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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대의 12인치 양수기가 사방에서 바다에 물을 토해내고있는 철배꼭대기로 모포에 싼 늄밥통과 국통이 바줄끝에 매달려 끌려올라가고있다. 밑에서는 식사를 날라온 두명의 당번이 고무뽀트에 앉아 올려다보고 철배우에서는 연공들이 장갑낀 손으로 바줄을 당겨올린다. 수면에서 철배꼭대기까지는 근 20m… 드디여 밥통과 국통이 연공들의 손에 와닿았다. 뒤쪽에서 바줄을 사리던 연공이 익살스럽게 소리쳤다. 《자, 용감한 바다의 수리개들… 식사 모엿 !》 그러자 여기저기서 양수기며 스위치며 정통안의 수위감시를 담당했던 연공들이 모여들어 국통과 밥통을 둘러쌌다. 바줄퉁구리를 깔고앉아 담배를 피우던 작업조장 박선봉은 맨 나중에야 왔다. 《젠장, 또 얼었구나. 꾸둑꾸둑한걸 보니.》 모포를 풀고 밥통뚜껑을 열어본 친구의 말이였다. 《그래도 국은 좀 괜찮네. 살짝 얼음만 졌은즉…》 《까짓… 아이스크림 먹는셈 치지 뭘…》 《왜 아이스크림이야, 어른스크림이지.》 젊음이 좋았다. 그렇게 살얼음이 건너간 국이고 언 줴기밥일망정 연공들은 둘러앉아 웃고 떠들며 맛스럽게 먹었다. 먹고나서는 누군가의 발기에 따라 밥통속에 이런 글쪽지를 써넣어 내려보냈다. 《여, 뜨뜻한 부뚜막에 앉아있는 식당근무 도깨비들아. 동지애를 발휘하여 저녁에는 밥을 좀 더 많이 보내라. 많이 먹고 배가 불러야 열이 많이 난다는 생리법칙을 모르는가? 제1작업조.》 뽀트에서 그릇을 받았다는 신호로 철배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자 연공들은 바줄을 도루 끌어올리고 둘씩 둘씩 짝을 무어 쇠발판을 구르며 《발바닥차기》를 시작하였다. 《하낫 둘 셋 넷…》 《둘 둘 셋 넷…》 … 추위는 어느 공사장에서나 고운 대접을 못받지만 날바다우에서 철배와 씨름하는 연공들에게 있어서는 그야말로 가증스러운 원쑤였다. 남포조선소에서 생산된 움직이는 섬과 같은 대형철배를 가물막이공사장까지 운반해오자면 보통 4시간, 맞바람이 부는 날에는 다섯시간까지도 걸린다. 그 4~5시간동안 물우로 솟아오른 부분이 자그만치 20m가 넘는 철배우에서 한겨울의 추위와 맵짠 바다바람을 이겨낸다는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였다. 연공들은 그래도 처음엔 씩씩하게 노래를 부른다. 개중에는 검푸른 바다를 굽어보는 장쾌함에 취해 멀리 남포시내나 은률쪽의 산발을 향하여 《어-허-허-허》하고 목청껏 소리를 보내고는 돌아오는 메아리를 들어보는 친구들도 있다. 그러나 철배가 와우도를 뒤에 떨구고 밤섬이나 오리섬수역쯤에 이르면 노래도 메아리도 저절로 없어진다. 있느니 덜덜덜… 이발 맞쪼는 소리 아니면 엄습하는 추위를 이겨내느라고 쇠발판을 구르는 소리와 시퍼렇게 얼어가지고 윽-윽-내지르는 기합소리뿐이였다. 그렇게 운반해온 철배를 바다에 가라앉히는 작업은 보다 활동적이였다. 끝나는 차례로 철배에서 내려와 시뻘겋게 단 난로를 안아볼수 있다는 희망도 있어서 운반에 비기면 아무것도 아니다. 허나 그것도 기상조건이 웬간해서 침강이 잘된 때의 일이다. 바람새가 사납고 파도가 높아 침강을 성사 못하면 그냥 철배우에서 여섯시간후에 다시 오는 정조를 기다려야 한다. 