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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급당총회가 끝난뒤 자기 방으로 돌아온 윤상설은 책상우에 사업노트를 놓기 바쁘게 구석의 원탁앞에 가서 물부터 마셨다. 한고뿌만으로는 성차지 않아 한고뿌 더 마셨다. 그제야 답답하던 가슴이 좀 열리고 가슴속에 여유도 생기는것 같아 쏘파에 주저앉았다. 벌써 퇴근을 하는 모양 옆방들에서 문여닫는 소리가 울리고 복도에서 두런두런 말소리도 들려왔다.

여느때 같으면 함께 퇴근하자고 찾아오는 이웃들도 있으련만 이 저녁에는 아무도 문을 여는 사람이 없다. 하기야 엄중한 과오로 조직문제까지 상정된 사람을 누가 가까이 하며 퇴근길을 같이 걷자고 하랴!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자기를 해임이나 철직되여 영영 출퇴근길을 같이 못할 사람으로 치부할지도 모른다고 생각되자 그는 스스로 벼랑끝에 몰린 존재처럼 느껴지며 처량함을 금할수 없었다.

(… 그런즉 이제 나에게 무슨 책벌을 적용할것인가? 권리정지?… 아니 해임하기 쉽다. 해임이면… 아, 한생을 건설로 살아오다가 남포갑문에 와서 이런 꼴이 되다니…)

국가건설위원회가 남포갑문건설기한을 비현실적으로 설정함으로써 당의 의도를 받들지 못한 문제가 이번 당총회의 기본론점으로 되리라는것은 이미부터 예견한바였다. 그 책임의 일부 몫을 자신이 짊어지고 비판도 받게 되리라는것을 모르지 않은터여서 상설은 품을 들여 미리 토론준비도 착실하게 했었다. 그러나 정작 총회가 시작되여 초급당비서의 보고가 남포갑문건설문제에 이르러 그는 회의분위기가 자신이 예견했던것보다 더 심각하다는것을 깨달았다. 아직도 귀전에 쟁쟁 울리는것 같은 초급당비서의 보고에는 이런 대목도 있었다.

당은 지금 그 어느때보다도 우리 중앙기관의 매 일군들이 군중속에 깊이 들어가 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말로써가 아니라 실력으로 당과 혁명에 이바지할것을 요구하고있다. 그러나 분기간 남포갑문건설예산안작성사업을 책임지고 한 당원 윤상설동무는 당의 요구와는 거리가 멀게 사고하고 행동하였다. 동무는 우선 예산작성에서 주체적립장과 객관성의 원칙을 무시함으로써 혹심한 경험주의자, 주관주의자로서의 자기를 드러내보였다. 그 단적인 실례는 당이 그에 기초하여 정책을 수립하는 건설기한을 설정함에 있어서 나라의 현실적요구와 아래일군들의 혁신적의견을 묵살하고 자신의 주관적견해에 맞춘 계획안을 제출함으로써 (그것도 두번씩이나) 당에 커다란 심려를 끼치고 기각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윤상설동무의 사업과 생활에서 발로된 결함은 이뿐이 아니다. 남포갑문건설이 시작된 초기 위원회 행정과 정무원 해당 부서에서는 건설상무그루빠를 책임지고나갈것을 권고하였다. 그러나 갑문건설장에 나가 당장에는 할 일이 없다느니, 지금은 태천발전소가 더 급하다느니 하면서 끝내 나가지 않았다. 여기서 우리는 윤상설동무에게 한가지 묻지 않을수 없다. 남포갑문건설이 어떤 건설인데 거기 나가 할 일이 없다는건 도대체 무슨 소린가? 나라의 건설사업을 책임진 일군으로서 당이 그처럼 중시하는 건설대상을 왜 이렇게 외면하는가?…

이것은 동무가 자기의 비현실적견해 즉 20년안이 기각된데로부터 출발한 당에서 제기한 5년안에 대한 거부의식의 발로이며… 당의 건설정책에 대한 일종의 도전…

