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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물막이마감공사를 년중에 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군중속에서 어떤 방안이 나오는가 하는데 달려있었다. 때문에 윤상설은 6개월짜리 마감공사시공설계에 대한 군중심사의견을 종합하고 검토하는 사업을 자신이 직접 주관하였다. 그러나 30여명의 과학자돌격대원들을 인입하여 벌써 일주일째 진행하고있는 심사의견 검토과정에서는 아직 이렇다할 소득이 없었다. 각 단위에서 초보적으로 검토, 선출한것임에도 불구하고 올라온 의견서는 수만장이나 되였는데 대부분이 군인들의것이였다. 어디서 났는지 제법 청사지에 생각을 설계로 옮겼는가 하면 군인수첩에서 떼낸 종이나 전투속보용지뒤등에 연필로 또박또박 써넣은것도 있었다. 그렇게 백이나 천이 다 규격도 내용도 각각인 인간지혜의 전시장과도 같은 그 의견서들을 보느라면 재미도 있고 어이도 없고 기막힌 나머지 한바탕 웃음을 터치게 되는것도 있었다. 어제는 돌격대 대장이 이걸 좀 보라면서 들고왔길래 보니 계단식으로 고도를 취한 다섯대의 직승기가 각각 두개씩 묶은 원통형부재를 마감공사구간에 폭탄처럼 투하하는 장면이 그려져있었는데 뒤장의 설명서에는 이런 《훈시》까지 씌여있었다. 《과학자선생님들, 왜 이런 대담하고 현대적인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합니까? 지반이 감탕인 조건에서 직승기를 리용하여 조금때 이렇게 떨구면 원통부재가 감탕속에 푹푹 박히면서 마감막이가 단번에 될게 아닙니까? 병사의 명예를 걸고 장담하는데 가물막이를 금년중에 끝내자면 반드시 이런 방법으로 해야 합니다. 우리는 과학자선생님들의 금후활동을 주시할것입니다. 건투를 바라면서.》 《허허허, 이건 의견서라기보다 경고장 같구만. 금후활동을 주시하겠다?… 허허허.》 그러한 엉터리의견서들이 있는 반면에 대부분은 고심한 흔적이 뚜렷이 보이고 무엇인가 생각하게 하는 의견서들이였다. 개중에는 그 착상이 아주 기발하고 엉뚱하여 놀라움을 자아내는것들도 없지 않았는데 원리상 공법으로 발전시킬 가치가 없거나 실천적으로 가능성이 보이지 않아서 기각시키기는 하지만 개개의 의견서에 박혀있는 씨알들이 아까와 과학자돌격대 책임자에게 단 한장도 소홀히 하지 말고 잘 건사해두도록 지시하였다. 6개월짜리 마감공사설계심사에는 갑문건설에 동원된 과학자, 기술자들도 전원 참가하였다. 그들이 제출한 의견서는 윤상설이 직접 검토하였다. 그에게는 그래도 어떤 묘안이 나온다면 틀림없이 그들 과학자들의 머리속에서 나올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래서 의견서검토도 직접 맡아나섰는데 아직 걷어쥔것이 없어 그는 요새 몹시 초조감을 느끼고있었다. 오늘도 만사를 제껴놓고 아침부터 《2월17일과학자돌격대》참모장의 방에서 앞상을 차지하고 앉아 수십건의 심사의견서를 검토했지만 점심시간이 다 된 지금까지도 이렇다할 소득을 얻지 못한 그였다. 이제는 머리도 무겁고 한두건 더 보고는 그만두자고 생각하며 손에 잡히는대로 펼쳐본 의견서가 뜻밖에도 유정의것이여서 그는 혹시 하는 기대속에 류다른 관심을 가지고 검토해보았다.
