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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았다. 이날아침 끝살부리에는 기다리던 명절아침과도 같은 분위기가 감돌았다. 명절치고도 류다른 명절, 기쁨과 흥분, 긴장과 초조감이 한데 뒤엉킨 그런 의미심장한 날이였다. 소문이 어떻게 나갔는지 마감공사를 보겠다고 날이 밝자부터 남포와 은률쪽에서 사람들이 밀려들기 시작하였다. 그 수가 해가 떠오른 아홉시경에는 벌써 수천을 헤아려 공사장이 내려다보이는 토취장 뒤산과 피도 그리고 기본언제코숭이가 인총으로 붐비였다. 또 그때 평양에서 많은 관계부문 일군들과 출판보도계의 기자, 촬영가들까지 내려와 가물막이공사장은 마치도 중대한 국가행사를 치르는 수도의 광장을 방불케 하였다.그러나 외관상의 그러한 명절행사분위기와는 정반대로 송철만중장을 비롯한 책임일군들과 매 군인건설자들의 얼굴에는 한껏 긴장이 어리고 맡은바 일에 대한 생각으로 마음들이 무거웠다. 정각 10시, 가슴우에 쌍안경과 무선통화기를 드리우고 제방끝에 선 송철만은 드넓은 공사장일경을 한눈으로 살펴본후 손에 쥔 신호권총을 어깨우로 높이 추켜들어 방아쇠를 당겼다. 메마르고 둔한 발사음이 쌀쌀한 대기를 흔드는것과 때를 같이 하여 총구를 빠져나간 선홍색불덩이가 하늘로 날아올라 곡선을 그리며 피도 저쪽으로 사라졌다. 이 력사적인 순간을 포착하여 사방에서 사진기가 번쩍거리고 촬영기들이 분주히 돌아갔다. 신호에 맨먼저 반응한것은 수문조립을 맡은 100마력예선과 건설장의 거인인 130t배기중기였다. 기관의 웅글은 동음과 함께 부통에서 리탈된 수십t의 강철수문이 서서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마침내 필요한 높이까지 떠오른 수문은 기중기팔끝에 배치된 두명의 연공들에 의해 공간속에서 횡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침강위치를 정해야 하는것이다. 이어 해상지휘선에서 날카로운 호각소리가 언 대기를 물어찢으며 길게 울리고 수기신호가 바삐 교환되였다. 침강위치를 정했으므로 이동을 끝내고 수문을 내리우라는 소리였다. 신호에 따라 수문은 침강지점을 향해 조심조심 아래로 내려왔다. 이제 중요한것은 수문의 량모서리가 제방턱에 걸리지 않고 곧바로 제자리에 내려앉아 침강시간을 많이 얻는것이다. 리용할수 있는 시간은 기껏해야 30분, 실패하면 다시 여섯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수문은 실수없이 끊어진 두 제방사이에 무사히 내려앉았다. 숨을 죽이고 그 모든것을 살피고있던 송철만은 무선통화기를 들어 해상지휘선을 찾았다. 해상돌격대장 정대철이 응답하자 그는 수문이 물밑에서 감탕지반에 박아놓은 원통들과 제대로 접합되였는가를 확인시켰다. 곧 접합되였다는 신호가 왔다. 그러자 송철만은 즉시 수중에서의 용접을 지시하였다. 옆에서 함께 작업공정을 살피고있던 윤상설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며 속삭이듯 말했다. 《13분이 걸렸소.》 이미 여러번 진행한 모의훈련때는 지금까지의 공정이 15분안에 들어본적이 없는데 13분이면 출발이 괜찮은 셈이였다. 《용접이 어떨지 모르겠소. 수중용접이 돼서…》 《한사람이 7m정도씩 하면 되니 잘하면 거기서도 몇분가량 얻어낼수 있을거요.》 윤상설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수중용접을 위해 배당된 시간이 아직 몇분 잘 남아있는데 해상지휘선의 정대철이로부터 벌써 완료보고가 들어왔다. 《좋다! 