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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동지께서는 먼저 리영선부부장으로부터 공사장에 조성된 정황을 들어보시였다. 듣기에도 정황은 매우 위급하고 결과 또한 예측하기 어려웠다. 《…그래 그런 상황에서 동무들은 무얼 어떻게 하는것이 대책으로 된다고 생각합니까?》 《저희들도 지금 그 문제를 론의하고있었습니다.》 리영선은 론의된 인원과 기재철수문제며 수문을 터치자는 의견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 수문을 터친다는건 마감막이가 실패했다는 소리나 같은데 모두의 의견이 그렇습니까?》 《아닙니다. 윤상설동무는 폭파해선 안된다는 주장이고 강충일중장도 같은 의견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송철만중장의 견해를 물으시였다. 그런데 부부장의 대답이 뜻밖이였다. 국장이 현장에 없고 군의소에 가있다는것이였다. 국장이 군의소에 가있다니?… 그이께서 아시건대 송철만은 의지가 강철같고 완강하기로 소문난 참다운 군인이였다. 그런 사람이 가물막이제방의 운명이 경각에 이른 때 공사장을 떠나 군의소에 가있다는것은 몸상태가 여간 나쁘지 않다는것을 의미하였다. 《정확히 이야기하시오. 지금 그 동무의 병이 어떤 상태에 있습니까?》 《병이라기보다는… 부상처가 도진것 같습니다. 제방밑에 쓰러진걸 군인들이 발견하여 군의소에 업어갔는데…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였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무엇이라고 해야 할지 알수 없으시여 눈길을 돌려 어두운 창문만 이윽히 바라보시다가 늦게야 말씀하시였다. 《알겠습니다. 송철만동무에 대한 치료대책은 내가 세우겠으니 윤상설동무와 전화를 바꾸시오.》 《제, 윤상설… 전화받습니다.》 전류를 타고 들려오는 부위원장의 꽉 잠긴 목소리에서는 긴장을 넘어 비장감마저 풍기는듯 싶었다. 하기야 갑문건설을 책임진 사람으로서 지금과 같은 운명적인 시각에 왜 그러지 않겠는가… 생각같아서는 아들의 회복정도를 알려주고 좀 생활적인 이야기로 마음의 긴장도 풀어주고싶으셨지만 그럴 경황이 못되여 곧바로 물으시였다. 《듣자니 부위원장동무는 수문을 터치지 말고 두고보자고 한다는데… 어떻습니까. 제방이 움직이면서 붕괴되지는 않으리란 담보가 있습니까?》 윤상설은 매우 힘들게 대답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꼭 이게다 할 담보는 없습니다. 하지만 수문은 터치지 말아야 합니다. 그건… 자살행위와 같습니다. 저는 군인동무들을 믿습니다. 그들은 결코 제방이 붕괴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것입니다. 송철만국장동무도 저와 같은 의견일거라고 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실망과 희망을 동시에 느끼시였다. 제방이 움직이며 붕괴되지 않으리라는 담보는 없었다. 그대신 군인건설자들이 결코 붕괴를 허용하지 않을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었다. 송철만국장에 대한 믿음이 울리지 않는가! 언제나 빈틈없이 실무적인 수완을 가진 윤상설의 말이고 보면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지없이 대견하고 믿음이 갔다. 그렇다. 부위원장이 말한것처럼 이 마당에서 수문을 폭파하는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그것은 우리의 배짱에도 맞지 않으며 스스로 5년건설계획을 포기하는것이나 다름없다. 