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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민은 흥남비료련합기업소의 보수용추가강재를 차판에 싣는걸 보고서야 렬차로 황철을 떠났다. 한낮이 썩 기울었다. 멀리 지평선우에서 구름에 가리운 해가 엷은 빛을 차창에 뿌려던지고있었다. 그는 객차안의 푹신한 연석침대에 누워 차바퀴의 단조로운 소음과 진동에 몸을 맡겼다. 그래도 심신은 편안치 않았다. 가방을 뒤져 벌써 몇번이나 읽어본 정무원참모회의에 제출할 화학공업부내 공장, 기업소들의 생산정형과 실태자료를 펴들었으나 글줄이 안겨오지 않는다. 뜬금으로 외우다싶이한 문건이였지만 어쩐지 신빙성이 적은것 같고 구실과 조건타발을 늘어놓은것 같은게 량심에 걸렸다. 허상민의 귀전에서는 시비년도 화학비료생산때문에 하시던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걱정어린 무거운 말씀이 떠나지 않고 심장을 울려주고있었다. 그이께 커다란 심려를 끼쳐드렸다는 죄스러움에 가슴이 옥죄여들었다. 위구심을 느끼던 비료생산문제가 결국 국가적인 중대한 경제문제로 번진것이다. 하긴 비료를 빨리 내라고, 량이 적다고 불같이 독촉하던 농업위원장에게 다음달 다음달 하고 미루면서 여러달을 끌었으니 부족되는 비료문제를 놓고 당에서 중시하지 않을수 있겠는가. 허상민은 침대에서 일어나앉아 차창에 어두운 눈길을 던졌다. 렬차의 진동에 가끔 부르르 떠는 넓은 창문으로 푸른 들이 평화롭게 흘러간다. 생각해보면 자신이 이런 난감한 처지에 빠지지 않으리라고 안심한적은 없었다. 비료생산을 추켜세우려고 분투했건만 뜻대로 되지 않고… 그래서 나날이 걱정하던 일이 쌓여 현실로 된것이였다. 그는 바로 비료생산의 오늘과 같은 결과를 두렵게 예견하면서도 그것을 미리 해결할 방도를 강구해내지 못하고있는 무능력한 자신에 대해 스스로 화가 났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책임을 전력공업부나 석탄공업부, 금속공업부 일군들에게 밀수도 없었고 자기 산하의 비료련합기업소에 대한 불만을 터칠수도 없다. 비료공장출신인 화학공업부장이 비료문제를 풀지 못하고 당에 근심을 끼쳤는데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허상민은 우울한 심경에 휩싸여 지난날 자기의 성격모서리를 다듬어놓은 비료공장을 돌이켜보았다. 지금은 크게 확장된 련합기업소이지만 그때는 그저 공장이였다. 비료공장은 하나의 큰 생물체에 비유할수 있다. 공장의 모든 직장들과 공정설비와 계기들은 그것의 장기들처럼 유기적으로 련결되여있다. 혈관계통의 모세관같은 어느 가는 관이 튀거나 《소화불량》에 걸리거나 어느 설비에 《천식증》이 와도 공장은 멎게 된다. 500∼600기압이 넘는 고압정밀설비들과 배관, 장치물, 탕크들중에 불량개소가 있거나 자칫 부주의로 표준조작위반을 하면 폭발을 일으킬수 있다. 운전공들은 고도로 긴장하고 각성해서 소음과 진동, 계기바늘들을 신경을 도사리고 살펴야 한다. 운전공들은 그래도 책임반경이 작지만 공장의 뇌신경을 대신하는 기사장이나 지배인의 경우는 저녁에 집에 들어가서도 발편잠을 못잔다. 이런 공장을 한두달도 아니고 수년을 맡아 관리하고나면 성격이 괄괄하고 무쇠같던 사람도 어딘가 신경질적이고 협소한 일군이 돼버리는것이다. 