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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당책임비서 한만규는 산기슭에 바투 붙여지은 석조건물인 전차갱사무실에서 광산일군들을 기다렸다. 그는 여기 금골에 오면 광산당위원회나 지배인사무실이 있는 산중턱의 덩실한 3층짜리 관리부청사보다도 맑은천을 끼고앉은 이 전차갱사무실에 들리기를 더 좋아했다. 협의회랑 하기에는 비좁았지만 대신 현장에 가까이 침투할수 있었고 광물생산지휘에서 전투적인 분위기를 세울수 있는것이였다. 벽둘레의 딱딱한 나무의자들에는 돌물이 엉켜붙은 막장작업복을 그대로 입은 갱장들을 비롯한 광산일군들이 서로 경쟁이나 하듯 독한 써레기담배연기를 뿜어낸다. 그들의 육중한 몸뚱이에 깔린 허름한 의자들이 연방 삐걱거리고 곁사람에게 소곤거리는 소리도 크게 들린다. 광산에 오는 중앙의 간부들을 자주 상대해서인지, 아니면 나라의 귀한 광물을 캐내는 자부심에서인지, 평소의 대범한 《막장성격》들이여서 그런지 도당책임비서가 왔다고 별로 어려워하지 않는다. 조심성이나 정중성을 별로 찾아보기 어렵다. 한만규자신은 그들의 그런 꾸밈없는 례의를 섭섭히 여기거나 틀을 차리면서 그것을 탓하는 사람이 아니였다. 광산일군들이 담배질을 하는동안에 그는 서류를 보면서 막장에서 묻어온 돌가루내와 화약내가 뒤섞인 탁한 공기를 들여마셨다. 어쩔수 없이 이마살을 찌프리기는 했지만 광산사람들과 소탈하게 한데 어울려 격식없이 당사업을 하는 자신이 새롭게 느껴졌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가르치심대로 군중속에 깊이 들어가 정치사업을 벌리니 재미도 났다. 그래서 금골을 떠날 때는 자기가 검덕광산 일군들을 분발시켰다고 은근히 만족하는것이였다. 그러나 한만규는 지금 어둡고 초조한 심정으로 담배연기에 벽이 누르끄레하게 끄슬은 전차갱사무실 창가에 서있었다. 광산당비서는 회의중이라니 이제 곧 올것이지만 지배인은 막장에 들어갔다기에 지령전화로 찾아 인차 시간이 멀었으면 광차를 끌어내는 전차운전칸에 타고라도 빨리 나오라고 지시했다. 오늘은 그들에게 아량을 보일 생각이 꼬물도 없었다. 자기가 지난달에 와서 그렇게 호소하고 다짐을 두고 갔는데 지금상태로 광물생산을 내밀어서는 당창건기념일까지 계획외의 6만톤을 수행할 전망이 없다. 이미전에 포치한 광차생산문제만 시원히 풀렸더라도 이다지 화가 나지는 않을것이였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전화를 받고나서 금골에 오는 도중에 룡성과 단천 등 여러곳의 기계공장들에 들려 광차생산정형을 료해해보았지만 한창 과업을 실행중에 있고 다 수행한 공장들은 없었다. 공장 기본생산과제가 바쁘오, 계획외 일감이여서 자재가 부족되오 하며 구실들이 많다. 그런 공장 당비서, 지배인들을 단단히 추궁하고 광차생산대책을 해놓고서 금골에 온터였다. 창밖에서는 비가 부실부실 내렸다. 창문으로 고개를 한껏 젖혀서야 봉우리 끝을 볼수 있는 맞은켠 산릉선으로 층층이 들어선 광부사택들에 흐트러진 묵은 솜같은 비구름이 내리드리우고있었다. 꾸르릉, 꽈르릉 하고 멀리 산너머 우뢰소리같은 발파소리가 지심을 울리고 갱사무실천정에까지 진동을 가져왔다. 문밖에서 무언가 과업을 주는 유쾌한 말소리가 들리더니 머리가 문지방에 닿을듯이 키가 큰 광산당비서가 들어왔다. 기분이 좋았던 그는 도당책임비서의 엄한 얼굴을 보자 더 다가오지 못하고 휘여든 널로 만든 앞상모서리쪽에 어정쩡히 섰다. 《무슨 회의를 했소?》 한만규는 인사도 없이 대뜸 물었다. 《저… 평양이랑 전국에서 지원오는 사람들이 자꾸 많아져서… 그들을 맞이하는 사업을 분담했습니다.》 