《좋습니다.》 하고 그이께서는 드디여 확신에 찬 어조로 말씀하시였다.《나는 부위원장동무의 의견에 동감입니다. 수문은 닫아둡시다. 그러나 만약을 생각하여 인원과 기재들은 철수해야 합니다. 제방이 아무리 중요해도 우리는 그것과 군인들의 생명을 바꿀수는 없습니다. 이 점을 명심하고 붕괴에 대처할 빈틈없는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말씀을 명심하겠습니다.》 그이께서는 제기할 문제들이 있으면 기탄없이 말하라고 하시였다. 윤상설은 또 주저하다가 대답했다. 《아직 걸리는 문제는 크게 없습니다. 단지… 부탁드리고싶은것은… 그럴짬이 있겠는지. 자주 전화를 해주시면 저희들로서는 크게 힘이 되겠습니다.》 그이께서는 윤상설의 심정이 리해되시였다. 짐작컨대 그는 불안과 위구에 쫓기며 정신적의지를 찾고있었다. 건설분야의 《백전로장》이라고 하는 그가 이럴진대 다른 사람들의 경우야 어떻겠는가? 《알겠습니다. 이제부터 한시간에 한번씩 전화하겠습니다. 그리고 마감공사가 끝날 때까지 이 전화를 끊지 않겠으니 직통전화로 알고 제기되는 문제가 있으면 즉시 나에게 알리시오. 밤에도 좋고 낮에도 좋습니다. 아무때건 하시오.》 《고맙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리영선을 다시 전화기앞으로 부르시였다. 그리고 송철만국장이 현장에 없는 조건에서 군인들의 생명보호에 특별히 관심을 돌릴것을 강조하시였다. 그런데 부부장은 뜻밖의 가슴아픈 고백을 하였다. 자신이 미처 관심하지 못하여 벌써 두명의 군인이 잘못되였다는것이였다. 《… 둘 다 잠수병들인데 한동무는 박선봉이라고…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도 아시는…》 《박선봉이면… 언젠가 화재사고를 내고 문제섰던 그 군인말입니까?》 《예, 바로 그 동무입니다.》김정일동지께서는 저으기 놀라시였다. 《그가 어떻게 됐습니까?》 리영선은 전사의 희생과정을 이야기하였다. 그이께서는 한동안 비감에 잠겨계시다가 혼자 소리처럼 조용히 그러나 격정이 어린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훌륭한 동무를 잃었습니다.… 믿음이 헛되지는 않았습니다.…》 그이께서는 잘못된 다른 한명의 잠수병에 대해서도 물으시였다. 《… 이름은 장풍산입니다. 건설초기부터 잠수초소장으로 일도 많이 하고 아주 성실한 동무였는데… 위험에 처한 두 동무를 구원하고… 그만…》 보고를 하면서도 눈물이 나는지 리영선은 목소리를 떨더니 끝내 말끝을 여물구지 못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도 아픈 가슴을 달랠길이 없으시였다. 아, 얼마나 훌륭하고 아름다운 정신세계를 지닌 우리의 전사들인가. 《… 둘다 영웅들입니다. 이제… 공화국영웅칭호를 내신합시다. 그리고 그 박선봉이라는 동무에게는 안해가 있었는데… 그 동무에게는 나의 명의로 위문인사를 전달해주시오.》 그것으로 통화는 끝났지만 김정일동지께서는 오래동안 무거운 생각에 잠겨 일손을 잡지 못하고 일어나 집무탁앞을 거니시였다. 그이의 눈앞에는 움직이는 붕괴직전의 가물막이제방이 떠오르면서 자신의 몸을 기꺼이 내댄 박선봉전사며 위험에 처한 동무들을 구원하고 숨진 잠수초소장 그리고 흙가마니를 지고 이고 바삐 뛰여다니는 수천명 군인들과 지원자들의 헌신적인 모습이 방불히 보이는것 같으시였다. 그 군상우에 한몸을 던져 제방을 구원하고 전우들을 살려낸 박선봉전사와 성실한 잠수초소장의 영웅적형상이 조각상처럼 새겨진다. 아니 빛을 뿌린다. 아깝게도 생은 짧았으나 영웅으로 빛나게 산 전사들… 조국의 아들들… 이제 그들에게는 공화국영웅칭호가 수여될것이다! 