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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가 건설장어귀에 들어서자 차에서 내린 송철만은 운전사에게 점심식사를 부탁해서 보내고는 걷기 시작하였다. 그는 지금 평양에서 성대히 진행된 공화국창건 35돐기념행사에 참가하고 돌아오는 길이였다. 연한 토색바탕우에서 서리빛이 흐르는 그의 장령복 옷깃 금장에는 크고 거무스레한 별이 두개 박혀있었다. 이번 공화국창건 35돐을 계기로 중장의 군사칭호를 수여받은것이다. 송철만의 기억속에는 위대한 수령님으로부터 군사칭호를 수여받음과 함께 친애하는김정일동지의 축하를 받던 일이 아직도 방금전의 일처럼 생생히 박혀있었다. 《…고금동서에 소년머슴이 중장으로 된 례가 없지는 않겠지만 나는 송철만동무를 처음인걸로 알고싶습니다. 일을 잘하시오. 정말 기쁩니다. 오늘의 이 영광이 수령님의 은덕으로 마련된것임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그 뜨거운 축하의 말씀에 송철만은 솟구치는 격정을 터쳐 충성과 맹세의 말을 했었다. 그러나 그는 그때 자신이 그이께 무슨 말씀을 올렸던지는 지금도 똑똑히 기억하지 못하고있었다. 건설장중심구역이 가까와옴에 따라 군인들의 왕래가 잦아지고 시인들이 흔히 교향곡으로 묘사하는 건설장의 동음도 우렁차게 울려왔다. 이전에 그는 하전사들이나 군관들의 인사를 받으면 누구와 하던 말을 그냥 하거나 생각에 그냥 잠긴채 대충 끄덕여보이는것이 고작이였다. 그러나 오늘은 새빨간 령장에 줄이 한개도 박혀있지 않는 애숭이전사의 인사까지도 깍듯이 거수경례로 답례하였고 군사칭호가 올라간것때문에 놀라며 수군거리는 말을 듣고는 혼자 빙그레 웃기도 하였다. 작업이 한창 고조에 오른 때여서 토취장은 문자그대로 움직임과 소음의 세계였다. 대발파로 흔들어놓은 흙산을 둘러싸고 사방에서 굴착기들이 번쩍거리는 이발을 땅에 박았다가는 줄지어 대기하고있는 《자주》호자동차에 실었다. 한바가지가 자그만치 한t… 세바가지면 차는 떠나고 다른 차가 그 자리에 들어선다. 개중에는 어째선지 이발이 삐죽삐죽 돋은 묵중한 바가지를 가볍게 달아들고 공중에서 굳어진 굴착기들도 있다. 차판마다 흙을 듬뿍듬뿍 싣고 토취장을 나가는가 하면 빈 차량을 끌고들어오는 내연기관차, 딸랑딸랑 종을 울리며 바삐 오가는 가소링차들, 륜전기재의 왕래속으로 무엇을 메였거나 지고 든채 바삐 걸어가는 군인들, 사복차림의 기술일군들… 움직일수 있는 모든것이 다 움직이고 웅웅거리면서 소리지르는가 하면 지껄이고 고아댄다. 땅조차 들들 떨며 바다쪽으로 움직여가는것 같다. 움직이지 않는것은 오직 하나, 수송차배기가스가 포연처럼 자욱히 서린 희뿌연 오후의 하늘뿐이였다. 그 모든것을 단순히 보고듣는다기보다 온 육신으로 느끼면서 걷던 송철만은 중량부재장으로 넘어가는 언덕굽이에서 보초막같은것을 짓고있는 한무리의 군인들과 맞다들었다. 그중의 상관인 미장을 하던 대위가 황황히 흙손을 놓고 어깨띠를 추어올리며 보고하려는것을 그만두게 한 송철만은 그들이 짓고있는 건물의 용도를 물었다. 그런데 대위의 대답이 어처구니 없었다. 코구멍같은 오두막을 지으면서 지원자숙소라는것이였다. 《이게 지원자숙소란 말이요?》 대위는 얼굴이 벌개지며 당황해하더니 대대에 별난 지원자가 있어 그렇다면서 더듬더듬 사유를 설명하였는데 내용인즉 이러하였다. 지난 8월중순경의 일이였다. 한 사민녀성이 어디서 온 누구라는 소리도 없이 대대작업장에 슬며시 나타나 일을 하다가는 식사시간이 되면 또 그렇게 슬그머니 사라지군 하였다. 친애하는 김정일동지의 현지지도를 계기로 남포갑문건설장에는 유명무명의 지원자들이 하도 많이 와서 대대군인들은 그저 그러루한 지원자로 여기며 크게 관심을 돌리지 않았다. 그런데 차차 지내며보니 그 녀자는 별난 녀자였다. 지원자라면 누구나 군인들과 섭쓸리지 못해서 안달아하는데 그 녀자는 언제봐야 아랍녀성들처럼 검은옷에 검은수건을 얼굴까지 푹 내리쓰고 늘 외따로 떨어져 혼자 일하면서 아무하고도 말을 하지 않았다. 