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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바빠도 윤상설은 태천기술자들을 돌려보내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길수 없다고 보아 《고문》으로 떨구어야 할 인원선발로부터 작업장인계인수며 기본성원들을 남포역에 나가 기차에 태워보내는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 자신이 직접 뛰여다니며 처리하였다. 그래 모든 일이 원만히 해결된것은 물론 가는 사람들에게도 퍼그나 좋은 인상을 주어 남포갑문이 끝나면 다시 태천으로 와달라고 간청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정작 역두에서 그들을 바래우고《갱생》에 앉아 건설장으로 돌아오는 지금 그는 당면한 마감막이문제로 하여 저으기 마음이 무거웠다.

(…김정일동지앞에서 자체로 해내겠노라고 결의는 했다. 과연 군인들이 마감막이를 빠른 시일에 순조롭게 해낼수 있을것인가?…)

당장에는 6개월짜리 마감막이설계를 1개월짜리나 최소한 2개월짜리로 만드는것이 급선무였다. 친애하는 김정일동지께서 방향을 주신대로 엊그제부터 6개월짜리설계에 대한 군중심사를 시작했다. 어쨌든 무슨 새 공법이 나온다면 (그는 공개심사를 통해 군인들이 마감막이공사가 어떤것이라는것을 아는것만도 큰 성과라고 보았다.) 《2월17일과학자돌격대》에서 나올것이였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전적으로 과학자들과 사업하는것이였다.

차는 벌써 령남리어귀를 가까이하고있었다. 마주오던 수송차행렬이 공사장에서 끌고온 황토색먼지구름을 《갱생》에 들씌우며 지나갔다. 그 먼지속을 빠져나와 얼마쯤 더 달리니 도로수리작업을 하는 군인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 인원이 적지 않은데다 오늘따라 왜 갑자기 도로를 수리하는가 싶었다. 삽을 쥐고 서있는 한 작달막한 군관옆에 차를 세우게 하고 리유를 알아보니 군관의 대답이 뜻밖이였다. 외국사람들이 래일 건설장참관을 온다는것이였다.

(아니, 벌써 참관을 조직했는가?)

김정일동지의 말씀에 따라 외국인들이 갑문건설장을 참관하게 되였다는 통지를 정무원에서 받은바 있었다. 그러나 별다른 준비도 없는 상태에서 이렇듯 빨리 조직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한 그였다.정무원에서 무슨 새 지시가 내려온 모양인데 다문 며칠이라도 연기시키는 편이 옳을것 같아 그는 지휘부에 들어서는 길로 사유를 알아보았다.

《정무원이 아니라 당 국제부에서 사람이 왔다갔는데 방문일정이 끝나 돌아가야 할 외국인들도 많고… 두루 사정이 있어서 참관을 당기기로 했습니다.》

리영선부부장의 말이였다. 이미 결론된 문제나 같아서 윤상설은 더 고집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담배를 꺼내며 한마디 하였다.

《그 량반들이 제 바쁜 생각만 하고 이쪽에서 급할 생각은 해주지 않누만요.》

《대외관계상문제니 어찌겠습니까? 급한대로 보장해줘야지.》

참관이 결정된이상 누가 안내를 맡겠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되였다. 리영선은 외국인참관자들이 여러가지 과학실무상의 질문을 제기할수 있는만큼 전문가인 윤상설이 맡아주었으면 하는 의향이였다. 윤상설은 원칙적으로는 그렇게 하는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참관자들속에 국제수리학협회 회장도 있다니 한번 상종해보고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다시 생각했다. 안내는 송철만에게 맡기는게 도리상 옳지 않겠는가, 누구누구해도 갑문건설초기부터 그처럼 속을 썩이며 고생한 사람이 없다. 건설과정에 대해 말해도 그가 제일 잘 알았다. 한마디로 이 마당에서 건설장을 대표할 사람이 있다면 그는 바로 송철만중장이였다. 게다가 또 얼마나 잘 생기고 인격자인가?… 상설은 외국인들앞에 그의 준수한 용모와 름름한 모습을 내세워 자랑하고싶기까지 하였다. 그의 그러한 생각에는 리영선부부장도 다른 의견이 없어 외국인들의 참관안내는 결국 송철만에게 맡기기로 락착되였다.

범이 제소리를 하면 온다고 마침 그때 송철만중장이 기척도 없이 문을 활짝 열어젖히며 호기있게 방에 들어섰다. 무슨 좋은일이라도 있는지 그는 희색이 만면하여 대낮에 집안에 들어박혀 공론들인가고 하며 손에 쥔 큼직한 종이봉투를 장탁우에 철썩 놓고 걸상을 끄당겨 앉았다. 그러자 리영선이 물었다.

《외국인들이 래일 건설장을 참관한다는 소릴 들었습니까?》

《들었습니다.》

《그 사람들을 안내하는 문제가 제기되는데… 국장동무가 좀 맡아줘야 할것 같습니다.》

송철만의 눈에 당장 의혹이 내비쳤다.

《아니, 그건 왜 내가 해야 합니까? 부부장동무나 여기 윤동무가 하면 되겠는데.…》

그 말에는 윤상설이 나섰다.

