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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2시경이 되자 꽉 밀려들어 제방을 포위하고있던 얼음장들이 우적거리며 움직일 기미를 보였다. 썰물이 시작된것이다. 얼마나 가슴조이며 기다리고 또 기다리던 시간인가. 그것으로 윤상설은 가장 위급한 고비는 넘겼다고 생각하였다. 물이 다시 들어와 수위가 높아지기까지 최소한 아홉시간은 얻은 셈이고 그 아홉시간동안이면 제방을 일정하게 보강할수 있을것이였다. 이런 때 송철만국장이 현장에 없는것이 아쉬웠다. 있었으면 퍼그나 기뻐하련만 그는 지금 군의소에 가있다. 수문건너 제방밑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는것을 군인들이 발견하여 군의소에 업어갔던것이다. 하지만 그때로부터 여섯시간도 채 안된 새벽 다섯시경, 전혀 뜻밖의 새로운 정황이 또 발생하였다. 처음에는 조립된 원통부재들이 자리가 불편한듯 우직거리며 움직이는 기미가 보였다. 뒤이어 수문을 중심으로 한창 확장중에 있는 마감막이구간이 내려앉으며 안쪽으로 휘여들기 시작하였다. 혼잡속에 그것을 발견한것은 윤상설이였다. 그도 처음에는 제방이 내려앉으며 휜다는것을 믿을수 없었다. 그러나 탐측병들을 불러 측심기로 관측한 결과 제방이 아래로 근 1m 내려앉고 횡으로는 벌써 1.6m 이동했다는것이 확인되였다. 다시 말하여 제방이 움직이고있었다. 이것은 어느 순간에 제방이 통체로 나가넘어질지 모르는 매우 위태로운 정황으로서 원인은 딴데 있지 않았다. 마감막이를 시작하기 바로 전날밤에 그가 우려한, 마감막이구간에 갑자기 많은 짐이 실린 관계로 감탕지반이 밀리면서 일어난 변화였다. 새로 조성된 이 엄중한 사태와 관련하여 제방확장전투를 일시 중지하고 리영선과 윤상설을 비롯한 현지책임일군들 그리고 제방이 터진다는 보고를 받고 간밤 평양에서 급히 내려온 국가건설위윈회 위원장과 함께 온 관계부문 전문가들, 강충일부총참모장을 비롯한 인민무력부 군사건설부서의 군관, 장령들이 이 협의를 위해 방송차앞에 모였다. 정황이 정황인것만큼 누구도 선뜻 견해를 내놓지 못하였다. 그러한 분위기를 깨고 당지도소조책임자인 리영선이 선코를 뗐다. 그의 의견은 제방이 류동하며 언제 붕괴될지 모르는 조건에서 인명과 기재에 우선 관심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견해라기보다 론제를 제시한데 불과하였다. 그것을 좀 더 명백히 하자는 뜻에선지 강충일중장이 물었다. 《그건 공사를 중지하고 인원들과 기재를 철수해야 한다는 뜻입니까?》 《그래야지 않겠습니까?》 그에 대한 대답은 강충일중장이 아니라 국가건설위원회 위원장이 했다. 어조가 급했다. 《옳소. l차적으로는 인원과 기재부터 철수해야 하오. 그리구 될수록 피해를 줄이자면 선손을 써서 수문을 터쳐버려야 할것 같소. 폭파로 말이요. 폭파해서 한구간을 터치면 전반적인 제방은 구원할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거요.》 위원장은 강충일중장을 돌아보며 빨리 철수명령을 내려야 하지 않겠는가고 하였다. 그러나 중장은 들었는지 말았는지 왼손으로 허리를 눌러잡은채 심각한 표정으로 아무 응대도 없었다. 한편 윤상설은 위원장과 생각을 달리하고있었다. (만약 이자리에 송철만이 있었다면 어떻게 하였을것인가. 그렇지, 그는 단연 그 안을 부정할것이다.) 《아니 위원장동무, 수문을 폭파해버리자는 소리가 그렇게도 쉽게 나옵니까? 이게 어떻게 막은 수문이라구… 안됩니다. 폭파하면 가뜩이나 무른 지반을 더 흔들어놓아 붕괴만 앞당길뿐입니다.》 《그럼 동무는 어쩌자는거요? 제방이 류동하는데 속수무책으로 구경만 하고있겠소? 최대한 손실을 줄여야 하지 않겠소.》 마주보는 위원장의 눈길도 자못 거칠었다. 《나도 구경만 하자는건 아닙니다. 그러나 폭파는 못합니다. 우선 인원과 기재들은 철수하고… 어쨌든 결과는 두고봐야 합니다.》 《결과는 무슨 결과? 붕괴되는걸?》 《왜 제방이 꼭 붕괴된다고만 생각합니까? 붕괴! 붕괴! 이 말만은 제발 그만두십시오. 밀리다가 멎어설수도 있지 않습니까?》 윤상설은 자신의 말이 상대방을 납득시키지 못하며 오히려 면박당하기나 쉽다는것을 모르지 않았지만 달리는 말할수가 없었다. 아닐세라 위원장의 얼굴에 어처구니없어 하는 기색이 나타났다. 《여보, 부위원장동무. 그것도 말이라고 하오? 그렇게 밀리다가 멎을것이면 인원이나 기재는 왜 철수하오? 그냥.》 《가만, 제가 좀 말합시다.》하고 리영선이 듣다못해 위원장의 말을 중도에서 꺾으며 끼여들었다. 《이거 왜들 이럽니까? 흥분하지 말고 토론들을 합시다. 토론들을… 감정싸움으로 시간을 보낼 때가 아닙니다.》 리영선의 충고가 옳았다. 