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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비단섬에서 만난것이 66년 여름이지요?》

오진우대장 다음으로 송철만소장의 손을 잡은 김정일동지께서는 감회를 금치 못하시며 친근하게 물으시였다.

《그렇습니다. 8월 26일 오전 10시경이였습니다.》

소장은 시간까지 기억하고있었다.

《엊그제 같은데 벌써 15년이 되였구만. 하기는 그때 새파란 련대장이던 동무가 장령이 되였으니 세월을 덧없다고 할순 없습니다.》

그이께서는 대견한 눈길로 큰 별이 박힌 소장의 견장이며 군모의 금줄을 살펴보시였다.

《다 어버이수령님께서 보살펴주시고 당에서 손잡아 이끌어준 덕분입니다.》

《옳은 말입니다. 수령님의 손길이 아니고서야 어제날의 머슴군을 누가 장령으로 키우겠습니까? 우리는 수령님의 그 하해 같은 은정을 잊지 말고 혁명전사로서의 본분을 다해야 합니다.》

말씀과 함께 다시한번 소장의 손을 힘있게 잡아준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들 두 장령을 응접탁앞에 이끌어다 앉히고 자신께서도 건너편에 돌아와 의자를 당겨 마주앉으시였다.

《짐작은 하리라고 보는데… 우리는 철만동무에게 좀 류다른 일을 시키자고 이렇게 갑자기 불렀습니다. 당에서는 이번에 남포쪽에다 인민경제적의의가 대단히 큰 갑문을 건설하기로 결정하고 그 과업을 인민군대에 맡겼습니다.》

주려는 임무가 무겁고 생소한만큼 충분한 인식을 가지고 신심있게 받아들이기를 바라며 그이께서는 말씀을 될수록 자상하게 의논조로 하시였다.

《우리가 남포갑문건설을 인민군대에 맡긴것은 건설규모가 크고 공사조건이 어렵다는 사정도 있지만 중요하게는 건설을 빨리 다섯해동안에 결속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조수차가 심한 20리 날바다를 막아 세계굴지의 대갑문을 그것도 단 5년동안에 건설한다는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쉽지 않기때문에 전문가들은 건설기한을 10년이나 15년, 지어 20년까지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물론 다른 나라의 경험이나 세계 수리건설력사에 비기면 우리 전문가들의 견해가 잘못된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매우 혁신적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남들처럼 그렇게 오래 불궈두고 남포갑문을 건설할수 없으며 더구나 수령님께서 그걸 바라시지 않습니다.

내가 이쯤 말하면 철만동무도 이젠 짐작이 가고도 남으리라고 보는데… 그렇습니다. 우리는 동무를 남포갑문건설국장으로 임명하려고 합니다. 어떻습니까?》

송철만은 얼결에 벌떡 일어났다. 그의 구리빛 얼굴은 벌겋게 상기되였고 눈은 초점이 없이 허둥거렸다.

소장은 자리에 앉아서 고개를 약간 숙인채 입을 꾹 다물고 가슴앞의 응접탁모서리만 묵묵히 내려다보았다. 자주 오르내리는 략장이 무겁게 달린 넓은 가슴과 한껏 긴장되여 가끔 저절로 꿈틀거리는 왼쪽 볼편이 내부에서 일어나고있는 그의 복잡한 심리를 말해주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구태여 대답을 재촉하지 않으시였다. 책임의식이 높고 집행력이 강한 사람일수록 과업을 힘들게 받아들이는 법이다. 하물며 군인이 군사적임무가 아닌 건설을 그것도 전혀 생소한 갑문건설과업을 받아안는것이 어찌 쉬우랴.

이윽고 소장은 다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략장이 한가득 달린 가슴을 쭉 펴며 웅글고 힘있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당의 신임에 실천으로 보답하겠습니다.》

(그러면 그렇겠지…)

김정일동지께서는 소장의 군인다운 대답이 마음에 들어 미소를 지으시였다. 그러나 한편 과업을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고 접수하지 않는가 싶기도 하여 따져 물으시였다.

《군사적임무라면 몰라라 갑문건설이란 전혀 생소하겠는데… 뭐랄가. 좀 불안하게 생각되는 점은 없습니까?》

소장은 얼마간 시간을 끌고서야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불안한 정도가 아니라 두렵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당에서 결정한 이상 무조건 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소장은 과업을 단순하게 받아들인것이 아니였다.

