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응룡동지를 회상하여
최 민 철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령도밑에 조직전개된 항일무장투쟁의 나날에 수많은 동지들이 혁명을 위하여 생사운명을 같이하며 준엄한 싸움의 한길을 걸어왔다. 그중에는 위대한 수령님의 높은 뜻을 받들고 혁명적동지애를 높이 발휘하여 위험속에서 동지들을 구원하고 오늘의 승리와 행복을 보지 못한채 애석하게 희생된 동지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그들의 혁명정신은 영원히 살아있으며 우리를 항상 새로운 승리에로 힘있게 고무해주고있다. 내가 여기서 이야기하려는 오응룡동지도 바로 이러한 잊을수 없는 혁명동지의 한사람이다. 내가 오응룡동지와 함께 유격대에서 활동하게 된것은 1937년부터였는데 그는 비록 나이는 많지 않았으나 매사에 신중하고 침착하였으며 무엇보다도 혁명임무에 무한히 충실하고 동지들을 극진히 사랑하는 용감하고 훌륭한 지휘관이였다. 나는 그의 혁명가다운 고결한 품성중에서 1939년 겨울에 있은 한가지 이야기만을 여기에 적으려 한다. 당시 우리 중대는 부상병들을 호위할 임무를 맡고 지휘부와 함께 요하의 깊은 밀림속인 스빠상디부근에 주둔하고있었다. 인가들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겨울을 지내게 된데다가 또한 적들의 준동이 극심하여 우리의 활동에는 곤난한 점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식량사정이 어려웠다. 눈이 깊이 쌓이고 눈보라가 계속되는 속에서 나무열매, 풀뿌리조차도 찾을길 없게 된 우리는 부상당한 동무들마저 굶기지 않으면 안될 딱한 사정에 처하였다. 날이 갈수록 부상당한 동무들의 몸은 쇠약해져갔고 병은 도져갈뿐이였다. 이러한 형편에서 우리는 비상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되였다. 이때 오응룡중대장에게 식량공작의 중요한 임무가 하달되였다. 오응룡동지를 책임자로 하는 5명의 식량공작대원들은 무원현성에서 요하현성으로 오가는 우편배달부(종전부터 우리 유격대와 련계가 깊은 사람)를 만나 그를 통하여 식량을 해결할것을 예견하고 길을 떠났다. 우리의 목적지인 두 현성사이를 통하는 도로까지 가자면 눈속을 헤치며 200여리를 걸어야 했다. 우리의 길량식은 통털어 닦은 콩 몇줌에 불과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떠한 곤난이 있더라도 반드시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올 굳은 결의를 안고 발걸음을 다그쳤다. 오응룡중대장은 줄곧 우리들의 앞장에 서서 눈길을 헤치면서 걸었다. 우리는 천신만고하여 수림속을 빠져나와 개활지대에 들어섰다. 그러나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무연한 벌판을 행군하자니 수림을 헤쳐나올 때보다 오히려 더 힘들었다. 눈이 해볕에 약간씩 녹았다가 다시 얼어붙었기때문에 우리는 몇걸음씩 걷다가는 미끄러 넘어지군 하였고 사납게 휘몰아치는 눈보라때문에 앞을 분간할수 없었다. 《이렇게 추위와 눈보라가 심한데 우편배달부가 오기나 하겠는지.》 《길이 막혀 못오면 어찌나…》 어떤 동무들은 이런 말을 하면서 근심어린 낯으로 중대장을 바라보기도 하였다. 이런 때 오응룡동지는 《동무들 신심을 굳게 가집시다. 만일 우리가 우편배달부를 만나지 못하고 식량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우선 부상당한 동무들이 어떻게 되겠소. 우편배달부를 반드시 만날수 있소. 자, 기운을 내서 걷기요.》