허상민이 기사장이 되여 첫 생산참모회의를 끝냈을 때 그가 부서장들과 직장장들을 어찌나 세괃게 몰아세웠던지 물전해직장장은 기사장이 그전날 괄괄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산소처럼 침착하던 사람이 류학을 갔다오더니 아예 수소가 되였다고 말했다. 화학원소주기표에서 맨 웃자리 첫 순위에 배렬된 수소 H는 불붙기 쉽고 폭발성을 띤 다루기 어려운 원소이다. 허상민기사장은 좀처럼 자기 성질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생산기술문제들을 다루거나 일군들과의 관계에서 반응이 빠르고 감정이 빨리 로출되는것으로 하여 대하기 어렵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결단과 내밀성이 있어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 수소 H는 또한 주저를 모르는 대범하고 정열적인 인간을 비유할수 있을것이다. 까다롭고 조용한 성격인 나이지긋한 부기사장은 허상민이더러 기사장동무가 류학을 몇해 하더니 유럽적성격을 닮아온게 아닌가고 롱을 했다. 그때 허상민은 사람이 성격도 닮는가, 유럽적인 환경의 지배를 받았건 받지 않았건 하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기술수준이 낮은걸 허심하게 인정하고 전력을 다해 우리 화학비료공장이 발전된 외국의것을 빨리 따라앞서도록 하는것이 보다 중요한것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그런 성격으로는 화학공장을 관리하기 어려우리라는 기술부기사장의 우려는 틀리지 않았다. 비료생산과 공장기술관리에 온 정력을 바치던 두해째 되는 가을 어느날, 허상민기사장의 방에 공장의 《심장부》인 합성직장의 압축기수리작업반장 강진회가 길다란 도면말이를 손에 쥐고 들어왔다. 기계기름이 묻은 작업복속에서 바위같은 가슴이 쩍 버그러진 강진회는 장가를 일찍 들어 마흔살이 좀 벗었는데 벌써 같은 합성직장에서 압축기수리공으로 일하는 열여덟살짜리 아들이 있었다. 해방전 허상민이네는 《거지골》의 돌막집동네에서 강진회네 집과 이웃하고 살았다. 나이 차이는 좀 있었지만 유년시절과 소년로동으로 잔뼈가 굵어지던 때부터 막역한 친구였다. 공장사람들은 오랜 압축기기능공인 강진회를 《압축기귀신》이라고 불렀다. 그는 전기계기들이나 가스압력계, 유압계, 급수장치들을 보지 않고도 스무대가까이 되는 l,500마력압축기들의 가동상태를 파악하고 귀신같이 진단할줄 알았다. 시린다를 끝없이 왕복하는 크랑크축의 활구에서 나오는 소음, 전동기의 진동, 불꽃상태, 전기마당과 기름분이 떠도는 압축기실공기의 습도와 냄새를 정확히 가려내였다. 고장나거나 불량개소가 있을 때는 감도좋은 길쭉한 쇠막대기《청진기》를 귀에 대고 소리나는 부위에 대본다. 열이 나는가, 랭각수가 제대로 공급되는가, 가스압이 정상인가도 손으로 만져 안다. 그러한 강진회작업반장이 기사장의 책상에 펼쳐놓은것은 l,500마력압축기 개조안이였다. 크랑크축과 시린다계통을 뜯어고쳐 공회전을 없애고 시간당 찧는 암모니아가스립방량을 훨씬 높일수 있는 대담하고 기발한 착상이였다. 만약 모든 압축기들을 그렇게 개조한다면 수만톤의 비료를 더 증산할수 있었다. 