비판을 달게 받으라는 말은 쉽게 할수 있는 말이 아니며 또 그렇게 받을수 있다는것은 솔직한 말이 못된다. 문제의 엄중성앞에서 윤상설은 가슴이 서늘했고 등골로는 땀이 흘렀다. 당원대중의 비판은 보고보다도 더 신랄하였다. 개중에는 상정된 문제의 범위를 벗어나 책임일군으로서의 작풍상 결함을 건드리는 축들도 있고 따로 조직문제를 볼것을 정식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는 연탁앞에 서서 한시간가량 그러한 비판의 포화를 들썼다. 그러나 해명을 요구하는 몇가지 질문들에 답변한 외에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넘기거나 변명을 하는 따위의 구차한짓은 하지 않았다.…

전화종이 울렸다. 위원장이 아니면 당위원회에서 오는 전화일것이라는 짐작으로 일어나 송수화기를 들었는데 뜻밖에도 안해의 목소리가 렸다.

《뭣때문이요?》

심경이 편안치 않은데다 처가 집에 들어앉아 직장에 전화질하는것이 못마땅해서 그는 저절로 말투가 퉁명스러워졌다. 그러나 안해는 이쪽의 말투 같은건 상관도 않고 도리여 제편에서 볼부은 소리였다.

《아니, 열시가 다 됐는데 여적 사무실에서 무얼 하시우? 웃집 김국장은 아까 밝아서 들어오던데…》

윤상설은 어이없어 말이 나가지 않았다. 혹시 집에 손님이라도 와서 기다리는가 했더니 결국은 퇴근이 늦다는 소리다. 할 일이 없으면 누워 잠이나 잘게지… 하면서도 요새는 둘째가 맹장수술을 받고 입원중에 있는데다 경공업대학에 다니는 막내딸마저 백두산견학을 가고 없어서 집에 혼자 있을 안해의 심정이 얼마간 리해되여 인차 들어가겠노라 하고는 송수화기를 놓았다. 그는 안해의 전화가 아니였어도 인차 들어갈 작정이였는데 이제 와선 괜한 심술로 다시 쏘파에 앉아 천천히 담배 한대를 더 태우고야 일어났다.

저상된 기분상태가 로출될가봐 그는 될수록 흔연한 표정을 꾸미며 집에 들어섰다. 안해가 문간에서 가방을 받으며 왜 이리 늦었는가 하는 물음에도 그저 회의가 있었노라고 범상히 대꾸하며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안해의 눈을 속이기는 힘들었다. 벌써 무슨 기미를 느꼈는지 안해는 방안으로 따라 들어오면서 지금까지 했다는 회의가 무슨 회의냐고 따지고 들었다. 그 바람에 상설은 다시 한번 신경이 돋아 양복소매에서 팔을 빼다 말고 안해를 노려보았다.

《당신 점점 없던 버릇이 생기누만. 남이 무슨 회의를 했기로서니 당신한테 도대체 무슨 상관이요?》

젊었을 때 같으면 그쯤한 어성을 높여도 두말못했을 안해인데 역시 나이탓인지 이제는 제깍하면 맞대거리를 하자고 드는것이였다. 지금도 그랬다.

《아니, 내가 뭘 못 물을걸 물었소? 아, 비밀이라면 몰라도 무슨 회의를 했는가 하면 여사모사한 회의를 했다면 될걸 뭐 돈이 들어 못하우 힘이 들어 못하우?》

안해가 이쯤 나오기 시작하면 아예 입을 다물어버리든가 는것 상책이다. 그래서 녀편네들과는 지는것이 이기는것이라고 하는지도 모른다.

《됐소됐소. 당신 말이 다 옳소. 배고파 죽을 지경이니 가서 밥상이나 빨리 챙기오.》

내과의사라 배가 고파 죽을지경이면 위장이 어떻게 된다는것을 너무 잘 아는탓에 안해는 두말없이 부엌으로 나갔다. 그러나 나가면서도 거기 책상우에 맏이한테서 온 편지가 있다는 소리는 잊지 않았다.

집에 들어오면 옷을 갈아입고 찬물로 발을 씻는것이 습관이지만 그는 책상에 마주앉아 아들의 편지부터 읽었다. 읽지 않으면 안해가 또 이상히 여기며 직장일을 캐고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것이다. 편지 앞머리에서 식구들의 안부를 물은 다음 이렇게 아들은 쓰고있었다.