…심사에 제출된 설계에서 시공기간이 6개월로 길어진 주되는 원인은 공사의 안전성을 많이 추구한 결과
최종막이구간(60m)을 필요이상 넓게 잡고 (넓은만큼 물동량이 많이 움직이게 되며 그것은 곧 시간과 정비례된다.) 공법을
소극적인것으로 선택한데 있다. 따라서 상기 결함을 극복하고 공사기한을 좁히는것과 함께 수문에 의한 단번막이공법을 선택해야 가능하다고
본다. (함형부재수문에 의한 단번막이?…) 최종막이를 수문으로 할데 대한 의견을 제기한 사람들은 일부 있었지만 함형부재를 수문으로 리용할수 있다고 본것은 유정이가 처음이여서 그는 흥미가 없지 않았다. 별지로 첨부된 그의 의도는 한마디로 최종막이구간을 45m로 좁히고 대형함형부재를 만들어서 침강시키는 방법으로 최종막이를 결속하는데 시공기간은 2개월이면 충분하였다. 착상이 아주 엉뚱한가 하면 대담하기도 해서 당사자를 불렀다. 유정은 웬일인가 싶은지 어리둥절한 표정이더니 이내 불려온 까닭을 짐작한듯 몸가짐이 긴장해졌다. 《어서 앉으라구. 의견서를 보고 의문점이 있어서 오라했는데 유정인 이래저래 함형부재와 인연이 깊군 그래 응?》 아들과 련관된 지난번 일을 념두에 두며 상설은 너그러운 어조로 말했다. 《건설장에 와서 배웠다는게 그것밖에 없다보니…》 부끄러운듯 처녀가 말꼬리를 삼키며 고개를 숙이였다. 《수리공학전문가가 함형부재를 잘 알아도 큰 재산이지. 그러니 이런 대담한 의견도 내놓는게구.》 그렇게 고무적인 말을 해주며 그는 처녀가 내놓은 시공방법의 착안경위를 물었다. 경위는 단순했다. 끝살부리에서 16해상부대 군인들이 하는 철배침강조립을 보고 거기에 철배대신 함형부재를 대입한것이였다. 그런데 바로 그 대입에 문제점이 있었다. 즉 가물막이언제를 구성하고있는 철원통부재와 콩크리트함형부재를 최종적으로 어떻게 련결시키겠는가 하는것을 해결하지 못한것이였다. 유정은 아래입술만 그저 감쳐물뿐 그에 대한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였다. 《그게 난문제입니다. 부재수문과 제방을 잇는것이…》 과학자돌격대 참모장의 말이였다. 상설은 얼핏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순대콩크리트>로 안될가?》 그가 말하는 《순대콩크리트》란 가물막이공사장에서 철배알통과 알통사이에 늘어뜨린 수십메터의 순대처럼 긴 자루속에 세멘트혼합물을 떨구어 짬을 메우는 방법이다. 이것 역시 병사들의 창안품이였다. 그러고보면 결국 그들은 이래저래 군대식사고방식에 떠밀리우고있는 셈이였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돌격대참모장에 의해 부정되였다. 한쪽이 철통이고 한쪽이 함형부재인 조건에서 《순대콩크리트》로는 부착도 어렵고 안정성을 담보할수 없었던것이다. 결국 착안을 과학자돌격대에서 더 연구해볼데 대한 의견을 주는것으로 락착되였다. 유정이가 돌아간 뒤 담배에 불을 붙인 윤상설은 돌격대참모장에게 처녀의 나이를 물어보았다. 참모장은 스물일곱인가 된다고 분명치는 않은 대답을 하더니 짚이는 생각이 있는 모양 되묻는것이였다. 《집에 총각이 있는가 봅니다?》 《한놈있소. 서른두살이나 처먹은놈이…》 아들의 혼사문제를 생각하면 그는 매양 신경부터 돋아서 저절로 말이 곱지 않게 나가는것이였다. 《서른둘이면 이젠 치워야겠습니다.》 《치우기는 치워야겠는데 처녀가 마땅한게 없어 그러지 않소.》 아들의 괴벽때문에 어쩌지 못한다는 소리는 집안의 허물같아 차마 하지 못하고 그렇게 둘러댔다. 《이자 그 처녀 어떻습니까?》 《글쎄… 겉보긴 괜찮은것 같은데 속은 어떤지.