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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률은 어려운 때일수록 더 잘 지켜야 한다
장 상 룡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창건하시고 이끄신 항일유격대안에는 자각성에 기초한 강철같은 규률이 확립되여있었다. 이것은 전사들에 대한 사령관동지의 육친적인 사랑과 원칙적인 요구, 지휘관들의 꾸준한 설복과 교양에 의하여 그리고 뜨거운 혁명적동지애로부터 나오는 비판과 방조를 통하여 부단히 공고화된 혁명적규률이였다. 규률준수에서의 자각성과 엄격성, 규률을 강화하기 위한 지휘관들의 사업과 태도에 대하여 말할 때 나는 자주 1942년 겨울에 있은 일을 회상하군 한다. 사령관동지의 충직한 전사 김책동지의 지휘밑에 소부대활동을 하던 우리 소조는 이때 안배허상류의 깊은 수림속에 밀영을 짓고있었다. 일제의 삼엄한 감시망은 여기에도 뻗쳐있었고 더우기 이해 한겨울부터는 적들의 밀정이 사는 《사냥군막》이 밀영의 근처에 새로 생겨남으로써 우리의 행동에서는 고도의 경각성과 은밀성이 요구되였다. 우리는 밀영으로 드나드는 몇갈래의 길을 하나로 고정시켰으며 그 길로도 발자국을 메우면서 밤에만 다녔다. 그리고 음식을 끓이며 세면을 하는 일로부터 시작하여 기타 모든 생활과 행동에서 제정된 규률과 질서를 엄격히 지켜나갔다. 그런데 우리에게 제일 어렵고 걱정되는 일은 식량을 해결하는 문제였다. 눈이 길길이 쌓인 겨울의 심산속에서 먹을것을 구하자면 오직 사냥을 해야 하였는데 눈길을 밟으며 사냥을 하느라면 적이 기미를 알아차릴수도 있고 혹 경우에는 밀영을 폭로시킬수도 있었다. 이렇게 된다면 우리 소조의 임무수행에 막대한 지장을 줄것이였다. 그러므로 김책동지는 신중하게 고려한 다음 우리가 먼곳에 나가서 그것도 일정한 구역내에서만 사냥하는것을 허락했다. 그리하여 우리가 벌써 하루이틀 끼니를 넘기게 된 어느날, 나는 사냥하러 새벽길을 떠났다. 김책동지는 눈길을 함께 걸어나오면서 적에 대하여 경각성을 높일뿐아니라 눈길이 험할테니 길을 잃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라고 신신일러주었다. 나는 그의 지시를 명심하고 지정된 장소에 이르자 곧 산등성이와 골짜기들을 오르내리면서 짐승들이 다닐만한 곳은 모조리 찾아다녔다. 그러나 해가 서산에 기울어질 때까지 종시 짐승의 자취를 발견하지 못하였다. 나는 무거운 다리를 끌며 하는수없이 돌아섰다. 빈손으로 동지들을 대할 생각을 하니 걸음은 자연히 떠지기만 하였다. 그래도 행여나 하고 사위를 둘러보면서 어느 한 릉선에 다달았을 때 나는 방금 눈우에 난 큼직한 메돼지 두마리의 발자국을 발견했다. 나는 너무도 기뻐서 그만 환성을 올릴번했다. 등성이를 한두개만 넘어서면 그놈들을 따라잡을수 있을것 같아 나는 두주먹을 부르쥐고 내리뛰였다. 그러나 나는 등성이 몇개를 더 넘고서야 메돼지를 따라잡았고 두마리를 쏘아눕혔다. 혼자서 가져갈만큼 살점을 떼내고 눈속에 메돼지를 파묻고나니 어느덧 날이 어둑어둑해왔다. 나는 바삐 길을 떠났다. 밀영까지는 60~70리가 실히 되였었다. 그런데 이무렵부터 사나운 눈보라가 일기 시작하였다. 마음은 급한데 사정없는 눈보라는 갈수록 더욱 기승을 부렸다. 세찬 바람에 아름드리나무들이 몸부림치고 눈보라는 수림속에 장막을 친듯하여 한치앞도 가려볼수 없었다. 나는 그속에서 헤매다가 끝내 길을 잃고말았다. 나는 눈보라가 요동을 치는 깊은 산속에서 오직 나무아지들이 생긴 모양을 보고 방향을 잡아 골짜기고 벼랑이고 가리지 않고 밀영쪽을 향하여 곧추 걸었다. 길은 험난했고 몸은 더욱 지쳐갔다. 발을 헛딛고 두세길 되는 홈타기에 떨어지거나 눈속에 파묻혀 모대긴 일이 한두번이 아니였다. 기진해가는 몸을 가눔하고 기를 써서 걷고 또 걸었으나 날밝을무렵까지도 밀영은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초조해지는 마음을 가다듬으며 이를 악물고 눈보라의 장막속을 계속 헤쳐나갔다. 