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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호수로 변한 가물막이제방안의 물을 다 퍼내기까지는 옹근 두달이 걸렸다. 어마어마한 대형양수기 15대가 상하류제방을 빙 둘러싸고 온겨울 밤낮없이 물을 퍼냈다. 제일 추운 정이월에는 하루밤 자고나면 양수기아구리옆에 얼음산이 생기고 그것을 폭파해버리면 이튿날 아침 또 생겨났다. 물이 주는데 따라 제방안쪽에 층층이 매달렸던 얼음장들이 한낮이면 해빛에 녹아 철썩철썩 물에 떨어지며 파도를 일으키는 광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였다. 그동안 제방뚝이 터진다고 소동이 일어난적도 두번이나 있었다. 제방안의 물면이 낮아지는데 따라 대사리때 수압이 높아지면서 강철원통들이 사방에서 쩡-쩡- 울며 피도쪽에서 바닥이 드러나는대로 감탕파기를 시작했던 만여명의 군인들과 숱한 기계수단들을 철수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를 놓고 심각한 론쟁을 벌린것도 몇번인지 모른다. 하지만 그 모든것이 이제는 지나간 일로 되였다. 수수억년 물속에 잠겨있다가 마침내 태양아래 자기의 몸을 드러낸 제방안에서는 지금 만여명의 군인건설자들과 지원자들이 오글복작거리며 갑실기초굴착작업을 하고있다. 그러나 어쨌든 현단계에서 제일 어렵고 앞선 작업과제는 기초굴착이다. 그때문에 두 건설지휘부는 총 력량을 여기에 집중하고있는것이다. 제방우에서 내려다보면 감탕바닥에 있는 사람이 장난감인형처럼 작게 보인다. 그들모두는 물푸기가 끝난 마지막날을 체험한 사람들이다. 어찌 그 장쾌한 아침을 잊을수 있으랴. 한방의 신호총성과 함께 겨우내 물을 토하던 양수기들이 여분의 물을 푸기 위해 한대만 남고 모두 멈춰섰다. 순간 지켜보던 만여명의 군인들과 지원자들속에서 《만세!》의 함성이 터져올랐다. 우렁찬 만세소리는 25m의 아득한 높이로 5리에 걸쳐 총총히 둘러선 강철제방에 부딪쳐 공명되고 메아리치며 한동안 제방안을 감돌다가 마침내 회오리마냥 여운을 끌며 하늘가로 사라졌다. 물이 쪄 꾸득꾸득해지려면 아직 며칠 걸려야했지만 누가 조직했는지 질벅거리는 감탕판에서는 벌써 축구경기가 벌어졌다. 하기는 누구의 조직이랄것도 없었다. 친애하는 김정일동지께서 지난봄 현지지도를 하시면서 가물막이제방안의 물푸기가 끌나면 축구경기를 벌려놓고 제방이 터질가봐 겁나하는 사람들을 데려다 구경시키는게 좋겠다고 하셨으니 그이의 말씀을 집행하는 셈이였다. 공이 아니라 물에 푹 젖은 감탕덩이를 차굴리는것이 무슨 축구랴, 차라리 투구라고 하는편이 더 비슷할것 같았다. 그래도 응원자들은 와- 와- 소리치고 선수들은 제법 머리받기도 하며 공격에 열을 올렸다. 한편에서는 300년 묵은 항아리같은 소라를 파냈다고 환성을 올리는가 하면 고기잡이에 열을 올렸다. 다른쪽에서는 직경이 1m나 되며 껍질에 한개 중대의 밥을 담을수 있는 조개를 주었다고 왁자지껄 떠들어댔다. 오백살짜리 바다거부기를 붙들었다는 소문도 돌았다. 