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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풍산중사의 잠수조는 피도에 기지를 두고 가물막이공사장에서 초반고르기작업을 하다가 새로운 임무를 받았다. 3,300m계선까지 전진한 토언제 끝과 피도사이에서 지반보호작업을 하게 되였던것이다.

령남리에서 시작된 기본언제가 피도쪽으로 전진함에 따라 바다이 좁아지면서 조류가 세지였다. 따라서 밀물과 썰물에 의한 바닥패임현상이 심해졌다. 이 패임현상을 막기 위해 량쪽에 레루장을 감아 떨구는 방법으로 70여만의 마대천을 바다밑에 깔아야 하였다.

이 임무가 바로 장풍산이 소속된 잠수편대에 떨어졌다. 원래 물에 살얼음이 지는 초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의 기간에는 잠수작업을 하지 않는것이 상식으로 되여있었다. 작업과정에 공기호스가 얼어붙고 육체가 찬 기운을 이겨내지 못하여 마비를 일으킬수 있기때문이였다. 그러나 갑문건설장의 잠수병들은 그러한 위험이나 상식을 잊어버린지 오래며 준전시상태가 선포된 이후부터는 겨울조건이라는 그자체를 무시하고 잠수작업을 계속 하였다.

《잠수병들이여, 조국은 지금 미제원쑤들과 포성없는 전쟁을 하고있다. 심장의 불길로 얼음장을 녹이며 후속공정을 보장하자!》

《잠수초소 이상 없다. 돌격앞으로!》

잠수병들은 그러한 자기들의 심정과 의지를 전투속보에 반영하였고 또 실지 그렇게 일하며 생활하였다.

오전 아홉시반경이였다. 이미 사십분전에 단독으로 바다밑에 들어온 장풍산은 그 시각 잠수정에서 바다밑에 떨군 마대천들이 펴진 상태를 검열하고있었다. 량쪽에 무거운 강철레루장들을 감았다고 해도 마대천은 떨어지는 과정에 겹치여 바로 펴이지 않거나 물살에 밀려 왕청같은데 떨어지는수가 많았다. 그래 마대천을 떨군뒤에는 교대로 한명씩 검열잠수를 하는데 오늘 장풍산은 초소장으로 첫 잠수를 하였던것이다. 가물막이공사장에 비해 수심은 그리 깊지 않아 13m밖에 안되는데도 빛이 미치지 못하고 감탕이 일며 물까지 흐려 한치 앞도 정확히 가려볼수 없었다. 오늘따라 겹친곳들이 많았다. 투하구역을 벗어나 멀리 가서 떨어진것들도 여러장 되였다. 그러나 그는 어느 한장도 놓칠세라 손더듬, 발더듬으로 책임적으로 마대천들이 펴진 상태를 검열해나갔다.

시간이 흐르는데 따라 두터운 잠수복을 거쳐 엄습하는 랭기에 몸이 점점 떨려오고 팔다리가 잘 움직여주지 않았다. 게다가 벌써 밀물때가 되였는지 몸이 자꾸 웃쪽으로 쏠리였다.

마침 그때 지휘전화기에서 소대장의 목소리가 올렸다. 《나오라, 교대시간이 되였다.》

장풍산은 대답을 못하고 얼어서 뻣뻣한 입술만 감빨았다. 짐작에 검열못한 곳이 한두구간 되는것 갈은데 그때문에 다른 동무가 또 잠수하게 하고싶지 않았다. 좀 힘들더라도 자기가 마저 하고 올라가려고 결심을 알린 그는 물살에 밀리지 않으려고 다리에 힘을 주며 한걸음한걸음 전진하였다. 겹쳐진 마대천이 또 나타났다. 더듬어보니 서로 반대편에 가있어야 할 두개의 레루장들이 마대천 중간쯤에 모여 X자를 그리고있었다. 그는 우에 놓은 레루장부터 제자리에 끌어다놓았다.

그러는사이에도 물흐름이 더욱 빨라지는것을 느꼈다. 처음의 위치로 다시 돌아온 그는 남은 반대쪽 레루장을 들어올렸다. 먼저 옮겨놓은 레루장이 물살에 들려 일어서며 마대천을 끌어다 등뒤로부터 그를 덮쳐버린것이 바로 그 순간이였다.