《당에서 결심한 이상 무조건 해내야 한다!… 옳습니다. 그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 각오로 달라붙으면 두려울것이 없고 안될 일이 없습니다. 아주 좋습니다. 나는 소장동무의 그 각오만으로도 벌써 갑문을 절반은 건설했다고 생각합니다.》

말씀이 너무 과분하게 들리는지 소장은 얼굴이 불그레해졌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남포갑문건설국장으로 송철만소장을 선발한것이 아주 잘된 일이라고 생각하시였다.

원래 오진우는 갑문건설국장으로 강충일부총참모장을 점찍고있었다. 그러나 김정일동지께서는 인민무력부장과 의견을 달리하시였다. 강충일부총참모장으로 말하면 건설경험도 많고 군사칭호도 중장이지만 건설현장을 책임지고 일하기엔 나이가 많은데다 그가 없으면 걸리는 일들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고른 사람이 바로 이 송철만소장이였다. 그이께서 송철만소장을 적임자로 보시는것은 그에게 분대, 소대로부터 군부대에 이르기까지 인민군대의 모든 전투단위들을 지휘해본 경력과 함께 비단섬건설때부터 파악된 당의 명령지시에 대한 높은 책임성과 강한 집행능력이 있기때문이였다. 지금 보아도 역시 그는 과업을 접수하는 태도부터 기대에 어긋나지 않고 각오 또한 좋았다. 단지 약점은 갑문건설경험이 없고 그때문에 불안을 느끼고있는 점인데 경험은 일하면서 차차 쌓는것으로 보더라도 이 기회에 신심만은 굳혀주지 않으면 안된다고 그이께서는 생각하시였다.

《소장동무가 갑문건설경험이 백지라는것때문에 우려하는 점은 리해됩니다.》

절반가량 탄 담배를 재털이에 놓고 자리에서 일어서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천천히 응접탁앞을 거니시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그러나 그때문에 불안해하고 지레 겁을 먹을것까진 없습니다. 모르고 보면 갑문건설이라는것이 대단히 신비한것 같지만 바다나 강을 막아 간석지와 발전소를 건설하는것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또 그렇게 보면 철만동무에게도 경험이 전혀 없는것이 아닙니다. 동무야 비단섬을 건설하고 평양-원산간 도로건설도 해보지 않았습니까?》

《도로건설을 하구는 로력영웅칭호까지 받았습니다.》

오진우의 말에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럼 이젠 경험소리는 더 하지 말아야겠다고, 건설영웅앞에서 건설경험을 운운해서 안됐다고 하며 즐겁게 웃으시였다. 오진우도 벙글써 웃고 송철만은 부끄러운듯 얼굴이 불그레해졌다.

웃음을 거두신 그이께서는 화제를 돌려 다른 나라들에서 갑문을 건설하는 방식 즉 조사단계와 시험단계를 거쳐서야 설계단계에 들어가고 시공은 설계가 끝난 다음부터 시작하며 남포갑문건설기한을 20년으로 보는 사람들도 그러한 《국제기준》에서 답을 얻는것 같다고 하시면서 론리를 전개하시였다.

《… 그러나 우리는 건설을 그렇게 순차적으로가 아니라 모든것을 동시에, 립체전의 방법으로 해야 합니다.》

흥분이 고조됨에 따라 김정일동지의 안광에서는 광휘가 번뜩이고 가슴우에 얹었던 팔을 들어 허공을 베내치기도 하고 여러가지 복잡한 원을 그려 말씀의 의미를 더욱 강조하거나 형상으로 듣는 사람의 리해를 도모하시였다.