붙들릴 당시 거부기가 살려달라는듯 처량한 눈길로 사람들을 쳐다보면서 눈물을 뚤렁뚤렁 떨구더라는지… 허나 그것 역시 이제는 추억으로 되였다. 배가 부두에 들어서기 바쁘게 윤상설은 잔교를 내려 현장지휘부쪽으로 올라갔다. 여전한 작업복차림에 모자를 쓰지 않아 희슥희슥한 머리가 바람에 나붓기는 그의 오른쪽 어깨에는 《홀아비》살림살이가 들어있는 커다란 멜가방이 걸려있었다. 송철만국장이 부재중이기때문에 그는 오늘부터 끝살부리공사지휘부에 틀고앉을 작정이였다. 현장지휘부에서는 내부사업을 종합하는 소좌가 혼자 앉아 어딘가와 전화통화를 하고있었다. 그에게 배낭을 맡기고 밖을 나선 그는 혼합장건설이며 건설용수배관조립정형을 두루 살피면서 갑실기초굴착장으로 내려갔다. 피도가 멀지 않은 (하기는 이젠 섬도 아니다.) 상류제방 중간쯤에 이른 그는 걸음을 멈추고 무량한 감개속에 기초굴착작업을 하는 공사장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봄바람을 안고 힘차게 나붓기는 오색기발과 각종 구호판들이 우선 눈에 띄운다. 개중에는 돌격대명칭 아니면 지원나온 단위의 이름을 새긴 대폭의 기발들도 많다. 굴착기며 불도젤이며 수송차들은 아직 땅이 겉마른 끝살부리와 피도쪽 변두리에만 맴돌고있다. 가운데는 푹푹 빠지는 수렁창이여서 기계수단이 들어갈수 없는것이다. 두대의 대형양수기가 밤낮없이 그냥 물을 퍼내는 거기 바닥깊은곳에서는 지금 만여명의 군인건설자들과 지원자들이 오글복작거리며 질통으로 혹은 들것으로 감탕을 파나르고있다. 기계가 들어가지 못하니 그런 인해전술밖에 통하지 않는것이다. 사방에서 방송차가 힘찬 선동과 음악으로 전투원들을 로력적성과와 위훈에로 부르고있다. 시랑송도 들린다. 취주악대도 수십개나 된다. 나팔소리, 북소리가 방송차에서 울려나오는 선동과 합쳐져서 어느 하나도 온전히 가려들을수 없다. 허나 가려듣지 못해도 좋다. 다같이 심장을 두드리며 로력과 위훈에로 고무하는 힘찬것이거니… 상설은 팔다리에 힘이 솟구치면서 땀이라도 한바탕 뽑고싶은 생각이 들어 바닥으로 내려갔다. 질통을 얻어지기가 수월치 않았다. 하전사들이나 지원자들한테 좀 교대하자고 들었다가 거절당하고 풋낯을 아는 어느 부대장한테서 그것도 빼앗다싶이 해서야 겨우 얻어질수 있었다. 일단 질통을 지거나 들것을 들면 걸을수 없다. 짐을 졌건 부렸건 모두 단숨을 뽑으며 드달려다닌다. 그런속에 섞여 상설은 같이 달려다녔다. 그런데 나이탓인지 세행보를 하고나니 벌써 다리가 떨리고 온몸이 땀으로 미역을 감은것처럼 되여버렸다. 그런대로 한행보 더하고 돌아와서는 부대장에게 질통을 빼앗겼다. 그때 멀지 않은 곳에 서있는 방송차에서 주위의 모든 소리를 짓누르며 와랑와랑 시랑송이 시작되였다.
목소리만 듣고도 상설은 랑송자가 다름아닌 시인 김시권이라는것을 알수 있었다. 그는 가물막이공사를 하던 지난해에도 여러차례 안해와 함께 현지에 나와 자신이 쓴 시로 군인건설자들을 고무격려하였고 그 과정에 면목도 익혔다. 시인은 아들 건호의 대대에 이름을 등록한 명예돌격대원이기도 하였다. 그는 시인을 만나보고싶어 방송차가 서있는 둔덕으로 올라갔다. 시랑송은 계속되고있었다.
