계, 물, 종자… 어느것 하나 농사에서 중요하지 않은것이 없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것은 농사를 직접 담당한 사람인것이다. 그런데 그들, 농민들을 앞장에서 이끌어줘야 할 농업부문 일군들의 사상정신적상태는 어떠한가?… 문건은 바로 그 문제에 신랄한 해답을 주고있지 않는가!… 중낮이 지나서 농업위원회 위원장 리장천이 집무실에 들어왔다. 전번에 보물뚝에서 비료때문에 걱정할 때보다는 밝은 인상이고 유연스런 자세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앞차대를 마주하고 그와 나란히 앉으시였다. 리장천은 시누런 인조가죽가방을 열고 얄팍한 문서를 꺼내여 그이께 올렸다. 《동해안지대 농장들에서 부족되는 화학비료보장을 위한 대책안》이였다. 《농업위원회에서 해결책이 좀 있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기대어린 말씀을 건네고 문건을 펼쳐보시였다. 화학비료를 만들지 못하는 농업위원회에서 문제를 타개할 결정적대책이 있을수는 없지만 그래도 전국적으로 놓고볼 때에는 예비가 있을수 있고 자기 특성에 맞는 동원안이 있으리라 생각하시는것이였다. 그러나 김정일동지께서 가지신 기대와 희망은 허물어졌다. 서류는 긴장한 비료문제를 풀기 위한 건설적인 대책안이 아니라 현존시비량에 대한 조절안이였다. 그것은 현재 서해안지대를 비롯하여 이미 확보된 화학비료를 가지고 논정보당 시비량가운데서 100키로그람씩 자르고 강냉이포기당 시비량중에서는 몇그람씩 떼내여 여기에서 나오는 비료로 림시 부족량을 해결하자는것이였다. 《이건 위원장동무 혼자 결심이 아니겠지요?》 《예, 농업위원회의 국, 처장 동무들과 진지한 토론을 했습니다. 그리고 서해안지대 도농촌경리위원회들과 군협동농장경영위원회 일군들과도 비상전화회의를 했습니다. 그 동무들도 어쩌는수없이 비료조절안에 찬성을 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구평마을골짜기에서 늪자리흙을 파느라 땀에 젖은 머리칼이 이마전에 붙어있던 농장원과 리향이를 생각하시였다. 모자라는 비료를 달라고 손을 내밀지 않고 자기 힘으로 자급비료원천을 탐구하는 그 사람들이야말로 진정 농민이고 농장의 주인들이라는 생각이 다시금 가슴에 후덥게 마쳐오시였다. 그런데 농업지도일군들은 왜 유기질비료문제를 생각 못하는가? 농촌현실에 깊이 내려가지 않고 탁상공론만을 벌렸기때문인가? 태반이 농민, 농업부문 출신들인 그들의 마음속에서 농촌이 멀어지고 땅에 대한 사랑이 식어가기때문에 이런 손쉬운 화학비료조절안이 나왔다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김정일동지께서는 생각이 깊으시여 서류를 앞차대에 놓고 자리에서 일어나시였다. 저으기 긴장해서 따라일어서는 리장천을 그냥 쏘파에 앉아있도록 하시고 자신께서는 집무탁과 창가의 넓다란 공간을 거닐으시였다. 《농업위원장동무는 시비기준을 낮추는 방법으로 해결하자는 이 대책안이 결국 서해안지대를 비롯한 전반농장들에서 과학적인 시비체계를 철저히 세울수 없게 한다는걸 생각해봤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시금 일어서려는 그의 팔을 잡아 쏘파에 앉도록 하고 자신께서도 앉으시였다. 그리고는 한결 부드럽고 설득력있는 어조로 말씀을 이어나가시였다. 《위원장동무도 알고있는것처럼 수령님께서는 주체농법을 창시하시면서 우리 나라의 기후조건과 지대별특성, 작물의 품종별특성에 맞는 시비체계를 세워주시였습니다. 전국 각지의 포전들을 다니시며 연구하시고 비교시험을 하신겁니다. 위원장동무가 조절하자는 서해안곡창지대의 군들과 포전들의 시비량은 바로 수령님께서 수첩에 적어가며 오랜 기간 관찰하시고 분석하시고 종합확증하신 수치입니다. 때문에 수령님의 고심어린 탐구가 스민 그 신성한 수치를 어겨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리장천은 그이의 선량하면서도 열정적이고 근엄한 모습을 바로 쳐다보지 못하였다. 