《그러면 립체전의 방법으로 갑문을 건설한다는것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것인가?… 그것은 필요한 인원과 기계수단을 총동원하여 같은 시간안에 가물막이도 하고 언제공사도 하고 함형부재도 만들어 조립하는 식으로 모든 공사대상을 같이 밀고나가는것입니다. 물론 공사대상에 따라 부분적으로 앞세워야 할것이 있고 따라세워야 할것이 있을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선후차도 궁극에는 이 동시전진이라는 원칙에 복종되게끔 작전되여야 합니다. 이걸 비유한다면 현대지상전에서 보병과 포병, 비행대를 동시에 투입하여 하나의 적을 지상과 해상 그리고 하늘에서까지 일거에 공격하여 타격소멸하는것과 방식이 같은데 어떻습니까? 그렇게 하면 안될것 같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한껏 고조되였던 감정을 급히 꺾어 질문으로 바꾸시며 기대어린 눈길로 송철만을 바라보시였다. 대답에 앞서 소장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긴장으로 굳어져있던 눈가장이 불그레 상기된것으로 보아 그도 퍼그나 흥분된것 같았다.

《그렇게 군사작전처럼 한다면… 별로 안될것도 없을것 같습니다.》

《그러니 신심이 생깁니까?》

《그렇습니다. 저는 여직껏 생소한 건설분야라고만 생각했는데 타격소멸해야 할 하나의 작전대상이라고 보면 문제가 아주 명백해집니다.》

《그렇다… 허허허 그럼 됐습니다. 군대는 아무 일을 해도 군대식으로 다시말하여 군인정신으로 해제껴야 합니다. 우리가 인민군대에 남포갑문건설을 맡긴것은 바로 그래서입니다.》

오진우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당한 말씀입니다. 군대가 사민들처럼 생각하고 일해서야 무슨 군대겠습니까. 이제부터 총참모부도 남포갑문건설을 하나의 작전대상으로 삼도록 하겠습니다….》

《옳습니다. 남포갑문건설을 하나의 작전대상으로 봐야 합니다. 요새 적들이 매일같이 화약내를 풍기며 전쟁열에 떠있는데 우리는 총포소리 없는 건설전으로 대답합시다. 총포소리가 더 위력한지 건설의 교향곡이 더 위력한지 어디 한번 겨루어봅시다.》

이어 김정일동지께서는 내려가면 우선 공사추진정형을 문건으로 만들어 올려보내라고 하시며 화제를 돌려 소장이 현지에 나가 놓치지 말아야 할 문제들, 정무원지휘부와의 관계, 일만 일이라 하지 말고 군인건설자들의 생활에 깊은 관심을 돌려야 한다는것 등… 앞으로의 사업에서 참고로 될 여러가지 문제들에 대해 일일이 조언을 주시였다.

《… 그리고 한가지 잊지 말것은 해야 할 말이 있고 제기되는 문제가 있으면 총참모부를 통해서든 부장동무를 통해서든 지체없이 나한테 알리시오. 이제부터 나는 5년간 남포갑문건설사령관이 되겠습니다.》

그이께서는 책임서기를 불러 맡겨두었던 갑문건설자료들을 가져오게 하시였다. 자료는 복사하여 책으로 만든것도 있고 타자쳐 한쪽귀를 묶은것도 있고 여러가지였다.

《… 이건 남포갑문건설과 관련하여 견해를 세우느라고 구해들였던것들인데 철만동무에게 주겠으니 가져다 보시오. 도움이 될것입니다. 그러나 이것만 보고 갑문을 건설할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이제부터 철만동무는 갑문건설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건설장에 과학자, 기술자들이 많이 있는만큼 마음만 먹으면 배우는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것입니다.》

송철만은 그이께서 밀어주시는 자료묶음을 일어나 정중히 받으며 감동어린 목소리로 말하였다.

《말씀을 명심하고 힘껏 배우겠습니다.》

현관앞에서 두 장령을 바래우고 집무실로 들어가려던 김정일동지께서는 발길을 돌려 정원으로 나가시였다. 바람한점 없는 무더운 날씨였다. 쏟아져내리는 땡볕에 생기를 잃은 정원수의 잎새무성한 수목들속에서 매미가 울고 참새들이 재잘거리며 이 나무, 저 나무로 옮겨다니고있었다. 화단가에서 금시 망울을 터친 장미꽃가지를 당겨 향기를 맡아보신 그이께서는 그늘속으로 걸음을 옮기며 작별에 앞서 송철만소장이 하던 말을 상기하시였다.