그들, 영웅들의 부모와 형제들은 어떤 사람들이고, 그들을 교육교양한 선생님들과 지휘관들은 또 어떤 사람들일것인가. 과연 어떤 훌륭한 사람들이기에 그런 영웅들을 키워 조국에 바쳐준것인가!… 만일 그럴수만 있다면 그 모든 사람들을 일일이 만나 인사라도 드리고싶은것이 지금 그이의 심정이시였다. 기억의 갈피속에는 박선봉전사의 안해도 있었다. 새파란 나이에 외로운 몸이 된 녀성의 장래가 저으기 걱정되시였다. 위문의 인사 한마디로는 그 녀성의 가슴에 차고넘칠 슬픔을 다 가셔줄수 없을것이다. 그이께서는 희생된 전사의 안해되는 녀성을 당에서 직접 보살피며 훌륭한 녀성일군으로 키우는것이 옳다고 생각하시며 한시간후에 종이 울리도록 탁상시계를 조절해놓으시였다.
의식을 되찾은 송철만의 시야에 맨먼저 들어온것은 갓을 쓴 전등에 매달린 군의소 구급실천정이였다. 그는 몽롱한 의식속에 오래동안 그 흰 천정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차차 정신이 선명해지자 의문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여기가 어딘가? 공사장 어디에 저런 흰 천정이 있는가? 그리고 이 냄새… 이건 소독약냄새다. 그럼 내가 지금 군의소에 와있는가? 무엇때문에 군의소에 와있는가?… 그는 일어나려고 몸을 움직거려보았다. 그러나 몸이 의지를 배반하여 전혀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이건 또 왜 이런가? 젠장… 그는 자신의 무기력에 화를 내며 일어나려고 다시 몸을 뒤틀었다. 순간 척추가 부서지는것 같은 아픔이 전신을 휩쓸면서 비명을 지르지 않을수 없게 하였다. 그 비명소리를 듣고 대기중에 있던 군의가 황급히 달려와 움직이지 말라고, 움직이면 대단히 나쁘다고 주의를 주었다. 철만은 가타부타 대꾸하지 않고있다가 허리의 아픔이 얼마간 물러가자 자신이 군의소에 오게 된 경위를 물었다. 군의가 자초지종을 설명해주어서야 그는 간밤에 겪은 일들, 수문옆을 파고들던 물곬을 막기 위한 간고한 전투며 박선봉의 죽음이며 제방우로 올라가는도중 모진 아픔에 시달리던 일들을 상기할수 있었다. 그는 제방이 걱정스러웠다. 어느 순간에 넘어갈지 모르는 제방이였는데 리유불문하고 그런 책임적인 시각에 자기 위치를 리탈하여 군의소에 와 누웠다는 자체가 참을수 없는 일이였다. 《군의소장을 오라 하오.》 그는 군의소장에게 정황의 절박성을 설명해주고 담가에 누워서라도 현장으로 나갈 결심이였다. 그러나 들어온것은 군의소장이아니라 정치부장 리응천이였다. 《정신이 좀 듭니까?》 침대앞에 와서 허리를 굽히며 하는 리응천의 말이였다. 《제방… 제방이 어떻게 되였소?》 《제방은… 좀 움직이지만… 아직 별일 없습니다.》 어째선지 리응천은 말을 더듬었다. 《제방이 움직인다는것은 무슨 소리요?》 송철만이 그렇게 따져 물어서야 리응천은 실수를 깨달은듯 황황히 그건 별게 아니라고, 그저 축심이 얼마간 변동되였을뿐 움직임은 없다고 정정하였다. 그러나 송철만은 리응천의 말에서 벌써 모순을 느꼈다. 자기를 안심시키기 위해 그는 무엇인가 진실을 말하지 않고있었다. 《군의소장을 불러주오.》 군의소장이 들어오자 그는 담가를 준비하라고 하였다. 담가에 누워서라도 공사장으로 나갈 작정이였다. 키가 크고 상좌인 군의소장은 펄쩍 뛰였다. 《안됩니다. 국장동지, 지금 병세가 어떤 형편인지 아십니까?》 그는 허리의 총상부위에 어떤 위험한 증세가 나타나고 그것이 척추에 영향을 미쳐 하반신마비가 어떻게 왔는가를 루루이 설명하면서 절대적인 안정을 호소하였다. 리응천이도 가만 있지 않았다. 《국장동무, 군의소장동무의 말을 들어야 합니다. 지금 국장동무때문에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도 매우 걱정하고계십니다. 