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살부리는 대동강이 서해와 합류되는 수역에서 20리 날바다를 사이에 두고 멀리 남포시 령남리가 건너다 보이는 은률군의 외진 바다기슭이다. 바다쪽으로 얼마간 삐여져나간 새부리 같은 제모양새의 이름을 겨우 가진 이 돌출부앞에는 자그마한 섬이 두개 있다. 둘레가 2~3백m가량 되고 뒤집어놓은 종바리모양의 큰것은 피도고 그옆의 작은것은 옥도인데 지리학명으로 《피도수도》라고 하는, 먼바다에서 송림과 남포항으로 들어오는 배길이 그 섬과 끝살부리사이로 지나갔다. 그때문에 피도에는 등대탑이 있고 등대원의 집도 두어채 있지만 그밖에는 섬에도 뭍에도 더는 인가가 없어 어찌 보면 이곳은 완전히 세상의 버림을 받은것 같은 적막한 고장이였다. 하지만 세상이 내버린 땅이란 없는가보다. 해종일 보이고 들리느니 지나가는 배고동이 아니면 갈매기울음과 바람소리뿐이던 이 황량한 땅, 끝살부리가 갑문건설자―군인들이 들어온 뒤로는 갑자기 천년잠에서 깨여났다. 이른아침. 면내의바람으로 손에 세면도구를 말아쥔 한개 소대가량의 군인들이 가설건물촌을 빠져나와 끝살부리코숭이를 향해 달려가고있었다. 금방 기상하여 아직 잠기를 다 털지 못한데다 길까지 나빠서 군인들의 뛰는 동작이 좀 어색하고 대렬면모가 째이지 못한 감은 있지만 리해는 되였다. 그러나 지금 대오를 이끄는 박선봉에게는 그것이 참을수 없는것이였다. 그래 눈을 붉히며―발을 맞추라, 거리간격을 좁히라, 왜 뒤꼬리가 늘어지느냐 하고 그냥 잔소리를 하지만 별로 나아지는것은 없고 높아지는건 병사들의 헐떡거리는 숨소리뿐이였다. 그때문에 더욱 화가 난 박선봉은 달리던 대렬을 《제자리 구보롯!》시켰다. 그리고는 헐떡거리며 제자리뜀을 하는 대원들에게 무슨 군대가 이 모양인가, 동무들 본래 있던 부대에선 대렬훈련을 전혀 하지 않았는가 하고 한바탕 추궁을 한뒤 다시 대오를 출발시켰다. 선봉이 지금 그처럼 잔소리를 많이 하며 엄하게 대렬을 다스리는것은 그것이 군사규정상 요구인것도 있지만 다른 리유도 있었다. 그의 소대는 이미 와있던 구분대들과는 달리 인민군관하의 여러 부대들에서 와서 여기 건설장에 맞게 다시한번 선발된, 주로 초기군무사관이 아니면 복무년한이 비교적 긴 구대원들로 무어진 16해상돌격대소속의 연공소대였다. 새로 무어진 소대이기때문에 처음부터 단단히 틀어쥐지 않으면 대원들이 자기 부소대장을 우습게 여기며 제멋대로 놀아날 요소가 있었다. 군대의 사관이라면 누구에게나 있기마련인 그런 자존심과 선입견이 박선봉에게는 남달리 강하다고 할가? 하기는 그래서 이 아침 소대를 이끌고 끝살부리코숭이로 나가면서 그는 더구나 엄하게 대원들을 다스리는것이였다. 소대는 그새 병실건설을 끝내고 지금은 연공작업을 위한 전습을 받고있었다. 편성된지는 오래지 않지만 모두 선발된 구대원들이라 일솜씨가 걸싸고 서로에 대한 리해와 감정의 융합도 빨랐다. 그런데 어제 오후에 뜻밖의 《사건》이 일어났다. 사건이라야 별것은 아니고 두 대원이 들어오는 밀물이 더 세냐 나가는 썰물이 더 세냐 하는 우스운 문제를 가지고 싱갱이를 시작한것이 발단으로 되여 나중에는 온 소대가 두 패로 갈라져 밀물이다 썰물이다 하며 와짝 떠들어댄것이 사건이라면 사건이였다. 박선봉은 어느 편에도 가담하지 않았다. 량강도 삼수내기여서 바다를 잘 모르기도 했지만 부소대장으로서 대원들과 같이 입씨름을 한다는것이 위신없게 생각되였던것이다. 