《지도자동지, 남포갑문건설때문에 너무 심려하지 마십시오. 저희들 군인들이 건설을 맡지 않았습니까. 수령님께서 바라시는대로 5년후에 꼭 완공의 보고를 올리겠습니다.》

소장의 그 소박한 념려와 결의를 되새겨보느라니 불현듯 국가건설위원회 윤상설부위원장이 5년안을 납득하기 매우 힘들어하던 일이 생각나시였다. 그에 비하면 송철만소장은 얼마나 쉽게 납득되고 만만한 자신심으로 임무를 접수하였는가. 수령님께서 바라시고 당이 결심했으면 자기는 집행한다는것이 그의 신념이였다. 비단섬건설장에서 인연을 맺을 때만 해도 수령님의 교시를 관철한다는 일념으로 생각도 행동도 같이할줄 알던 그들 두사람이였다. 그러나 오늘은 문제가 달랐다. 송철만소장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데 윤상설부위원장의 경우는 좀 달라진것 같았다. 남포갑문에 와서는 왜 이런 차이를 보이는것인가? 그이께서는 그들 두사람과 처음 알게 되던 열다섯해전 8월을 돌이켜보시였다.

…그 무렵 김정일동지께서는 평안북도를 현지지도하시는 위대한 수령님의 사업을 보좌하여 도내 인민경제의 전반실태를 직접 료해장악하고계시였다. 그러나 여러날에 걸친 구체적료해결과는 아주 좋지 못하였다. 도당위원회는 자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한채 발전하는 현실에 끌려가는 수준이였고 신의주시를 비롯하여 도안의 중앙공업과 지방산업공장들은 생산에서 침체의 징후를 보이고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엄중한것은 인민생활과 관련하여 수령님께서 매우 중시하며 인민군부대까지 투입한 압록강하구에 있는 무명평 갈밭건설이 도당위원회의 무책임성과 그리고 건설부문을 책임진 어떤 일군의 말, 즉 《<무명평>을 갈밭으로 만들어 거기서 천을 얻어낸다는것은 하나의 때이른 꿈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아직 간석지를 막을 능력도 기술도 없다.》는 주장에 따라 거의 중단상태에 처해있는것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속에서 피가 끓어오르시였다. 도대체 누가 그따위 얼빠진 소리를 하고있는가? 간석지에 갈밭을 조성하여 인민들에게 좋은 옷을 해입히는것이 왜 때이른 꿈이며 어째 아직 우리에게 간석지를 막을 힘과 기술이 없단 말인가?

김정일동지께서는 그것을 수령님의 교시와 당정책에 대한 도전이고 우롱이라고밖에 달리 볼수 없으시였다.

그러나 그이께서는 이 사실을 수령님께 보고드리기에 앞서 사실을 직접 확인할 결심으로 현지로 나가시였다. 장마철이라 비가 구질구질 내리는 날씨였다. 배는 오전 열시경이 가까와서야 무명평에 도착하였다. 비는 그때까지도 그치지 않고 바람까지 몹시 불었다.

배를 내려 쌓다만 감탕뚝우에 올라선 김정일동지께서는 비발속에 알몸을 드러낸 섬을 둘러보시였다. 놀랍게도 간석지건설장이면 응당 있어야 할 굴착기며 가설건물이며 전주며 하는것들이 전혀 보이지 않고 사람들의 그림자조차 찾아볼수 없었다. 남아있는것이란 가설건물을 앉혔던 자리와 전주대구뎅이들뿐이였다. 비로소 간석지건설기업소가 철수했음을 아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마침내 격분을 터치시였다.

(나쁜놈들! 수령님께서 인민생활향상을 위해 그토록 중시하시는 갈밭건설을 이 지경에까지 몰아 가다니 ! …)

그이께서는 더 지체할 필요를 느끼지 않고 돌아가려고 몸을 돌리시였다. 그때 기슭을 물어뜯으며 아우성치는 파도소리와 비바람 소리사이로 어디선가 신호나팔소리가 들려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비옷고깔을 제끼고 귀를 강구시였다. 틀림없는 군대의 신호나팔소리고 그것도 비상소집곡조였다.