《악!》소리와 함께 그는 레루장을 안고 앞으로 푹 꼬꾸라지며 몇바퀴 딩굴었다. 굴고나서 정신을 차리고보니 레루장에 가슴을 짓눌린채로 자루모양이 된 마대천속에 휘감겨 번듯이 누워있는게 아닌가. 이런 때 당황하여 헤덤비면 안된다. (그래, 그래 덤비지 말자…)

마대천이 몸을 꽁꽁 휘감고 레루장이 가슴을 짓누르고있어서 팔다리를 움직일수 없는데다 숨도 제대로 쉴수 없었다. 그런대로 공기호스와 지휘전화기가 살아있는것이 천만다행이였다.

넘어질 때 지른 비명을 들었는지 수화기에서는 벌써 소대장의 놀란 목소리가 귀따갑게 들려왔다.

《풍산이, 풍산이… 웬일인가? 빨리 말하라! 빨리…》

풍산은 상황을 설명하려고 했으나 가슴을 짓누른 레루장때문에 숨이 막혀 말을 할수가 없었다. 그는 빨리 레루장을 밀어버려야겠다는 생각으로 팔을 움직여보았다.

그런데 마대천이 얼마나 꽁꽁 휘감아놓았는지 전혀 움직여지지 않았다. 손으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왼쪽으로 몸을 뒤틀어 가슴을 짓누르던 레루장의 무게를 오른쪽팔에 받았다. 숨쉬기는 한결 헐해진것 같았다. 대신 흉곽이 압축되여 부서지는것 같은 무서운 아픔이 뒤따랐다. 그 아픔에서 벗어나려고 풍산은 이발을 으드득 갈며 몸을 다시 뒤틀었다. 그러자 아픔이 조금 물러가는듯 싶더니 이내 또 숨이 막혀왔다.

그가 죽음에 대하여 처음으로 생각한것이 바로 이때였다. 그러나 그는 즉시 (…아니, 안된다. 이렇게 죽을수는 없다! 내 나이 몇이고 영웅이 되겠다던 결의는 어디다 두고 벌써 죽는단 말인가?… 안된다! 살아야 한다!) 하고 단호히 죽음을 부정해버렸다. 그는 다시 안깐힘을 써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몸을 뒤틀었다. 역시 숨쉬기는 조금 나아졌으나 이내 흉곽이 부서지는듯한 아픔이 뒤따랐다. 하여 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또 몸을 뒤틀었다. 그러기를 몇십번… 전신에 땀이 질편히 내배도록 하도 몸을 뒤트니 감탕바닥이 패우면서 차차 레루장이 가벼워졌다. 됐다. 이젠 살았다!… 기쁨을 금치 못하며 그는 뒤틀기를 몇번 더하여 마침내 레루장이 더는 몸을 짓누르지 못하는 정도로 감탕바닥을 파고들어갔다. 죽음의 첫 문턱은 그렇게 멀어졌으나 이제는 더 움직일 기력이 없었다. 소대장과 잠수선에 남아있는 작업조원들이 몹시 걱정하리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는 입을 놀릴 기운조차 없어 그냥 번듯이 누워있었다. 질하게 내배였던 땀이 식으면서 인차 몸이 떨려나기 시작하였다. 그런대로 기력을 얼마간 회복하자 그는 입을 간신히 놀려 소대장을 찾았다. 그러나 소대장이 아닌 다른 목소리가 경황없이 《아니, 풍산이, 동무 풍산이가 옳긴 옳은가?》 하고 다우쳐 물었다. 부대장의 목소리였다.

장풍산은 그렇다고 하며 자신이 처한 형편을 더듬더듬 말하였다. 《…알겠다. 풍산이, 구조잠수가 찾지 못하고 올라왔다. 다른 잠수조가 또 내려갔다. 지금 찾고있는중이니 맥을 놓지 말라 ! …》

풍산은 알겠다고 하며 시간을 물었다. 정대철의 대답이 열두시반이라는것이였다.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벌써 열두시반이면 자기가 마대천에 휘감긴지도 거의 세시간이 된다는 소린데 레루장과 싸우는 사이에 시간이 그렇게 흘렀다는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왜 구조잠수가 아직도 자기 위치를 찾지 못하고있는지 알수가 없었다.

지휘전화기의 통화가 두절된 이후 인차 구조대책을 취했겠는데 여직껏 나타나지 않는걸 보면 잠수병이 방향선택을 잘못했거나 조류에 밀려 지금 왕청같은데서 헤매고있는것이 분명하였다. 그는 구조잠수를 누가 내려왔는지 알아보려고 했다.