방금전에도 전화를 걸어오셨는데 국장동무가 의식을 회복했는가, 못했으면 어떤 상태이며 구급대책은 어떻게 취하고있는가고 물으시면서 이제부터 한시간에 한번씩 전화를 하겠으니 그때마다 제방실태와 함께 국장동무의 병상태를 구체적으로 알려달라고 하셨습니다.》 《!…》 뜨고있으면 눈물이라도 보일것 같아 철만은 스르르 눈을 감아버렸다. 그러나 감격은 몇순간이고 그는 보다 크게 자책감을 느꼈다. 경각에 이른 공사장실태만으로도 심려가 크실 그이께 자기까지 걱정을 끼쳐드린다고 생각하니 죄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렇다. 그이께 더는 걱정을 끼쳐드리지 않기 위해서도 기어이 공사장으로 나가야 한다. 그는 눈을 떠 군의소장을 올려다보며 낮으나 엄격하게 말했다. 《명령이요, 10분내로 담가를 준비하고 인원들도 선발해오시오.》 그래도 군의소장이 응하지 않자 철만은 눈에 노기를 띄워올리며 꾸짖었다. 《동무, 내 말이 들리지 않소? 5분이내로 담가와 인원들을 불러오시오. 이건 명령이요.》 군의소장은 몸을 움직여 구원을 바라는 눈길로 정치부장을 바라보았다. 리응천은 왼팔을 허리뒤로 꺾어올린채 생각에 잠겨 이윽히 발부리만 내려다보고섰더니 송철만의 심정을 리해한듯 고개를 들었다. 《담가를 가져오고 군의소장동무가 직접 동행하시오.》 그로부터 30분도 채 안되여 잔등밑에 이불을 접어고이고 담가우에 비스듬히 누운 송철만은 벌써 가물막이제방우에 나가있었다. 새벽 3시경이였다. 공사장은 문자그대로 백병전이 벌어진 전장을 방불케 하였다. 채 연소되지 않은 시퍼런 배기가스를 뿜어던지며 토취장을 떠나 마감공사구간에 와서 흙을 쏟고 돌아서는 수송차들, 불과 몇분사이에 산처럼 쌓이는 흙을 제방끝으로 밀어가느라고 용을 쓰는 불도젤들, 그사이로 목도 아니면 질통을 진채 헐떡거리며 달려오고 달려가는 군인들과 지원자들, 제방 량쪽으로 끝없이 쏟아져내리는 흙사태, 뿔부재며 막돌을 담은 쇠광주리, 투석선들이 배창을 가르며 터쳐올리는 물기둥… 그 모든것을 한눈에 살펴본 송철만은 지휘관들을 부르려고 가슴우에 놓여있는 대공전화기에 천천히 손을 가져갔다.…
오늘은 12월 24일 마감공사를 시작한지 꼭 열흘째되는 날이다. 윤상설은 날이 어뜩 밝자 간밤 또 얼마나 제방이 이동했는가를 알아보려고 탐측수들이 측심기를 버텨놓고 주야 감시하고있는 피도쪽 제방으로 건너갔다. 엊저녁까지의 관측기록은 제방이 움직이기 시작한 지난 6일간 하루에 1.5m, 도합 9m를 이동한 폭이였다. 측심기앞에서는 마침 탐측수가 렌즈안경에 눈을 붙이고 제방을 관찰하고있었다. 상설은 탐측수가 렌즈에서 눈을 떼기를 기다려 밤사이의 감시결과를 물었다. 목이 쉬고 입술이 헤져서 말이 잘되지 않았다. 그런데 탐측수의 대답이 뜻밖이였다. 밤사이 변동이 거의 없다는것이였다. 《무슨 소릴 하오. 왜 변동이 없겠소?》 변동하지 않았으면 그이상 좋은 일이 없었지만 지난 한주일간 줄곧 변동에 습관된 탓으로 그는 오히려 탐측수의 말을 믿을수 없었다. 탐측수는 딱한 표정을 지으며 감시기록부를 펼쳐보였다. 기록된 감시결과 역시 밤사이에 전혀 이동하지 않았음을 말해주고있었다. 그렇다면 제방이 멈춰선것인가?… 그는 부정맥이 오는것처럼 불시로 심장이 흉벽을 치받으며 후두둑- 경련하는것을 느꼈다. 그래도 선뜻 믿어지지 않아 그는 어깨로 탐측수를 떠밀며 성급히 측심안경에 눈을 붙였다. 여러날 잠을 자지 못해 피발이 서고 모래알이 들어간것처럼 깔깔한 눈앞으로 수문건너 원방에 서있는 표척과 제방축선이 하나로 겹쳐져 바투 다가왔다. 그것은 어제저녁 이후로 제방이 전혀 이동하지 않았다는 부정할수 없는 증거였다. (분명해. 틀림없어. 원 이렇게 멈춰서는걸…) 그는 하도 기쁜김에 측심기주위를 몇번인지 모르게 돌았다. 