 

… 아버님.

저는 지금 군사분계선 가까운 부대의 진지에서가 아니라 새로운 전투장인 남포갑문건설장에서 이 편지를 씁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부르심따라 저희 구분대가 여기 건설장에 온지도 어언 5개월, 그동안 력량편성, 작업대상확정 등을 거쳐 우리는 신덕역에서 들어오는 인입선철길공사를 끝내고 지금은 부대에 돌아와 함형부재장 바닥공사를 하고있습니다. 바닥공사가 끝나는 차제로 인차 시험부재생산에 들어갑니다.

저는 지금까지 바다라고 하면 랑만과 서정으로 출렁이는 세계로만 알아왔습니다. 어린시절의 바다가야영, 영화, 텔레비죤화면, 또한 많은 시들과 책을 통해서 그렇게 된것입니다. 그런데 이제부터 바다를 다스리는 결전장에 나서고보니 바다는 랑만과 서정만을 주는것이 아니라 보다 많이는 횡포하고 가장 심술궂은 야수와도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이 횡포한 바다를 길들여놓고야 말겠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모든 전투원들이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는 불타는 결의에 충만되여있기때문입니다.

…그러나 아버님, 결의가 아무리 높다 해도 욕망만 가지고는 갑문을 건설하지 못한다는것을 저는 알고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제 스스로 터득한 진리는 아니고 여기 건설장에 있는 한 과학자가 저에게 해준 말입니다. 저로서는 처음에 그 말을 모욕으로 받아들인바도 없지 않지만 차차 시간이 흐르면서 그 과학자의 말이 옳다는것을 깨닫게 되였습니다. 그래서 아버지, 저는 많이 생각해본 끝에 이제부터 수리공학을 공부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선생님이 되여줄분들은 여기 과학자돌격대에 얼마든지 있습니다. 단지 필요한것은 교재인데 그건 아버님께서 좀 해결해주십시오. 빨리 구할수록 좋습니다. 제가 오늘 편지를 하는건 그때문 …》

(공부해서 남포갑문을 건설한다?…)

윤상설은 이렇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흔들었지만 아들의 편지는 그의 불안과 번민을 더욱 휘저어놓는듯 싶었다.

뜻밖에 아들이 남포갑문건설장에 가있다는 사실부터도 그랬고 편지의 구절구절에 울리는 뜨거운 열정과 숨결이 안정을 찾지 못하는 자기자신을 되게 후려갈기는듯 하였다.

편지를 책상우에 놓고 일어나 전실로 나온 그는 상앞에 올방자를 틀고앉으며 술이 있으면 가져오라고 했다. 그러나 안해의 관심은 술보다도 아들의 편지에 있었다.

《애가 공부하겠다는데 교재를 구할수 있겠지요?》

《술을 가져오라는 소리 듣지 못했소?》

상설은 공연한 역증을 내며 눈까지 부라렸다.

한마디 더 했다가는 무슨 벼락이라도 맞을것 같은지 안해는 마지못해 일어나 부엌으로 나가더니 30%짜리 창광술을 가지고 들어왔다. 상설은 병마개를 따서 사발에 부었다. 그것 역시 전에 없던 일이라 무얼 어쩌자는것인지 몰라 멍청히 보고만 있던 안해는 그가 사발을 들어 입에 가져갈 때쯤에야 깜짝 놀라며 정신이 있느냐, 빈속에 사발들이를 하면 위가 어찌 되느냐고 야단을 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상설은 사발을 절반나마 비우고야 울화를 터뜨렸다.

《뭐 대학교재를 구해보내?… 흥, 그 자식한테 이렇게 써보내오. 어리석은 생각 말구 대대장노릇이나 착실히 하라구… 남포갑문이라는게 뭐 대학교재나 공부해서 되는 일인줄 알아? 투자액이 자그만치 50억원이요. 움직여야 할 물동량은 천만톤이구, 천만톤…》

그는 오른손바닥을 펴서 안해의 코앞에 바투 내대고 흔들었다.

그리고는 벌써 의식의 혼란과 동작의 부정확을 어렴풋이 느끼며 다시 술사발에 손을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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