허상민은 흥분해서 강진회와 머리를 맞대고 연구를 심화시켰다. 설계실 기사를 두명이나 붙여 강진회가 어지럽게 스케치한것을 실도면으로 밤새워 완성했다. 허상민은 강진회의 그 개조안을 공장기술협의회에 내놓았으나 뜻밖에도 별로 지지를 받지 못했다. 기사가 아닌 강진회는 반대자들의 까근까근한 기술적질문들에 기체력학적원리에 맞게 원만한 대답을 못하였다. 허상민이 강진회를 지지해서 보충적인 변론을 했지만 화학기계전문가가 아닌 그의 말은 반대자들을 충분히 납득시키지 못하였다. 부기사장은 불충분한 기술안을 가지고 달라붙었다가 압축기를 파손시키기라도 한다면 많은 량의 비료가 못나오니 서뿔리 결심할수 없다고 부언했다. 그러나 허상민은 기사장의 직권과 대범성으로 부기사장과 떠는 사람들을 누르고 303호압축기에 강진회의 개조안을 시험도입하기로 락착지었다. 모험적인데가 없지 않지만 그래도 제1차 7개년계획의 비료생산계획을 앞당겨 끝낼수 있는 큰 예비는 그 기술안에 있는것이였다. 강진회는 허상민이 붙여준 기사, 기술자들과 같이 근 보름동안 밥을 날라다먹으며 고생한끝에 1차시험을 할수 있게 크랑크축과 시린다계통을 개조했다. 그런데 바로 그날밤, 아니 정확히는 새벽 2시경에 303호압축기에서 폭발사고가 났다. 중상자는 한명이였다. 강진회반장이였다. 그는 새로 개조한 압축기의 시험가동을 혼자서 맡아했던것이다. 그는 남들이 다 자는 새벽에 혼자 위험한 시험가동을 했는데 그만 돌이킬수 없는 후과를 빚어낸것이였다. 강진회수리반장은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병원에 실려갔다. 허상민은 병원에서 꼬박 새웠지만 의사들이 손을 쓰기에는 너무 늦었다. 다음날 새벽에 강진회는 자기를 끌어안고 절망에 싸여 구슬피 우는 안해한테 마지막 말을 남기고 운명했다. 자기의 기술안을 지지해준 허상민기사장을 고맙게 생각하며 시험가동을 혼자 진행한 잘못을 용서해달라는것, 압축기개조안에는 확실히 기술적으로 불완전한 점이 있다는 유언이였다. 그러나 그런 때늦은 후회와 교훈이 무슨 소용이 있으랴. 강진회의 죽음과 파손된 303호압축기, 미달된 비료생산에 대한 책임은 죄다 허상민이 짊어져야 했다. 사건은 엄중했다. 도당에 부임한지 얼마 안되는 한만규책임비서가 공장에 내려왔고 도검찰소장이 검사를 데리고나와 직접 사건을 조사규명했다. 허상민은 경거망동하면서 직권을 람용하여 파악없는 기술안을 부추기고 그래서 사람도 기계도 못쓰게 만든 책임을 피할수 없게 되였다. 반대의견을 주장한 견실한 사람들을 보수주의자로 몰아붙이면서 《개인적공명을 추구한》 그의 독단은 완전한 해독행위로 판정되였다. 허상민은 도검찰소장앞에서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았다. 다만 죽은 강진회한테 자기와 같은 죄명이 씌워지는것은 참을수 없어 구구히 설명했다. 강진회가 일련의 미타한 불안정요소들을 지내 홀시한채 성급히 시운전에 달라붙은게 잘못이지 결코 개조의 동기나 목적이 불순한것이 아니였다. 나라의 비료생산을 맡은 공장의 어려운 사정을 풀자는데서 출발한것이였다. 허상민이 기사장직에서 사업정지를 당하고 법적, 행정적처벌을 기다리며 절망과 고립무원의 상태에 있던 어느날 한만규가 공장에 내려왔다. 