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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물막이마감전투를 하루 앞둔 12월 13일 아침 건설관리국지휘부는 공사에 참가하는 전체 부대, 구분대지휘관들에게 다음과 같은 지시를 하달하였다. l) 가물막이마감전투를 성과적으로 보장할데 대한 안건으로 대대, 독립중대들은 오늘 (13일)중으로 군무자총회를 진행할것. (보고는 해당 단위에 부과된 전투과업으로 대신하며 결의토론후 맹세문을 채택할것.) 2) 각급 지휘관들은 17시전으로 자기 단위의 작업준비상태를 최종적으로 다시 검토할것이며 18시까지 결과를 보고할것. 3) 일과시간에 관계없이 취침시간을 20시로 앞당기며 20시이후 일체 다른 사업을 조직하지 말것. … 상기 지시에 따라 박선봉상사(그는 엊그제 상사로 승급하였었다.)가 속한 16해상돌격대 제5잠수편대에서도 군무자총회를 진행하고 저녁 8시가 되자 모두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그무렵 박선봉은 령남리로 건너가는 련락선우에 앉아있었다. 안해한테 가는 길이였다. 요즘 그는 사는 멋이 있었다. 전번 태풍에 행방불명된 수문을 건지러가면서 보여준 용감한 소행때문에 온 부대가 떠들고 부대장으로부터 직접 상사의 군사칭호를 수여받은 그였다. 게다가 오늘 저녁에는 군무자총회 주석단에 앉는 영예를 지녔고 선참 불같은 결의토론도 하였었다. 거기에서 환기되고 더욱 상승된 감정이라고 할지… 이 저녁 그는 이상하게도 안해를 몹시 만나고싶었다. 정상적이라고 할수 없는 환경에서의 부부생활이라 언제나 그리움속에 살기마련이지만 이 저녁 그가 안해를 만나고싶은 생각은 평소에 느끼던 그런 단순한 욕망의 연장이 아니였다. 보다 몇갑절 더 강렬한, 만일 오늘밤 안해를 만나지 못하면 래일부터 시작되는 마감막이공사전투도 원만히 치르어낼것 같지 못한 위구와 조바심까지 포함된 그런 류다른 감정에서 출발한것이였다. 이윽고 배가 령남리부두에 도착하였다. 미리 갑판에 나와있다가 선체가 잔교에 채 닿기도전에 뛰여내린 선봉은 함형부재장쪽으로 뻗은 길을 따라 부지런히 걸었다. 안해 귀금은 지금도 거기 함형부재생산을 담당한 대대의 식당에서 취사근무를 돕고있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하늘같은 은총을 입어 건설장으로 돌아온 초기 그는 안해를 고향으로 돌려보내려고 했다. 그러나 귀금은 돌아가려고 하지 않았다. 갑문건설이 끝난 다음에 자기와 같이 돌아가겠다는것이였다. 그것이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은혜에 미력하게나마 보답하는 길이라고… 선봉은 그럼 이왕이면 끝살부리로 건너오라고 하였다. 안해는 그것도 거절하였다. 자기도 건너가고싶은 생각이 없지 않지만 이젠 대대군인들에게 정도 들었고 어려운 때 일껏 보살펴준 사람들을 저버린다는것이 도리에 어긋나는것 같아 차마 그렇게 못하겠다는것이였다. 이쪽이나 저쪽이나 다 옳은 소리여서 선봉은 안해의 뜻을 따를수밖에 없었다. 저만치 어둠속에 무리지어 앉은 대대병실들이 보이자 그는 안해가 아직도 식당에 있겠는지 불안스러워졌다. 없으면 숙소까지 5리길을 더 걸어야 하는것이다. 걷는것은 힘들것이 없지만 그만큼 안해를 만나는 시간이 적어지는것이 문제였다. 그러나 다행히도 귀금은 식당에 있었다. 전달을 받고 취사복차림으로 문밖에 나온 그는 어마지두 놀라며 물었다. 《아니 이 밤중에 웬일이세요?》 아무리 안해앞이라도 보고싶어왔다고 하자니 어쩐지 쑥스러운 생각이 들어서 선봉은 돌격대지휘부에 일이 있어 왔던길에 들렸노라 둘러댔다. 《아직 할 일이 많소?》 《이젠 다 했어요. 제 얼른 차비하고 나오겠으니 조금 기다려요.》 얼른 한다던 차비가 10분도 썩 지나서야 안해는 외투차림에 목도리를 바삐 둘러감으며 나왔다. 