《…》 회의에서 광물생산과는 직접 인연이 적은 일거리라든가 부차적인 어떤 다른 사업을 론했더라면 한만규의 비위를 크게 거슬렸을것이였다. 한만규는 기분이 좀 트였다. 광산에서 지원대들을 맞이하는 사업조직은 적절하고 중요한것이다. 《청년돌격대는 어제 도착했을테고, 그다음 어데서들 왔소?》 《차련관기계공장과 강선제강소에서 지원물자를 싣고 왔구, 전국보건일군들의 의료봉사대도 왔습니다. 수도편의봉사부문의 인민봉사대와 직맹돌격대가 오늘저녁에 도착합니다. 강선제강소 동무들은 광차를 만들 철판을 한차판 싣고왔습니다.》 지원대소식은 한만규의 언짢은 기분을 아주 누그러뜨렸다. 《준비를 잘해서 그들이 광산에 있는동안 불편없이 지내도록 하오.》 한만규는 사무실에 하나밖에 없는 때묻은 팔걸이쏘파에 앉아 가위다리를 했다. 《비서동문 그냥 버티고 서있겠소? 앉아 이야기하기요. 거 홍종선광부의 입당준비는 돼가오?》 《경력을 알아봤는데… 좀 제기됩니다.》 《말해보오.》 한만규는 실눈을 짓고 옆주머니에서 담배갑을 꺼내 한가치 피워물었다. 광산당비서는 한만규가 밀어놓는 담배갑에서 한대 뽑아들고 갱장의 걸상을 끄당겨앉았다. 《해방전에 부모도 일찍 죽어 불쌍하게 자랐고 막벌이군으로 고생도 많이 한 사람인데 전쟁때 일이 석연치 않습니다. 단천광산기계공장의 군수직장에서 일하다가 폭격에 다리를 다친 모양입니다. 그래선지 일시적후퇴시기에 공장사람들과 같이 후퇴를 못했습니다. 집이 불타서 공장어방에 막을 짓고 살았다는데 강압에 못이겨 <치안대>놈들의 심부름을 해준 모양입니다. 그러다가 전후에 우리 광산에 들어와 자리를 잡았습니다.》 《음,… 헌데 광산당위원회에서는 그 동무에 대한 평정을 어떻게 하고있소?》 《사람이 아주 성실합니다. 말이 없구 나이 많은데도 착암기를 틀어잡구서 꾸준히 일만 하는 사람입니다. l차 5개년계획때부터 해마다 굴진계획을 넘쳐수행해왔다고 합니다.》 《좋은 동무구만. 당위원회에서는 그를 빨리 입당시킬수 있도록 료해를 끝내야겠소.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화선입당시키라고 말씀하시였소. 광부들을 다 참가시킨 공개당총회에서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배려를 전달하고 홍종선동무를 입당시키도록 합시다. 료해과정에 과거에 잘못 산 일이 좀 있다 해도 오늘 당과 인민을 위해서 자기를 바치고 참답게 사는 이상 과거는 불문에 붙여야 하오. 나도 이제 그 동무를 만나보자고 하오, 죽음을 각오하고 암반밑에 뛰여든다는게 어디 쉬운 일이요… 광산당위원회가 평소에 그 동무를 잘 알아보지 못한것은 큰 잘못이요… 나도 잘못이 크오. 동무네가 올려보낸 그 홍종선광부의 희생적소행을 난 검덕광산에서 일어나는 혁신적소식의 한 실례로밖에 더 여기지 않았으니…》 한만규는 손가락사이에서 저절로 타든 담배꽁초를 재털이에 비벼끄고 무거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홍종선동무 일로 새벽 3시에 전화를 걸어오시였소. 우린 앉아서 지원물자만 받지 말고 광부들을 그처럼 귀중히 여기시는 친애하는 지도자동지를 받들어 광물생산을 더 많이 해야겠소. 그런데 아직도 광차문제가 풀리지 않고있으니… 마침 지배인동무가 오는구만.》 창유리를 통해 싸리안전모를 쓴 체격이 다부진 사람이 레루의 침목을 건너뛰며 활기있게 걸어오는것이 보였다. 광차를 끌고 방금 나온 전차에서 내린 모양이다. 《수골 했소.》 한만규는 사무실에 들어온 광산지배인의 아귀 센 손을 잡아주고 옆걸상에 앉게 했다. 그의 벗어든 싸리안전모에는 돌가루가 뿌옇게 앉았고 눈섭과 속눈섭에까지 끼여 부여스름했다. 《지배인동문 4.5갱에 들어갔댔다지?》 《예.》 