잠수병들을 빨리 철수시키라!》 송철만은 무선통화기의 파장을 돌리고 5수송부대장과 17기계화부대장, 투석선지령장을 불러 모래와 자갈을 싣고 대기중에 있던 수송차들과 예선들에 발동을 지시했다. 미구에 고요하던 공사장이 음향의 소용돌이속에 휘말려들어가고 끝을 토취장에 둔 수송차행렬에서는 시퍼런 대기가스가 서려올라 상공을 뿌옇게 물들였다. 뒤따라 잠수병들의 철수가 보고되고 공사는 두번째단계인, 마감공사의 운명이 거기서 결정되는 수문속채움과 량익측 언제와의 련결작업으로 넘어갔다. 수송차의 맨 선두에 서있던 16대의 《자주》호가 뒤걸음질하여 넘치게 실었던 혼석을 24m 높이의 수문철통안에 쏟아붓고 적재함을 내릴새도 없이 달려나간데 이어 전체 수송차행렬이 전진을 시작하였다. 적재함에서 연해연방 쏟아져 내린 모래자갈들이 폭포처럼 수문알통속으로 떨어져 사라졌다. 그런가 하면 가물막이제방 안쪽에서는 17기계화돌격대의 300마력대형불도젤들이 이미 날라다 쌓아두었던 버럭무지를 허물어 밀어다가 수문안쪽의 옆채움을 시작하였다. 때를 같이 하여 토취장으로부터 목도를 메고 질통을 진 수천명의 군인들의 대오가 달려왔다. 소랭이에 혼석을 담아이거나 가슴에 붙안은 군관가족들과 지원자들, 학생들의 물결이 군인들을 뒤따르고있었다. 채움작업은 바다에서도 벌어지고있었다. 투석선들은 셋 혹은 네척씩 예선에 끌려 수문바깥쪽으로 바투 붙어 지나가며 막돌을 투하하였다. 그때마다 갈라진 배 밑창에서 시뻘건 흙물기둥이 겨끔내기로 솟구쳐올랐다. 수면을 들부시며 물기둥이 내려앉을제면 또 다른 몇개의 물기둥이 일시에 하늘을 치받으며 올리솟는다. 거품을 일구며 부글부글 끓어번지는 바다, 나팔소리, 북소리, 바람을 안고 펄럭이는 오색기발, 방송차방송원이 목메게 부르짖는 격동적인 호소, 호각소리, 심장의 피를 끓게 하는 고동구호들… 그런속에서 시간은 흘러 점심때도 지나고 어느덧 오후 세시경이 되였으나 사람들은 시간의 흐름을 잊고있었다. 공사를 시작한지 꼭 여섯시간이 되는 때였다.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해상지휘선에 내려가있다가 올라온 리영선부부장의 불안이 다소 풍기는 말이였다. 송철만국장이 그의 말을 받았다. 《물이 들어와도 이젠 크게 문제될건 없습니다.》 윤상설은 송철만의 장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달은 언제나 예상 못한 방향에서 나는 법이다. 그러니 한순간이라도 방심은 금물이였다. 긴장, 흥분, 시간과 함께 더욱 고조되는 전투적열의… 그런 벅찬 분위기속에서 어느덧 날이 저물었다. 채움작업은 밤을 이어 이튿날에도 계속되였다. 밀물과 썰물이 그 사이에 몇번 교차되였지만 조금때라 수위도 그리 높지 않고 닷새째되는 날 오전에는 벌써 속채움이 끝난 수문으로 사람들이 건너다닐수 있게 되였다. 수문구간의 옆채움도 적잖게 되여 버럭이 벌써 철통밑굽을 감싸며 허리까지 올라왔다. 하여 마감공사는 바야흐로 성공을 눈앞에 두고있어 책임일군들로부터 평범한 군인건설자들에 이르기까지 누구도 그 성공을 의심하지 않았다. 일은 바로 그무렵에 일어났다. 이제는 하루 전투도 대체로 끝났다고 보아 기자들과 기록영화촬영가들은 물론 책임일군들과 채움작업을 하던 구분대들마저 철수한 저녁 다섯시경, 수문옆에 있는 제방 정통들이 갑자기 우직거리면서 안쪽으로 기울기 시작하였다. 대사리때여서 가물막이 바깥의 높아진 수위에 제방이 이겨내지 못한것이였다. 이 엄중한 사태를 맨먼저 발견한것은 작업장직일을 서던 한 애어린 전사와 역시 잠수정직일을 서다가 심심한 김에 낮동안 채움작업이 얼마나 진척되였는가를 보자고 제방우에 올라왔던 잠수병 박선봉이였다. 