늦게야 이 사실을 빨리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주먹을 부르쥐고 건너편 제방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찌된 판인지 송철만의 담가도 리영선부부장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물어도 모두 본지 한참 되여서 행처를 모르겠다는 소리뿐이였다. 한 군관이 국장이 현장지휘소 천막안에 있다고해서 들어가보니 송철만은 거기 난로옆에서 담가에 누운채로 주사를 맞고있었다. 걷어올린 팔을 군의에게 내맡긴 그는 눈을 감고 죽은듯이 누워있었다. 담가에 누워 전투를 지휘하며 옹근 한주일을 제방우에서 떠나지 않은 그였다. 담가옆에 다가선 윤상설은 새삼스러운 눈으로 중장을 내려다보았다. 병고에 시달려 반쪽이 된 얼굴, 푹 꺼져 우멍해진 눈확, 얼고 터갈리다 못해 시허옇게 헤진 보기 처참한 입술… 그중에서도 류달리 눈을 찌르는것은 그의 때이른 백발이였다. 마감막이를 시작하기전만 해도 흰오리를 찾아볼수 없던 검은 머리가 열흘어간에 그렇게 세여버린것이다. 하기야 병마와 싸우며 지난 열흘간 얼마나 큰 경난을 치러온 사람인가?… 군의가 팔에서 주사바늘을 뽑았으나 송철만은 그냥 눈을 감은채로 까딱 움직이지 않았다. 천막뒤로 300마력대형불도젤이 와르릉 거리며 지나가는데도 여전히 한본새로 눈을 뜨지 않았다. 다른 일 같으면 좀 쉬라고 내버려두고 나왔겠지만 제방이 멈취선 지금 상설은 그럴수 없었다. 《여보 송동무, 간밤에 제방이 움직이지 않았소. 분명 멈춰선것 같소.》 들었는지 말았는지 송철만은 잠자듯 한동안 아무런 반응도 없더니 눈을 감은채로 그건 무슨 소리냐고 반문했다. 《무슨 소린 무슨 소리겠소. 제방이 멈춰섰단 소리지. 여보, 밤새 제방이 움직이지 않았소.》 송철만은 그래서야 눈을 번쩍 떴다. 《아니, 그게 정말이요?》 상설은 고개를 끄덕여보이며 이 열흘간 처음으로 빙그레 웃었다. 그제야 짐작이 가는지 송철만은 급히 담가병들을 불렀다. 구석의 장의자에 앉아 졸고있던 네명의 군인들이 재빨리 달려와 각기 자기 위치를 차지하자 담가는 나섰다. 그들이 감시초소에 도착했을 때 마침 거기에는 리영선부부장도 와있었다. 그는 벌써 관측결과를 알고있은듯 저으기 흥분하여 이렇게 말했다. 《하루밤 두번의 사리물이 들어왔는데도 편차가 없으면 이젠 류동이 끝난걸로 봐야지 않습니까?》 상설은 고개를 끄덕여 동감부터 표시하였다. 그리고 제방이 이제야 제자리를 찾아앉은것 같다고 익살스럽게 덧붙였다. 송철만은 리영선과 윤상설이 옆에서 부축여주어서야 측심기앞에 담가를 바싹 붙이고 렌즈를 들여다볼수 있었다. 그는 기다리는 사람들이 증이 날 정도로 오래동안 렌즈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이따금 감시기록부를 뒤져보기도 하였다. 이윽고 렌즈에서 눈을 뗀 그는 측심기너머로 새벽운무속에 뚜렷이 떠오르는 제방과 제방을 뒤덮고 작업에 여념이 없는 군인들을 바라보며 혼자소리처럼 중얼거렸다. 《승리요. 전투가 승리적으로 결속되였소! 빨리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 이 사실을 보고드려야 하오.》 그들은 서둘러 현장지휘소 천막으로 건너갔다. 그런에 정작 전화기를 둘러싸고서자 누가 보고드리겠는가 하는 문제때문에 그들은 다투기 시작하였다. 상설은 리영선부부장더러 어서 송수화기들 들라고 했다. 그러나 리영선은 그래도 송철만국장이 보고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아닙니다. 이건 윤동무가 보고해야 합니다. 상설동무 말이라야 그이께서 더 믿으십니다.》 송철만의 말이 고맙기는 해도 윤상설은 받아들일수 없었다. 《무슨 소리를 하우? 안되오 부부장동무 말이 옳소. 보곤 송동무가 올려야 하오.》. 그러면서 그는 송수화기들 들어 송철만의 손에 쥐여주고 무작정 군용전화기의 발전자를 돌려놓았다. 더 사양한댔자 보람이 없음을 깨달은듯 송철만은 자신을 일으켜세워줄것을 요구하였다. 윤상설과 리영선이 량쪽에서 부축여 조심히 일으켜 세워주었다. 그런 상태에서 철만은 가슴을 쭉 펴며 온 정신을 귀에 모았다.