《벙어리도 말을 시킨다》는 대대의 익살군들이 그 녀자의 입을 열게 하려고 별별 애를 다 썼지만 모두 헛물을 켜고 돌아섰다. 그러던중 며칠전 한 군인이 한가지 비밀을 알아냈다. 그 녀자가 낮에는 대대작업장에서 일하지만 밤에는 다른 작업장에 가서 일한다는것이였다. 《…게다가 집을 떠나 방랑하는 녀자처럼 잠은 비여있는 굴착기운전실이나 공구창고같은데 들어가 잔다질 않겠습니까. 그래 숙소를…》 《가만!》 철만은 문득 짚이는 생각이 있어서 대위의 말을 중단시키고 그 녀자의 키며 생김새에 대해 물었다. 대위는 발부리를 내려다보며 잠시 기억을 더듬더니 고개를 들었다. 《키는 보통이고 생김새는 얌전할사한 축인데 뭐랄가, 몹시 않고난것처럼 얼굴에 피기가 없는게 꼭 무슨 고민을 하는 녀자같습니다.》 예감과 맞아떨어지는 대답이여서 송철만은 가서 그 녀자를 데려오라고 하였다. 짐작이 틀리지 않는다면 이들이 정체를 몰라하는 그 《별난 지원자》는 분명 박선봉의 안해였다. 그가 그 녀자를 만나본것도 바로 기념행사에 가기전인 전달 중순경이였다. 그날 송철만은 국전원회의 토론준비때문에 아침부터 지휘부에 앉아있었다. 열시쯤 되여 정치부장 리응천이 웬 녀자를 데리고들어와 이 동무가 꼭 제일 높은 상관을 만나겠다니 만나주어야 할것 같다고 하면서 손님을 떼놓고 나가는것이였다. 새파란 하늘색양복차림에 가방끈을 모아쥔, 몹시 앓고난것처럼 얼굴빛이 창백한 스물댓안팎의 아련하게 생긴 녀자였다. 외관상 느낌으로 송철만은 대뜸 이 녀자가 건설장의 어느 군인과 정을 나누다가 실련당하고 그때문에 찾아왔을것이라고 단정하였다. 건설자들이 수만을 헤아리고 대다수가 한창 사랑을 갈망하는 20대의 청춘들이라 그러루한《실련》건들이 가끔 제기되였다. 그때문에 찾아오는 녀자들을 만나보면 대체로 병자들처럼 얼굴빛이 창백하고 눈에는 마음속의 고민이 씌여있었다. 그런데 정작 앉혀놓고 말을 시켜보니 놀랍게도 그 녀자는 박선봉의 안해였다. 그에게 처가 있는줄을 몰랐거니와 알았더라도 이렇게 찾아오리라고 생각 못해본 철만은 반갑다고 할지 슬프다고 할지 알수 없었다. 그리고 더욱 알수 없는것은 그 녀자가 무슨 일로 남편이 죄를 짓고 법적제재까지 받은 이 갑문건설장에 왔겠는가 하는것이였다. 물론 그 까닭은 인차 밝혀졌다. 그 녀자는 두가지 용건을 내놓았다. 보자기에 꽁꽁 싸가지고온 현금 6천원을 갑문건설자금으로 받아달라는것과 갑문건설이 끝나는 날까지 남편이 하던 일을 대신할수 있게 해달라는것이 그 녀자의 요구고 찾아온 목적이였다. 철만은 그 녀자가 돈을 가져온것이나 남편을 대신하여 갑문건설에 참가하려는 심정이 리해되였다. 리해될뿐아니라 남편이 지은 죄를 제손으로 씻고저 결연히 집을 떠나온 그 녀자의 굳센 정신력앞에 감심되는바조차 없지 않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 녀자의 요구는 이것도 저것도 다 받아들이기 힘든것이였다. 돈문제로 말하면 국가에서 주는 자금도 미처 다 쓰지 못하는데다 최근에는 지원물자외엔 개인들이 내는 현금을 일체 받지 말데 대한 지시까지 떨어져서 이미 받은 지원자금을 본인들에게 되돌려보내는 형편이였다. 남편을 대신하여 갑문건설장에서 일하게 해달라는 요구는 현금문제보다도 더 실현가능성이 희박하였다. 군인이라면 몰라도 일개 사민녀자를 한두달도 아니고 갑문건설이 끝나는 날까지 군인들과 같이 일을 시킨다는것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일도 일이지만 생활조건이 우선 걸리고 군대의 질서가 또한 그런 례외를 허락하지 않는것이였다. 그래 힘들게 리해시켜 돌려보냈는데 짐작에 아마 집으로 가지 않고 지금껏 일하는것 같았다. 이윽고 대위가 문제의 《별난 지원자》를 데리고 나타났다. 예상한대로 그 녀자는 박선봉의 안해였다. 산골인민학교 교원으로 가뜩이나 섬약하던 녀인이 그새 몸과 얼굴이 더 깎여 어린 소녀처럼 작고 가냘파보였다. 그 정상이 하도 처량해서 철만은 동정의 말보다도 꾸중이 먼저 나가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동무는… 돌아가 아이들을 가르치는게 좋다구 그만큼 말했는데 여태 여기 있었구만. 