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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천에 나가있으면서 평양에 왔다간지 석달도 넘어서 윤상설은 위원회며 집에 들려보고싶은 생각이 없지 않았지만 간리역에서 제창 기차를 갈아타고 남포로 내려갔다. 렬차가 역에 도착한것은 2월의 짧은 해가 벌써 한천쪽 바다를 내려다보는 오후 세시경이였다. 역두에 나서면 승용차가 기다리고있다는 련락을 받았으므로 그는 서둘지 않고 마감에 내렸다. 태천발전소건설장에 나가있은지 이제는 1년이 썩 넘어서 얼굴이 볕에 타서 시꺼매지고 적잖게 거칠어졌지만 밤빛다후다솜옷에 수달피모자를 쓰고 옆구리에 가방을 낀 그의 몸에서는 어디라 없이 중앙기관 책임일군다운 무게와 위엄이 풍기였다. 표받는 곳을 나서다 누군가 찾는 소리에 얼핏 고개를 돌렸더니 뜻밖에도 리영선부부장이 나와있었다. 《오시느라 수고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 원 이렇게 마중까지…》 《무슨 말씀을… 귀중한 손님인데.》 리영선은 저로서도 《손님》이라는 말이 이상했던지 그 말을 지우듯 황급히 말했다. 《아니, 시간이 좀 바빠서…》 만나본지 어지간히 오랜 그들은 피차 소원한 감정도 없지 않았으나 여느때의 그 공식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승용차에 올랐다. 차가 움직이자 윤상설은 좌석등받이에 몸을 제끼며 옆에 앉은 리영선에게 물었다. 《무슨 회의가 있습니까?》 태천에 련락온것은 그저 렬차편으로 빨리 남포에 도착하라는것, 역에서 승용차가 기다린다는것뿐이였다. 윤상설은 오면서 속으로 짐작하기를 준전시상태가 선포된 조건에서 남포갑문건설을 중지하고 군대들이 철수할수 있고 그것때문에 장차 이곳의 건설문제로 자기를 부를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리영선의 대답은 뜻밖이였다. 《남포갑문기본설계를 개작했다는 소릴 들었습니까?》 듣느니 처음이여서 윤상설은 놀라서 되물었다. 《아니, 기본설계를 개작하다니?… 뭐가 달라진게 있습니까?》 《달라져도 크게 달라졌지요. 그걸 보라고 오라 한겁니다.》 한순간 상설은 좌절감 비슷한것을 느꼈다. 남포갑문기본설계는 건설예산초안과 함께 그자신이 책임지고 만든것이였다. 그때 설계그루빠에 망라된 실무일군들은 기본설계가 그렇게밖에는 달리 될수 없게 훌륭히 완성되였다고 보았으며 그것은 리영선부부장의 견해이기도 하였다. 그런 완벽한 설계를 개작하였다니 놀랍기도 하거니와 의혹을 금할수 없었다. 《그런데 그건 왜 꼭 내가 봐야 합니까?》 《부위원장동무야 국가건설위원회 사람이 아닙니까?》 《아니 심사에 제기됐습니까?》 《그런건 아닙니다. 심사는 이미 한거나 같고 그저 보고 의견만 내면 됩니다.》 《나는 부부장동무의 말은 듣구두 모르겠구만요. 심사까지 한 설계라면 구태여 보고 의견을 낼 필요가 뭐 있습니까? 괜히 복잡한 문제나 야기시킬수 있는데…》 《그거 뭘 복잡하게 생각할건 없고 좌우간 잘 보고 의견을 내십시오. 왜 그래야 하는가는 후에 이야기해주겠습니다.》 의문이 풀린건 아니였지만 상설은 더 묻지 않았다. 부부장의 말로 미루어 심사는 거쳤지만 개작설계가 무슨 문제점을 안고있던가, 시공에서 일부 불합리성이 나타나서 자기의 객관적의견을 듣자는것이라고 단정해버렸다. 그러는 사이에 승용차는 갑문건설장구역에 들어섰다. 얼기설기 뻗어간 길우로 황토먼지를 구름처럼 피워올리며 끊임없이 달려가고 달려오는 수송차행렬, 누비솜옷차림으로 통나무니, 철근이니, 각목이니 삽과 곡괭이니 하는것들을 쥐고 들고 멘채로 바삐 오가는 군인들, 사방에 솟아오르는 흙더미들과 갖가지 규격의 전주대들, 여러 줄기로 뻗은 인입선철길과 허리에 《갑문》이라고 쓴 전용화차를 끌고가는 내연기관차들… 극히 제한된 시창으로 보이는 인상만 가지고도 상설은 이곳 갑문건설장이 태천발전소건설에 비할바가 아니게 방대하며 겨울조건임에도 불구하고 비상한 활력이 차넘치고 있음을 느낄수 있었다. 