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만군으로 가장하여

 

                                                      최   민   철    

 

항일무장투쟁시기 조선인민혁명군 부대들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독창적으로 창조하신 다양한 유격전술과 전법을 활용하여 도처에서 일제놈들을 무자비하게 습격소탕하였다.

내가 속하였던 부대가 부금, 무원 등 지역에 진출하여 적들을 섬멸하던 1938년 여름에 있은 일이였다.

그때 우리는 무원현 소산즈의 경찰놈들을 기습소탕하기로 계획하였다.

그것은 우리 유격대를 《토벌》하기 위하여 빈번히 싸다니며 인민들을 가혹하게 탄압학살하는 놈들을 소탕함으로써 이 지방 인민들에게 혁명적영향을 주며 혁명조직들을 복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소산즈가 처한 지리적조건은 적에게는 유리하고 우리의 진공에는 매우 불리했다.

우수리강 본류와 지류로 둘러싸여있는 이곳 소산즈는 동남쪽으로 통하는 좁은 통로 하나가 있을뿐 그외에는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니게 되여있었다. 게다가 강을 중심으로 사방은 모두 평야지대이며 부락안에 자리잡은 경찰서는 높은 토성으로 둘러싸여있었다.

적들은 이러한 자연지리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크게 믿으면서 이곳에는 쥐도 새도 얼씬할수 없다고 호언장담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정찰을 통하여 놈들에게 일정한 약점들이 있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놈들은 밤이 되면 2중3중으로 경계를 강화하였지만 낮에는 동남쪽으로 통하는 길인 마을입구에만 보초를 세웠다. 또한 경찰서가 위치한 지리적조건은 일단 유사시에 놈들이 좀처럼 외부와의 련계를 맺을수 없게 되여있었다.

그리고 마침 이때 일본지도관 두놈이 경찰서장과 30여명의 경찰놈들을 거느리고 출장중에 있다는것을 우리는 알게 되였다.

적정을 구체적으로 파악한 부대에서는 50여명의 대원들을 선발하여 위만군《토벌대》로 가장시키고 대낮에 동남쪽에 있는 길을 통하여 소산즈에 들어가 경찰놈들을 감쪽같이 무장해제할것을 계획하였다.

나도 그때 습격조의 한 성원으로 선발되였다.

습격조에 망라된 우리는 각기 직무에 해당하게 위만군 군복을 입고 각반을 치고 철이 촘촘히 박힌 구두를 신었다. 무기, 배낭 등 일체 장구류들도 위만군 그대로 차렸다. 그리고 만약의 경우를 생각하여 일부 성원들은 권총을 가슴에 품었다.

위만군으로 변장한 우리는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짠 다음 중대장인 리동무의 인솔하에 대낮에 소산즈를 향하여 출발하였다.

그동안 기본부대는 소산즈로부터 약 7~8리 떨어진 곳에서 대기하게 되였다.

기본부대에서는 소산즈에 이르는 어간에 대원들을 파견하여 습격조원들과의 련계를 가지게 하는 한편 외부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유사시에 습격조원들을 엄호할수 있는 만단의 전투준비를 갖추었다.

습격조의 대렬선두에는 5명의 대원들이 척후병으로 서고 그와 얼마쯤 간격을 두고 2렬종대로 기본대렬이 따라섰다.

대렬의 선두에는 중대장동무가 서고 그 뒤에 《만주국기》를 든 대원이 따랐다.

우리는 놈들이 하는대로 총을 오른쪽 어깨에 메고 무릎을 높이 들어 땅을 구르면서 계속 행군하여 부락입구에 이르렀다.

그런데 우리는 뜻하지 않은 정황에 부딪쳤다.

보초소에 있으리라고 생각한 경찰놈은 보이지 않고 난데없는 젊은 녀자가 총을 쥐고 서있었다.

그 녀자는 우리를 보자 슬금슬금 뒤걸음질하여 보초막에 붙어서는것이였다.

그 순간 어떤 심상치 않은 예감이 머리속에 떠올랐다. 사방을 살펴보았으나 경찰놈들은 보이지 않고 딴 기미도 감촉되지 않았다.

경찰놈을 대신하여 녀자가 총을 쥐고 서있으니 여기에는 그 어떤 곡절이 있는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우리는 태연하게 행동했다.

《너는 대체 누구냐?》

중대장 리동무가 그의 앞에 다가서며 이렇게 묻자 그는 고개를 떨구고 우물쭈물하는것이였다.

《어찌된 일이냐? 왜 말이 없느냐?》

그러나 그 녀자는 얼굴이 빨개지며 여전히 대답하지 못하고 서있었다.

《벙어리냐?》

중대장동무가 엄하게 말하자 그는 조심조심 이야기하는것이였다.