때로 기다림은 련속으로 세번, 네번 혹은 며칠씩 이어지는 수도 있는데 태풍예보나 정 추운 경우가 아니면 연공들은 그냥 철배우에서 먹고 자며 침강을 성공시킬 때까지 철배를 내리지 않는다. 요새 박선봉상사의 작업조가 거듭되는 실패로 벌써 사흘째 그렇게 철배에서 내리지 못하고있었다. 그때문에 지금 그는 매우 불안한 심정이였다. 추위에 떨고 언밥을 먹으며 철배에서 내리지 못하는것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였다. 문제는 침강실적을 전혀 올리지 못한 그 사흘동안에 다른 작업조들이 자기들을 따라 앞서나간다는데 있었다. 첫 철배를 띄운 재작년 늦가을부터 지난 12월까지 그들의 작업조는 운반과 조립에서 단연 앞서 나갔었다. 그런데 올해에 들어서면서부터 사정이 달랐다. 실적차이가 어지간해서 (너희들 암만 날구 뛰여야 우리를 따라오자면 멀었다.)고 생각하던 작업조들이 설을 쇠고나자 엉뎅이를 걷어찰듯이 따라오더니 이즈막에 헛침강을 몇번 하는 사이에 실적이 서로 어슷비슷해지고 말았던것이다. 남들보다 우수해도 월등우수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고선 못배기는 선봉이여서 그러한 사태를 용납하기 힘들었다. 그래 어떻게든 사태를 역전시켜보려고 무진 애를 쓰던중 이 47호철배와 맞다들어 또 골탕을 먹고있는것이였다. 《양수기… 스위치 떼라. 10m야 10m…》 수위감시병의 목소리였다. 이어 양수기가 멎고 철배우에는 갑자기 정적이 찾아왔다. 박선봉은 피우던 담배꽁초를 바다에 휙-집어던지고 일어나 묶음원통들을 돌아보았다. 어느 원통이나 물면높이를 알려주는 표식이 틀림없이 10m를 가리키고있었다. 이제는 양수기를 철수하고 배기중기를 불러다 철배를 들어올려야 하며 사방에 부통을 매달아 고정시키는 역사를 벌려야 하는것이다. 헛침강을 하고보면 어쩔수 없이 겪게 되는 그 모든 시끄러운 공정들을 생각하자 선봉은 저으기 화가 동해올랐다. 작업규정을 누가 이따위로 까다롭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물을 꼭 10m까지만 퍼야 할 리유가 뭐 있는가? 한 절반 더 퍼내치면 철배가 저절로 떠오르면서 침강때 다루기도 쉬워질것이 아닌가. 그것은 오늘 화김에 처음 해보는 생각이 아니고 벌써 작년 그러께 떠오른, 그때문에 《2월 17일과학자돌격대》에도 찾아갔다가 퇴빵을 맞고온 그나름의 착안이였다. 그때 그를 만나준 나이지숙한 연구사는 설명을 듣더니 차근차근 이렇게 말하는것이였다. 《상사동무, 물론 세상에는 절대기준이란 없소, 그리고 현재 우리 건설장에서 적용되는 많은 공법과 기술규정들이 완성되지 못한것도 사실이요. 그러나 정통에서 물을 10m이상 푸면 안된다는건… 그건 계산과 실험을 통해 얻어진 결과요. 말하자면 진리지.》 그렇게 설복당하고 돌아온 이래 선봉은 다시는 그에 대해 생각지 않았다. 그런데 깨끗이 잊어버린줄 알았던 묵은 생각이 오늘 또 되살아나면서 자신을 설복하던 그 연구사에 대한 반발심까지 불러일으키는것이였다. (뭐 물을 10m까지 푸는게 진리라구? 그게 무슨 진리야. 그리고 그도 말하지 않았는가. 우리 공사장에서 적용되는 많은 기술규정들이 완성된건 아니라고…) 선봉은 한번 모험을 해보고싶은 욕망에 몸이 달아올랐다. 