…》 《속이야 더 곱지요. 교양이 있구 성격도 원만하구… 과학자로선 모르겠지만 며느리감으로선 나무랄데 없는 처녀입니다.》 그러니 욕심이 나거든 말하라는것이였다. 제가 다리를 놓아 주겠다고… 《욕심은 나오. 헌데 연구사처녀가 군관한테 시집가자고 할가?》 윤상설은 그 측면에서는 아무래도 자신이 없었다. 돌격대참모장도 그것은 예견 못했던지 약간 놀라는 눈치였다. 《아들이 군관입니까?》 《대대장노릇을 하오. 소좌구.…》 《소좌에 대대장… 일없습니다. 연구사처녀가 군관한테 시집가면 코가 삐뚤어진답디까? 사실 녀자의 천직이야 아이를 낳아키우고 집안살림을 잘하는게지 연구사업은 아니지요.》 《그런 락후한 소리는 하지 마오. 녀자라구 왜 연구사업을 못하겠소?》 그런 소리는 귀담지 않고 참모장은 제가 나서면 만사가 다 해결되는것처럼 자신만만해하였다. 《그럼 한번 다리를 놓아보오.》 오후에도 그는 의견서검토를 계속하였다. 처음 맞다들린것은 역시 수리공학연구소 연구사인 함박사의 심사의견서였다. 그런데 박사의 견해나 제기한 마감공사방법이 점심전에 본 유정이의 방식과 매우 류사한가 하면 근본적으로 차이난다는 점에서 커다란 주목을 끌었다. 류사한것은 둘다 최종막이구간을 좁히면서 수문으로 일거에 결속한다는 점이고 근본적인 차이는 유정이가 수문으로 함형부재를 예견한 반면에 함박사는 일정한 높이 (표고 3-5M)의 수문턱을 조성한 상태에서 정통을 여러개 묶어 수문으로 리용할 계획이였다. 다시 말하여 함박사의 방법은 유정이의 난점이던 량쪽 수문과 제방의 련결을 용이케 하고 수문턱을 만들어줌으로써 시공기한도 더 단축할수 있는 여지를 주고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상설의 시선을 끈것은 함박사가 마지막에 참고표를 지르고 써넣은 사항이였다. 그 사항에서 박사는 해상돌격대 연공들의 사심없는 의견이 마감공사공법을 완성하는데 큰 도움으로 되였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하고있었다. 박사의 겸손성에 대한 존경도 존경이지만 윤상설은 군인들의 대중적지혜에 대한 감동을 더 금할수가 없었다. 그는 흥분으로 가슴이 후둑후둑 뛰는것을 느끼며 급히 웃주머니에서 전자수산기를 꺼내놓고 시공에 소요되는 기간을 추산해보았다. 준비기간을 제외하고 마감막이에 필요한 시간이 줄잡아 20일을 넘지 않았다. 혹시 흥분한 김에 잘못 계산하지 않았는가싶어 다시 계산해보았으나 같은 답이 도출되였다. 그는 기쁨을 금할수 없어 주먹으로 장탁을 쾅! 내리치며 흥분하여 웨쳤다. 《됐소! 먹었소! 바로 이거요! 마감공사는 반드시 이렇게 되야 하오.》 그는 놀라 안경너머로 눈이 둥그래 쳐다보는 돌격대참모장에게 함박사의 착상과 공법의 원리를 설명해주었다. 돌격대참모장도 착상의 실천적가능성과 의의를 인정하며 기뻐하였다. 《다 모이라고 하오.》 그는 함박사의 착상을 공개토론에 붙여보고 다른 문제가 없으면 저리 마감공사공법으로 눌러놓을 심산이였다. 윤상설은 흥분을 가라앉힐수가 없었다. 함박사가 대중적지혜에 의거했기에 좋은 안을 제기했다는 생각이 새삼스러워졌다. 하기는 이 몇해째 군인들도 악전고투하면서 기술실무적으로 훨씬 성장했다. 그들은 실천속에서 수리공학을 배우고있었다. 그들이 전문가들에게 주는 암시나 착상은 결코 우연한것이 아니였다. 바다를 대적한 힘겨운 싸움에서 눈물겨운 희생도 있고 참기 어겨운 육체적고통을 이겨내면서 어쨌든 승리의 날로 달려가고있었다. (그렇다. 대중적영웅주의! 대중의 지혜!