특히 준전시상태에서도 갑문건설은 중단없이 진행된다는 부부장의 말이 새삼스럽게 가슴을 쳤다. 세 동의 긴 가설건물본체, 창문이며 처마밑으로 김이 꾸역꾸역 몰려나오는것으로 보아 식당이고 목욕탕일것이 분명한 부속건물, 드넓은 건설장에 비해 어딘가 초라하게까지 보이는 정무원지휘부마당에 승용차가 들어서며 멈춰섰다. 문에 《종합분과》라는 패쪽이 붙은 방으로 그를 데리고들어간 리영선은 방에 모여 무슨 토론인가 하던 여러 지휘부성원들을 소개하며 인사를 시켰다. 그러나 구태여 소개할 필요가 없었다. 정무원지휘부사업을 책임지고있는 김부위원장을 비롯하여 거의 아는 사람들이고 모를 사람이란 종합분과장외에 불과 몇명이였다. 인사소개를 끝내자 리영선은 먼 길을 온 사정을 고려하여 우선 좀 쉬고 설계는 래일부터 볼것을 권고하였다. 그러나 잠시라도 빈둥거릴 멋은 없었다. 그래서 윤상설은 설계는 밤에 보겠으니 지금은 우선 건설장부터 돌아보자고 하였다. 그는 김부위원장의 안내를 받으며 3,300m 계선에 이른 기본언제끝단에도 나가보고 기중기가 숲을 이룬 함형부재전투장도 돌아보았다. 돌아보는 과정에 그는 내심 놀라기도 하고 감탄도 적잖게 했다. 그가 보기엔 군인들이 그새 일을 상당히 많이 해제꼈으며 설명으로 들은 가물막이까지 포함하여 공사전반이 대단히 빠른 속도로 진척되는것 같았다. 짐작컨대 현재 남포갑문건설이 도달한 계선은 그들이 기초설계를 만들 때 적어도 5년이나 6년은 걸려야 가능하다고 본 결과들이였다. 그런 방대하고 어려운 공사과제를 갑문건설경험에서 백지나 다름 없는 송철만이 수하관병들을 지휘하여 그동안에 해냈으니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건설자― 군인들의 일솜씨앞에서는 놀라움이나 감탄보다도 차라리 면구스러움을 느꼈다고 하는것이 옳을것이다. 함형부재장에서 그는 한 대대장에게 교대당 타입실적을 물은바 있었다. 군관의 대답이 보통이고 잘하면 l,200㎥까지도 제낀다는것이였다. 날씨는 이곳도 태천이나 다름없이 령하 15~16℃를 오르내리는 추위속이다. 한개 대대의 인원으로 그만한 타입실적을 올린다는것은 태천발전소건설장에서라면 상상도 할수 없는 일이였다. 어제 태천에서 떠날 때 13화력발전소건설기업소가 담당한 마평보조언제공사장에서 기업소적인 하루실적으로 겨우 200㎥을 타입하고 이럴바엔 차라리 로동자들에게 휴가를 주자는 지배인의 의견에 동의까지 하고온 그였다. 볼것을 다 보고 저녁에 지휘부에 들어와 식사를 하고나니 날이 아주 캄캄해진 여덟시경이였다. 그때부터 보려고 김부위원장의 방에서 설계며 기초계산자료들을 벌려놓고 앉았는데 자갈돌로 두드리는것처럼 되알지고 성급한 문기척이 울려 응답했더니 들어온것은 뜻밖에도 아들 건호였다. 아버지앞에서도 아들은 군인답게 깍듯이 거수경례를 붙이였다. 오후에 함형부재장을 돌아보다가 얼핏 만나보기는 했지만 작업장이다보니 이야기도 변변히 못해본 까닭에 상설은 아들이 찾아온것이 기뻤다. 《거기 앉아라. 저녁은 먹었니?》 《예.》 장탁끝에 와앉은 아들은 군모를 벗어놓고 두손을 깍지 끼여 쥐더니 수굿하고 잠시 거기만 내려다 보았다. 객지에 나와 오래간만에 아버지를 찾아온 아들이라기보다 마치 손아래일군이 사업상 문제를 제기하러온것 같은 자세였다. 이 녀석은 낮에 현장에서 만났을 때도 말뚝을 삼킨 놈처럼 뚝해서 통 웃을줄을 모르더니 지금도 그 본새군… 지휘관으로서 속에 무슨 근심이라도 품고있는듯 싶어서 사유를 물으니 아들은 자기에게는 아무 근심거리도 없노라고 하였다. 《그럼 인상이 왜 그 모양이냐? 지휘관이 그렇게 얼굴에 구름이 껴가지구야 대원들이 좋아하겠니?》 