한만규는 기사장 허상민이 이번 폭발사고의 책임을 지고 응당 엄중한 법적처벌을 받아야 하겠지만 그의 행위를 과신적과실행위로 분석하고 본래위치에서 사업과 생산으로 법앞에서 진 죄를 씻도록 합의됐다고 말했다. 관대한 처분에 눈물이 나도록 기뻐해야 할테지만 허상민은 의연히 괴로왔다. 강진회의 장례를 지내던 가슴아픈 광경이 다시금 되살아난것이였다. 그의 묘는 뒤산 황철나무숲가에 썼다. 림종시에 강진회는 안해와 아들에게 자기를 그 황철나무숲가에 묻어달라고 했다. 어린 시절에 여위고 배고파 늘 훌쭉한 잠뱅이 허리를 노끈으로 동이고 마을아이들과 함께 뛰놀던곳이였다. 그 언덕에서는 등뼈가 휘여 일하던 소년시절부터 오늘까지 그의 생이 흘러온 비료공장모습이 한눈에 보이는것이였다. 조객이 적은 쓸쓸한 장례였다. 강진회가 비록 공장의 비료생산과 설비에 큰 손실을 끼치고 불행하게 죽었지만 평소에 그의 압축기개조안을 지지해나섰던 기술자들과 친우들은 성의껏 장례를 지냈다. 정성스레 봉분을 만들고 잔디를 입혔다. 강진회의 외아들인 압축기수리공 강순배는 측백나무를 한그루 떠다가 묘가에 심었다. 사람들은 술잔을 나누고 강진회와 마지막 영결을 했다. 저녁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주위가 고요해지자 강진회의 안해는 남편의 봉분옆에 꿇어앉아 흐느껴울기 시작했다. 사람들앞에서 참고참았던 눈물이 쏟아졌다. 가슴을 허비는 애달픈 곡성이 황혼속으로 퍼져갔다. 저녁잠자리를 찾아 황철나무우듬지에 분주스레 날아들었던 새들마저 울음을 그치는듯 싶었다. 강순배는 어머니의 옆에 고개를 떨구고 굳어져있었다. 허상민은 산을 내리다가 되돌아와서 강진회의 안해를 부축해 일으켰다. 눈물에 젖은 그 녀자의 눈섭과 앞머리에는 마른 잔디검불이 묻었다. 과부가 된 마흔살의 녀성, 아버지를 잃은 아들… 그 모든것을 상기하는 허상민의 가슴은 칼로 저미는듯 아팠다. 《책임비서동무, 나를 처벌해주십시오. 모든 책임은 내게 있습니다. 내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죽은 사람의 가족과 압축기개조에 나섰던 공장사람들을 어떻게 보겠습니까.》 《그따위 쓸데없는 체면은 집어던지시오! 한시바삐 압축기가 살고 공장이 돌아가야 한단 말이요! 비료가 나와야 쌀이 생산될게 아니요!》 한만규가 화를 내였다. 《기사장동무, 우리에게는 누구한테 죄를 지우는것보다 사업이 중요하고 비료생산이 더 절박하오. 명심하시오. 숱한 공장로동자동무들이 도당위원회에 허상민동무를 빨리 기사장직무에 복직시켜달라고 청원했소. 동무가 있어야 피해복구를 하고 비료생산을 내밀수 있다는거요.》 그후 허상민은 무척 신중해져 사업을 온전히 펴나갔으나 그래서 얻어지는 열매들에 성차지 않았다. 비료생산을 크게 도약시켜보려는 그의 욕망은 억제되였을뿐 수그러들지 않았다. 내심속에서 다시금 불길로 솟구치는 열정은 그로 하여금 늘 어떤 창조적사업을 설계하지 않고는 못견디게 했다. 허상민이 비료공장에서 지배인사업을 할 때였다. 일부 일군들은 비료공장특유의 고압설비들과 반응로들의 기술능력제한으로 새 시비년도에 비료를 더 증산할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허상민의 생각은 달랐다. 지배인의 눈으로 본 그에게는 공장에 예비가 많다고 생각되였다. 