그러나 방금전까지만 해도 덜덜 떨리던 턱이 꽉 굳어져 도무지 말을 할수가 없었다. 이러다간 동상을 입을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는 장화목에 꽂혀 있는 잠수칼을 뽑으려고 애써 보았다. 칼만 손에 쥐면 마대천을 찢고 빠져나갈수 있을것 같았다.

그러나 가슴우에 레루장이 비스듬히 가로질러있어 상체를 움직일수 없는데다 빠른 물살이 마대천을 압착하는 힘에 아무리 애써도 잠수칼이 꽂혀있는 장화목다리에 손이 닿지 않아서 끝내는 단념해버렸다. 그러느라고 맥을 다 뽑고 시간도 적지 않게 흘렀지만 구조의 손길은 의연히 와닿지 않았다. 몸이 너무 얼어들어 이제는 팔다리에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정신마저 흐리마리해지는것 같았다. 그는 자신이 이대로 바다밑에서 구조잠수병을 만나지 못하고 죽을런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다. (…그래, 죽을수도 있다. 물살이 이렇게 세고 바다물이 이렇게 흐린데 마대천을 휘감고 감바닥에 누워있는 나를 누가 어떻게 발견한단 말인가? 설사 발견한다 해도 그것은 다음번 정조때이고 그때면 나는 이미 살아있지 못할것이다! …)

그는 뜨고있을 기력조차 없어 지그시 눈을 감아버렸다. 그러자 짙은 안개 같은 기억속으로 나서자란 고향 삼수땅이 떠오르고 그 땅에서 시작된 스물여섯해의 길지 않은 생의 나날들이 떠올랐다.

어머니와 아버지, 형님과 누이동생의 정다운 모습도 떠올랐다. 학창시절의 친근한 벗들과 잊지 못할 선생님들, 가슴을 두근거리며 맞이하던 학기말시험과 졸업시험장, 소년단야영소에 갔던 일, 바다가 밤하늘을 불태우던 우등불과 난생처음 바라보던 수평선, 해빛넘치는 백사장…

친근하고 다정하고 잊을수 없는 그 모든 생활과 사람들을 다시 만나지 못한채 죽는다고 생각하니 억울하기도 하고 기막히기도 하였지만 피할길이 있어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어차피 죽어야 한다면 이렇게 맥없이 죽을수는 없었다. 가능하다면 무엇인가 유익한 일을 하고 사람들의 기억속에 남도록 생을 영웅적으로 끝내고싶었다. 그는 눈을 감은채 이발로 경직된 혀와 입술을 천천히 짓씹었다. 피가 나는지 아은 느껴지지 않았는데 입안에 끈적끈적한것이 고여 목구멍을 넘어왔다.

그것을 삼켜버리자 굳어졌던 턱이 얼마간 풀리는것 같았다.

《잠수정! 나… 풍산… 나를… 찾지 말라. 나는… 찾지 않아도 좋다. 마대를 떨구라. 시간을 잃지 말고 작업을 련속 해달라. 부탁이다.… 동무… 들, 부디…》

만신의 기력을 짜내 그렇게 말하며 풍산은 소대장의 목소리를 기다렸다. 그러나 내려온것은 소대장의 목소리가 아니고 귀에 선 웅글고 엄한 질책의 소리였다.

《동무, 무슨 소리를 하는가? 안된다. 나 국장이다. 명령한다. 맥을 놓지 말라! 용기를 내라. 동무에 대해선 당중앙에 보고되였다. 동무를 무조건 구원하라는 과업이 내렸다. 지금 2, 3, 4잠수편대가 다 구조작업에 들어갔다. 신심을 가지고 기다리라. 알았는가?》

아!… 장풍산은 목구멍으로 울컥 치받쳐오르는 격정을 삼키며 더운 눈물을 주르르 쏟았다. 당중앙에서 나를… 나같은 삼수내기촌바우가 글쎄 뭐라고… 터져나오는 울음때문에 그는 송철만국장의 물음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국장이 거듭 《알겠는가? 장풍산, 대답하라!》고 독촉해서야 간신히 알았다고, 열시간이든 백시간이든 싸워이기겠다고 목메인 소리로 대답하였다.

제2편대의 구조잠수병들이 의식을 잃고 꽁꽁 얼어 심장의 박동만 겨우 알리는 그를 찾아내여 잠수정에 끌어올린것은 잠수한 때로부터 9시간, 마대천에 휘감기운 상태로부터는 일곱시간만인 오후 다섯시경이였다. 그때까지도 잠수정을 떠나지 않고있던 송철만과 정대철은 중사의 몸에서 잠수복을 벗기자 저마끔 끌어안고 놓을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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