…) 바로 그것을 오늘처럼 깊이 느끼지 못한 까닭에 갑문건설기한을 그렇듯 늦잡았던것이며 5년계획을 놀라와하며 자신심을 못가졌던것이다. 이윽고 전체 과학자돌격대원들이 회의실이기도한 식당칸으로 모였다. 무슨 일때문인지 몰라 웅성거리는중에 윤상설은 아무런 설명없이 배식구와 퇴식구사이의 벽 웃쪽에 걸려있는 너비가 2m가량 되고 높이가 lm쯤 되는 흑판앞에 함박사를 불러내여 그가 완성한 마감공사공법을 설명케 하였다. 그리고 박사가 설명을 끝내자 의견들을 제기해보라고 하였다. 《기탄없이들 말하시오, 아니면 아니라던가, 좋다면 더 합리적으로 변경시킬수는 없겠는가?…》 그러나 한참이 지나도록 누구도 의견을 제기하지 않았나. 이런 때는 의도적으로 선코를 떼놓을 필요가 있다고보아 그는 유정이를 불러세워 견해를 내놓게 하였다. 처녀는 자기의 착안에서 난점이던 문제를 함박사가 어떻게 해결하였는가를 충분히 리해한듯 수문턱의 조성과 새로운 수문의 합리성을 론증하더니 자격지심이 느껴지는 어조로 많이 배웠다고 하며 앉았다. 이어 몇사람이 의문되는 점들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여 함박사가 필요한 대답을 하였다. 론의는 그 다음부터 활발하게 벌어졌다. 공법이 너무 대담하여 불안을 느끼는 의견도 있었지만 년중에는 마감공사를 할수 있는 방법으로서는 그 이상 합리적인 공법이 없을것이라는 견해가 보다 우세하였다. 그만하면 론의가 충분히 되였다고보아 윤상설은 협의를 끝내려고 생각하였다. 바로 그때 뒤쪽에서 한 젊은 연구사가 일어나더니 자신이 검토한 군인들속에서 나온 안들중에 함박사의 방법과 원리가 같으면서도 시공기일을 좀 더 앞당길수 있는 착상이 있으므로 론의해줄것을 요구하였다. 그래 요구가 수락되고 연구사가 흑판앞에 나와 본인을 대신하여 설명을 하게 되였는데 그가 말한대로 착상이 함박사의 방법과 원리에서 같은것은 물론 부분적으로 더 발전시킨 측면도 있었다. 그것은 물때에 맞추어 마감공사구간의 언제를 세단계로 꺾어 전진시키는 방법이였는데 약점은 수문턱을 예견하지 못한것이였다. 그러나 그대신 시공에 소요되는 기간은 10일간으로서 움직여야 할 물동량이 매우 적은것이 또한 우점이였다. 다시 론의가 벌어졌다. 이번 론의는 아까와는 달리 함박사의 방법을 선택하는것이 옳은가 아니면 군인들속에서 나온 방법을 선택하는것이 옳은가 하는 측면에서 론쟁적성격을 띠게 되였다. 근 한시간 가까이 벌어진 론의는 결국 두 착상을 합쳐 하나의 방법으로 만드는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는데로 견해가 모아졌다. 그렇게 되면 시공의 안전성을 담보하면서도 최소한 일주일이내에 마감공사를 결속할수 있었다. (허허, 세상에 이런 놀라운 일도 있는가? 여섯달짜리설계를 일주일로 압축해버리다니… 결국은 군인건설자들이 바로 수리공학박사가 아닌가! …) 윤상설은 친애하는 김정일동지께서 현지에 나오시여 여섯달짜리설계를 전체 군인건설자들과 과학자, 기술자들의 공개심의에 붙여 해결방도를 찾으라고 가르치심을 주시던 일이 상기되였다. 사실 그는 그때 가물막이를 년중에 끝내자면 다른 해결방도가 없다는것을 알면서도 마감공사공법과 같은 어려운 과학기술적문제를 이렇게 쉽게 풀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하였다. 그런데 결과는 어떻게 되였는가? 모든것이 다 그이께서 예견하신 그대로 되지 않았는가! (그렇다! 김정일동지께서 그런 가르치심을 주시지 않았던들 마감공사를 한주일동안에 해낼수 있는 이런 놀라운 방도는 나오지 못하였을것이였다!)