그는 영농사업에 대한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예리한 고찰, 주체농법을 관철하려는 그이의 엄격한 자세앞에 머리가 숙어졌다. 농업지도로 늙어오면서도 농작물의 시비량문제를 단순한 수자로 범상히 대해온 자신이 부끄러웠고 가책되였다. 리장천의 자책어린 얼굴을 이윽히 지켜보신 김정일동지께서는 한결 온화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위원장동무는 49년도 마가을에 수령님을 만나뵙던 일이 생각납니까?》 어두워졌던 리장천의 눈에 불꽃같은 생기가 타올랐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도 함께 저의 집에 모셨던 그 일을… 제가 어떻게 잊겠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도 잊을수 없으시였다. 어머님을 여윈 그 쓸쓸한 마가을… 가랑비 내리던 날. 비애의 눈물인양 차창으로 흘리내리는 비물을 슬픔에 싸여 내다보시던 그이, 어리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지방으로 현지지도를 떠나시는 수령님의 곁에 꼭 붙어앉아계시였다. 진창이 튀는 울퉁불퉁한 산협길에서 승용차는 몹시도 들추었다. 수령님께서는 아호비령산줄기의 척박한 산간지대인 이곳 농민들의 생활을 높여주기 위해 줄곧 마음을 쓰시였다. 무엇보다 농사를 잘 지어야 했는데 이고장은 하늘에 명줄을 건 천수답을 몇뙈기 내놓고는 조나 수수, 감자를 겨우 심어먹는 땅이였다. 수령님께서는 덕평마을 농촌위원장인 젊은 리장천을 데리고 비를 맞으며 마을주변의 산릉선까지 올라가 살펴보고 가르침을 주시였다. 수천년을 내려오면서 누구도 념을 못냈던 《피앗령》앞재의 벼랑을 까내고 물길을 내도록 하시였다. 집들이 개바닥에 있으면 습기가 차서 나쁘니 건조한 산기슭에 옮겨짓고 산에는 과일나무를 많이 심어야 한다, 사람이 겨우 다니는 오솔길을 넓게 닦고 큰 늪바닥의 몇백년 묵은 흙을 소달구지로 실어다가 밭을 걸구어야 한다고 일깨워주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때 가랑비에 옷이 젖는줄도 모르고 척박한 덕평땅에 발자욱을 찍으시면서 땅을 살붙이처럼 여기는 농민들에 대한 사랑, 땅처럼 진실한 감정을 수령님으로부터 받아안으시였다. 그러기에 김정일동지께서는 지금도 곱새이영의 처마가 푹 내리드리우고 가느다란 락수물이 떨어지던 리장천의 초가집을 생생히 기억하시였다. 리장천은 산길에서 뜻밖에 수령님의 차와 맞다들렸고 메돼지 쫓는 풍막에서 비를 그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마을까지 오다나니 안해한테 미처 점심준비도 시키지 못하였다. 수령님께서는 몇마리 안되는 닭을 잡으려는 리장천을 극력 만류하시였고 떡호박과 감자가 어떻다고 그러는가, 나도 그런 음식을 좋아한다고 하시며 토방에 흙묻은 신을 벗으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곱새지붕에서 담장에 기여내린 말라가는 넌출에 핀 하얀 박꽃이며 비에 털이 젖어가지고 알은체를 하며 바지가랭이에 맴돌던 북슬개도 생각나시였다. 매캐한 봉당냄새와 구름노전밑의 구들짬에서 새여나온 내내가 풍기는 후끈한 방안을 잊을수 없으시였다. 《위원장동무, 그 일이 어제같은데… 벌써 스물여섯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추억이 어린 음성으로 소탈히 말씀하시였다. 《그때 두리반에 놓았던 불깃한 떡호박과 여물어터진 감자가 정말 맛있었습니다. 보라빛물이 도는 쩡한 갓김치는 진귀한 그 어떤 음식과도 비할수 없는것이였습니다.》 그이의 감회깊은 말씀은 리장천의 심금을 뜨겁게 울려주었다. 두분을 함께 집에 모시는 영광을 지니고도 너무도 푸대접한것으로 하여 일생토록 가슴에서 내려가지 않는 일이였다. 이 순간 리장천은 그이의 말씀에서 자나깨나 농사일에 몸을 잠그고 살던 실농군 자기의 옛모습을 찾아보았다. 고향 덕평의 구수한 흙냄새도 풍겨오는것 같았다. 