그러나 그는 앞으로 연공작업을 잘하기 위해서도 밀물이 더 센지 썰물이 더 센지 반드시 증명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견습을 받으면서도 그는 줄곧 그 방법을 생각하였다. 그러나 끝내 방책이 떠오르지 않아 단념하고 말았는데 뜻밖에도 밤에 잠자리에서 전에 어디선가 들은, 서해바다의 밀물과 썰물이 얼핏 보기엔 얌전히 드나드는것 같지만 집채 같은 바위도 공기돌처럼 굴러간다는 말이 생각나면서 방법이 떠올랐다. 그는 잠자리를 차고 일어나 옷을 주어입었다. 그리고 낮에 문제를 야기시킨 두 대원을 깨워 밖에 나오라 하고는 먼저 나와 마당구석으로 갔다. 거기에는 병실작업때 트라스를 만들고 남은 백㎜ 산형강이 몇대 쌓여있었다. 그는 두 대원이 나오자 그중의 한대를 골라 메워가지고 끝살부리코숭이로 나갔다. 선봉은 그 산형강을 밀물과 썰물이 드나드는 깊이로 바위짬에 단단히 꽂아놓을 작정이였다. 그러면 밤사이에 조수가 들어왔다 나가면서 산형강을 휘여놓기가 십상인데(밀썰물이 집채같은 바위돌도 몇십리씩 굴려간다니까.) 어느쪽으로 휘였는가 하는데 따라 밀물이 더 센지 썰물이 더 센지 증명되리라는것이 그가 고안해낸 방법이였다. 지금 소대는 세수를 하는겸 그것을 확인하러 가는 길이였다. 대렬이 물녘에 도착하자 선봉은 소대를 헤쳤시키고 어제밤에 동행했던 두 대원을 불러 물가에 내려가 산형강을 뽑아오게 했다. 그리고는 량손으로 허리를 짚은채 물건너 피도를 바라보며 결과를 점쳐보았다. 과연 산형강이 밤새 휘였겠는가? 휘였다면 어느쪽으로 휘였겠는가? 차라리 혼자 나와 알아볼걸 소대를 다 끌고 나오지 않았는가? 하고… 그런데 두 대원이 물가에서 뽑아 메고오는 산형강을 보니 원 저런!… 휘여도 보통으로 휜것이 아니라 이리저리 마구 비틀려 꼭 엿가락을 방불케 하였다. 그제야 대원들은 영문을 알아차렸는지 산형강을 둘러싸고 저마끔 떠들기 시작했다. 《여여, 이게 정말 꼿꼿하던게 맞긴 맞어?》 《맞지 않구. 병실마당에서 메온거라니까.》 《히야, 조수라는걸 우습게 알았더니 굉장한 힘을 가지고있는걸 …》 《그래서 발전소까지 건설한다지 않는가…》 중구난방으로 떠들어대는 그 마당에서 오히려 말을 하지 못한것은 박선봉이였다. 제가 고안해내고 어느정도 예견까지 했던 일이지만 정작 손바닥처럼 두터운 산형강이 엿가락처럼 비틀어진것을 보자 그는 밀물과 썰물의 세기를 두고 론쟁을 벌린것이 매우 필요한 일로 여겨지면서 바다라는것 자체의 위력에 놀라움을 금할수 없었다. 바다! 이것이 바다란 말인가? 조용히 드나드는 조수의 힘이 이럴진대 해일이나 태풍의 바다는 얼마나 거대한 힘을 가지고있을것인가?… 그는 군관들이 마음의 준비부터 단단히 가지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던 말의 참뜻이 비로소 리해되는것 같았다. 하기는 그래서 건설을 우리한테 맡겼을것이다. 우리야 돌격명령만 내리면 죽음도 떳떳이 맞받아나갈줄 아는 영웅적조선인민군군인들이 아닌가. 좋다. 어디 한번 겨루어보자. 누가 못견디는지… 생각이 거기에 이르러 선봉은 소대를 모엿시켰다. 그리고 병사들이 두줄로 횡대를 짓자 량손으로 허리를 짚은채 대렬앞에 버티고 섰다. 《동무네들 보라. 이게 바다란 말이야. 자! 