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명수골짜기에서

 

리명수골짜기에서

 

                                                     한   태   룡                        

 

1937년 2월 하순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지휘하에 아군부대들이 장백현 리명수전투에서 승리한 다음에 있은 일이였다.

지휘부에서 돌아온 소대장 김경하동무는 우리 소대에 새로운 전투임무가 하달되였다고 하면서 리명수골짜기로 행군할것을 지시하였다.

우리는 저마다 사령부에서 준 전투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결의를 다지면서 소대장을 따라 걸음을 다그쳤다.

원래 적들은 장백현 도천리전투이후 아군 주력부대가 서북방향으로 이동한다는것을 탐지하고 이도강에 주둔한 위만군을 리명수상류로부터 오게 하였으며 팔도구와 따딩즈부근에 있던 일본군과 위만군을 리명수하류쪽으로부터 공격하게 함으로써 아군을 량면으로 공격하려고 시도하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적들의 이러한 기도를 민감하게 간파하시고 아군부대들로 하여금 적들이 합세하기 전에 근거리에 있는 팔도구방향에서 오는 적을 먼저 소탕하게 하시였다. 뒤늦게 2도강쪽 적들이 도착하였으나 덤벼들 엄두도 못내고 어물거리다가 몰사격을 받고 도망쳤다. 이제 다른 놈들이 더 기여들것은 뻔한 일이였다.

지휘부에서는 우리 2소대와 다른 구분대에 이 적을 소탕할것을 명령하였던것이다.

우리 소대는 수림을 끼고 계속 전진하였다.

나무사이로 눈에 덮인 무연한 묵은 밭이 보이기 시작했다. 인제는 우리가 목적한 리명수골짜기치기도 얼마 멀지 않았다.

소대장동무는 우리들에게 적과 불의에 조우하게 되면 유리한 전투위치들을 신속히 차지하라고 미리 일깨워주면서 대렬선두에서 걸었다.

소대장의 말을 주의깊게 들으며 행군하던 우리들이 수림속에서 벗어나려는 순간이였다.

우리 앞쪽 산굽인돌이에서 약 한개 중대의 적의 대오가 불쑥 나타났다.

우리는 적과 얼마만큼 간격을 두고 서로 멈춰섰다.

이때 우리 소대는 산기슭 수림속에서 방금 나서려는 참이였으므로 적들이 우리를 정확히 알아볼수 없었다.

잠시후 적들속에서 어떤 자가 앞으로 나서며 무어라고 꽥꽥 소리치는것이였다.

소대장 김경하동무는 《흥, 우리가 어느 부대인가고 묻는군.》하고 혼자소리를 하더니 침착하게 《너희는 어느 부대냐?》라고 일본말로 되물었다.

그리고 우리들에게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도강에서 오는 놈들이 틀림없다고 말하면서 적을 향하여 걸어나가는것이였다.

이때 나는 우리보다 수적으로 몇배나 많은 적과 이렇게 맞다들었으니 힘에 겨운 전투가 벌어질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소대장동무의 태도는 태연스러웠고 소대동무들의 얼굴에서도 당황해하는 기색을 찾아볼수 없었다. 녀성대원인 최희숙동무도 총을 힘있게 틀어쥐고 태연스레 서있었다.

앞에 나선 일본장교놈이 우리에게 말을 건늬였다.

《우리는 이도강쪽에서 오는 〈토벌대〉인데 거기는 어느 부대인가? 팔도구쪽에서 오는 부대가 아닌가?》

이놈들은 리명수골에서 제놈들이 녹아난것을 아직 모르고있음이 틀림없었다.

소대장동무는 몇발자국 더 앞으로 걸어나가며 그놈을 향하여 다음과 같이 소리치는것이였다.

《우리들은 팔도구쪽에서 오는 부대가 아니다.》

《그러면 어느 부대인가?… 우리에게 증원을 오는 부대인가?》

그놈이 계속 이렇게 묻는것으로 미루어보아 놈들은 우리들을 제편으로 믿는것이 확실했었다.