라고 말하면서 힘들어하는 동무들의 손을 이끌어주었다. 우리는 몇알씩의 콩으로 요기를 해가며 두주먹을 부르쥐고 중대장의 뒤를 따랐다. 넘어지면 열번, 스무번이라도 다시 일어나 걸었다. 그리하여 드디여 하루반만에 우리는 목적지에 가닿았다. 그러나 목적지에 도착하기는 했으나 배달부를 만날 일이란 사실 막연한것이였다. 그와 어느날, 어느 장소에서 만나자고 약속한바도 없고 다만 무원, 요하간을 통하는 길이란 이길 하나뿐이니 그가 반드시 이 길을 왕래하리라는 그 한가지 사실만을 믿고 배달부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우리는 큰길에서 얼마간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 여기서 우편배달부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런데 이제나저제나 하고 해가 서산에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으나 배달부는 나타나질 않았다. 어느덧 어둠이 내리덮였다. 우리는 뼈속까지 스며드는 추위속에서 불도 피우지 못하고 옹송그리고 앉아 날이 밝기만 기다렸다. 그 다음날도 우리는 또 그렇게 지루하고 긴 하루를 보냈으나 우편마차는 나타나지 않았다. 해는 다시 저물고 추위는 더욱 심하여져갔다. 《아무래도 길이 막혀 못오는가 봅니다.》 대원 한동무가 문뜩 이런 말을 입밖에 냈다. 한동안 침묵이 계속되였다. 그러나 오응룡중대장은 무원, 요하간을 오가는 우편배달부는 며칠에 한번씩 다니므로 근기있게 참으면 꼭 만날수 있을것이라고 하면서 동무들을 고무하였다. 드디여 사흘째 되는날 아침이였다. 여전히 안타깝고 초조한 마음으로 벌판을 살피고있는데 말파리 한대가 기둥같은 눈보라를 말아올리며 우리에게로 접근해왔다. 가슴을 두근거리며 말파리를 주시하던 우리는 그것이 분명히 우편마차이라는것을 확인하였을 때 더없이 기뻤다. 우편배달부도 우리가 유격대원들이라는것을 알자 매우 반가와하였다. 우리는 서로 힘있게 손을 잡았다. 오응룡중대장은 우리가 그곳에서 사흘째 기다린 사유를 이야기하고나서 《로인님, 우리를 꼭 도와주셔야 하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우리의 요구를 신중히 듣고있던 로인은 《그렇게 요긴한것을 어떻게 거절하겠소. 비록 편지를 못나르는 한이 있더라도 그것만은 꼭 해결해오리다.》하고 선뜻 응낙해주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다시 그자리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그를 떠나보냈다. 그후 사흘째 되는 날, 로인은 약속대로 돌아왔다. 그는 우편말파리에 밀가루와 천을 실은 외에 우리에게 주자고 만두 80여개와 술까지 가지고왔다. 배달부로인에게 진심으로 사의를 표하고 그를 바래준 다음 우리는 한자리에 모여앉았다. 오응룡동지는 우리들을 더 가까이 앉으라고 하더니 만두꾸레미를 풀어헤쳤다. 배달부로인이 정성스럽게 털외투에 감싸안고 온 만두에는 아직도 온기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며칠을 굶주림과 싸워온 우리로서는 당장 만두꾸레미에 손이 나가는것을 참기 어려웠다. 그러나 다음 순간 우리들 눈앞에는 병석에 누워 안타까이 우리가 돌아오기를 손꼽아기다리고있을 전우들의 파리한 얼굴들이 스쳐지나갔다. 아무말 없이 우리들을 둘러보고있던 오응룡중대장은 마침내 이렇게 말하는것이였다. 《인민들의 지성이 담긴 이 따뜻한 만두를 그대로 부상당한 동무들에게 가져다주는것이 어떻겠소?》 이것을 어찌 오응룡동지 혼자만의 심정이라고 하겠는가. 우리는 한결같이 그의 말에 찬동했다. 