오래전에 잊어버렸던 고향의 땅냄새, 선조의 분묘가 있는 고향의 산촌향기였다. 그날 그는 수령님을 바래드리고나서 덕평마을농민들에게 호소하여 길닦이에 달라붙었다. 밤마다 홰불이 타올랐다. 그래서 개바닥의 거름흙을 파서 수백달구지나 척박한 땅에 실어내였다. 농민들의 앞장에서 뛰여다니던 그때가 이젠 먼 옛일로 되였다. 리장천은 고개를 들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제가… 지난날 농사짓던 때를 잊어버렸습니다… 화학비료대신 쓸수 있는 유기질비료를 생산하도록 대책을 세우겠습니다.》 《그게 좋을것 같습니다. 객토를 해서 지력을 높이고 진거름이나 가루거름을 만들어 비료로 쓰는 문제는 수령님께서 일찌기 강조하신 일입니다. 전번에 구평에 갔댔는데… 거기 옥계천골짜기에서 작업반장처녀와 농장원이 늪자리 흙을 파내고있었습니다. 감탕내가 풍기고 기름기 도는 그런 개흙에 진거름을 섞으면 질좋은 유기질비료가 된다고 합니다. 나는 당의 농업정책을 관철하기 위해 아글타글 애쓰는 그 동무들이 진짜배기 농민이라고 생각합니다.》 리장천은 커다란 가책을 안고 묵묵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유기질비료문제를 파고드시는 깊은 뜻이 가슴에 마쳐와 진정할수 없었다. 《제가… 강원도부터 다시 내려가 대책을 세우겠습니다.》 《농촌에 또 나가기 힘들지 않겠습니까?》 《일없습니다. 농촌에 다니니 건강이 더 좋아집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사업의욕에 충만된 리장천의 혈기넘치는 얼굴을 이윽히 지켜보시였다. 《위원장동무, 돌아올 때는 잊지 말고 고향 덕평에도 들리십시오. 해방전부터 함께 고생하던 마을농민들을 만나 농촌실정을 알아보십시오. 그곳에 옛친구들이 있겠지요?》 《덕평의 나이많은 농민들은 거의 다 저와 막역한 사입니다.》 《농업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농민친구가 많은것은 좋은 일입니다. 흉허물없는 친구들과 마주앉아 의논해야 농사실정을 깊이 알수 있고 현실적인 대책도 세울수 있는것입니다. 비료와 종자, 물문제, 산간지대농사의 기계화에서 어떤 문제들이 걸리고있는지 의논해보십시오. 특히는 사람문제, 산간농촌의 로력구성에서 어떤 변화들이 있는지… 벌방보다는 아무래도 못한 그 고장에 대한 농민들과 농촌지도일군들의 심리를 잘 알아보십시오. 알곡생산에서 중요한것은 그 어떤 물질적인 조건들보다 농민들과 일군들의 사상정신상태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리장천을 바래주러 집무실을 나서시였다. 홀의 둥근 대리석기둥옆에서 그이께서는 걸음을 멈추시였다. 《위원장동무, 한가지 부탁할것이 있는데… 기회가 생기면 구평에서 살던 위원장동무의 조카를 나한테 한번 보내주십시오.》 《강원도행정위원회에 있는 조카애 말입니까?》 《예, 길석이말입니다.》 리장천은 저으기 긴장한 낯빛을 지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혹시… 무슨 일이?… 우리 조카애를 아십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리장천의 의혹이 풀리게 호방스레 웃으시였다. 《뭐 걱정하진 마십시오. 내 길석이와 좀 이야기할게 있습니다.》 리장천은 놀랍고 의아쩍었지만 더 캐물을수 없어 대리석층계를 내려갔다. 《몸조심하십시오.》 김정일동지께서는 리장천이 아래층계단을 다 내려선 다음에도 한참이나 그자리에 서계시였다. 비료공장들에 전력과 석탄을 계속 최우선적으로 보장해주어야 할 문제며 다른 부문들에서 쓰려고 받은 화학비료를 농촌경리부문에 돌려주는 문제, 교통운수부문에서 화물역과 조차장 창고들에 묵어 지체되여있는 화학비료에 대한 긴급수송대책을 세워야 할 문제들이 떠오르시였다. 해당 부문들에서 농업위원회를 도와줄 그런 경제조직사업을 시급히 벌리도록 당의 방침으로 힘있게 밀어주어야 하리라고 생각하시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