성공만 하면 조립실적을 빨리 올릴수 있는것은 물론 매 작업조에 철배를 하나씩 책임지우자는 제기를 해서(지금도 그가 제기한 작업방법으로 하고있었다.) 소문났던것처럼 이번에는 《박선봉작업조 철배띄우기》라는 새로운 공법을 창조하여 더 굉장히 소문날수도 있을것 같았다. (좋다. 해보자! 세상에 절대적기준은 없다지 않았는가.…) 그는 양수기운전을 맡은 대원더러 다시 스위치를 넣으라고 지시하였다. 그런데 양수기운전을 맡은 대원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러다가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하는가고 하며 선뜻 응하지 않았다. 선봉은 사나운 눈길로 흘겨보며 쏘아붙였다. 《여, 어카긴 뭘 어캐? 누가 동무보고 그따위 걱정을 하라는가? 세상에 절대기준이란 없는거야. 이건 과학자들도 인정하는 문제야. 천리마운동시기 공칭능력을 운운하던 사람들이 다 개조대상이 되는걸 영화에서랑 보지 못했어?》 과학자돌격대연구사에게서 들은 소리와 영화에서 본것을 제 좋을대로 얼버무려 내뜨리며 선봉은 빨리 스위치를 넣으라고 독촉했다. 그러나 대원에게도 고집이 있었다. 《아니 상사동지, 접때 2㎝ 더 펐다고 욕먹은 일 생각나지 않습니까?》 《하, 이치 봐라.… 여, 그렇게 겁이 많아가지구 연공은 어떻게 됐어? 참모중대 치마쟁이들한테나 갈게지.》 녀자들한테 가라는 소리가 자존심을 건드리는지 전사는 눈이 까부장해서 반박했다. 《쳇, 누가 뭐 겁나 그래요? 여태 그런 기술규정대로 일했으니 그러카는거지.》 《여, 기존경험에만 매달려선 이 갑문을 5년동안에 건설하지 못해.》 박선봉의 어조는 타이르는 투로 넘어갔다. 그래도 전사가 선뜻 응하지 않는것을 보고 선봉은 성난 기상으로 양수기옆에 다가가 대원을 밀어내고 제손으로 스위치를 넣었다. 육중한 3극스위치에서 시퍼런 불이 펑꿋 일어나는것과 때를 같이 하여 아구리가 한아름 되는 12인치 양수기가 물을 토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만일의 경우를 예견하여 조원들에게 부통을 설치할 준비를 하라고 이른 다음 앉아서 물이 쭈는대로 철배모서리를 타고 서서히 미끄러져 내려가는 바줄의 눈금을 살폈다. 눈금이라야 먹으로 수자를 써서 바줄에 촘촘히 끼워넣은 천오리였다. 박선봉은 불안이 영 없지 않았으나 스스로 자신을 위안하였다. (수압이 암만 쎄기루 아무렴 이 두터운 철배가 터지겠는가.) 양수기가 물을 토한지도 거의 30분이 되고 수위는 3m가량 더 낮아졌다. 그래도 철배에는 별다른 징조가 보이지 않았다. (글쎄 그렇다니까…) 선봉은 흡족해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한치한치 더 내려가는 수위를 보며 자기를 제어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이 정도만 푸고 다음번에 좀 더 푸자. 새로운 공법이 단번에 탄생할수야 없지 않는가.) 바로 그 순간이였다. 딱히 어디서 일어나는 소리인지는 알수 없었으나 돌연 짜앙-하는 예리한 금속성과 함께 철배가 우르르 몹시 떨었다. 선봉은 불길한 예감에 급히 양수기스위치를 떼려고 했다. 그러나 그가 뛰여가 스위치에 막 손을 대려는 찰나 철배밑에서 또 한번 수중폭파라도 하듯 펑 하는 둔중한 소리가 울리더니 급기야 원통속의 바다물이 왈칵 치받쳐 올라왔다.