로동자들과 기술자들, 일군들의 구태의연한 일본새, 책임을 진척하면서도 실제로 책임을 지지 않는 현상, 안타까와하고 절박해하지 않는 현상 등… 전기와 석탄 같은 원료, 연료, 자재들이 보장된 조건에서 공장자체에서 나타난 결함들을 시정하는것은 실제상 생산제고의 큰 예비로 될수 있는것들이였다. 허상민은 단단히 마음을 먹고 정량사업을 물감장사처럼 짜고들었고 우수한 작업반과 생산계획을 초과한 사람들에게 상금제를 실시했다. 공장의 매 사람이 자기 일에 대해서 원가와 수익성, 로동정량 등 경제적공간에 기초하여 사색하고 총화짓도록 하였다. 공장내에서 근면한 사람들의 그늘밑에서 각종 처세술로 건달을 부리며 버젓이 견디던 사람들이 군중의 눈과 로임봉투에 의해 통제를 받게 되였다. 그런 사람들을 깨우치고 자극받게 하여 생산에 적극 인입한것은 좋은 측면이였다. 그러나 뜻밖에 페단이 생길줄이야… 허상민은 도당위원회에 불려가 책임비서로부터 강한 추궁을 받았다. 《지배인동무는 공장에 대안의 사업체계를 철저히 세워야 할 사람인데 무엇때문에 상금놀음에만 매달리면서 공장을 소란스럽게 합니까.》 《…》 《리윤에 기초한 경제관리방법, 물질적자극을 생산장성의 기본요인으로 보는 기업활동은 어데서 배워온겁니까?!》 《책임비서동무, 공장이 3,4분기생산계획을 못했습니까?》 《생산이 좀 올라갔다 한들 기쁠게 없습니다. 동무가 신성한 로동계급의 의식속에 어떤 사상을 퍼뜨렸는가 하는게 문제란 말입니다.》 《저는… <독립채산제>로 기업관리를 하고있습니다.》 《변명하지 마시오. 지배인동무, 정치도덕적자극을 우위에 놓고 물질적자극을 배합하는것은 <독립채산제>의 기본원칙의 하나인것이요. 공장과 사회의 주인이 되여 자각적으로, 창발적으로 일하는 우리 로동자들에게는 정치적평가가 중요합니다. 그런데 동무는 로동자들이 상금이나 생활비에 머리를 쓰도록 만들고있단 말입니다. 지배인동무한테서는 <독립채산제>가 아니라 유럽나라들에서 류행되는 그 리베르만주의냄새가 납니다.》 허상민은 리베르만주의냄새가 난다는데 대해서는 분격을 했지만 할말이 없었다. 까놓고보면 자기가 《독립채산제》방법에서 물질적자극을 중시했으며 공장사람들을 돈으로 통제하고 돈으로 생산의욕을 불러일으키려 한것은 사실이였다… 그는 비판과 추궁을 달게 받으면서 끝내 그해 시비년도 비료생산계획을 수행하고야말았다. 이렇게저렇게 곡절은 있었지만 그가 비료공장에서 지배인으로 있는동안에 생산계획을 미달해본적은 없었다. 모가 삐여지더라도 공장생산을 위해 목적한 일은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해내는 그의 열정, 완강한 사업기질은 때로 랑패를 보기도 했지만 성과는 비할바없이 컸다. 그 시절 내각생산총화회의에서는 흥남비료공장이 자주 평가되였고 지배인 허상민은 드문히 집행석에서 부수상의 뒤자리에 앉군 했다. 그 나날에 허상민은 외양에서부터 틀이 잡힌 기품있는 일군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차츰 나이가 들고 부에 소환되여서부터는 직무에 대한 책임감이 커서인지 그전과는 달리 이모저모 생각이 깊어지고 모나는 일들은 될수록 피하면서 분별있게 처신하여 실수하지 않도록 해나갔다. 화학공업의 포괄범위가 넓고 기술분야가 까다로우며 생산공정들이 복잡한데다가 돌발적인 사고가 나군하는것으로 하여 자기도 모르게 선임자들이 한것과 같은 그런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사업방법의 전철을 밟게 되는것이였다. 