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자》

 

                                                      김  병  식   

 

오늘 인민군대내에서는 항일무장투쟁시기에 이룩된 관병일치와 혁명적동지애의 전통적미풍이 높이 발양되여 이에 관한 수많은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한다.

나는 우리 인민군대의 상하간, 동지호상간의 뜨거운 사랑과 단결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때면 간고한 항일무장투쟁시기의 지휘관들과 전우들이 생각나서 어느덧 가슴이 후더워지군 한다.

나의 지휘관이였던 최춘국동지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충직한 전사였으며 혁명에 무한히 충실한 견결한 혁명가였다.

그는 전투에서 용감했을뿐아니라 전투때나 일상생활에서 자기의 부하와 혁명동지들을 극진히 아끼고 사랑하는 그러한 지휘관이였다.

나는 한때 그의 련락병으로 있으면서 자기자신보다도 먼저 혁명동지들과 부하들을 생각하는 그의 고매한 품성을 일상적으로 보아왔고 나자신이 따뜻한 사랑을 많이 받았었다.

특히 그중에서도 나를 무한히 감동시킨 한가지 사실이 지금도 나의 기억에 생생하다.

그것은 1939년 1월, 부대의 식량공작을 위하여 홍석라자에서 약 70리가량 떨어진 어느 집단부락의 적을 치고 돌아올 때에 있은 일이다.

이날 우리 습격조는 성내의 적을 기습하여 목적했던 식량은 로획하였으나 철수하려는 림박에 수량상 우세한 다른 적이 갑자기 부락에 당도했기때문에 부득이 정면충돌을 피하면서 토성을 넘어 빠지게 되였다.

이때 습격조를 먼저 떠내보내고 그의 뒤를 살피며 행동하던 정위 최춘국동지와 그의 련락병인 나는 좀 뒤늦게 통로로 정한 토성벽에 다달았다.

그런데 밟고 넘어가야 할 사다리가 없었고 후위를 담당한 김동무도 보이지 않았다.

우리를 추격하며 무질서하게 돌아치던 적들이 이곳에도 왔다가 또 다른 곳으로 밀려갔다는것을 짐작할수 있었다.

이때 적들은 우리가 철수하는 방향에다 맹사격을 가하는 한편 부락의 골목골목을 수색하며 싸다니고있었다.

김동무가 어떻게 되였는지 걱정되였다.

우리는 주변을 살피며 김동무를 찾아보았다.

그러나 지척을 알아보기 어려운 캄캄한 밤이여서 어디가 어딘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적을 코앞에다 두고 소리칠수도 없는 일이였다.

나의 가슴은 막 죄여들듯 안타까왔다.

바로 이런 때였다.

《음음…음》하는 가느다란 신음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려왔다.

우리는 그 소리가 나는데로 급히 달려가보았다.

토성벽에서 좀 떨어진 어느 낟가리곁에 다름아닌 김동무가 바른쪽 정갱이에 관통상을 입고 쓰러져있었다.

《김동무! 김동무!》

소리를 죽이고 이렇게 부르면서 몇번 흔들어보았으나 대답이 없었다.

며칠째 낟알구경을 못한데다가 많은 피를 흘린 그는 완전히 혼수상태에 빠져있었던것이다.

잠시 근심어린 얼굴로 김동무를 지켜보며 무엇인가 깊이 생각하던 최춘국동지는 일어서며 나에게 말하는것이였다.

《동무는 김동무를 지키고 여기에 있소. 아무래도 토성벽을 수류탄으로 까고 넘어야 할것 같소.》

그는 중상을 당하여 위급한 혁명동지를 구출하기 위해서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런 대담한 결심을 했던것이다.

사실 이때 나도 부상당한 김동무를 업고 높이 3m 이상이나 되는 토성벽을 어떻게 넘겠는가 하고 근심하던 차였다. 그러나 수류탄으로 토성벽을 까겠다는데 대해서는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그것은 수류탄이 터지는 폭음소리만 나면 적들이 몽땅 우리에게 밀려들것이 뻔하기때문이였다.

잠시후 굉장한 폭음이 울렸다.

나는 재빨리 김동무를 업고 토성벽에로 가자고 서둘렀다.