그래도 아들은 한본새로 뚝한 표정이더니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제 걱정은 마십시오. 얼굴에 구름이 꼈다구 대원들에게 비를 쏟지는 않습니다. 》 《지휘관이야 그래야지 》 하면서도 그는 속으로 (망할녀석, 군대밥을 먹으면서도 그 엇드레질하는 버릇은 다 못고쳤구나…) 하고 욕을 했다. 아들은 어릴 때부터 자존심이 세서 부모한테는 물론 간혹 선생님앞에서조차 잘 수그러들지 않는 버릇때문에 매도 적잖게 맞으며 자랐다. 인민학교적인가는 이런 일도 있었다. 모란봉아래 창전동에서 살던 때인데 하루는 퇴근하여 집에 돌아오니 안해가 아들을 세워놓고 문초하고있었다. 워낙 장난이 드세찬 놈이라 상설은 또 무슨 그러루한 일이겠지 하고 처음에는 별치 않게 생각하였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저 그러루한 일》인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선생님한테 엇선것이 문제시되여 부모들이 아이에 대한 교양을 잘해야겠다는 의견이 왔다는것이였다. 선생님한테 엇서다니? 그는 당장 신경이 곤두서서 아들을 넘겨맡았다. 선생님한테 대든것이 명백한 이상 사유를 캘것도 없어 그는 파리채를 돌려쥐고 무작정 잘못부터 토설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아들은 종아리에 굴뱀이 지도록 얻어맞으면서도 용서를 빌지 않았다. 초달이 통하지 않으니 아버지로서는 난처한 일이였다. 그렇다고 이런 때 어른쪽에서 양보하면 아이의 버릇은 오히려 궂히는 법이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잘못을 받아내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 그는 잠옷바람에 아들녀석을 끌고 대동강으로 나갔다. 강가물녘에 아들을 세워놓고 아직도 엇설테냐, 강물에 집어던져 고기밥이 되게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래도 아들이 잘못을 빌지 않자 상설은 그만 악이 나서 아예 물에 빠뜨려 고기 밥을 만들겠다며 아들을 끌고 철벅철벅 강물로 들어갔다. 물이 가슴노리를 치는데까지 들어가서는 이제도 잘못을 빌지 않으면 너같은 자식은 집에 필요없으니 정말로 죽여버릴테다라고 을러멨다. 그러나 아들녀석은 낮색이 파랗게 질려가지고도 입을 꽉 다문채 끝내 잘못을 빌지 않아 결국 아버지쪽에서 지고 말았다. 《전 아버지한테 뭘 좀 말씀드릴게 있어서 왔습니다.》 《그래?… 하긴 나도 너한테 할 말이 있었다.》 그가 아들한테 하자는 말은 결혼문제였다. 건호가 나이 서른이 넘도록 아직 장가를 가지 않고있는것은 그것대로 문제지만 더구나 문제는 그밑에 있는 딸이였다. 재작년 대학을 나와 경공업과학원에 다니는 딸은 벌써 26살이고 애인까지 있는 눈치였다. 그러나 오빠가 결혼하기전에는 절대로 시집을 안간다고 나눕는 판이였다. 그때문에 안해가 노상 걱정을 놓지 못하는것도 있거니와 이번 기회에 어떻게 하든 아들의 입에서 결혼문제를 부모의 결심에 맡긴다는 소리라도 받아내고야말 심산이였다. 《하자는 말이 뭐인지 어서 하려무나.》 《제가 말하자는건… 왜 아버님이 발전소건설장에 나가계시는가 하는건데… 아버진 원래 예산안작성도 하고 여기 남포갑문건설장에서 인생을 총화짓겠다고 말씀하신적도 있지 않습니까?》 《?…》 아들한테 이런 질문을 받게 되리라고 생각 못했던 상설은 일순 얼떠름할수밖에 없었다. 《하니 너는 내가 태천이 아니라 여기 갑문건설장에 와있는것이 옳다, 그걸 말하자는거냐?》 《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리유는 뭐냐?》 상설은 이 저녁 아들이 그저 범상한 이야기나 하자고 온것이 아님을 비로소 의식하며 은연중 긴장해졌다. 