응?》 피할길 없는 정황앞에서 녀인은 용서라도 비는듯 몸을 더욱 옹송그리며 발부리만 망연히 내려다보고 서있었다. 그러나 한참후 다시 얼굴을 들어 멀리 바다를 내다보는 그 녀자의 눈에는 눈물과 함께 원망의 빛이 어려있었다. 《국장동지는》 하고 그 녀자는 조용하나 설음에 찬 목소리로 말하였다. 《왜 그리도 제 마음을 몰라줍니까? 남편이 그런 몸인데 제가 무슨 낯으로 학생들앞에 나서며 어떻게 그들의 맑은 눈동자를 마주 보겠습니까? 그건 안됩니다. 저는 영원히 교단에 설 자격을 잃은 녀자입니다. 그리 아시고 제발 저를 쫓지 말아… 제손으로… 주인이 지은… 죄를… 씻게…》 마지막말은 끝내 맺지 못하고 그 녀자는 손바닥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철만은 가슴이 쓰라렸다. 그는 이 녀자를 설복하여 집으로 돌려보내기 힘들리라는것을 명백히 깨달았다. 하기야 남편이 지은 죄를 제손으로 씻겠다고 집을 나선 녀자를 무슨 말로 설복하여 돌려세울수 있으랴. 강제로 돌려보낸다 해도 이 녀자는 다시 돌아올것이며 돌아오지 않는 경우라면 안고갈것은 절망과 쓰라린 눈물과 비애밖엔 없을것이였다. 무엇때문에 이 죄없는 녀인에게 그런 마음의 고통을 안겨주겠는가. 남편이 지은 죄를 제손으로 씻겠다는 그 애절한 소망을 들어주진 못할망정 애써 막을 까닭이야 없지 않는가. 철만은 녀인을 건설장에서 일하도록 내버려두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일을 시키더라도 지난 20여일간처럼 낮에는 여기서, 밤에는 저기서 일하며 굴착기운전실이나 공구창고같은데서 잠을 자라고 할수는 없었다. 젊은 녀인의 신상에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고 우선 그 녀자의 연약한 육체가 그런 불편한 생활을 이겨내지 못할것이였다. 그는 대위에게 이제부터 녀인을 대대식당에서 취사근무를 시키되 굳이 신원을 캐묻는 일이 없도록 하며 숙소는 자기가 해결해주겠으니 짓고있는 오두막은 허물어버리라고 지시하였다. 그는 이제 들어가면 윤상설에게 부탁하여 그 녀자를 가까운 어느 사민집이나 과학자돌격대 녀성합숙 같은데다 거처시켜줄 작정이였다.
토취장에서 그런 가슴아픈 일을 겪고떠난 송철만은 토언제기초를 넣는, 각종 뿔부재생산을 담당한 중량부재장에 넘어와 또 한가지 예상못한 일과 맞다들었다. 벨트콘베아니, 혼합기니, 기중기니 하는 한창 움직이고있어야 할 생산공정이 죄다 멎어있는가 하면 군인들은 길게 늘어서서 땅파기를 하고있었다. 부재생산을 책임진 부대장이 황황히 군복단추를 채우며 달려왔다. 《동무네 지금 뭘하고있소?》 될수록 누르느라고 했지만 어쩔수 없이 감정을 드러내면서 그는 랭담하게 물었다. 《배수도랑을 파고있습니다.》 폭풍을 예견한듯 얼굴에 벌써 구름이 낀 부대장의 답답한 대답에 철만은 더구나 부아가 돋아서 저도 모르게 어성을 높였다. 《동무, 왜 생산공정을 세워놓고 도랑을 파는가? 그걸 말하란 말이요.》 《골재가 흙물에 잠겼다나면 암만 씻어두 콩크리트강도를 보장 못한답니다. 그래 배수로를 째기전에는 절대로 돌리지 못한다고 해서…》 《그건 누가 그럽데?》 부대장의 말꼬리를 빼앗으며 철만은 날카롭게 물었다. 《전권대표동지의 지십니다.》 하기는 다른 사람이 그런 지시를 할수가 없었다. 그는 윤상설의 지시를 잘못된것이라고까지는 생각지 않았다. 그러나 생산공정을 세워놓고 도랑파기를 시킨것은 잘한 처사라고 할수도 없었다. 중량부재생산의 중단은 그 자체에만 문제가 있는것이 아니라 언제공사를 중단하는 결과까지도 초래할수 있기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생산만은 계속해야 하였다. 《도랑파기엔 일부 인원만 떨구고 기본력량은 다 부재생산에 붙이시오.》 부대장에게 그렇게 지시한 철만은 곧장 국지휘부로 들어가려던 계획을 바꾸어 정무원지휘부를 향해 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