그도 그럴것이 이날 우리들은 적들과 꼭같이 백포로 위장하였으며 방금전에 로획한 그놈들의 군복을 입고 장구류도 같은것을 휴대하고있었다.

적장교가 떠들고있는 사이에 우리 동무들은 어느 사이엔가 자연지물을 리용하여 은밀히 전투위치들을 차지하였다.

대렬중간에 서있던 나도 큰 나무그루밑에 자리를 잡았다.

눈치 빠르고 대담한 희숙동무와 또 한명의 대원은 좌측 산밑으로 굽이돌아간 물도랑을 리용하여 신속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그들은 적대오를 익측에서 타격할수 있는 언덕진 곳에 은페하였다.

소대장동무와 함께 수림밖으로 나선 동무들만 이미 적들에게 폭로되였기때문에 그자리에 선채 있을뿐이였다.

적장교놈은 계속 꽥꽥 소리를 치며 우리쪽을 향해 걸어왔다.

소대장동무도 그놈을 향해 태연하게 마주 나갔다. 소대장동무와 적장교놈과의 거리는 서로 얼굴을 알아볼 정도로 가까와졌다.

나는 손에 땀을 쥐고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소대장동무는 가슴까지 오는 바위뒤에 서더니 적을 향하여 《우리는 팔도구쪽에서 오는 〈토벌대〉가 아니라 항일유격대다. 너희들은 포위되였다. 총을 놓고 투항하라!》고 웨쳤다.

적장교놈은 이 말을 듣자 혼겁하여 뒤로 비실비실 물러서면서 권총집에 손을 가져가는것이였다.

그 순간 싸창소리와 함께 적장교놈이 앞으로 푹 꼬꾸라졌다. 소대장동무가 날쌔게 그놈을 쏘아눕혔던것이다.

이것을 신호로 하여 전투준비를 갖추고있던 우리 동무들은 일제히 적에게 탄알을 퍼부었다. 장교놈들이 먼저 쓰러졌다.

나도 적을 하나하나 조준하여 사격하였다.

갑자기 불벼락을 얻어맞고 적들은 아연실색하여 갈팡질팡하였다.

몇놈의 적들이 희숙동무가 매복해있는 도랑쪽으로 몰리며 우리들을 향하여 대응사격을 하였다.

이때 희숙동무가 적들에게 사격을 들이댔다. 두놈의 적이 연거퍼 쓰러졌다.

그러나 적들은 희숙동무가 혼자라는것을 알았던지 집요하게 대들었다.

나는 앞으로 기여드는 적을 소멸하는 한편 희숙동무에게로 몰켜가는 적을 사격하면서 그를 엄호하였다.

이럴 때 도랑으로 달려드는 적들을 쓸어눕히던 희숙동무의 사격소리가 뚝 멎었다.

ㅡ어찌 된 일인가?ㅡ

나는 그가 잘못되지나 않았을가 하는 불길한 예감을 머리에서 지워버리려고 애쓰면서 희숙동무앞으로 다가가는 적에게 더욱 맹렬히 탄알을 퍼부었다.

후에 알았지만 그때 희숙동무는 적의 흉탄에 오른 팔을 부상당했던것이다.

그의 주변에는 적탄이 련속 날아와 박혔다. 그때마다 튕겨오르는 눈가루가 희숙동무의 얼굴에 덮씌워졌다.

그가 다시 총을 잡았을 때 적들은 벌써 눈앞까지 기여들었었다.

희숙동무는 급히 사격자세를 취하고 왼손으로 사격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총이 심히 유동하여 탄알이 적에게 명중되지 않았다.

적들은 기를 쓰고 희숙동무의 앞으로 점점 접어들었다.

희숙동무는 총을 확 끌어당겨 왼쪽 옆구리에 끼고 다가드는 적을 사격했다.

앞장서 오던 적들이 쓰러지자 뒤따르던 놈들이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얼마후 적들은 수다한 주검을 내고 바삐 도망치기 시작했다.

우리들은 한놈의 적도 놓치지 않으려고 적들의 뒤통수에 탄알을 퍼부으면서 추격하였다.