감정마찰로 시간을 끌기엔 정황이 너무도 긴박하고 심각하였다. 위원장도 그것을 깨달은듯 윤상설에게는 더 다른 말을 않고 잠시 동안을 두었다가 강충일중장에게 물었다. 《그래 어쩔 작정이요? 부총참모장동무는…》 《나는 윤부위원장동무와 생각이 같습니다. 수문을 폭파한다는건 마감막이가 한정없이 뒤로 밀린다는, 다시 말해서 실패했다는 소린데 그걸 어떻게?… 제방이 당장 붕괴되면 몰라도 지금은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소리는 높지 않았지만 결심이 느껴지는 강경한 어조였다. 중장이 건드리지 않은 측면을 리영선이 찍어 물었다. 《하니 부총참모장동무도 인원과 기재철수에는 동의한다는거겠습니다?》 중장이 그렇다고 하자 리영선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물었다. 수문을 터치는가 마는가 하는데서는 일부 상치되는 의견들이 있었다. 그러나 인원과 기재를 철수해야 한다는 의견은 모두 같아서 강충일중장이 철수를 명령하려고 방송차 마이크를 쥐고나섰다. 《전체 군인들에게 알린다. 현장에 나와있는 전체 인원들에게 알린다. 제방이 위험에 처하였다. 제방이 류동하고있다. 각급 지휘관들은 인원과 기재들을 빨리 철수시키고 차후지시를 기다리라. 수송차와 불도젤들도 빨리 철수하라. 제방기슭에 정박한 배들과 작업선들은 대피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신속히 행동하라!》 하지만 제방우에, 혹은 경사면과 그 아래기슭에 한벌 덮이다싶이 한 수천명 군인들속에서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수송차며 불도젤들 지어 해상작업선들까지도 까딱 반응이 없어 온 건설장에 진한 액체마냥 정적이 무겁게 흘렀다. 이 어찌된 일인가? 혹시 파도소리에 삼키워 중장의 목소리가 모두의 귀에까지 미치지 못했는가? 그러나 멀리면 몰라라 저기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야 왜 듣지 못한단 말인가?… 윤상설이 그런 생각을 하고있을 때 강충일중장은 같은 명령을 다시 한번 되풀이하였다. 군인들은 그래도 움직일념을 하지 않았다. 《왜들 움직이지 않는가? 어서 철수하라. 시간이 없다. 제방이 언제 붕괴될지 모른다. 붕괴되면 인명피해가 나고 수습하지 못한다. 지휘관동무들, 빨리 기재를 철수하고 대원들을 대피시키라. 시간이 없다. 빨리…》 정적… 그러나 인차 술렁거리는 소리와 함께 일부 집단들이 벌써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미구에 그것은 전체에 파급되여 마침내 온 공사장이 소음과 움직임의 소용돌이속에 휘말려들어갔다. 수천의 군인들이 움직이고 시퍼런 배기가스를 뽑으며 수송차와 불도젤들이 으르렁거리고 바다에서는 작업선들이 움직였다. 그러나 그것은 철수를 위해서가 아니였다! 붕괴에 직면한 제방을 구원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것을 윤상설은 얼마후에야 알았다. 질통과 목도에 버럭을 가득 담아 메고 진 대렬이 달려간다. 짧은 경적을 다급히 울리며 수송차들이 줄지어 드나든다. 움직임은 바다에도 있다. 기중기선들은 철시판을 달아올리고 잠수정에서는 잠수병들이 두터운 얼음장들이 떠도는 바다에 몸을 잠근다. 꺼져내리며 류동하는 수문밑에 바싹 다가와 막돌을 쏟는 투석선들, 하늘을 찌르며 길길이 솟구쳐오르는 시뻘건 물기둥… 윤상설은 넋없는 눈으로 그 모든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생각하였다. 저들에게 철수를 명령한다는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저들은 살아도 제방과 함께 살고 죽어도 이 제방과 함께 죽기를 각오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결심을 누가 어떤 명령으로 꺾을수 있겠는가? 없다. 저들은 당을 위해, 조국을 위해 죽으라면 서슴없이 죽을 사람들이지만 그 길에서 돌려세울수는 없는 사람들이다. 아무나 보아 성미와 생김은 각각이지만 하나같이 소박하고 평범하기만 하던 전사들과 군관들… 이 시각 윤상설에게는 그들 개개 군인들이 모두 죽음을 초월한 거인으로 생각되였다. 그때 현장 지휘처 천막에서 나온 군관이 방송차쪽으로 달려오며 리영선을 찾았다. 《왜 그럽니까?》 리영선이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 《전화…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건화를 걸어오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