저 산형강이 엿가락처럼 된걸 보면 알겠지만 밀물이 세다거나 썰물이 약하다고 하는건 애당초 문제거리도 되지 않아. 다 세지 … 그렇다고 동무네 바다를 무서워할건 없다는걸 알아야 해. 바다를 무서워 해서야 무슨 일을 치겠는가? 군대가 말이야.… 어쨌든 우리가 맡은 갑문건설이 얼마나 거창한가를 알아야 해.》 그는 자기가 뭘 말하자는것인지 알겠는가고 물었다. 대원들이 합창으로 알겠다고 대답하자 선봉은 그제야 흡족해하며 다시 대렬을 헤쳐 세수를 시켰다. 끝살부리는 실개울조차 없는 메마른 고장이다. 산밑에 샘터가 몇군데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음료수로도 모자라는 형편이였다. 때문에 군인건설자들은 음료수를 절약하기 위해 세수나 작업이 끝난뒤 손발을 씻는것은 다 바다물을 리용하고 빨래 같은것은 송관리소재지 근방에 있는 저수지를 리용하는데 거리가 멀어서 여간 불편하지 않았다. 대원들이 세수를 끝내자 선봉은 대렬을 정돈해가지고 귀로에 올랐다. 다른 구대원들은 그때쯤에야 세수하러 나오고있었는데 미구에 물녘은 세수하는 군인들로 하얗게 덮여 발들여밀 짬조차 없을 지경으로 되였다. 선봉은 올 때처럼 구보로 달린다거나 늘어지지 말라는 식으로 대원들을 들볶지는 않고 자유롭게 걸으며 이야기하도록 내버려두고 자신은 대렬뒤에서 걸었다. 한 대원이 대렬에서 떨어져 슬그머니 옆으로 다가왔다. 그는 앞서 복무하던 군부대의 도하대대에서 갑문건설장에 함께 온것때문에 현재까지는 소대안에서 그중 통하는 친구였다. 그러나 선봉은 다른 대원들이 보는 앞에서는 절대로 그런체를 하지 않는다. 구성이 복잡한 소대안에서 사사로운 관계가 로출되면 규률을 세우는데 유해로운 작용을 할수 있기때문이다. 지금도 그런 리유로 왜 제멋대로 대렬에서 리탈하는가고 꾸중하려는데 대원이 먼저 《들었습니까?》 하고 밑도끝도 없이 묻는것이였다. 《뭘?》 선봉은 퉁명스럽게 되물었다. 《송철만부사령관동지가 우리 갑문건설국장으로 온다는 소리가 있습니다.》 처음 듣는 소리라 선봉은 대뜸 눈이 둥그래졌다. 《그거 누가 그럽데.》 《어제 국지휘부에 련락갔다가 들었지요. 국장으로 임명받고 인계사업때문에 군부대에 내려갔는데 며칠이내로 올거랍니다.》 선봉은 갑문건설장으로 소환되기 전날 전투준비검열차로 내려온 군부대부사령관과 장기판을 마주하고 앉았던 일이 생각났다. 비록 몇수 못놓기는 했지만 일개 하사관이 장령과 마주앉아 장기를 두었다는것은 그 자체로서 큰 자랑이 아닐수 없었다. 게다가 부사령관은 후에 승부를 져루자고 약속까지 했었다. 그 약속을 실행 못해보고 떠나는것때문에 아쉬워한바도 없지 않았는데 부사령관이 갑문건설국장으로 왔다면 어쨌든 좋은 일이다. 그는 우정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장기를 꼭 겨루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는사이에 대렬은 야전천막들과 가설건물들이 있는 주둔지역 초입에 이르렀다. 저만치 십여m 앞에서 대렬도 짓지 않은 여러명의 해병들이 마주오고있었다. 무심한 눈길로 그들 해병들을 바라보던 선봉은 한순간 저도 모르게 걸음을 늦추며 눈이 커졌다. 마주오는 그 해병들속에 신통히도 중학시절의 동무와 비슷한 중사가 있었던것이다. 지난해 휴가차로 고향에 가서 들은 소식에 의하면 한해사이로 군대에 입대한 동창생 역시 해병이고 중사였다. 