그러한 안해를 보며 선봉은 속으로 시까슬렀다. (… 사민이길 다행이지 군대복무를 했으면 굼뜨다고 밤낮 분대장한테 욕을 먹겠군!…) 식당마당을 빠져나온 그들은 바다쪽으로 내려갔다. 밤을 모르는 건설장이라 어디 가나 사람을 만나기 십상이여서 마음 편히 걸으며 밀회를 할수 있는 곳은 그래도 바다가밖에 없었다. 눈이 오려는지 오늘밤 따라 별로 날이 푸근하고 바람도 불지 않아서 좋았다. 《춥지 않으세요?》 《난 일없소. 동무가 춥겠소.》 《저도 일없어요.》 그들은 나란히 걸었다. 《집에서 편지 온건 없소?》 《접때 오곤 아직…》 왼쪽으로 점점 멀어지는 함형부재장에서는 호각소리며 철판 두드리는 소리가 간단없이 들려왔다. l기에 생산한 부재를 다 조립하고 지금 2기생산이 본격적인 단계에 들어간것이였다. 《마감공사를 한다더니요?》 《래일부터 시작이요.》 그들은 바투 붙어 걸으며 조용조용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마감공사가 그렇게 힘들다면요?》 《힘들다기보다 중요하지. 갑문건설의 운명이 거기 달려있으니까.》 《봤으면 좋겠어요. 마감공사라는걸 어떻게 하는지…》 《그러기 내가 뭐랍데. 우리한테 건너오라구.…》 선봉은 마감공사도 볼만하겠지만 앞으로는 더 볼만한 일들이 벌어질것이라고 하면서 가물막이공사가 끝난 이후의 공정들을 아는대로 이야기해주었다. 그러니 이제라도 건너오라고. 안해는 한숨을 쉬였다. 《저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이젠 안돼요.》 선봉은 안해더로 대대군인들과 헤여지기가 그렇게도 힘든가고 하였다. 그러나 귀금은 그건 문제가 아니라는것이였다. 《그럼 뭐가 문제요?》 귀금은 또 한숨을 내붙였다. 그리고는 묵묵히 걸음을 옮기다 말고 문득 자기는 아무래도 고향으로 돌아가야 할것 같다는것이였다. 가라고 할 때는 못간다고 뻗치던게 언젠데 이제와서 제편에서 스스로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니 놀라울수밖에 없었다. 《몸이 좀… 이상해졌어요.》 《몸이 왜 이상해져?》 선봉은 어디 아픈가고 물었다. 그로서는 달리 추측할수 없었다. 《아프긴… 그저… 전… 애기를…》 안해의 선언에 선봉은 한순간 가슴이 철렁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인차 기쁨으로 타올랐다. 《아니, 그게 정말이요?》 《정말 아니문…》 아!… 선봉은 뭐라고 말로 표현할수 없는 비상한 환희에 휩싸여버렸다. 이런 기쁜 소식을 듣자고 오늘 안해가 그리도 못견디게 만나보고싶었던지도 모른다. (그러니 내가 이젠 아버지로 된단 말인가?…) 그는 어두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안해란 얼마나 소중하고 신비스러운 존재인가? 나를 재생시키고 나의 분신일 새 생명을 또 키워내고있는 안해… 선봉은 북받쳐오르는 사랑의 감정에 몸을 맡기며 갑자기 안해의 두어깨를 끌어안았다. 안해의 묵직한 젖가슴이 심장을 압박하며 숨가쁘게 밀착되여온다. 안해는 작고 가냘픈 몸을 그의 육체에 녹여붙인다. 하지만 선봉은 그 연약한 녀인의 몸에 자신의 커다란 육신이 녹아사라지는것처럼 의식되였다.