식사시간이여서 참모들이 식당에 간 조용한 짬에 송철만은 방에 앉아 인편에 보내온 안해의 편지를 읽고있었다. 편지에는 아들 경호가 아버지의 소원대로 인민군대에 입대하게 되였다는 뜻밖의 반가운 소식과 함께 아버지가 있어 입대하는 아들을 바래주면 좋겠지만 자기가 다 잘해 떠나보내겠으니 안심하라는것, 일전에 보낸 약들을 잊지 말고 제때에 복약하는지 모르겠다는것, 경호가 군대에 나가는 조건에서 경옥이가 오빠를 대신하여 이제부터는 장작도 패고 구멍탄도 찍고 남자가 할 일을 다 제가 도맡는다고 어른스러운 소리를 한다는 등 남편에게 집걱정을 시키지 않으려는 안해의 다심한 마음쓰임이 력력히 느껴지는 내용들로 일관되여있었다. 그는 편지를 집어 봉투에 넣으며 눈길을 창문가에 주었다. 만나본지 퍼그나 오래서 안해도 그립고 군복을 입은 아들이며 이제는 제법 처녀꼴이 잡혔을 딸도 몹시 보고싶었다. 그러나 인차 그런 사사로운 생각을 털어버리듯 머리를 흔들었다. 그리고는 빼람에서 종이를 꺼내놓고 회답을 쓰기 시작하였다.
축하한다! 어머니의 편지를 통해 네가 군대에 입대한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정말 기쁜 일이다. 남자란 군사복무를 해야 한다. 조국보위는 단순히 공민적의무이기전에 사나이가 반드시 거쳐야 할 인생의 대학이라고 할수 있다. 이 대학에서 사나이는 조국애와 용맹과 투쟁의 학문을 배우며 우리 시대 인간들의 가치, 인생의 의의와 목적이 무엇인가 하는것을 체득하게 된다. 이에 대해서는 내가 말을 길게 하지 않아도 네가 잘 알리라 생각된다. 더우기 너는 아버지가 지난날 머슴이였다는것을 잊지 말며 어느분들의 사랑의 손길아래 우리 집안의 오늘의 영광과 행복이 마련되였는가 하는것을 한순간도 잊어서는 안된다. 아버지는 우리 집안에 또 한사람의 군인이 난것을 진정으로 기쁘게 생각하며 네가 기대에 어긋남이 없이 군사복무를 잘하리라고 믿는다. 그런데 경호야, 군대에 입대하는 너를 보지 못하는 이 아버지의 심정을 알아주기 바란다. 너도 이제는 군인이다. 너와 나는 다같이 군복을 입고 조국보위초소에 섰다. 그러니 우리 서로 군인들로서 크게 생각하자. 거기까지 쓰고 밖에서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것 같아 그는 고개를 들며 《예.》했다. 이어 문이 열리며 들어와 거수경례를 붙이는 사람은 뜻밖에도 얼마전 친애하는 김정일동지의 하해같은 은총을 입어 건설장으로 다시 돌아온 박선봉이였다. 본의 아닌 과실로 그새 커다란 인생고초를 겪은 뒤에 재생의 기쁨까지 체험한 그에게서는 이전의 경박하고 싱검둥이 같던 모습은 조금도 찾아볼수 없었다. 몸가짐이 자못 진중하고 의젓해졌는가 하면 눈가에 엄숙한 기운까지 돌아서 전혀 딴사람으로 환생한것 같았다. 하기는 정치적생명을 잃어버리고 영영 죽으나 다름없던 사람이다. 철만은 그가 건설장으로 돌아오던 날의 일을 잊을수 없었다. 정치부장과 함께 차에서 내린 그는 그래도 군인임을 잊지않고 거수경례를 붙이며 정보로 걸어왔다. 그것이 더욱 가슴을 울려서 철만은 마주 달려나가 와락 끌어안았다. 아마도 그러한 포옹은 그의 일생에서 처음있은 일일것이다. 철만은 말없이 전사의 잔등을 마구 어루 쓸다가는 두손으로 눈물에 젖은 그의 얼굴을 떠받들어 들여다보고 그러다가는 또 와락 끌어안았다. 《울지 말라구… 저기 안해도 보는데.…》 그렇게 말하는 철만의 목소리도 떨리고 눈에서 물기가 번뜩이였다. 《예… 울지 않겠습니다, 저는… 울지 않습니다. 중장동지도… 울지…》 터져나오는 울음때문에 선봉은 종시 말끝을 맺지 못하였다. 그러는 그들 두 군인을 둘러싼 사람들의 눈에도 이슬이 맺혔다. 철만은 병사를 걸상에 앉히고 물었다. 《처는 어떻게 했나?》 박선봉은 낯이 불그레해졌다. 《가지 않겠답니다. 건설장에 정도 들었구…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은덕에 조금이래두 보답해야겠답니다.》 어조로 보아 그도 안해와 생각이 같은것 같았다. 《그렇다면 애써 보낼 필요가 없지. 둬두라구. 갑문을 다 건설한 다음 둘이 같이 고향으로 돌아가면 좀 멋있겠나? 아마 고향사람들이 영웅처럼 맞이할거야.》