정황이 매우 위급한데다 당황한 선봉은 무엇을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알수 없었다. 뒤늦게야 정신이 들어 소리쳤다.《여 뭘해? 빨리 지휘부에 알리라!》 그제야 전사도 펄쩍 놀라 천방지축 공사지휘부쪽으로 뛰여갔다. 선봉은 추위와 공포감에 우들우들 떨면서 제방의 변화를 감시하였다. 알통들이 수압에 밀리여 우직거리던 소리는 미구에 용접부위들이 찢기는 아츠러운 소리로 바뀌였다. 박선봉은 속이 바질바질 타기 시작했다. (야단났구나. 야단났어.) 터갈라진 제방정통과 수문사이로는 벌써 물이 흘러들며 옆채움을 한 흙과 돌들을 뭉청뭉청 뜯어삼키고있었다. 선봉이 보기에 그러한 상태로는 제방이 10분도 견디지 못하고 터져나갈것 같았다. (아니? 저거… 저거 벌써 터진것이 아닌가!) 어디선가 또 용접부위 트는 소리가 아츠럽게 들려왔다. 그의 머리속에 130t기중기선이 떠오른것이 바로 그때였다. 바쁜 경황속에서 기중기로 넘어지는 정통을 물어당기면 시간을 얻을수 있다는 생각이 번개치듯 하였다. 기중기선은 마침 수문바깔 멀지 않은곳에 정박하고있었다. 《여! 기중기, 기중기!》 선봉은 제방끝에 나가 기중기선을 내려다보며 힘껏 소리쳐 불렀다. 그리고 응답이 오자 조성된 위급한 사태와 기중기의 필요성을 팔시늉과 목소리로 력설했다. 배에서는 정황의 긴박감을 리해한것 같았다. 기관에 인차 발동을 걸더니 기중기팔을 돌려 권양고리를 드리워주었다. 연공의 경험이 있어서 쇠바줄을 길게 당겨 정통을 휘감아 고리에 거는것은 가히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기중기가 쇠바줄을 잡아당기기 시작하자 새로운 문제거리가 생겨났다. 밀물때라 수위가 높아지는데 따라 기중기선도 같이 떠오르면서 정통에 감겨진 쇠바줄이 미끄러져 올라오고있었던것이다. 그렇게 미끄러져 올라오다가 아주 벗겨지는 날엔 반충으로 정통이 단번에 넘어질수도 있었다. (아, 이 일을 어찐단 말인가? 왜 사람들은 오지 않는가?…) 선봉은 안타까와 어쩔줄 모르며 현장지휘부쪽을 바라보았다. 허나 지휘부쪽에서는 어떻게 된셈인지 아직 기척도 없었다. 그렇다고 속수무책으로 있을수도 없었다. 무슨 수를 써서도 미끄러져 올라오는 쇠바줄을 눌러 멈춰세우지 않으면 안되였다. 정통이 넘어져 제방이 터지면 마감공사가 수포로 돌아가고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명령을 관철하지 못한다. 그는 쇠바줄쪽을 무섭게 쏘아보았다. (안된다! 내가 있으면서 그런 일이… 절대로 안된다!) 쇠바줄에 온 공사장의 운명이 달려있었다. 그는 쇠장대든가 통나무를 찾아 뛰여다녔다. 그러다 옆채움을 하는 수송차들이 후진하며 제방아래로 바퀴가 떨어지는것을 방지하려고 하차위치에 가로놓은 통나무를 발견하자 무작정 둘러멨다. 그는 통나무를 지레대삼아 련결고리턱에 끼워놓고 (련결고리는 이미 끊어지고 고리턱만 남아있었다.) 반대쪽끝에 매달려 쇠바줄을 눌렀다. 쇠바줄은 일시 멈춰서는것 같더니 이내 통나무를 곧추 밀어세우며 다시 올라왔다. 차라리 통나무가 일어서지 못하게 하는 편이 나을것 같아 그는 통나무와 정통사이에 뛰여들어 발로 쇠알통을 뻗디디고 만신의 힘을 다해 잔등으로 통나무를 떠밀었다. 그제야 벗겨지며 올라오는 쇠바줄을 저지시킬수 있었다. 문제는 오래 그렇게 뻗치고있을수 없는것이였다. 벌써 다리가 떨리고 무릎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는 목을 비틀어 량어깨로 뻗쳤다. 여전히 도움의 손은 오지 않았다. 그러나 쇠바줄이 벗겨지면 마감막이가 실패하고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명령을 집행하지 못한다는 책임의식이 강렬히 솟구쳐올랐다. (그래, 뛰여나가선 안된다. 