그랬는데도 화학공업부 산하 공장, 기업소가 많다보니 허상민은 지난날 강진회의 압축기사고때와 비슷한 경우를 여러번 당하였다. 물론 그때처럼 직접적인 책임은 지지 않았으나 그로부터 초래되는 후과와 정신적압박감은 오히려 부장에게 더 크게 미치는것이여서 그는 나날이 소심해지고 과묵해졌다. 화학공업부사업은 시원히 펴이지 못했다. 허상민은 차차 부장의 직무가 수월치 않음을 깨달았으나 왜 그런지 사업의 날개는 더욱 무겁게 드리워졌다. 그는 지난날의 의기와 열정을 되살려보려고 애썼다. 비료공장에서 기사장, 지배인을 할 때처럼은 못해도 무언가 팔을 부르걷고 일군들의 앞장에서 걸린 사업들에 어깨를 들여밀어야 하리라고 생각했다. 부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들이 수없이 제기되는데 부장이 사무실에 앉아 부부장, 국장, 처장들에게 지시나 하고 협의회나 하는것으로는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았다. 그리하여 허상민은 새로운 각오를 안고 공장, 기업소에 내려와 살다싶이 했다. 그런데도 성과는 적다. 오늘은 황철에까지 갔댔는데 래일은 또 어디로 가야겠는가? 하긴 비료생산만 쑥 올릴수 있다면 무슨 일엔들 어깨를 들여밀지 않겠는가… 허상민은 부장으로서 사업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업무일군들의 뒤나 밀어주지 않으면 안되는 자신의 궁색한 처지를 이렇게 위안했다. 그러나 해결받은 강재로 고장난 발생로를 수리한 다음에는 비료생산제고를 위해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지 궁리가 나지 않는다. 동암광산에 또 올라가서 일군들을 독촉하고 비료련합기업소 일군들을 모이게 하여 실태의 엄중성을 강하게 자극주어 분발시키는 일이야 어려울것이 있는가. 정말이지 현재의 생산균형이라도 마사지지 않게 보장하는 길밖에 다른 방도가 없단 말인가. 서켠 산마루에 해가 누웠을 때 렬차는 평양을 지나갔다. 수도의 낯익은 건물들이 차창에 가득차서 흘러가자 허상민은 여느때없이 외로움을 느꼈다. 집에랑 들리지 않겠는가고 따뜻이 물으시던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말씀이 되살아나며 마음을 아릿하게 하였다. 안해도 만나보고 그사이 장인의 병세가 나빠지지나 않았는지 살펴주고 떠나도 되지 않는가… 허상민은 열흘전엔가 흥남의 려관방에서 집에 전화 한통 건것으로 가정적의무를 다했다고 여긴 자신이 돌이켜졌다. 화학공업지구의 일이 바쁘고 사업에 묻히여 사사일을 밀어버렸다는것으로 량심을 위안해보았으나 어쩐지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자기를 신중히 지켜보시며 무언가 그늘진 마음속을 꿰뚫어보시는것만 같이 생각되는게 괴로왔다. 스무날전 평양에서 떠나올 때 일이 생각키웠다. 허상민이 집앞길에 대기하고있는 승용차에 금방 들어앉는데 안해가 흰 오지단지를 투박한 손으로 그러안고 반달음해왔다. 농촌아낙네마냥 실없이 몸이 퍼진 안해는 양의 눈같은 어줍은 눈매로 차안을 들여다본다. 《이걸… 가지고 가세요.》 《뭔데?》 《고추장이예요…》 허상민은 지나친 순박성으로 하여 마치 무슨 빚을 진 사람같기도 한 안해의 어리무던한 표정이 싫었다. 