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여 그렇게 하라면서 철만은 박선봉이 뭔가 말할듯말듯한 기색인것을 보고 할말이 있으면 하라고 하였다. 신중한 기색으로 이윽히 무릎만 내려다보고 앉아있던 그는 한참 지나서야 그것도 매우 갑자르면서 자기를 잠수병으로 돌려달라고 제기하였다. 《잠수병?…》 그는 병사의 제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결심이 인차 서지 않았다. 《연공이 어째서 잠수병이 되겠다는건가? 갑문건설에선 다같이 중요한 직무인데…》 《같구 같지만 전 어쨌든 잠수병이 돼야겠습니다.》 《그건 어째서?》 박선봉은 대답을 서두르지 않고 묵묵히 생각에 잠겨있더니 진중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사실… 전에는 어리석은 공명심때문에 잠수병이 되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래서가 아닙니다. 제가 아직도 그런 어리석은 생각을 가지고있다면 무슨 인간이겠습니까. 저는 잠수병인 동무한테서 마감공사와 함께 함형부재조립이 시작되면 수중작업이 결정적으로 딸린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 잠수병이 되려고 결심했습니다.》 철만은 리해되는바가 있어 고개를 끄덕였다. 선봉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마감공사와 관련해서도 그렇고 이제 며칠후부터 령남리에서 1기함형부재를 띄워 바다에 내다 조립을 시작하게 되면 수중작업이 배로 늘어나는 폭이였다. 그것을 해결하는 방도란 잠수병들의 열의에 의거하는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잠수병이 되자고 결심했단 말이지… 한데 잠수기술은 정말 있나? 잠수작업이란 연공작업과는 또 달라서 욕망만 가지고는 안되는거야?》 박선봉은 그건 자기도 잘 알고있다고, 하지만 자기를 믿어달라고 하였다. 잠수기술이 그리 높지는 못하지만 차례진 과업은 능히 해낼수 있다는것이였다. 그렇다면 구태여 돌려주지 않을 까닭도 없어서 철만은 제창 송수화기를 들어 16해상돌격대장 정대철을 찾았다. 그러나 정대철은 공사현장에 나가서 없고 전화를 받는것은 참모장이였다. 참모장에게 연공중대의 박선봉이를 잠수병으로 조동시키는것이 좋겠다고 지시 겸 권고를 하고 송수화기를 놓았다. 《자, 이러면 되겠나?》 박선봉은 벌떡 일어서서 거수경례를 붙였다. 《고맙습니다. 국장동지!》 《일을 잘하라구.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은덕을 잊지 말구…》 《명심하겠습니다.》 병사가 돌아가자 철만은 다시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불과 몇줄 쓰지 못하고 또 중단하지 않으면 안되였다. 언제 건너왔는지 윤상설이 문기척도 없이 방에 들어섰던것이다. 《방안에 들어앉아 여태 무얼하우?》 전에 없던 말투로 빈정거리며 그는 손바투 있는 걸상을 당겨앉았다. 철만은 안해한테서 아들의 입대소식이 와서 회답을 쓰던중이라고 사실대로 말했다. 《그럼 집에 갔다와야지 않겠소?》 《지금 어디 그럴 형편이 되오?》 《하기는 그렇소. 이런것까지 나왔으니…》 윤상설은 희색이 만면하여 앞에 놓았던 큼직한 종이봉투를 손바닥으로 철썩 내리쳤다. 《이게 뭔지 아우?》 《?…》 《모를테지. 마감공사설계요. 일주일짜리… 끝내 나오고야 말았소.》 《뭐 일주일짜리?…》 송철만은 얼결에 벌떡 일어서기까지 했다. 그러나 인차 《가만, 좀 가만있소. 내 이 편지를 마저 쓰구 보기요.》하며 도로 주저앉아 앞서 쓰던 문장과 관계없이 급히 이렇게 써넣었다. 《바쁜 일이 제기되여 더 쓰지 못하니 리해해다오. 부디 군사복무를 잘하기 바란다. 아버지.》 그는 련락병을 불러 편지를 봉해 오늘중으로 붙여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런 다음에야 큰 짐을 벗어던진듯 가벼운 마음으로 윤상설이와 마주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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