(그렇다면 군인들은 아직 철수하지 않았단 말인가?!…)

십분 그럴수 있다고 생각되는 순간 그이께서는 벌써 나팔소리가 들려온 건너편 섬기슭을 향해 걸음을 내짚으시였다. 길이란 애당초 없고 밟으면 발목까지 잠기는 미끄러운 감탕판이여서 걷기가 여간 힘들지 않았다. 그이께서는 여러번 미끄러져 넘어질번 하시였다. 뒤따르던 도당일군이 그이를 부축해드리려다가 같이 넘어져서 딩굴번도 하였다. 향방없이 불어치는 비바람에 비옷자락이 금시 찢어질듯한 소리를 내고 속옷에까지 비물이 줄줄 흘러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옷이 젖고 감탕판에 부대낀 덕분으로 마침내 건너편기슭에 이르러 군인들의 《야전천막촌》과 제법 형태를 갖춘 간석지제방을 볼수 있으시였다.

제방공사장에서는 모두 하나같이 감탕매닥질이 된 군인들이 흙가마니를 메고 지고 바삐 뛰여다니며 제방을 물어뜯는 파도와 싸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런속에서 같이 갔던 일군이 부대지휘관을 찾아 데려왔다. 키가 크고 가슴이 떡 벌어진 사람이였는데 군복상의를 입지 않은데다 얼굴과 온몸에 감탕이 게발려 나이도 군사칭호도 가늠할수 없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시며 자신을 소개하시였다.

《당중앙위원회에 있습니다. 김정일이라고 합니다.》

지휘관은 아직 그이의 성함을 익히 들어본적이 없는 모양 별로 반기는 기색도 없이 마지 못한 동작으로 그이의 손을 잡으며 《부대장 송철만입니다.》라고 무뚝뚝하게 한마디 할뿐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런것에는 조금도 개의치 않으시고 그런가고, 수고가 많겠다고 하시며 수령님께서 무명평갈밭건설에 동원된 군인들에 대한 믿음과 기대가 크다고 말씀하시였다. 그러자 표정에 아무런 변화도 없이 덤덤히 듣고만 있던 지휘관의 숨결이 갑자기 거칠어지며 울분에 찬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수령님께서 그렇게 저희들을 믿으시고 기대도 크신데 어째서… 어째서 건설을 중도에서 줴버리고 건설자들을 철수시키는겁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부대장의 울분이 리해되시였다. 그의 울분이자 그것은 자신의 가슴속에서 끓고있는 분노이기도 하였다.

《철수는… 수령님께서 지시한 일이 아닙니다. 그건 나쁜놈들의 작간입니다. 나도 오늘 여기 와서야 건설기업소가 철수한걸 알았습니다. 수령님의 결심은 어떤 일이 있어도 이 무명평을 꼭 갈밭으로 전변시켜 인민들의 옷감을 해결하자는겁니다.》

울분은 여전했건만 부대장은 다른 말을 더 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이의 랭철한 말씀속에 깔려있는 심각한 의미를 리해한것 같았다.

《… 어쨌든 그 문제는 조만간 달리 대책이 설것입니다. 그런데 건설기업소사람들은 저들만 떠나고 군인동무들은 그냥 남아있으라고 합디까?》

《같이 가자고 합디다만… 우리가 거절했습니다.》

《그건 어째서입니까?》

얼굴에 휘뿌리는 비방울을 손바닥으로 훑어서 던지시며 그이께서 물으시였다.

《우리는 군인들입니다. 우리는 당으로부터 이 무명평을 갈밭으로 만들라는 명령을 받았지 만들지 말라는 지시는 받지 못했습니다.》

부대장의 군인다운 대답에 김정일동지께서는 불시에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끼시였다.

《나는 부대장동무가 아주 옳게 생각하고 처신했다고 생각합니다. 수령님께 이 사실을 보고드리겠습니다. 건설자들이 철수한건 잘못된 일이지만 군인동무들이 남아서 건설을 계속하는 사실을 아시면 수령님께서도 기뻐하실것입니다.》

그러나 부대장은 생각을 달리하였다.