죽더라도 여기서 죽어야 한다!…) 그는 무의식중에라도 자신이 뛰여나갈것 같아 왼손가까이에 있는 쇠바줄에 팔을 휘감아 꽈-악 거머쥐였다.… 한편 그시각 끝살부리에서는 직일전사의 련락을 받은 국정치부 방송차가 도로를 질주하며 울음섞인 방송원의 다급한 목소리를 전하고있었다. 《언제가 넘어간다. 동지들! 지금 가물막이공사장에 엄중한 사태가 조성되였다. 최종막이수문옆에 있는 정통이 넘어진다. 물이 제방안으로 밀려들고있다. 전체 지휘관들과 군인동지들에게 알린다. 가물막이제방이 위험에 처하였다. 제방이 터지고있다. 빨리 현장으로 나가야겠다. 빨리… 현장으로…》 공사장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있을 때 송철만은 송관역으로 나가는 길목에 위치한 제3수송대참모부에서 중대장이상급 지휘관들과 골재운반문제를 협의하고있었다. 수문까지 닫은 상태에서 가물막이의 성공여부는 전적으로 제방을 얼마나 빨리 확장하는가 하는데 달려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지수재료와 버럭운반에 귀착되는 문제였다. 그런데 불과 보름전에 20여대의 《자주》호 자동차를 보충받음에도 불구하고 수송대는 응당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있었다. 그 문제를 풀자고 이 저녁 부대에 나와 협의회를 조직한 송철만이였다. 《이게 무슨 소리요?》 자동차수리와 관련한 수송대참모장의 설명을 듣고있던 철만은 무엇인가 중대소식을 전하는것 같은 방송원의 분명치 않은 소리에 비로소 관심하며 좌중을 둘러보았다. 《무슨 제방이 어떻다는 소리 같은데…》 부대장의 자신없이 하는 말이였다. 《옳소, 제방소리요.》 불길한 소식을 예고하듯 전화종이 다급히 울렸다. 수송대장이 전화를 받았다. 그러나 인차 현장지휘처 종합참모라면서 송수화기를 넘겨주었다. 《나요. 뭣때문이요?》 《국장동지, 빨리 들어와야겠습니다. 제방이 터집니다. 수문 바로 옆인데… 지금 130t기중기가 붙들고있습니다. 잠수병이 한명 잘못되였습니다.》 《잘못되다니, 죽었소?》 《그렇습니다. 박선봉이라구…》 이게 무슨 소린가? 선봉이가 죽다니… 도대체 거기서 무슨 일이 벌어졌단 말인가?… 송철만은 으드득 어금이를 씹었다. 그는 송화기를 놓고 급히 일어서며 수송대장에게 비상소집을 명령했다. 그리고는 방을 나와 대기하고있던 승용차에 올라 공사현장으로 내달렸다. 자연발생적이기는 해도 현장에서는 벌써 제방구조작업이 벌어지고있었다. 토취장으로부터 버럭을 담은 목도를 멨거나 질통을 진채 헐떡거리며 달려가고 달려오는 군인들과 지원자들, 소랭이를 이고들고 흙을 줄줄 흘리며 정신없이 내닫는 녀인들… 개중에는 취사장에서 곧장 뛰여나온 위생복차림에 위생모를 쓴 취사병들도 보였다. 붐비는 인파에 길이 막혀 전진을 못하고 서서 다급히 경적만 울리는 수송차들… 그런 복잡속을 뚫고 수문쪽으로 나가던 철만은 도중에 마주 달려오는 윤상설을 만났다. 《어딜 가오?》 《불도젤… 300마력불도젤이 있어야겠소. 쇠바줄이 벗어지오. 눌러줘야 하오.》 쇠바줄이 벗어진다는것이 무엇을 의미하며 불도젤은 왜 또 있어야 하는지 몰랐지만 철만은 그냥 걸으면서 무선통화기로 17기계화돌격대장을 찾아 필요한 지시를 주고는 윤상설에게 제방이 터진 원인을 따져물었다. 《얼음… 얼음때문이요. 옆채움이 아직 약한데 오늘 따라 얼음이 3m두께로 밀려들어 제방을 떠밀었소.》 그러는 사이에 두사람은 문제의 마감공사구간에 당도하였다. 기중기팔에서 뻗어나온 한오리 쇠바줄에 의해 간신히 유지되고있는 기울어진 제방을 보는 순간 철만은 등골로 줄달음쳐내리는 오한을 느꼈다. 