이런 때 적들이 도망치는 앞쪽 골짜기어귀에서도 아군의 다른 구분대 동무들이 쏘는 총성이 세차게 울리였다.

우리의 총성을 들은 사령부에서 적들이 얼마후에는 도망쳐나오리라는것을 판단하고 미리 골짜기어귀에 다른 구분대를 배치하였던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도망치는 놈들을 기관총과 보병총의 집중사격으로 독안에 든 쥐잡듯 족쳐댔다.

다리 부러진 노루들이 한곬에 모이는격으로 겨우 목숨을 부지한 일부 적들은 골짜기어귀에서 얼마간 떨어진 곳에 있는 귀틀집에 몰렸다.

이미 그 부근에 매복해있던 아군은 곧 귀틀집을 포위하고 그 속에 들어박힌 1개 소대가량의 적을 몰살시켰다.

리명수골안에까지 헐떡거리며 달려온 1개 중대가량의 적들은 불과 한시간남짓한 전투에서 몽땅 소멸되였다.

팔도구쪽에서와 이도강에서 오던 놈들이 녹아나자 적들은 그후 어떤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기어이 우리를 해쳐보려고 날뛰였다. 놈들은 새로운 력량을 투입해가지고 우리를 뒤따라왔다.

리명수골짜기에서 출발한 우리가 깊은 수림을 끼고 행군하던 어느날이였다.

사령부에서는 아군을 따라오다가 기진맥진하여 산골짜기에 들어박힌 적들의 야영지점을 습격할데 대한 명령을 하달하였다.

우리 소대도 이때 습격조로 선발되였다.

밤 한시경에 떠난 우리들은 얼마후 네댓곳에 우등불을 피워놓고 곤드라져 자는 적들을 발견하였다.

우등불주위에 주런이 매달아놓은 놈들의 군화가 불빛에 희미하게 보였다.

불무지마다에는 보초놈들이 쪼크리고앉아 끄덕끄덕 졸고있었다.

《죽일놈들! 제놈들만 불을 쪼이고 인민들은 우등불곁으로도 못가게 하는군.》

나의 곁에서 누군가 격분에 찬 어조로 이렇게 말하였다.

그 말을 듣고 우등불주위를 자세히 살펴보니 인민들이 천막밖에서 부들부들 떨고있었다.

그들은 적들에게 강제로 끌리여온 짐군들이였다. 인민들의 곁에는 적보초가 서있었다.

적들은 인민들을 놓쳤다가는 제놈들의 위치가 드러날가 두려워서 다시 짐을 지우고 떠날 때까지 밖에 세워놓고 감시하는것이 분명하였다.

이것을 본 우리들의 눈에서는 불이 이는듯 하였다.

소대장동무는 곧 매 불무지에 대원 5명씩을 배치하면서 《놈들을 습격할 때 될수록 우등불이 꺼지지 않도록 하시오. 그래야 적을 치기 쉽소.》라고 우리들에게 말했다.

잠시후 야밤의 정적을 깨뜨리며 두방의 총소리가 연거퍼 울렸다.

인민들의 곁에서 서성대던 적병 두놈이 손을 허공에 저으며 나딩구는 꼴이 눈에 피뜩 띄였다.

이어 우리들은 적들의 천막에 집중사격을 들이댔다. 한편 인민들에게는 적속에서 빨리 빠져나오라고 소리쳤다.

우리의 불의의 습격에 놀란 적들은 잠에 취한채 맨발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우리들은 불빛을 리용하여 내뛰는 놈들을 쏴넘기면서 추격하였다.

몇놈의 적들이 우리의 시야에서 벗어났지만 그놈들도 살아날수는 없었다.

이때 적들의 퇴각로에 매복해있던 다른 아군부대들이 도망치는 그놈들을 좁은 골안에 몰아넣고 모조리 족쳐버렸던것이다.

아군에게 이렇게 강한 타격을 받은 적들은 이른바 이해의 《동기토벌》에 더는 나서지 못했다.

우리는 사령관동지의 가르치심을 받들고 그후 수많은 전투들에서도 계속 빛나는 승리를 쟁취하였다.

 

-> 이 도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법적보호를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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