《무슨 소릴 하오? 군대가 갑문을 건설한다는걸 세상이 다 아는데 사민이 안내하면 그 사람들이 뭐라 하겠소.》

송철만은 리치에 몰리는지 더 반박을 못하고 이마살을 찌프리고 입만 쩝쩝 다시더니 끝내 이렇게 접수하는것이였다.

《까짓, 그렇다면 한번 해보기요. 건설두 할라니 데리구다니며 설명이야 못해주겠소.》

윤상설은 그가 시끄러운 부담을 그렇듯 선선히 맡아주는것이 고마왔지만 내색은 않고 그래도 준비는 좀 해야 할거라면서 몇가지 필요한 조언을 준 다음 화제를 돌렸다.

《현장에 다니며 보니까 군인들속에서 토론은 맹렬히 되는것 같던데… 뭐이 좀 나오는게 없소?》

그가 나오기를 바라는 무엇이란 마감막이를 앞당길수 있는 방안을 의미하였다. 송철만은 아직 토론단계이고 종합은 하지 않아서 모르겠다고 하더니 그대신 이런게 나왔다고 하며 앞에 있던 종이봉투를 밀어놓았다.

《이게 뭔데?》

《통나무를 쓰지 않고 함형부재를 만드는 방법이요.》

윤상설은 그가 롱담을 하거나 아니면 《비전문가》인 까닭에 무엇인가를 잘못 알고 하는 소리일것이라고 넘겨짚었다. 그러나 정작 봉투안의 도면을 꺼내 웃머리에 제법 각글씨로 단정히 써넣은 《자갈지반에 의한 함형부재시공도》라는 제명만 보고도 송철만의 말이 롱담이나 잘못 알고 하는 소리가 아님을 알았다.

윤상설은 진지한 눈으로 새로운 부재시공방법과 그것을 담보하는 계산자료며 모의실험결과의 신빙성을 따져보았다. 마침내 그는 착안이 매우 기발하며 통나무를 쓰지 않고도 능히 부재를 만들어띄울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슷하오. 뭐가 될것 같소!》

담배를 피우며 무슨 결론이 나올지 몰라 긴장해있던 송철만의 얼굴에는 웃음이 활짝 피여났다.

《그러니 합격이라는 소리요?》

《거의 그런것 같소. 의문점이 몇가지 있지만 리치는 돼먹었소. 충분히 가능할것 같소.》

그러자 리영선부부장이 자기도 좀 보자고 하며 도면을 끄당겨갔다.

《그런데 이건 누가 이런 신통한걸 착안했소?》

상설은 과학자도 아닌 군인들속에 그런 인재가 있다는것이 정녕 놀랍게 생각되였다.

《알아맞쳐보우. 누구겠는지.… 윤동무도 잘 아는 친구요.》 송철만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나도 잘 아는 친구?)

윤상설은 건설장에 와서 이래저래 알게 된 군관들과 전사들의 얼굴을 두루두루 상기해보았다. 그러나 일반 군인들의 경우는 물론이고 기술일군들중에서도 이런 놀라운 공법을 착안해낼만한 얼굴이 얼른 떠오르지 않았다. 송철만은 껄껄 웃더니 비웃는 어투로 말했다.

《이제보니 추리능력은 영 락제구만. 아, 잘 아는 군인이라면 왜 건호부터 생각질 못하오. 이젠 아들이 군관이라는것두 다 잊어먹었소?》

《난 통 무슨 소린지 모르겠구만. 그 자식이 뭘 안다구 이런걸 생각해낸단 말이요. 대학공부를 중도에 줴버리고 군대에 나간 자식인데…》

《제 아들이라구 남의 대대장을 망탕 헐뜯지 마오. 누가 인정하건 말건 착안자는 어쨌든 윤건호이고 성공만 하면 영웅이요.》

송철만은 제일처럼 기뻐하며 건호가 새로운 부재생산방법을 착안하게 된 동기와 《2월17일과학자돌격대》의 어떤 녀성과학자의 도움을 받아 기초계산도 하고 모의실험도 한 과정을 설명했다. 그런데 윤상설에게는 그 설명이 아들에 대한 믿음을 오히려 엷어지게 했다.

《그렇겠지!》

착안의 기본주인이 그 도움을 받았다는 녀성과학자일것이라는 추측이 떠올랐던것이다. 그것을 증명해주는것이 바로 흠잡을데없이 정확한 계산자료와 모의실험결과가 아닌가. 수준있는 전문가들이 아니고는 도저히 그런 복잡한 계산과 모의실험을 할수 없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것은 착안자가 누구이며 그 과정이 어떠했는가 하는것이 아니라 착안이 아주 현실성이 있으며 통나무를 받지 않고도 능히 부재생산을 할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데 있었다.

《그럼 이젠 이 방법대로 부재생산을 시작해도 되지 않소?》

송철만은 벌써 손이 근질거리는 모양이였다. 윤상설은 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전에 확인해야 할 문제가 있어서 전화기를 끌어당겨 《2월17일과학자돌격대》책임자를 찾았다. 책임자가 나오자 돌격대에 녀성과학자가 몇명이나 되는가고 물었다. 저쪽의 대답이 녀성과학자라면 수리공학연구소에서 나온 연구사가 한명 있는데 이름은 유정이라고 하였다.