그는 원통부재 웃도리를 휘감고 130t기중기팔로 건너간, 지금 군인들이 달라붙어 복닥거리며 쇠장대며 통나무로 눌러주고있는 쇠바줄을 발로 밟아보았다. 얼마나 많은 짐을 받았는지 팔뚝처럼 실한 쇠바줄이 핑- 핑 울기만 할뿐 탄성이 전혀 없었다. 윤상설은 손으로 쇠바줄이 정통뒤에서 빠져나온 어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 그 젊은이가 글쎄 저기 저짬에 들어가있지 않겠소. 아마 그가 그러지 않았던들 정통은 벌써 자빠진지도 오랬을거요.》 그것은 희생된 박선봉이를 두고 하는 소리였다. 《선봉이 어디 있소?》 《잠수병들이 편대에 날라들여갔소.》 철만은 선봉이한테 달려가고싶었다. 하나 그것은 제방이 무사히 구원된 다음의 일이다. 제방이 터져 가물막이가 실패하면 안된다. 박선봉의 희생이 헛된것으로 되여서는 안된다. 바로 그때문에만도 제방을 반드시 구원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그는 생각하였다. 조성된 정황이 즉시 판단되자 철만은 우선 해상작업을 하는 예선들을 소환하여 130t기중기선과 함께 기울어진 정통들을 걸어당기는 대책을 세웠다. 한편 자연발생적으로 시작되여 혼란속에 진행되는 제방구조작업을 가능한껏 조직화하면서 지휘체계를 세우려고 애썼다. 노력한 보람은 밤 10시가 넘어서야 나타나기 시작하여 차츰 혼란이 가셔지고 명령과 지시가 통하게 되였다. 그러느라니 벌써 목이 쉬여 말을 제대로 할수 없었고 혈압이 올라서 뒤목이 뻣뻣해왔다. 그런데 그보다 심각한 문제는 이미 엊그제부터 뜨끔거리기 시작한, 그래 최종막이가 끝나는 차제로 병원에 가보려고 계획하던 허리의 부상처가 급속히 재미없는 징조를 나타내는것이였다. 시간이 갈수록 동통의 주기가 잦아지고 거기에 아픔도 더해서 이제는 참는것이 여간 힘들지 않았다. 방금 또 한차례 그런 동통을 참느라고 한바탕 모지름을 쓰며 식은 땀까지 흘린 그는 아픔이 좀 덜리기 바쁘게 고무뽀트를 불러 타고 바다우에 떴다. 위험한 사태를 초보적으로 변경시키려면 수문옆을 파며 넓어지는 물곬부터 시급히 막아야 하였다. 그러나 흙가마니며 혼석포대를 집어넣고 또 집어넣어도 물곬은 막히지 않았다. 수송차가 실어다 떨군 뿔부재를 사오십개 삼키고야 물흐름은 좀 기세를 늦추었다. 거기에 막돌을 담은 쇠광주리를 던져넣고 그우에 또 흙포대를 덮씌웠다. 그래도 물은 그냥 제방밑을 파먹는다. 짜장- 짱- 용접부위가 찢기는 아츠러운 소리도 그치지 않았다. 빨리 썰물이 져야겠는데 전에는 너무 짧아서 그리도 안타깝던 정조시간이 오늘은 왜 이리도 긴지 알수 없었다. 그러나 마침내 썰물이 시작되고 용접부위가 트는 소리도 좀 뜨음해졌다. 급한 목은 넘겼다고 보아 고무뽀트를 기슭에 내다 붙이게 하고 내린 그는 또 아프기 시작하는 허리의 부상처를 왼손으로 눌러잡은채 제방경사면을 따라 올라갔다. 이번의 동통은 식은 땀을 흘리며 견뎌낸 아까의것과는 대비도 할수 없게 심하였다. 금시 허리가 끊어지는것 같고 그것을 참자니 이마에서 진땀이 뿌질뿌질 내돋았다. 그러나 주저앉으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이를 사려물고 그냥 얼어서 미끌거리는 경사지를 톱아올라갔다. 아픔이 차차 물러가면서 걸음도 가벼워지는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잠간동안의 일이였다. 한순간 그는 어떤 보이지 않는 드센 몽둥이가 척추를 후려치는것 같은 강한 아픔에 신음소리를 지르며 앞으로 푹 꼬꾸라졌다. 마감으로 의식한것은 육체가 천길나락으로 떨어져내리는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였다. 