《주인님이 보초를 섰더랬는데 어디 갔다 오겠다고 하면서 저더러 잠간만 서달라고 했어요.》

《보초는 서지 않고 어디 갔단 말이냐?》

《알수 없어요.》

《오늘 아침에 〈토벌대〉가 들어왔을터인데 못봤는가?》

《보지 못했는데요.》

《그럼 좋다. 당장 가서 보초병을 데려와!》

중대장동무가 명령하자 그 녀자는 잠시 망설이다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그 녀자를 통하여 내부의 형편을 대강 짐작할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계속 긴장하게 주변을 살피면서 곧바로 경찰서로 향하였다.

경찰서 정문에 이르자 정문보초놈은 주저없이 대문을 열어제꼈다.

중대장동무를 뒤따라 우리는 정문안에 들어섰다.

우리를 보자 몇명의 경찰놈들은 당황하여 자리에서 일어섰다.

중대장동무는 이놈들을 쏘아보며 소리쳤다.

《무엇들 하는가? 부서장이 있는가?》

그러자 한 경찰놈이 모자를 바로잡아쓰면서 황황히 달려나오더니 손을 올려 경례를 붙였다.

중대장동무는 위만군 장교의 《위풍》그대로 군도를 앞에 짚고서서 머리를 끄덕하고 그놈에게 물었다.

《부서장인가?》

《네! 제가 바로 부서장입니다.》

《서장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는가?》

《네,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지도관님을 모시고 래일 아침에 배를 타고 돌아옵니다.》

《래일 아침에?》

《그렇습니다.》

《서원들은 어찌됐는가?》

《서원들도 래일 다같이 돌아올겝니다.》

《알만하다. 그리고 여기에는 공산군들이 준동하지 않는가?》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공산군들이… 그림자도 얼씬 못합니다. 헤헤… 그런 걱정은 마시고 어서 들어가십시다.》

《들어갈 사이가 없다. 공산군들의 왕래가 빈번하다는걸 알고왔는데 얼씬하지 않는다니 무슨 말이냐?》

《원 별말씀을…》

《지도관과 서장이 왜 불리여갔는지 알고 하는 말이냐?》

《…》

《좋다, 서원들을 모두 여기에 모이게 해라.》

이쪽저쪽에 흩어져있던 경찰놈들은 부서장놈의 지시대로 마당복판으로 모여왔다.

이때 중대장동무는 무장을 벗기라고 명령했다.

우리는 일제히 경찰들의 무장을 해제하고 정문보초의 무기도 벗겼다.

그러자 부서장놈은 당황해하면서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라고 하였다.

《몰라서 묻는거냐? 공산당과 내통하고있는 너희들에게 총을 맡길수 없다. 이것은 헌병대의 지시다.》

부서장놈은 헌병대의 지시라는바람에 불안과 공포에 질려 더 말을 못했다.

이때 중대장동무는 경찰놈들을 체포하라고 명령했다.

우리는 경찰서에 있는 30여명의 경찰들을 한놈도 남기지 않고 몽땅 체포하여 류치장과 다른 건물에 가두었다.

경찰서를 완전히 차지한 우리는 마을입구보초와 경찰서정문보초를 우리 대원으로 배치했다.

방금전까지만 하여도 개싸다니듯 하던 경찰놈들이 한놈도 얼씬하지 않고 적《토벌대》로 가장한 우리가 경찰서를 차지하자 지나가던 인민들은 무엇이라고 서로 쑤군거렸다.

우리는 인민들을 만나면 공손히 인사를 하였으며 필요한 물건을 빌려쓸 때에는 반드시 주인의 허가를 얻었다.

한편 우리는 마을의 곳곳에 경계를 빈틈없이 조직하고 인민들의 동태를 살폈다.

이러는 과정에 인민들속에서는 《이 세상에 이런 〈토벌대〉도 있는가?》, 《어디서 온 〈토벌대〉들인지 과연 이상하거든.》, 《까닭을 모를 일이다.》라는 등의 말이 돌았다.

사실 인민들에게 갖은 행패를 부리는 《토벌대》의 성화를 진저리가 나게 겪어온 그들에게 있어서 우리의 행동은 너무나도 뜻밖이 아닐수 없었다.

그러나 우리는 항일유격대라는것을 인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그것은 다음날 이곳으로 돌아오는 일본지도관놈, 경찰서장 그리고 경찰들을 제껴치우기 위해서였다.

한편 우리는 다음날 배를 타고 돌아올 놈들을 치기 위한 전투준비를 서둘렀다.

우리는 나루터를 중심으로 참호를 파고 그놈들이 올 때 《마중》나가기 위한 준비도 해놓았다. 다음날 이른아침에 우리들은 만단의 전투준비를 갖추었다.