우리는 만두를 다시 싸서 배낭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나서 모처럼 로인이 가져다준 술로 몸을 녹인 후 그곳을 떠나 귀로에 올랐다. 길은 험난하고 짐은 무거웠으나 동무들에게 식량을 가져간다는 기쁨으로 하여 우리는 힘든줄도 모르고 걸었다. 눈보라는 여전히 사납게 휘몰아쳐와 우리의 걸음을 더디게 하였다. 때로는 눈무지를 휘감아 올리는 돌개바람속에 들어서 한참씩 눈속에 묻혀버리는 때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 부축하며 걸었다. 《자! 동무들, 굶으면서 우리를 기다리고있을 동무들을 생각해서라도 좀더 기운을 내기요.》 우리는 쓰러졌다가도 오응룡동지의 이런 말에 다시 힘을 얻어 일어났고 일어나서는 또다시 걷군 하였다. 요하현 사도구로 가는 산기슭에 이르러서부터는 깊은 수림속을 헤치며 진대나무를 넘느라 길도 갑절 더디고 힘든데다가 알알이 헤여먹던 콩알마저 다 떨어졌다. 그러나 우리는 비칠거리면서도 그 누구 하나 배고프다는 말을 입밖에 내지 않고 하루밤을 내처 길을 다그쳤다. 이튿날아침 휴식명령이 내렸을 때 우리는 모두 기진하여 눈우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이러한 때에도 오응룡동지만은 쉬지 않았다. 그는 우리가 누워있는 동안 줄곧 보초를 서가며 눈속을 헤집고 도토리를 주어모았다. 그리고나서 그는 우리를 일쿠어 앉히였다. 《동무들! 정신을 차리오. 이제 멀지 않았는데 이 도토리를 구워먹고 단숨에 가닿기요.》 그는 한줌이나 실히 되는 도토리를 우리앞에 내놓는것이였다. 그것을 본 우리들은 모두 힘을 내여 일어나 도토리를 주어왔고 그것을 구워서 요기를 한 다음 다시금 길을 떠났다. 이렇게 또 하루를 걸어 우리는 드디여 호성명 련락처가 멀지 않은 곳에 이르렀다. 나와 김광산동무가 앞에 서고 오응룡동지와 다른 동무들은 뒤를 따라오고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수림속을 거의 벗어나 벌판에 들어서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눈속에 숨어있던 적들이 손을 들라고 웨치면서 량쪽에서 뛰쳐나왔다. 우리는 뜻하지 않게 적의 매복선에 들어섰던것이다. 후에 알게 된 일이지만 호성명 련락처를 탐지한 적들이 이날 수백명의 《토벌대》를 풀어 그곳으로 통하는 길에 매복시키고있었던것이다. 놈들은 우리를 몽땅 생포할 심산이였다. 비겁하게 적들에게 생포되느냐, 그렇지 않으면 싸우다 죽느냐 하는 두길밖에 없었다. 우리는 결사전을 각오했다. 나는 반사적으로 싸창을 뽑아 앞길을 막아선 놈부터 쏘았다. 싸창소리는 나의 뒤와 좌우측에서도 났다. 그 순간 《나무를 안고 싸우라!》하는 오응룡동지의 웨침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얼른 뒤로 물러나와 나무뒤에 숨어 사격을 계속했다. 벌써 10여명의 적들이 눈우에 쓰러졌다. 이렇게 되자 적들은 우리를 생포할것을 단념한듯 총을 쏘며 사방에서 우르르 달려들었다. 전투는 격렬해졌다. 우리는 적들이 가까이에 다가들 때마다 수류탄을 던져 무데기로 쓸어눕히면서 한걸음한걸음 수림속으로 깊이 들어갔다. 그런데 이때 한 대원이 적탄을 맞고 쓰러지자 오응룡동지는 그를 구원하기 위하여 적들의 포위속으로 다시 뛰여들어갔다. 이 순간 오응룡동지는 그만 발에 부상을 당했다. 복사뼈가 부서지고 발목이 반나마 없어진 상처로 하여 이제는 일어설수도, 걸을수도 없게 된 오응룡동지의 얼굴에는 례사롭지 않은 심각한 표정이 떠돌았다. 그는 나에게 머리를 돌리며 부드럽고도 엄한 목소리로 《민철동무! 이놈들은 내가 맡을테니 동무들과 함께 여기를 빠지오!》라고 웨쳤다. 그리고나서 그는 이를 사려물고 무리지어 달려드는 적을 침착하게 쏘아눕히며 나의 대답을 기다리고있었다. 