제방우에서 그러한 일들이 벌어지고있을 때 수문바깥쪽 130t기중기선 옆에 떠있는 제5잠수편대 잠수정에서는 소대장이 기울어진 알통밑의 물구멍막이를 내려가 소식이 끊어진 두 잠수병을 다급히 찾고있었다. 《…동수! …영찬이! …응답하라! …왜 응답이 없는가?… 응답하라! 영찬이… 동수동무… 왜 응답하지 않는가?…》 그러나 두 잠수병은 여전히 응답이 없었다. 그들보다 한시간 먼저 잠수하여 수문밑을 깎아내는 물곬을 메우던 장풍산중사의 작업조가 기진맥진한 몸으로 잠수정에 올라온것은 바로 그 무렵이였다. 서있을 맥도 없어 갑판에 퍼더버리고 앉은채로 펌프공들의 방조를 받아 목에 걸었던 연추며 잠수투구를 벗은 장풍산은 두 잠수병의 실종을 알자 거들어주는 펌프공들에게 다시 잠수투구를 씌워달라고 하였다. 구조잠수를 내려가려는것이였다. 소대장은 자기가 내려가겠으니 잠수정에 남아 대신 지휘를 맡아달라고 하였다. 풍산은 양보하지 않았다. 지휘는 소대장이 해야 한다고, 물밑은 자기가 잘 아니 걱정말라면서 끝내 투구를 쓰고 연추를 목게 걸자 잠수정을 떠났다. 마감공사구간이라 수심이 그리 깊지 않아서 바닥에는 인차 내려설수 있었다. 제방우에서 끊임없이 쏟아져내리는 버럭이 거기 바다밑에서는 흙탕으로 변하여 안경에 시누런 종이를 붙인것처럼 한치앞도 분간할수 없었다. 그는 정신을 바싹 도사리고 손더듬발더듬을 하여 조심조심 수문쪽으로 다가갔다. 수문주변의 바닥은 지반을 보호하기 위해 떨군 막돌과 막돌을 담은 쇠광주리와 뿔부재들이 버럭과 혼탕되여 발을 옮겨놓기 조차 힘들었다. 게다가 들물때여서 수문밑을 통해 제방안쪽으로 흘러드는 물살이 여간 세지 않았다. 자칫 잘못하여 물살에 말려들면 살아나기 힘들었다. 지금 련계가 끊어져 소대장이 애타게 찾고있는 두 잠수병도 이 물살에 말려들었기 쉬웠다. 예견한 그대로였다. 둘중 누군지는 몰라라 물구멍에 빨려들어간 동무를 가까스로 끌어내서 올려보낸 그는 다른 한명을 찾기 시작했다. 바위와 뿔부재를 무수히 에돌고 쇠광주리도 수태 타고넘으며 얼마나 찾아헤맸는지… 차차 몸이 얼어들고 힘이 진해 팔다리가 말을 잘 들어주지 않았다. 언뜻 바줄같은것이 발목에 걸리는것 같아 허리를 굽혀 만져보니 공기호스였다. 풍산은 기뻤다. 드디여 찾아낸것이다. 그런데 사람이 물곬에 깊이 빨려들어간것이 문제였다. 손에 잡히는것이 발이여서 당겨보니 끌려나오지 않았다. 물살이 너무 센데다 이제는 지칠대로 지쳐 힘이 모자랐다. 어떻게 할것인가?… 안타까움속에 그는 문득 자기 잠수복에 달려있는 공기호스를 리용하면 되리라는 생각을 했지만 주저했다. 그것은 모험치고도 아주 위태로운 모험이였다. 동무를 구원하려다가 자신이 죽을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인차 주저하는 자신을 책망하였다. 너는 무슨 그런 너절한 생각을 하는거냐?… 그는 자신의 공기호스를 등뒤로부터 끌어당겨 그것으로 동무의 두발목을 모아 단단히 묶었다. 그리고 몇걸음 물러나 감탕속에 반나마 박힌 뿔부재를 뻗디디고 끌어당겼다. 끌려왔다. 됐구나!… 그는 앞에까지 끌려나온 동무의 발목에서 자신의 생명삭을 풀어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에 그는 늘어진 자기 잠수복의 공기호스가 물구멍으로 빨려들어가면서 날카로운 바위모서리에 베여지는것을 몰랐다. 갑자기 숨이 가빠 올랐다. 이거 왜 이러는가, 왜 이리 숨이 막힐가? 아!… 그는 손으로 가슴앞의 잠수복을 헛되이 쥐여뜯었다. 몇번 그러다가 숨막히는 고통을 마감으로 느끼며 앞에 있는 뿔부재사이에 천천히 어푸러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