《그 동무가 지금 어디있소?》

《원래는 끝살부리에 건너가있었는데 요새 출장도 갔다왔고 당분간 일이 있어서 여기 떨궈두었습니다.》

《그럼 그 동무를 지금 나한테 좀 보내주.》

유정은 10분도 채 안되여 한창 마감막이에 대해 론의하는 장소에 나타났다. 상설은 처녀가 방에 들어서며 인사할 때부터 사업상한계를 넘어선 눈으로 관찰하였다. 마음은 어쩐지 몰라도 생김새도 그렇고 겉보기에는 (안해의 눈으로 봐도)며느리감으로 욕심을 낼만도 하다고 생각하면서 책상가까이로 불렀다.

《이걸 동무가 착안했나?》

그 녀자가 책상옆에 다가서기를 기다려 상설은 부재시공도를 내보였다

《아닙니다. 그건…》

어째선지 처녀는 당사자의 이름을 내놓기 저어하며 아래입술을 감쳐물었다. 그러자 송철만이 끼여들었다.

《그건 건호가 착안한거라지 않소. 그렇지?》

유정은 그렇다고 하며 다시 입술을 감쳐물었다. 버릇인것 같았다. 윤상설은 시공도우에 계산서묶음과 모의실험자료들을 올려놓으며 다시 물었다.

《그럼 이건 누구솜씨요?》

《그건…》 처녀는 얼굴을 붉히는것으로 그것이 자기의 솜씨임을 인정하였다.

《그렇다.… 그럼 우리는 이 계산자료와 모의실험결과를 믿고 함형부재생산을 시작하기로 하겠소. 하지만 부재가 뜨지 않는 경우 세멘트 수천t과 강재 8백t을 거저 내버리게 되는데… 그에 대해서 생각해보았소?》

유정은 대답을 못하였다. 수집음에 상기되였던 얼굴이 창백해지는걸 보니 부재가 뜨지 않는다는 소리에 가슴이 떨리는 모양이였다. 그러한 처녀에게 리영선이 일없다고, 책임질 사람은 따로 있으니 동무는 과학자로서 그저 량심대로 자기의 견해만 말하면 된다고 고무해주었다.

유정은 책상우의 계산서며 모의실험자료를 이윽히 내려다보더니 마침내 입을 열었다.

《사실 전 책임을 생각하며 계산이나 실험을 하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책임져야 할 일이 생긴다면 저도 대대장동무와 같이 책임지겠습니다.》

처녀는 도고한 자세로 말했다. 상설은 자기가 너무 야박스레 책임만 따지는것 같아 다른 말을 더 하지 않고 유정이더러 돌아가도 좋다고 하였다.

그러나 처녀가 막 문고리를 쥐려고하는 순간 송철만이 《가만.》 하고 갑자기 그를 불러세웠다. 문고리를 쥐려던 손을 거두며 처녀가 돌아섰다. 철만은 최면술에라도 걸린듯 그 검고 부리부리한 눈으로 한동안 처녀를 쏘아보기만 하다가 엄격한 어조로 물었다.

《윤건호대대장을 어떻게 알게 되였소?》

대답에 앞서 처녀는 볼에 엷은 홍조를 띄워올리며 입술을 감쳐물었다.

《전 얼마전까지 그 대대에서 <기술고문>으로 있었습니다.》

송철만은 얼핏 윤상설이와 눈을 맞추고나서 다시 물었다.

《하니 지금은 <기술고문>이 아니요?》

《예.》

《그렇다. 몇살이요?》

《…》

《애인이 있소?》

《…》

송철만의 질문이 너무 단도직입적이기도 해서 리영선이 또 중간에 끼여들었다.

《원… 처녀한테 그렇게 따지면 뭣이라 하겠습니까.》

《아니, 거기 말 못할건 뭐 있습니까. 있으면 있다, 없으면 없다 하면 되는데.…》

《있으면 어쩌구 없으면 어쩐다는겁니까?》

《어쩔게 있습니까? 있으면 좋구 없으면 좋은 총각을 하나 소개해주자는거지. 군관을…》

더 들어낼수 없었던지 처녀가 도망치듯 문을 열고 나가는 바람에 송철만은 뒤말을 하지 못하고 한바탕 껄껄 웃었다. 웃고나서는 무슨 큰 발견이라도 한듯 흥분해서 말했다.

《여보 됐소. 저렇게 잘나고 똑똑한 과학자처녀를 후려낸걸 보면 건호란놈이 여간내기가 아니요.》

윤상설은 일전에 아들이 하던 말을 상기하며 고개를 저었다.

《후리기야 제까짓게 뭘 후렸겠소. 가다오다 우연히 알게 되여 도움이나 좀 받았겠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실상 그도 아들이 좋은 처녀와 사귀였다는데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을수 없었다. 짬이 생기는대로 둘의 관계를 좀 더 깊이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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