그러나 이런 때 무슨 말로 어떤 대답을 할수 있으랴. 나는 달려드는 적들을 쏘아눕히며 그에게로 한걸음한걸음 다가갔다. 《민철동무! 내 말을 못들었소? 왜 그러구 있소?》 적을 계속 족치면서 다시 재촉하는 그의 말은 엄했다. 그러나 고락을 함께 나눈 혁명동지이며 지휘관인 그를 위험속에 두고 어찌 우리만이 먼저 빠질수 있으랴. 그는 또다시 날카로운 목소리로 웨쳤다. 《동무는 왜 명령을 집행하지 않소?》 순간 나의 가슴은 미여지는듯 하였다. 나는 오응룡동지에게 가까스로 말을 건늬였다. 《중대장동지! 저도 함께 싸우게 해주십시오. 저는 … 저는 못가겠습니다.》 이것은 나 하나만의 심정이 아니였다. 죽어도 그와 함께 죽고 살아서 부대에 돌아가도 그와 함께 가리라는것이 우리모두의 심정이였다. 우리의 생각을 돌려세우기 어렵다고 생각했는지 오응룡동지는 그후 잠시 말이 없었다. 이때 오응룡동지가 더욱 비장한 결심을 다졌음을 우리 어찌 알수 있었으랴. 그는 자기앞의 적들을 향하여 바싹 다가들어 마지막 수류탄을 던지더니 《동무들! 어서 떠나오. … 꼭 부대로 돌아가야 하오.》하고 웨쳤다. 내가 급히 시선을 돌렸을 때 그는 이미 싸창을 자기의 머리에 돌려대고있었다. 《아!… 중대장동지!…》 나는 목메여 부르짖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었다. 싸창을 든든히 틀어쥔채 쓰러지는 오응룡동지를 보는 나의 심장은 금시 터지는듯 하였다. 그 다음순간 가슴속에서는 원쑤에 대한 적개심과 함께 중대장동지의 고귀한 죽음을 헛되게 하지 말아야 하겠다는 무거운 책임감이 치솟아올랐다. 무엇을 망설이며 주저하랴. 몸이 가루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식량을 가져가라는 그의 명령을 기어코 수행하리라! 일행중 세동지가 희생되고 오직 김광산동무와 나만이 살아남았다. 우리는 적의 포위진을 빠져나가기 위하여 결사적으로 싸워 마침내 적의 포위에서 벗어났다. 그러자 김광산동무는 나를 덥석 안으며 목메여 말했다. 《우리만 살았구나.》 《…》 나는 아무 대답도 못했다. 다만 두줄기 뜨거운 눈물만이 볼을 적시며 흘러내렸다. 사랑하는 전우들을 잃은 쓰라린 상처가 못박혀 우리는 발이 어떻게 놓이는지도 모르고 부대를 향하여 발길을 옮겼다. 그러나 우리는 몇걸음을 못옮기고 뒤돌아섰다.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걸음을 내디딜수 없었다. 어디선가 중대장의 말소리가 들리는듯 했고 전우들이 다시 일어나 뛰여오는듯 했다. 우리는 정신나간 사람처럼 눈보라속을 향하여 소리를 쳤다. 《동무들!…》 《중대장동지!…》 그러나 기승을 부리는 바람소리뿐 아무 대답도 없었다. 간신히 밀영으로 돌아온 우리는 자초지종을 말하기전에 우선 짐을 풀고 떨리는 손으로 만두부터 꺼내놓았다. 그 만두와 동지들을 번갈아보는 순간 솟구치는 설음을 더는 참지 못하고 나는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말았다. 그 만두와 희생된 동지들의 장렬한 최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부상병들도 땅을 치며 울었다. 《중대장동지! 오응룡동지!…》 북받쳐오르는 비분을 참지 못해 이렇게 웨치며 우는 동무들의 눈에서는 원쑤들에 대한 치솟는 적개심과 기어코 복수를 하고야말리라는 투지가 불꽃처럼 튀고있었다. 오응룡동지를 잃은 우리모두의 슬픔은 컸다. 그러나 우리는 이 헤아릴수 없이 큰 슬픔을 이겨내고 더욱 굳세게 총을 잡았다. 그가 남긴 혁명정신은 우리들의 가슴에서 혁명의 위업에 무한히 충실할 새로운 결의와 투지를 가다듬게 하였으며 언제나 우리를 원쑤격멸의 싸움에로 힘차게 불러일으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