그러나 원래 장대한데다 의식을 잃어서 맥을 놓은 그를 어린 나의 힘으로는 도저히 움직일수 없었다.

내가 막 안타까이 모대기고있는데 최춘국동지가 달려오며 말했다.

《동무는 안되오. 동무는 적을 감시하오. 빨리!》

폭음소리에 놀란 적들은 우리에게로 사격을 집중하면서 밀려왔다.

어둠속에서도 놈들이 다가오는것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이때 김동무를 업은 최춘국동지가 맨앞에 서서 다가오는 놈을 재빨리 쏴넘기며 무너진 토성벽쪽으로 달려갔다.

나도 자리를 옮겨가며 한놈한놈 쏴눕혔다.

적탄은 더욱 심하게 날아왔다.

바로 이런 위급한 순간, 반나마 무너진 토성벽을 넘던 최춘국동지가 주춤하는것이 얼핏 보였다.

(앗! 정위동지가?)

나는 한쪽손에 빼여들고있던 수류탄을 적들에게 던졌다.

놈들은 갑자기 날아간 수류탄에 질겁하여 잠시 물러섰다.

이때를 리용하여 나는 최춘국동지에게로 다가섰다.

《정위동지!》

그러나 그는 《병식이, 빨리 넘소!》하는 소리만 남기고 김동무를 업은채 토성밖으로 넘어떨어졌다.

나도 뒤따라 토성을 넘었다.

정위동지는 지체없이 김동무를 둘쳐업고 앞으로 뛰여나가면서 다급하게 소리쳤다.

《병식이, 빨리!》

나는 잠시 토성벽에 기대여 적들의 동태를 살피다가 그의 뒤를 따랐다.

그를 가까이 따라잡았을 때 나는 그가 다리를 몹시 절고있다는것을 알았다.

그는 토성을 넘을 때 적탄에 다리를 부상당했던것이다.

그것을 보는 나는 그에게 무어라고 말했으면 좋을지 몰랐다.

결국 우리는 토성은 넘었으나 세사람가운데서 나혼자만 성한 몸이였던것이다.

(차라리 업고 기는 한이 있더라도 부상당한 정위동지에게 김동무를 맡길수는 없다.)

나는 이런 결심으로 최춘국동지의 팔을 붙잡고 말했다.

《정위동지, 김동무를 제가 업고 가겠습니다.》

그러나 그는 《병식이는 안되오. 자, 빨리 앞서라구. 적들이 추격하여 오겠는데…》하며 오히려 나의 손목을 잡아 이끄는것이였다.

적들은 우리가 토성을 넘어 어둠속으로 사라지자 계속 눈먼총질을 하면서 토성주변에서 왁작 지껄이며 우리를 찾고있었다.

놈들은 우리가 아마 그 주변의 어디에 숨었다가 또 수류탄벼락을 안기지나 않을가 하고 겁에 질려 돌아치는 모양이였다.

이러한 사이에 우리는 적지 않게 달려왔다. 그러나 벌판을 완전히 벗어나서 수림속에 들어가려면 아직 퍼그나 가야 했다.

최춘국동지의 걸음은 점점 더디여졌다.

며칠째 끼니를 변변히 에우지 못했고 부상까지 당한 몸으로 김동무를 업고 달리는 그는 기진할 때마다 잠간 서서 김동무를 추어업고는 다시 달리는것이였다. 그는 벌써 몇번 쓰러졌다가 일어나군 하였다.

그의 앞에서 길을 찾으며 나가던 나는 그때마다 애타는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다시 되돌아와서 김동무를 나에게 업혀달라고 졸랐다.

그래도 그는 김동무를 내려놓으려고 하지 않았다.

《아직 괜찮소. 이제 조금 더 가면 되겠는데… 자, 빨리 뛰라구.》하고 오히려 나를 떠밀며 고무하는것이였다.

그러나 기진한 그를 보고 그냥 걸을수는 없었다.

나는 어깨를 들이밀어 그를 부축하고 떠밀면서 걸어나갔다.

이렇게 하니 그는 한결 헐해하는것 같았다. 그러나 걸음은 점점 더 더디여졌다.