눈을 뜰수 없게 몰아치는 눈보라속을 뚫고 기며 딩굴며 헤쳐나가다가 나는 그만 발을 헛디디여 높은 벼랑에서 굴러떨어졌다. 《앗!》하고 놀라며 잠시 정신을 잃었다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깊은 홈타기에 쓰러져있는 나의 몸이 눈에 깊이 묻혀있었다.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있는 힘을 다하여 두손으로 눈을 파헤치고 몸을 뒤치여 겨우 눈무지속에서 빠져나왔다. 나는 또다시 기여갔다. 그런데 얼마간 가다가 다시 어느 한 골짜기에서 쓰러지고말았다. 나는 기진한 몸을 가까스로 나무에 기대고 잠시 가쁜숨을 들이켰다. 눈보라속으로 주변의 나무와 바위들이 얼핏 눈에 안겨왔다. 그러자 나는 문득 정신을 가다듬었다. (아차, 내가 이게 어디로 왔나?) 그곳은 밀영에서 멀지 않은 곳이였으나 적의 밀정들이 이따금 싸다니는 곳이여서 우리가 통로를 하나로 정한 후 다니지 않기로 한 곳이였다. 나는 급히 총을 잡고 나무에 의지하여 주변을 뚫어지게 살폈다. 얼마동안 살피다가 적정이 없음을 확인한 다음 나는 발자국을 메우며 멀리 다시 되돌아 고정된 통로에 들어서야겠다고 생각하고 오던 길을 돌아섰다. 그런데 방금전에 난 나의 발자국들은 눈보라가 불어쳐서 깡그리 묻혀버려 전혀 알아볼수 없었다. 순간 나의 머리에는 (사나운 눈보라가 나를 가려줄뿐아니라 발자국까지 자취없이 메워주는구나. 그러니 멀리 되돌것 없이 한시라도 빨리 동지들에게 먹을것을 가져다 주자.)하는 생각이 앞섰다. 그리하여 나는 먼길로 돌자던 생각을 돌렸으며 등성이 두개를 넘어서 곧장 밀영에 도착하였다. 김책동지가 휘몰아치는 눈보라속에 나와서서 나를 기다리며 통로가 있는쪽을 지켜보고있었다. 나는 온밤을 눈속에서 헤매다가 이렇게 그를 만나게 되니 기쁨에 넘쳐 《정치위원동지!》하고 입속말처럼 겨우 한마디 부르고는 그자리에 우뚝 서고말았다. 나의 부름을 듣고 김책동지는 홱 돌아서서 나를 보더니 바삐 마주 걸어와서 나의 손을 덥석 잡고 《수고했소. 얼마나 고생했소.》라고 하면서 내옷에 묻은 눈을 툭툭 털어주는것이였다. 얼핏 살펴보니 그의 옷은 온통 눈가루로 뒤덮이였고 성에가 앉은 입가에는 가느다란 고드름까지 달려있었다. (나를 걱정하여 밤새 밖에서…)나는 제때에 돌아오지 못한 자신이 여간만 죄스럽지 않았다. 김책동지는 내옷에 묻은 눈을 다 털고나서 정겨운 눈으로 다시 나를 살펴보며 《거기는 눈보라가 더 심했을테지… 그런데 어떻게 이쪽으로 왔소?》하고 물었다. 나는 그자리에서 간단히 경과를 보고했다. 묵묵히 나의 말을 듣고있던 김책동지는 잠시후 《비록 형편은 그랬다 하더라도 동무는 제정된 통로로 돌아왔어야 할것을 그랬소.》라고 심중하게 말하는것이였다. 이 말을 들은 나는 급기야 자신이 한 행동이 크게 잘못되였다는것을 느꼈다. 김책동지는 한참 말이 없이 나를 바라보다가 어서 들어가 몸을 녹이며 한잠 자라고 하였다. 나는 방에 들어와 누웠으나 자신의 행동에 대한 생각으로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생각을 거듭할수록 나의 행동이 바로 엄격한 혁명규률을 위반한것이며 그것은 소조의 전반적인 임무수행에 커다란 장애를 가져올수도 있는 행동이라는것을 더욱더 깊이 느끼게 되였다. 나는 그대로 더 누워있을수 없어 자리를 차고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어느덧 날이 훤히 밝아왔다. 그때까지 계속 밖에 있던 김책동지는 밝아오는 건넌산을 한참씩 바라보기도 하고 이따금 모두숨을 내쉬기도 하면서 천천히 눈길을 거닐고있었다. 부하의 잘못을 가슴아파할 때 흔히 우리가 엿보게 되는 김책동지의 이와 같은 모습을 보고 나는 더 견딜수 없었다. 모든것을 터놓고 가슴이 후련하게 비판을 받고싶었다. 