그것은 거의 한순간에 벌어진 일이여서 선봉은 피하고 어쩌고 할새도 없었다. 단마디로 악- 소리를 지르며
본능적인 동작으로 무엇인가 붙잡으려고 하였다. 그러나 실현하지 못한채 자기가 무서운 힘으로 올리뿜는 물기둥에 휘말려 공중으로
날아오른다는것을 마감으로 느꼈을뿐 더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였다.… 그무렵 먼바다에 나갔던 남포수산사업소 고기배 한척이 피도를 에돌아 포구로 들어오고있었다. 바다에 여러날 나가있은 관계로 선원들은 그새 달라진 가물막이공사장을 구경하느라고 모두 갑판에 나와있었다. 그런데 멀지 않은 곳에 갈앉아있는가 싶던 철배쪽에서 갑자기 쿵-하는 둔한 소리가 울리더니 굵은 물기둥이 분수마냥 하늘을 찌르며 솟구쳐오르는것이였다. 물기둥의 높이는 어림짐작으로 한 30m가량은 되는것 같았다. (무슨 물이 저렇게 하늘 높은줄 모르고 솟아오르는가?) 선원들은 모두 눈이 둥그래졌다. 《저기 저 분수속에 섞이여 꺼뭇꺼뭇하게 보이는게 사람 아니야 ?》 눈이 밝은 어느 선원의 말에 다른 선원이 대꾸했다. 《맞아, 사람같애.》 《그럼 사곤가?》 《사고난게 분명하다. 조타! 배머리를 돌리라! 키 우로! …》 선장의 지시에 따라 고기배는 급히 선수를 돌렸다. 그리고 물기둥이 떨어져 허연 거품이 떠도는 구역에 접근하여 재빨리 고기그물을 둘러치고 네활개를 펼친채 물우에 기신없이 떠있는 군인들을 건져올렸다. 다 건져올려 선실에 들여다눕히고 세여보니 일곱명이였다. 모두 의식은 없었지만 물을 많이 먹지 않고 심장이 멎은 사람이 없는것이 천만다행이였다. 군의소 구급실에서 정신을 차린 선봉은 자신이 무엇때문에 군의소 침대에 와 누워있는가 하는것을 알게 되자 우선 대원들의 생사여부부터 물었다. 모두 무사하다는 군의의 대답을 듣고 안도의 숨을 내쉬자 그는 벌써 이렇게 생각하였다. (… 인명피해가 없으니 됐다. 파공된 철배는 수리하면 될게고 문제는 그새 작업실적을 올리지 못하는것이다. 젠장,무슨놈의 수압이 그다지도 센가. 망할놈의 바다같으니…) 그에게는 일어난 사고에 대한 근심보다도 파공된 철배를 수리하느라고 떨어질 조립실적을 보충할 일이 더 걱정스러웠다. 사고는 이미 저질러놓은것이니 추궁을 받으면 되는것이지만 떨어진 조립실적을 끌어올린다는것은 추궁받기보다도 훨씬 힘들었다. 이제부터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철배우에서 얼며 말그대로 간고한 전투를 하지 않으면 안되였다. 하지만 선봉은 그러한 고생이 결코 두렵지 않았다. 영웅이 되는 길이 어찌 평탄한 길이겠는가. 사고도 있고 일시 뒤떨어질 때도 있고 오늘처럼 죽을번 할수도 있는것이다. 여기서 교훈만 찾으면 된다.… 그는 불안해지는 마음을 그렇게 위안하였다. 그리고 오늘의 사고가 장차 영웅이 되는 날에는 하나의 일화로, 아름다운 추억으로 될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연공들은 오후에야 려단군의소장으로부터 부대에 돌아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그런데 어떻게 벌써 소문이 났는지 그들이 령남리부두에서 금시 떠나려던 련락정을 뒤걸음질시켜 오르니 배우에 타고있던 사민들과 군인들이 저마끔 시물시물 웃으며 쳐다보는것이였다. 그중의 풋낯이나 있는 잠수편대의 한 해병상사는 롱담까지 걸어왔다. 《어, 이거 바다에서 고기그물로 건져낸 연공들이 아닌가? 그래 어떻습데? 룡궁구경은 하고왔나?》 대원들은 고개를 돌리거나 대꾸를 못하였다. 그러나 태연히 맞대거리를 한것은 박선봉이였다. 《여, 룡궁구경만 한줄 아는가? 임당수에 가서 심청이와 악수까지 하고왔다. 심봉사네 고운 외딸말이야.…》 그 소리에 배우에서는 폭소가 터졌다. 말을 해놓고보니 선봉은 스스로도 제가 너무 허장성세하며 부끄러운줄도 모르는것 같아 씨엉씨엉 앞으로 나가며 거기를 피했다. 그런데 정작 배가 끝살부리에 도착하여 소대병실에 들어서니 상서롭지 못한 일이 그들을 기다리고있었다. 박선봉은 벌써 부소대장도 아니고 작업조장도 아니였다. 부대장의 명령으로 그는 이미 중사로 강직되고 연공소대의 식당 고정취사원으로 임명된것이였다. 이 엄한 처분에 선봉은 기가 막혀 한동안 아무말도 못하였다. 뒤늦게야 그는 이렇게 속으로 중얼거렸다. (… 이건 너무하구나… 철배 하나를 파공시켰다구 글쎄… 인명피해도 없는데.) 그러면서도 선봉은 한숨을 쉬였다. 결코 자신을 기만해낼수가 없었던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웬간한 일에는 크게 놀라지 않는 그것을 마치나 사내다운것으로 치부하던 자기의 진지하지 못한 성격이 무슨 결과를 빚어냈는가를 괴로운 심정으로 돌이켜보지 않을수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