그런데 이때 어둠속에서 우리의 행방을 찾아 싸다니던 적들이 우리를 추격하여왔다. 적탄은 우리의 귀뿌리를 스치며 쌩쌩 날아지나갔다.

나는 그대로 갈수 없었다.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정위동지를 보호해야 한다.)

이런 생각으로 나는 그에게서 슬쩍 떨어지면서 권총을 빼여들고 돌아섰다.

그러자 최춘국동지는 나의 손목을 힘껏 끌어당기며 말했다.

《병식이, 무슨 생각을 하고있소. 안되오!》

나는 묵묵히 그의 뒤를 따랐다.

이때야 간신히 정신을 차린 김동무가 희미한 의식속에서도 우리 말을 듣고 모든것을 알아차렸는지 목멘소리로 말하는것이였다.

《정위동지…》

김동무가 의식을 회복한것을 알자 정위동지는 《됐소, 김동무! …조금만 참소.》하며 얼마나 기뻐하는지 몰랐다.

나도 너무 기뻐서 《김동무!》하고 불렀다. 그런데 김동무는 가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하였다.

《정위동지, 저를 내려놓고 가십시오. 위험합니다. 저를 두고 가십시오.》

그는 눈우로 굴러떨어지려고 막 모대기는것이였다.

이러자 최춘국동지는 그를 힘껏 춰업더니 엄하면서도 부드러운 소리로 말하였다.

《김동무, 무슨 그런 약한 소리를 하오. 그래, 동무를 버리고 우리 혼자 가란 말이요? 우리는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야 하오. 기운을 내여 나를 꼭 붙잡소.》

그러나 이렇게 말하는 최춘국동지자신은 벌써 몇번이나 넘어졌으며 그때마다 이를 악물고 다시 일어나 달리군 하였다.

이렇게 달리는 그의 등에서는 김동무가 《나때문에…나때문에…》하며 계속 흐느끼고있었다.

이런 김동무를 보며 정위동지를 부축하고 따라가는 나의 가슴에도 뜨거운것이 치밀어오르고 눈물이 앞을 가리였다.

(부하에 대한, 혁명동지에 대한 육친보다도 더 뜨거운 사랑…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자.…)

나는 키가 작고 힘이 모자라서 정위동지를 좀더 도와드리지 못하는것이 안타까와 자꾸 울음만 북받쳐올랐다. 그러면서 사령관동지의 품속에서 자라난 지휘관이 과연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마음도 몸도 한덩어리가 되여 기력을 가다듬으며 달리고 또 달렸다.

김동무는 또다시 혼수상태에 빠져 잠잠해졌다. 얼마후 우리는 목적했던 수림속에 들어섰다. 적들은 더 추격하여오지 못했다.

한참 수림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니 날이 밝아왔다.

이때 최춘국동지는 나에게 말하였다.

《병식이, 김동무에게 뭘좀 먹이고 몸도 녹여주고 가자구.》

나는 그때에야 우리가 입은 옷이 갑옷과 같이 꽛꽛이 얼어있다는것을 알았다.

어느 양지바른 아늑한 곳에 김동무를 내려눕힌 최춘국동지는 곧 불피울 준비를 서두르는것이였다.

그러나 그는 아직 자기의 상처도 동여매지 못하고있었다.

그는 다리를 절룩거리며 마른나무를 주으러 가는것이였다.

그것을 본 나는 《정위동지! 상처를 처매고…》하고는 울먹울먹해져서 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웃는 얼굴로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내 걱정은 하지 말구 얼른 죽을 쑬 준비를 하오. 빨리 김동무를 돌봐야지.》

나는 더 말을 하고싶었으나 목이 메여 말이 나가지 않았다. 다리를 절며 천천히 걸어가는 그를 바라보며 나는 혁명대오속에서, 이런 지휘관의 사랑속에서 자라며 싸우고있는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가를 더욱 절절히 느꼈다.

사령관동지에 의하여 교양되고 육성된, 그이의 충직한 전사인 최춘국동지!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자》는 그의 말과 같이 나도 이러한 정신으로 동지를 사랑하고 지휘관을 보호하면서 영원히 혁명투쟁대오에서 그들과 함께 살며 싸우리라고 굳게굳게 다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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