《내 걱정 말고 아버님을 잘 돌보오.》 허상민은 퉁명스레 한마디 던지고 승용차문을 닫았다. 그는 안해가 그냥 서있으리라는것을 알면서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지금 그 일을 생각하니 후회가 되였다. 왜 좀더 따뜻한 말을 나누고 떠나오지 못했던가… 어찌하여 순희와는 과거의 정으로만 련결되여있는가. 허상민은 녀자로서 세련미가 적고 사교성이 없는 안해를 평시에 불만스레 여기지 않으려고 우정 무관심해왔고 그것이 점차 습관처럼 되였다. 그러다보니 집에 들어와 가정생활의 락이라고는 별로 느끼지 못하였다. 그는 남편에 대한 무작정의 순종과 비위를 맞추려는 안해의 언행이 자주 거슬리였다. 안해는 대체로 예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것이 없었다. 맵시도 부릴줄 몰랐고 그렇다고 외양을 점잖고 현숙해보이게 꾸밀줄도 몰랐다. 그저 공장지구의 로동자 안해들과 비슷했다. 허상민은 안해에 대한 정이 나날이 식어진다는것을 뚜렷이 감수하고있었지만 구태여 그 까닭을 찾거나 시정하려 하지는 않았다. 나라의 한 경제부문을 책임진 큰 일군의 몸인데 언제 다심하게 안해를 관심해주거나 가정에 마음을 기울일수 있겠는가… 허상민은 지금 무언가 량심을 지꿎게 압박하는 자신의 마음속 그늘에 대해 그렇게 설명하고 위안했다. 그러고나니 속이 좀 편해지고 자기가 공연히 신경을 쓰는구나 하고 생각되기도 했다. 연석침대에 고적하게 누워 이런저런 번민으로 몸을 뒤척거리던 그는 어느덧 잠들었다. 강재때문에 지난밤에 황철에서 온전히 쉬지 못한것이였다. 함흥역에는 밤이 깊어서 도착했다. 홈에는 그의 운전수가 예견성있게 마중나와있었다. 허상민은 승용차의 뒤좌석에 몸을 묻자 무겁게 한마디 던졌다. 《비료에 가자구.》 《려관으로 가시지 않겠습니까?》 젊은 운전수가 고개를 돌리며 의아쩍어했다. 허상민은 눈을 감고 대답을 안했다. 려관에 가서 목욕을 한 다음 저녁식사도 하고 아늑한 자기 방에서 려독을 풀고싶었지만 그럴 경황이 없는것이였다. 밤이 늦어 비료련합기업소 기사장과 기술부기사장이 집에 들어갔으면 불러내서라도 강재차판이 도착하는 즉시로 발생로를 보수할수 있게 미리 사업조직을 빈틈없이 해놓을 생각이였다. 승용차는 함흥-흥남간 도로를 살같이 달려 어느덧 세멘트포장을 깨끗이 한 비료련합기업소의 넓다란 구내에 들어섰다. 《하조장부터 가기요.》 허상민은 짤막히 말했다. 오늘 하루의 비료생산량을 기사장방에서 말로 듣는것보다 눈으로 직접 보는것이 마음편한 노릇이였다. 차에서 내린 그는 반나마 열려있는 하조장의 철문으로 향했다. 귀에 익은 공장기동예술선동대의 나팔소리와 북소리가 울려나왔다. 하조장안에는 하얀 눈산같은 비료산이 퍼그나 허물리웠는데 그밑에서는 련합기업소당위원회 일군들과 비생산부문 사람들이 북적거리며 일하고있었다. 웃동을 벗어붙이고 삽질을 하는 사람들, 비료를 넣은 수지마대와 가마니를 메여나르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기동예술선동대원들의 뒤켠에는 오색기발들이 하조설비의 쇠란간에 꽂혀있었다. 모두들 비료산을 다 포장해내고야말 기세였다. 허상민은 밤이 깊은줄도 모르고 들끓는 하조장의 풍경을 바라보며 감동을 금치 못했다. 