아침에 온다던 배는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도 나타나지 않았다. 놈들이 무슨 눈치를 챈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우리는 계속 인내성있게 기다렸다.

이윽고 돛을 단 배 한척이 나루터를 향하여 다가오고있었다. 이때 일부 성원들은 그놈들을 《마중》나가는것처럼 나루터를 향하여 걸어나갔다.

배가 강기슭에 닿자 놈들은 무어라고 왁작 고아대면서 배에서 뛰여내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중대장동무의 신호에 의하여 일제히 사격하면서 비호같이 달려들어 그놈들을 체포하였다.

이런 판에 뒤에서 어물거리며 내리던 적 몇놈이 허둥지둥 도망치고있었다. 우리는 그놈들을 향하여 사격했다. 경찰서장놈을 비롯한 몇놈들이 쓰러지기는 하였으나 나머지 몇놈은 끝내 놓치고말았다.

우리는 도망친 놈들을 수색하여 처단하는 한편 습격결과에 대하여 지휘부에 보고했다.

우리의 보고를 받은 지휘부에서는 기본부대성원들을 인솔하고 소산즈에 들어왔다.

이때에야 우리가 유격대라는것을 알게 된 인민들은 《유격대가 왔다!》고 환성을 올리며 달려나왔다. 로인들과 아낙네들이며 어린아이들 할것없이 기쁨을 금치 못했다.

《감쪽같이 속았네그려. 그러면 그렇겠지. 〈토벌대〉가 아무렴 그렇게 달라졌을리가 있는가 했더니…》라고 하면서 인민들은 유격대원들을 얼싸안고 돌아갔다.

우리 일부 성원들이 도망친 놈들을 수색하고있을 때 로인 한분이 우리에게로 바삐 달려왔다. 로인은 가쁜숨을 몰아쉬면서 《저 버드나무밑에 일본놈들이 숨어있소.》라고 알려주는것이였다.

우리는 쪽배를 타고 로인이 가리킨 강복판으로 들어갔다.

강복판에는 오래동안 흘러내린 퇴적물들이 쌓이고쌓여 군데군데 작은 섬을 이루고있었다. 거기에는 버드나무들이 우거져있었다. 일본지도관놈들은 이 버드나무밑 물속에서 눈과 코만 내놓고 할딱거리고있었다.

당장 쏘아넘기고싶은 충격이 일어났으나 꾹 참고 속히 나오라고 소리쳤다. 질겁한 그놈들은 몸을 부르르 떨며 물속에서 나왔다.

우리가 그놈들을 붙들려고 하니 놈들은 어리석게도 저항하는것이였다.

우리는 오래 시간을 끌수 없어 두놈중 한놈을 처단해버렸다. 그제야 다른 한놈은 제발 잘못했으니 용서해달라고 옷섶에 매달리면서 애걸하는것이였다.

우리는 그놈을 앞세우고 인민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갔다.

그놈을 본 인민들은 저마다 그 원쑤를 처단해버리겠다고 하면서 앞으로 다가서는것이였다.

두주먹을 불끈 쥔 그들의 얼굴은 원쑤에 대한 치솟는 증오로 하여 떨리고있었다.

우리는 그놈의 죄상을 폭로하고 인민들의 의사대로 처단함으로써 그들의 원한을 풀어주었다.

이윽고 마을인민들앞에서 부대지휘관이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연설하였다.

…우리는 조중인민의 공동의 원쑤 일제를 반대하여 싸우는 혁명군이다. 악독한 일제는 조선을 강점하고 중국의 동북을 제놈들의 식민지로 만들었다.

인민들에 대한 탄압과 략탈을 일삼는 일제를 타도함이 없이는 우리는 하루도 편하게 살수 없다.

일제를 타도하기 위해서는 모든 힘을 단합하여야 한다. …인민들은 혁명군과 힘을 합쳐 반일투쟁을 더욱 강력히 전개하여야 한다.…

연설이 끝나자 군중들은 환성을 올리며 우리를 더욱 열광적으로 환영하였다.

인민들은 기쁨과 감격으로 들끓었다. 그들은 갖가지 음식을 마련해가지고 우리를 찾아왔으며 저마다 자기 집으로 가자고 유격대원들을 이끌었다.

우리는 체포했던 경찰들을 모아놓고 다시는 조국과 인민을 반역하는 저주로운 행동을 하지 말도록 해설하고 그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냈다.

우리는 이 습격전투를 통하여 적들에게 큰 타격을 주었을뿐아니라 이 일대 인민들의 혁명의식을 높여주었으며 혁명조직을 복구하게 함으로써 반일투쟁을 더욱 강력히 전개할수 있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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