박수와 함성… 어디서 났는지 꽃다발에 꽃목걸이를 들고 방송차를 향해 달려가는 군인들도 있었다. 면내의바람으로 질통을 진채 서서 듣던 병사들, 지원자들, 굴착기와 수송차운전칸에서 머리만 내놓고 귀기울이던 운전사들의 얼굴에 격정과 함께 미소가 어린다. 하기는 자신들을 시인으로 불러주었으니 왜 기쁘지 않으랴. 윤상설이 언덕에 올라섰을 때 시인은 안해의 부축을 받으며 밀차에서 승용차에 옮겨타고있었다. 《아, 전권대표동무!》 시인쪽에서 먼저 이 편을 알아보고 반색을 지으며 손을 내밀어주었다. 그의 불편한 몸을 헤아려 바삐 다가가 손을 잡자 그러지 않아도 만나보고가려던 참이라고 하였다. 《나를 말입니까?》 상설은 그가 자기를 애써 만나야 할 까닭이 무엇이겠는가를 생각해보았으나 짚이는것이 없었다. 《대대장동무가 전주 금요일날부터 지팽이를 버렸습니다. 군의들의 말을 들어보니 그는 나보다 훨씬 행복한 사람입니다. 군사복무를 계속할수 있다니까요.》 그것은 아들 건호에 대한 소리였다. 《아니, 그애를 만나보고왔습니까?》 《나의 상관이 아닙니까.》 하기는 그렇다. 아들의 대대 명예대원이니… 《고맙습니다. 그런 수고까지 해주어…》 시인이 탄 승용차가 밋밋한 경사지길을 따라 하류쪽 제방우로 올라가는것을 바래우고섰던 상설은 그만 자기 눈을 의심하며 놀라 굳어졌다. 놀랄수밖에 없었다. 금방 시인의 승용차가 에돌아올라간 거기 제방우에 송철만국장이 앉아있었던것이다. (아니, 저 사람이 어떻게 여기 와있는가? 평양에 가 입원하고있는 사람이…) 그는 반달음을 놓아 재방우로 올라갔다. 그러나 가까이 접근하여 송철만이 담가우에 앉아있음을 알게 되자 저도 모르게 우뚝 멎어섰다. 장령외투를 어깨에 걸친채 담가우에 비스듬히 절반 눕고 절반 앉은 그는 대공전화로 누구에게 무슨 지시를 주고있었다. 그의 뒤에는 승용차와 함께 위생복차림의 군의와 간호원이 치료가방을 열어놓고 대기하고있다. 이윽고 필요한 지시를 다 준듯 송철만은 대공전화기를 놓고 다시 쌍안경을 들어 눈에 가져갔다. 그리고 오래 공사장을 내려다보았다. 상설은 불현듯 숭엄한 감정에 휩싸였다. 병고에 시달리는 몸인데다 옆모습으로 올려다보이는 탓에 송철만은 평소보다 훨씬 작아진것 같았다. 하얀 귀밑머리가 유난히 눈에 띄운다. 채양우에 시누런 금줄이 건너간 장령모와 금장의 크고 검은 별만 아니라면 그는 촌늙은이 진배없을것이다. 그러나 군의와 간호원의 감시를 받으며 비록 담가우에 앉아있을망정 그의 몸에서는 군인의 당당한 위엄이 풍기고있다. 지금 쌍안경을 들어 공사장을 내려다보는 그의 모습은 흡사 천군만마를 거느린 전설속의 옛 장수가 전장을 굽어살피는 기상이다. 하기야 왜 전설이기만 한가. 갑문건설도 하나의 큰 전역이고 송철만이 그 현지사령관이거니… 상설은 걸음을 내짚었다. 걸으면서 송철만이를 갑문건설국장으로 앉힌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인차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다. 그보다도 오늘의 승리는 친애하는 김정일동지께서 갑문건설을 인민군대에 맡긴데서 이룩된것이라고 봐야 한다. 군대가 아니였으면 누가 건설을 오늘처럼 해제꼈겠는가. 아직도 해야 할 일은 많다. 그러나 이제 2년후이면 완공된 갑문이 그 웅자를 세상에 드러내놓게 되리라는것을 그는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것은 이미 세해전, 아직은 상상속에 존재하며 앞길에 어려움만 첩첩히 가로놓여있던 그때 벌써 김정일동지께서 혜안으로 그려보신 조국의 새로운 재부- 어버이수령님께 드리는 크나큰 선물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