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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저녁무렵 경쾌하면서도 묵중해보이는 승용차 한대가 먼 배경으로 불붙는 노을을 자락처럼 끌며 평양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차에는 어디 가거나 오실제면 언제나 그렇듯이 김정일동지께서 무릎우에 문건을 놓고 앉아계시였다. 지금 그이께서 심취되여 보시는 문건으로 말하면 정무원에서 올라온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정관철정형에 대한 실태보고서였다. 구체적인 수자와 사실들로 일관된 실태보고는 당이 전원회의에서 간석지개간과 새땅찾기를 비롯한 대자연개조사업을 토의결정하고 전당, 전국, 전민을 그 관철에로 불러일으킨것이 옳았으며 지난 2년동안 적지 않은 성과를 이룩하였음을 실증해주고있었다. 한마디로 성과는 컸다. 하지만 모든 일에서 다 성과만 거두고있는것은 아니였다. 일부 잘 진척되지 않는 건설대상도 있었는데 남포갑문건설이 바로 그러하였다. 실태보고서에 의하면 남포갑문건설은 착공초에 준비건설을 3개월 앞당기고 기본건설에 들어간 이래 현재까지 시공실적을 계획대로 올려본적이 거의 없었으며 그렇게 미달한 계획을 총계해보면 건설이 전반적으로 1년가까이 늦어지는 폭이였다. 이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였다. 남포갑문은 여러가지로 설명되는 그 자체의 절박한 필요와 함께 이미 세상에 공포한 5년이라는 건설기일도 있어 늦어지면 안되는 중요건설대상이였다. 그런데 지난 2년동안에 1년분의 시공계획을 미달했으니 시간적으로 보면 벌써 건설기한의 절반을 잃은 셈이였다. (… 그렇다, 이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어떤 결정적인 대책을 그것도 시급히 찾지 않으면 안된다.) 하고 생각하시면서 그이께서는 실태보고서의 앞표지에 비스듬히 누운 글씨로 복사하여 정치위원들에게 배포할데 대한 지시사항을 써넣으시였다. 승용차는 벌써 시내에 들어와 가루개언덕을 넘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 당중앙위원회로 곧추 들어가려던 계획을 바꾸어 인민무력부장부터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신것은 바로 그때였다. 마침 오진우는 인민무력부청사의 자기 방에 있었다. 대장이 응접실로 갔으면 하는것을 여기도 좋다시며 한쪽에 작전지도들이 쌓여있는 앞상밑에서 걸상을 뽑아앉으신 그이께서는 우선 《팀 스피리트》군사연습에 대해 문의하시였다. 오진우는 적들의 군사연습이 마감단계에 이른만큼 움직임이 매우 부산스럽다는 전제와 함께 구체적실상을 추려서 설명하였다. 《<엔터프라이즈>는 아직도 포항쪽에 있습니까 ?》 그이의 물으심이였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인차 진해에 내려가 거기서 일주일간 휴양을 한다나 봅니다.》 《핵항공모함을 끌고 다니며 휴양을 한다?… 양대가리를 걸어놓고 말고기 판다는 격이구만.》 《옳은 말씀입니다. 전두환이 래주에 련합군사령관 윅캄을 대동하고 훈련성과를 축하하려 진해로 간다고 발표했는데 거기서 새로운 대규모군사연습을 모의할것 같습니다.》 그것은 김정일동지께서도 총참모부로부터 이미 보고받아 아시는 문제이므로 적들의 그 새로운 군사연습에 대처한 인민무력부의 결심을 물으시였다. 오진우는 현재의 전투준비상대를 그냥 유지하면 될것 같다고 하였다. 《옳습니다. 어리석은자들의 경거망동에 지나지 않는다 해도 경각성은 늦추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준전시상태도 5월말까지 해제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군사문제에 대한 론의를 그것으로 일단락지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동안을 두었다가 남포갑문건설문제로 화제를 돌리시였다. 《…수령님께서 평양시 주변농촌들의 봄씨붙임준비때문에 걱정하시길래 방금 주변농장에 갔다왔습니다. 오는 길에 정무원에서 올라온 전원회의결정관철보고서를 좀 료해해보았는데 4대과업중에서 다른 대상들은 다 제대로 나가고있지만 유독 남포갑문만이 시공계획을 미달하고있습니다. 부장동무는 갑문건설이 이렇게 전진이 굼뜨고 앉아뭉개는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합니까?》 오진우는 표정이 심중해졌다. 《제 잘못이 큽니다. 정세만 정세라고 그새 갑문건설에 거의 관심을 돌리지 못했습니다. 최근에야…》 《부장동무.》 그이께서는 엄격한 어조로 오진우의 말을 막으시였다. 《잘못으로 말하면 우리한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와서 자기비판을 할내기나 해서야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중요한것은 일이 잘못된 원인을 찾는겁니다. 원인을 알아야 대책을 취할게 아닙니까?》 오진우는 입을 꾹 다물고 한동안 말없이 앉아있었다. 《아무래도 국장을 바꾸어야 할것 같습니다.》 침묵끝에 나온 대장의 말이였다. 《국장을 바꾸다니, 송철만동무를 다른 사람과 교체한단 말입니까?》 《저는 그래야 한다고 봅니다. 갑문건설을 그 동무한테만 맡겨두었다간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요새 강충일동무를 거기 보내서 실태를 좀 알아보게 했는데 일을 잔뜩 벌려만놓고 걷어쥐지 못하는가 하면 이렇다 할 수습대책도 가지고있지 못하다고 합니다. 바꿉시다. 군대에야 전투가 실패하면 지휘관을 바꾸는 원칙도 있지 않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시선을 돌려 창밖의 먼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시였다. 물론 그것은 일을 바로 잡는 하나의 방법일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군대에만 한한 원칙이라고 할수도 없다. 하지만 송철만소장을 꼭 다른 사람과 바꾸어야만 문제가 풀리겠는가? 다른 해결방도는 없겠는가?… 일이 안된다고 사람을 바꾸는 놀음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그이이시였지만 해결방도가 달리 없다면 그렇게라도 해야 할것이라고 생각하시였다. 《그 문제는 좀 두고 생각해봅시다. 사람문제니 말입니다. 그러나 나는 아직 남포갑문건설이 실패에 직면했다고는 보고싶지 않습니다. 자연이라는 <적>의 요새가 너무 견고해서 (예상 못한것은 아니지만) 일시 애를 먹고 작전이 지연되고있을뿐입니다. 나는 문제를 그렇게 봐야 옳다고 생각합니다.》 《…》 《안되겠습니다. 암만 바빠도 현지에 나가봐야겠습니다. 왜 일이 안되는지… 건설자재가 걸렸는지, 아니면 조건이나 지휘에 문제 있는지, 부장동무도 같이 나갑시다. 래일… 아니 래일은 안되겠습니다. 모레로 계획합시다. 모레면 18일이지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이께서는 보다 중요하고 긴박한 여러가지 사업들때문에 예견한 18일에 현지로 나가지 못하시였다. 이튿날도 마찬가지였다. 하여 남포갑문건설장에 대한 그이의 력사적인 현지지도는 4월 20일에야 실현될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