정적… 예견했던것보다 좀 늦게 들리는 딸- 깍 소리에 이은 전류의 흐름… 《김정일입니다.》 어딘가 좀 지친듯한 그이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송철만은 자기 흥분에 인차 그것을 망각하며 전신에 힘을 주었다. 《국장 송철만 보고드립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제방이 멈춰섰습니다. 간밤에 밀물이 두번이나 들어왔지만 제방은 한치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윤상설동무와 리영선부부장동무가 제방이 이젠 더는 움직이지 않을것이라고 합니다.》 송철만은 이제 김정일동지의 기쁨에 넘친 말씀을 듣게 되리라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이 어찌된 일인가?… 그이께서는 한참이 지나도록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였다. 수화기에서 들리는것은 여울목을 지나가는 강물마냥 솨- 전류흐르는 소리뿐이였다. 그러는 시간이 1분도 넘고 2분가량 지나자 철만은 나름으로 그이께서 전화도중 갑자기 무슨 급한 일이라도 생겨 자리를 뜨신 모양이라고 짐작하였다. 윤상설은 참지 못하겠는지 눈짓으로 왜냐고 물었다. 그래 철만은 아무 말씀도 없다는 뜻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가벼운 인기척과 함께 수화기에서 김정일동지의 밝은 목소리가 울린것은 바로 그때였다. 《… 미안합니다. 그래 제방은 어떻습니까? 아직도 그냥 밀립니까?》 송철만은 목구멍에서 갑자기 뜨거운것이 울컥 치미는것을 간신히 참으며 성급히 대답올렸다. 《아닙니다. 밀리지 않습니다. 밤새 밀물이 두번이나 있었는데 전혀 밀리지 않았습니다.》 《그럼 제방이 멈춰섰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멈춰섰습니다. 윤상설동무와 리영선부부장동무는 제방이 이젠 제자리에 들어앉아서 해일이 밀려와도 끄떡 없을게라고 합니다.》 그것은 조금전 제방감시초소를 떠나 여기 현장지휘소로 오면서 그들 두사람이 확신에 넘쳐 한 말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호탕한 웃음을 터치시였다. 《윤상설동무와 리영선동무가 그렇게 말했다면 그건 틀림없다는 소립니다. 남포갑문은 이젠 먹어놓은 떡이나 같습니다.》 그이께서는 잠시 동안을 두었다가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동무들이 정말 수고가 많습니다. 아마 모두 자지 못하고 몹시 지쳤을것입니다. 앓는 동무들은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마감공사에 동원된 군인들과 과학자, 기술자들 그리고 전체 지원자동무들에게 나의 인사를 전해주기 바랍니다. 송철만동무와 윤상설, 리영선동무들에게는 별도로 감사를 드립니다.》 통화는 그것으로 끝났다. 하지만 송철만은 아직도 친애하는 그이의 힘차고 정겨운 음성이 귀전을 두드리는듯 싶어 그냥 송수화기를 들고 서있었다. 그는 자신의 눈에서 눈물이 넘쳐나 볼을 타고 내리는것을 알지 못하였다. 그러는 송철만을 바라보는 리영선과 윤상설의 볼에서도 해빛을 받은 아침이슬인양 눈물이 번쩍거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