그의 앞에 다가서자 나는 내가 범한 과오의 엄중성과 어떻게 되여 그렇게 행동하게 되였는가에 대하여 단숨에 죽 내리이야기하였다. 김책동지는 내 말을 다 듣고나서 잠시 혼자생각에 잠겼다가 《과오는 빨리 깨닫고 빨리 고칠수록 좋은것이요.》라고 한 다음 걸음을 멈추고 나를 똑바로 지켜보며 말을 계속하였다. 《장동무, 며칠씩 끼니를 번진 동무들에게 한시바삐 먹을것을 가져다주겠다는 그 마음은 좋은것이요. 그러나 혁명가에게 있어서는 어느때 어떤 경우에서나 혁명규률을 어김없이 지키는것이 무엇보다도 더 중요하오. 이것은 물론 쉬운 일이 아니요. 우리는 항상 마음을 긴장하게 가져야 하오. 마음속에 바늘귀만 한 틈이라도 생기면 규률을 잘 지켜낼수 없으며 혁명에 손실을 줄수 있소.》 김책동지는 이렇게 말하고는 다시 말없이 눈길을 몇번 거닐다가 나보고 안으로 들어가자고 하면서 먼저 방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의 말 한마디한마디를 깊이 새겨들었다. 그리고 못에 박힌듯 섰던 자리에 그냥 서서 다시금 자신의 행동들을 하나하나 따져보기 시작하였다. (눈보라가 발자국을 메워준다. 굶고있는 동지들에게 먹을것을 빨리 가져가자고는 생각하면서도 어찌하여 나는 혁명규률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못하였던가.) 나는 내가 범한 과오자체도 중하지만 혁명규률을 에누리하였다고 생각하니 온몸이 달아나고 호흡도 가빠졌다. 나는 퍼그나 더 있다가 방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방문을 닫고 그자리에 선채로 김책동지에게 말하였다. 《저의 과오를 깊이 깨달았습니다. 저를 중하게 처벌하여주십시오.》 김책동지는 천천히 일어나 문쪽으로 마주 걸어나오면서 낮은 음성으로 말하였다. 《몸을 좀 녹이오.》 나는 그만 저도모르게 머리를 숙였다. 구들우에 앉았을 때 김책동지는 나의 손을 꼭 잡았다. 따사로운 그의 체온과 깊고 뜨거운 그의 심정이 한데 엉켜 추위에 언 나의 몸으로 거침없이 흘러들어오는듯 하였다. 이럴 때 소조원 한동무가 김이 물물 나는 죽그릇을 내앞에 갖다놓았다. 거기에는 강냉이알들이 수두룩하였다. 나는 그것이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여 김책동지가 보관했던 비상용강냉이라는것을 첫눈에 알아차렸다. 나는 차마 술을 들수 없었다. 김책동지는 죽그릇을 내앞으로 바투 밀어놓으면서 《자, 드오. 언몸이 쭉 풀리도록 어서 드오.》하며 권하는것이였다. 김책동지를 비롯하여 다른 동무들이 맹물로 아침끼니를 에웠다는것을 나는 알고있었다. 부하에 대한 한없이 깊고 뜨거운 정이 나의 가슴에 안겨오고 목이 달아올랐다. 그 음식을 다른 동무들과 함께 나누자고 말하려고 했으나 목이 메여 말이 나가지 않았다. 동무들의 거듭되는 권고에도 불구하고 술을 들지 못하는 나를 지켜보고있던 김책동지가 나에게 술을 쥐여주면서 혼자말처럼 《동무가 눈보라속을 헤치며 가져온 고기를 미리 구워놓고 모두가 함께 앉았어야 동무의 마음도 좀 더 편할것을 그만…》하고 갈린듯 한 목소리로 말하는것이였다. 그 말을 듣는 나의 눈에서는 참아오던 눈물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왔다. 이날저녁 김책동지는 우리 소조원들을 모아놓고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였다. 《혁명하는 사람은 무엇보다먼저 혁명규률을 지킬줄 알아야 한다. 규률을 떠나서는 비밀과 경각성에 대해서 생각할수 없고 그 어떤 혁명사업도 해낼수 없다. 규률을 떠난 혁명사업, 규률을 떠난 동지애란 있을수 없다. 규률은 어려운 때일수록 더 엄격히 지켜야 한다. 더우기 무장을 든 우리에게 있어서는 규률은 목숨과도 같이 귀중한것이다.》 나는 이때의 일을 한평생을 두고 잊지 못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