《아닙니다. 그러지 마십시오. 갈밭건설이 이꼴인데 수령님께서 기뻐하신들 그게 우리한테 무슨 위안이 되겠습니까? 제발 보고드리지 마십시오. 갈밭이 다 되거든 그때 보고드려주십시오.》

김정일동지께서는 부대장의 투박한 말속에서 울리는 진정에 뜨거운 충격을 금할수 없으시였다. 이 사람이야말로 우리 당이 키워낸 참된 군인이다. 당과 수령님께 충실한 이런 소박하고 훌륭한 군인들이 있어 우리 군대가 강하고 조국과 인민의 안녕이 보장되는것이다. 이 사람은 장차 군대의 큰 재목이 될것 같다. 그이께서는 속으로 송철만의 이름을 몇번이나 다시 외워보시였다.

그때 역시 감탕투성이여서 군인인지 사민인지 얼른 알수 없는 사람이 옆으로 다가왔다. 부대장 못지 않게 키가 크고 알이 동그란 구식안경을 낀 사람인데 자세히 보니 입은 옷이 군복은 아니였다. 그는 김정일동지께 말씀도중에 안됐노라고 하고는 부대장을 보며 이젠 바람도 잦기 시작하고 그만하면 제방이 무사할것 같으니 군인동무들을 현장에서 철수시켜 천막에 들여보내도 될것 같다고 하였다. 부대장이 그의 의견을 받아들여 철수를 지시하는 사이에 김정일동지께서는 그 사민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시였다.

《알고 지냅시다. 당중앙위원회에서 일하는 김정일입니다.》

상대방은 그이의 성함보다도 당중앙위원회에 있다는 소리에 놀란듯 대뜸 얼굴에 불안을 감추지 못하며 《저는 윤상설이라고…》 하고는 어째선지 뒤말을 더 잊지 못하였다. 그가 못다한 말을 부대장이 대신해주었다.

《철수한 간석지건설사업소 시공부장동문데 가다가 되돌아와 우리의 기술고문으로 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반가움을 금치 못하시며 시공부장의 물에 젖은 한손을 그냥 쥐신채 돌아온 까닭을 물으시였다. 시공부장은 대답에 앞서 침통한 표정으로 한숨부터 내쉬였다.

《저는 수령님께서 이 무명평갈밭건설에 얼마나 큰 기대를 걸고계시는지 잘 압니다.… 그런데 군인동무들만 떨궈두고 주인들이 떠난다는게… 저로선 그게 량심에 걸려서 차마 갈수 없어서…》

김정일동지께서는 그가 왜 표정이 굳어지며 불안해했는가가 리해되시였다.

《그래서 돌아섰으면 기업소나 철수를 지시한 상부에선 부장동무를 곱게 보지 않겠습니다?》

《그야 곱게 볼리 만무하지요. 아마 지금쯤 저는 벌써 시공부장이 아닐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까짓 부장이면 어떻고 아니면 메랍니까. 저는 본시 기술자가 무얼 책임진다 어쩐다 하는건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출당될가봐 걱정이 많습니다.》 부대장의 말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은연중 미소를 지으시였다. 철직에 출당까지 걱정하면서도 량심을 지키고저 애쓰는 그의 성실성앞에서 어둡던 마음이 활짝 개이는것 같으시였다.

《무얼 책임지고 지시하는걸 싫어해서는 안됩니다. 그건 겸손이나 호인이기에 앞서 사업에 대한 무관심이고 혁명적열정이 없는것으로 분석될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공부장동무가 기업소와 함께 철수하지 않고 돌아온건 정말 잘했습니다. 상부의 잘못된 처사를 뻔히 알면서도 목이 두려워 아부굴종한다면 그게 무슨 진실한 당원이겠습니까? 출당문제에 대해서는 더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있는한 누구도 시공부장동무의 몸에서 당증을 떼내지 못할것입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며 김정일동지께서는 믿음을 확신시키는 심정으로 그때까지도 쥐고있던 윤상설의 손을 다시한번 꼭 잡아 힘있게 흔들어주시였다. 그러는 손등우에 갑자기 더운 물방울이 떨어졌다. 시공부장이 울고있었던것이다.

이제는 비단섬으로 전변된 《무명평》… 그 옛 지명과 함께 질쩍이던 감탕판이며 마구 불어치는 바람에 이리저리 나눕던 비줄기며 제방을 물어뜯을듯 길길이 솟구치던 파도가 지금도 눈앞에 선히 떠오르는 그때가 벌써 열다섯해전이라는…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렇게도 빨리 세월이 흘렀다는것이 믿어지지 않으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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