《그곳 형편은 어떻소?》 한만규의 물음에 광산지배인은 손으로 돌가루 앉은 꺼칠한 얼굴을 쓰다듬으며 성급히 말했다. 《책임비서동지, 광부들의 열의가 보통이 아닙니다. 막장에서 나오지들 않고 돌격을 하고있습니다. 홍종선동무가 들어있는 굴진소대원들은 벌써 두발파를 했는데 오늘 아마 세발파를 넘길것 같습니다. 며칠째 막장에서 침식을 하니까 광부의 안해들과 가두녀성들이 돼지를 두마리씩이나 산채로 가지고 갱에 찾아들어왔습니다. 막장에서 잡아 순대도 만들고 고기국도 끓입니다.》 《거, 대단하구만. 그런데 지배인동문 내가 찾는 바람에 돼지순대를 못자시고 나오지 않았소?》 《원래 막장에서 먹는게 별맛인데… 가마에서 순대가 한창 끓는걸 보면서 전차를 타자니 아쉬웠습니다. 착암공들이 옷자락을 붙잡는걸 겨우 떼놓고 나왔지요.》 지배인이 앞상의 담배갑을 끄당기며 짐짓 정색해서 섭섭한듯 대꾸하는바람에 한만규는 광산당비서를 마주보며 껄껄 웃었다. 한만규는 자기 라이타를 켜서 지배인에게 불을 붙여주었다. 《지배인동무가 광부들과 사업을 잘하는구만. 막장에서 나오지 않고 침식을 하면서까지 돌격을 한다는건 광부들이 아주 사상적으로 동원되였다는걸 보여주는 산 실례요. 아주 좋은 일이요. 그렇게만 분발하면 광물생산이 쑥 올라갈거요. 그렇지 않소, 지배인동무?》 《그렇습니다. 굴진을 세괃게 해서 발파회수를 늘이니 광석과 버럭이 마구리들을 꽉 메웁니다.》 《내 바로 그 운광때문에 왔소. 과업을 받은 도내 공장들에서 광차를 만들어보내주겠지만 주인인 광산자체에서도 대책을 세워보자는거요. 그런데 비서동무, 저기에 광차들이 여러대가 몰켜있는데 왜 수리해서 쓸 생각을 못하오?》 《그 광차들은 낡은것들인데… 베아링이 깨져서…》 《베아링이 없으면 황동토시라도 깎아맞추면 되지 않소. 새 광차를 달라고 손만 내미는데 어디 광차가 그렇게 흔하오?》 《낡은 광차수리를 자체로 더 잘하겠습니다. 우만 바라보며 늘어나는 광물생산에 광차를 따라세우지 못한건 우리 광산일군들한테 책임이 있습니다.》 광산당비서가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한만규는 팔걸이쏘파에서 몸을 일으키며 약간 화를 냈다. 《이보오. 반성이나 책임이 중요한게 아니라 대책을 세우는게 급선무요.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가르치심대로 우리 검덕광산에서 돌파구를 열자면 동무들부터가 어깨를 들여밀고 하나씩 해제껴야 하오. 강선에서 철판지원도 왔다는데 광산공무직장이 수리나 하지 말고 아예 새 광차들을 만들잔 말이요.》 한만규는 광산지배인에게 고무적인 눈길을 돌렸다. 《지배인동문 좀 반신반의하는 기색인것 같은데 내 공장들에 가보니 광차가 별게 아니더구만. 쇠바가지를 만들고 거기에 차륜을 깎아맞추면 되더구만. 신비할게 하나도 없소.》 《전 그래서 그러는게 아닙니다.》 광산지배인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그럼 뭐요?… 딴 궁리가 뭐 있으면 말하오.》 《아니… 아닙니다. 우선은… 광차를 제때에 수리하고 자체의 힘으로 만들 생각을 했어야지요.》 광산지배인은 자기 생각을 단념한듯 서둘러 긍정했다. 그의 속생각을 터놓지 않는 우유부단을 자기나름으로 해석한 한만규는 광석먼지가 풀썩 일게 지배인의 어깨를 툭 쳤다. 《그렇게 하기요. 지배인동무, 공무직장 로동자들이 사상적으로 동원만 되면 못해낼 일이 없을게요. 여기서 꾸물거릴것 없이 이제 당장 공무직장으로 가기요. 가서 정치사업을 합시다.》 전차갱사무실을 나선 세사람은 맑은천을 낀 돌길로 해서 웃쪽에 있는 광산공무직장으로 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