하지만 군대에 한해 먼저 입대한 뒤로 지금껏 만나본적이 없었으므로 확신은 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우물쭈물할 박선봉이 아니였다. 《여, 해병중사. 동무 장풍산이 아니야?》 그러자 뒤에 섰던 해병들이 먼저 돌아다보고 중사는 뒤늦게야 돌아섰는데 잠시 의아한 눈길로 바라보더니 드디여 환성을 올렸다. 《이게 누구야?… 선봉이!》 선봉은 달려가 마주 서자마자 주먹으로 친구의 담벽같은 가슴을 한번 내질렀다. 저쪽도 마주 웃으며 주먹을 들어 그의 가슴을 툭 쳤다. 그 다음 둘은 어깨와 팔을 마주 붙안은채 서로 변한 모습을 뜯어보았다. 선봉은 친구가 중학시절보다 키는 별로 크지 못하여 자기보다 거의 한뽐은 작을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작은 대신 옆으로 퍼진 단단한 체구에서는 억센 힘이 느껴지고 깎아 다듬은것 같은 네모진 얼굴과 순하면서도 크고 검은 눈에서는 허투로 대할수 없는 위엄조차 풍기였다. 장풍산의 눈에 갑자기 장난궂은 미소가 피여났다. 선봉은 이제 그가 무슨 말을 하리라는것을 대뜸 짐작하였다. 아닐세라 풍산은 어떻게 알았는지 휴가가서 장가들었다는게 사실이냐고 따지고들었다. 이럴 때는 맞받아나가는것이 현명한 처사라 선봉은 한술 더 떴다. 《장가?… 장가야 언제적 일이라구. 떡돌 같은 아들놈까지 봤는데…》 풍산은 눈이 다 퀭―해졌다. 《어허, 그럼 벌써 아이아버지야? 나보다 나이가 우이지만 원 저런 … 그래 색신 누구네 집 딸이야?》 《마을 인민학교교원인데… 처켠은 다 읍거리에 있지.》 《교원에 읍거리출신, 미인이겠군그래.》 《모르겠어. 미인인지 박색인지 …》 선봉으로서는 그것이 처자랑을 하기 멋적어서 하는 소리만은 아니였다. 로환으로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할아버지가 죽기전에 장손며느리를 봐야겠다고 그냥 고집하는통에 초기근무사관으로 첫 휴가때 기일을 사흘 앞두고 장가를 들기는 했지만 교원이 몇이 안되는 산골학교여서 신부는 그 사흘동안에도 낮이면 학교에 나가 수업을 하지 않으면 안되였다. 그러다보니 선봉은 겨우 사흘밤을 함께 지낸셈이라 지금도 안해를 생각하면 꿈에 본 사람처럼 아리숭하기만 할뿐 구체적인 표상은 잘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선봉은 안해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하고싶지 않아서 《그런데 말이야.》 하고 주동적으로 화제를 돌렸다. 《동무네 해병들도 갑문을 건설하러 왔나?》 《갑문건설을 오지 않으면 놀러 왔겠나? 이제 두고보지, 우리 해병들이 없인 아무 일도 못하는걸…》 말하는 품이 풍산은 해병으로서의 긍지가 이만저만이 아닌것 같았다. 선봉은 속으로 좀 우습게 생각하면서도 내색은 하지 않고 넌지시 물었다. 《동무네가 하는 일이 뭐게?》 《그야 잠수작업이지,》 《여, 잠수… 난 연공일세.》 《오-라, 연공 … 그러니 우린 다같이 갑문건설의 제일선을 맡은 셈이군그래.》 《그런것 같네. 하나는 물우에서, 하나는 물밑에서… 한번 본때를 보이자구.》 《그럽세.》 그들은 저녁에 다시 만나기로 약숙하고 헤여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