한편 그 시각 끝살부리 현장지휘부에서는 윤상설부위원장과 송철만국장이 장탁우에 마감공사작전도를 놓고 마주앉아 래일의 전투와 관련한 심중한 론의를 거듭하고있었다. 론의가 시작된것은 이미 세시간전이여서 쌀을 담으면 한되박이나 들 큼직한 유리재털이에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이고 두사람 다 어지간히 지친 인상들이였다. 《나보기엔 암만해두 이 어방이 미타해보이는데… 공사를 한주일쯤 늦구지 않겠소? 무슨 사달이 난다면 분명 여기서 나지 다른데선 날것 같지 않구만.》 왼편 손바닥에 무거운 머리를 받고 앉아 시공도를 들여다보던 윤상설은 아무래도 마을을 놓을수 없어 이미 론의권밖으로 밀려난 문제를 또 꺼들었다. 그가 우려하는 《이 어방》이란 마감공사구간의 량쪽 감탕지대였다. 전투가 벌어져 일단 수문을 닫으면 단 며칠사이 그우에 수만㎥의 모래와 돌이 실리게 되는데 지반이 감탕층이라 그 무게에 눌려 량쪽이 부풀어오르기 시작하는 경우엔 그야말로 난사였다. 지반과 함께 수문이 요동하고 거기에 조수의 힘이 가해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수 없었다. 물론 그것을 예견하여 부풀어오를수 있는 량쪽 감탕구역에 지난 두달동안 수천㎥의 막돌을 투석하여 눌러주기는 했지만 공사기일이 박두한 관계로 불안한 구석을 남겼던것이다. 그러나 송철만에게는 그의 우려가 납득되지 않았다. 그는 벌써 이마에 신경질을 내붙이고있었다. 《아니, 그 정말 답답하구만. 날이 밝으면 당장 공사를 시작할 판에 이제 와서 한주일을 늦춰선 뭐 어쩌자는거요? 안되오, 사달도 나지 않거니와 설사 난다 해도 공사는 계획대로 내밀어야 하오. 물러날 작정은 아예 하지부터 않는게 좋소.》 《허허허…》 상설은 웃을수밖에 없었다. 만사를 땅크처럼 냅다 미는것으로만 해결하려는 그의 성미도 우스운데가 있지만 미련한 곰이야기가 떠올랐던것이다. 그런줄도 모르고 송철만은 지릅떠보며 웃는 까닭을 따져물었다. 상설은 동문서답으로 곰이란 놈을 어떻게 잡는지 아는가고 물었다. 송철만은 대수롭지 않게 총으로 쏘아잡지 어떻게 잡겠는가고 대꾸하며 담배불을 갈아붙였다. 《군대니까 그저 총밖엔 모르는군… 곰이 다니는 길목에 큼직한 바위돌을 둥둥 매달아놓는단 말이요. 그럼 곰이란놈이 어슬렁거리며 지나가다가 머리로 그걸 받을게 아니겠소. 아프거던… 밸이 난김에 한발 물러섰다가 좀 세게 받아보지. 그래도 골만 아프고 바위돌은 그냥 매달려있단 말이요. 곰이란 놈은 그만 악이 나서 이번엔 더 많이 물러섰다가 죽을내기로 내받소. 그러다가 골이 터져 죽는단 말이요. 아까운 총알을 없앨게 있소?》 그제서야 송철만은 깨도가 된듯 눈을 지릅떴다. 《그럼 내가 그 미련한 곰이나 같다는거요?》 《다른게 뭐이요? 사달이 나도 공사는 내밀어야 한다… 여보, 그 사달이라는게 어떤겐지나 알구 그러오? 만일 사달이 나면 내나 당신이나 다 목을 내놓아야 하오. 그 책임이 어떤것인줄 알기나 하오?… 문제가 이렇게 서는데 공사를 며칠 늦구는걸 가지구 왜 그리 신경을 쓰오.》 《왜 신경을 쓰는가?》 송철만은 그렇게 전제하고는 담배를 연거퍼 몇모금 빨았다.《그건 이래서요. 이달 24일경에 우리 인민군당전원회의가 있소. 나는 그 회의에서 토론할 과업을 받았소. 왜 많고많은 사람들중에 하필 나를 토론시키겠소?》 《그야 가물막이를 끝냈다는 소리를 듣자는거겠지. 당신도 그 말을 하고싶을게구.》 송철만은 입을 꾹 다물고 긍정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러한 욕심도 없지는 않소. 하지만 나는 군인이요. 군인은 명령을 수행하지 못하고는 그런 연단에 나설 자격이 없소. 군인의 존엄이란 명령을 수행한 거기에 있소. 알겠소?》 상설은 공감되는바가 없지 않았다.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면 자기도 같은 립장일것이였다. 《젠장, 그렇거든 한번 밀어보기요. 백가지 조건을 다 맞추면서야 어느 하가에 갑문을 건설하겠소!》 《흠, 이제야 비단섬때의 윤상설이 비슷하군.》 송철만은 드넓은 어깨를 들썩거리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진정 기뻤다. 그칠줄 모르는 장마비를 맞으며 비단섬제방을 쌓던 17년전 8월로 되돌아간 심정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