이것이 다 도당책임비서가 여러날씩이나 내려와 지배인사무실에 자리잡고서 기업소종업원들에 대한 정치사업을 한 결과라고 생각하니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사실 한만규의 손탁 센 조직정치사업은 온 기업소를 끓게 만들었다. 그는 비료련합기업소에 내려온 날로 시비년도 비료생산에 궐기하는 종업원총회를 열었다. 도예술단 배우들은 경제선동을 들이대고 행정관리일군들이건 기술일군들이건 몽땅 현장에 내려갔다. 기업소내 모든 기사, 준기사들을 다 설비운전공들한테 붙여 한교대씩 맡아보도록 했다. 종업원들모두가 사상적으로 동원되였다. 하루일이 끝나면 도당책임비서자신이 직접 련합기업소당위원회 일군들과 공장내 비생산부문 사람들을 데리고 하조장에 가서 비료를 말끔히 포장해서 역에 보내군 했다. 허상민은 그날 한만규가 삽질을 해서 땀이 번들거리는 얼굴을 수건으로 닦으며 만족스레 하던 말이 생각키웠다. 《이렇게 하면 부장동무가 늘 걱정하는 남의 그늘밑에서 편안히 지내는 건달군들이 공장에 더는 배겨나지 못할겁니다.》 허상민은 열적은 기색을 감추며 쓸쓸히 미소를 지었다. 도당위원회의 이런 강력한 정치사업의 덕을 화학공업부가 가만히 앉아서 보는것이였다. 오히려 《남의 그늘밑에서 편안히 지내는 건달군》들이 자신과 화학공업부 일군들이라는 생각에 얼굴이 뜨끈해졌다. 수다한 계기들과 고압정밀설비들의 표준조작, 엄밀한 기술공정대로 일해야 할 현장에 사람들이 북적거리는데서 오는 불안감도 없지는 않았지만 생산을 조금이라도 추켜세울 방도는 그것밖에 없었던것이다. 허상민은 사람들속에서 기사장을 찾아 한쪽에 불러냈다. 비료가마니를 메였는지 기사장의 어깨에는 비료가루가 허옇게 묻었다. 이마가 보기 좋게 벗어진 대추빛얼굴에는 미안쩍은 기색과 함께 약간 놀라는 빛이 떠올랐다. 《부장동지, 먼길에 고생하셨겠습니다. 난 평양에 들리시는줄 알았습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어디 한가스레 집에 갈 틈이 있소.》 허상민은 퉁명스레 한마디 던졌으나 스스로 역증섞인 말투를 깨닫고는 아량을 보였다. 《기술부기사장동무는 왜 안보이오?》 《몸이 말째해서 아까 들여보냈습니다.》 《도당책임비서동무는?》 《어제저녁에 금골에 갔습니다.》 《그래 질소가 좀더 올라갔소?》 허상민의 물음에 기사장은 어깨의 비료가루를 털며 시들한 낯색을 지었다. 《책임비서동지가 나왔을 때 수준을 유지하고있습니다.》 《그것만도 대단한거지. 도당위원회의 정치사업의 덕을 본건 동무네 생산지도일군들이요. 거 2호합성탑의 촉매는 어느걸 넣었소?》 허상민은 기사장을 철문밖으로 데리고 나오며 물었다. 《기술부기사장동무는 종전걸 넣자고 하는데… 전 아무래도 북천강화학에서 새로 만든 P촉매를 …》 기사장의 확신없는 느릿한 말허리는 단번에 잘리웠다. 《여보, 기사장동문 그냥 차웅섭동무와 춤추고싶소? 우리가 언제 파악없는 그런 촉매를 가지고 시험생산을 할 겨를이 있는가 말이요! 여러 말 말고 종전 촉매를 넣소. 차웅섭동무가 해임됐는데 P촉매소리는 하지도 마오.》 《그렇지만 P촉매는 우점이…》 《동문 발생로보수문제나 신경을 쓰오. 내 그래서 찾았소.》 허상민이 구내길로 걸음을 빨리 하자 기사장은 더 의견을 피력하지 못하고 부장을 따라 묵묵히 걸음을 재우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