《리유란 그렇습니다. 사실 최근 저는 우연한 기회에 우리 남포갑문건설에 대한 아버지의 견해가 어떠했다는걸 알게 되였습니다. 제가 그 말을 들으며 얼마나 놀랐는지 압니까? 저는 그때야 비로소 아버님이 태천에 가계시는 까닭을 알게 되는것 같았고 또 그때부터 아버지 계실곳은 태천이 아니라 우리 남포갑문건설장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상설은 묵묵히 담배만 피웠다. 낮에 현장에서 잠간 만났을 때도 그렇고 이 저녁 아들의 얼굴에 왜 구름이 꼈는가 하는것이 비로소 리해되였다. 망할 녀석, 제 할 일이나 똑똑히 할게지 별데 다 신경을 쓰면서… 속으로는 그렇게 욕을 하면서도 아들이 아버지의 일에 무관심할수 없다는 생각도 들어 너그럽게 말했다. 《네가 어디서 듣지 말아야 할 소리를 들은것 같구나. 물론 나도 포함해서 한때 우리 위원회의 많은 사람들이 견해를 잘못 가졌던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건 이미 지나간 일이고 5년을 목표로 건설이 추진되고있는 지금에는 론의할 가치도 없는 문제다.》 《그럼 아버진… 지나간 일이고 론의할 가치가 없다고 그것으로 이젠 모든것이 끝났다고 생각하십니까?》 《?…》 상설은 아들이 묻는 의미가 얼른 짚이지 않았다. 《저는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버릇없다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전 아버님이 당앞에 과오를 범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버지도 말씀하다싶이 잘못된 견해를 가졌던건 사실이고 그때문에 당의 의도를 옳게 받들지 못한것은 사실이 아닙니까?》 《그래, 그건 죄다 사실이다. 하니 네가 말하자는건 결국 내가 이 갑문건설장에 와서 자신이 범한 과오를 씻어야 한다 그거냐?》 한순간 상설은 아들의 눈에서 불꽃이 반짝 튀는것을 보았다. 《그게 옳은 선택이 아닙니까? 글쎄 제가 아무것도 아닌 문제를 너무 심각하게 보는진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저는 갑문이 완공되여 준공식을 하는 날 손님으로 오신 아버지가 아니라 건설자로서 떳떳한 아버지를 보고싶습니다.》 건호는 간곡하게 말했다. 《음…》 상설은 아들의 념려가 고마왔다. 아버지된 립장으로 당의 뜻을 옳게 받들지 못해 자식으로부터 거북한 소리를 듣는것이 기쁜 일은 아니라 해도 한편 아버지앞에서 어려운 말을 서슴없이 할수 있게 성장한 아들이 대견하기도 했다. 남포갑문으로 말하면 몸은 비록 태천에 가있어도 늘 가슴속에 간직되여있는 잊지 못하는 곳이다. 아들이 말한것처럼 예산을 세우느라 애도 많이 썼고 건설일군으로서의 한생을 거기서 총화지으리라 계획도 했던 대상이였다. 그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바없는 생각이고 가슴속에 감추어진 희망으로서 당에서 요구한다면 기꺼이 응할 마음의 준비도 되여있었다. 하건만 스스로가 그것을 제기할수 없는 문제였다. 그처럼 당에 심려를 끼쳐드리고 이제 와서 무슨 낯으로 갑문건설에 나서게 해달라고 할수 있는것인가. 당의 의도대로 갑문을 과연 5년동안에 완공해낼수 있겠는가 하는 불안의 끄트머리가 사라지지 않고있는것이였다. 하지만 그는 그러한 내심을 아들에게 털어놓을수 없었다. 그래 변명삼아 적당히 이렇게 말했다. 《네 말이 다 옳다. 너의 심정도 리해되고… 하지만 태천도 중요대상이니 거기서 손을 떼고 여기로 옮겨앉는건 내 마음대로 이러구 저러구 하기 힘든 문제다.》 아들은 더 말을 못하고 고개를 수굿하고 앉았다. 그제야 아버지는 아들앞에서 느끼는 이상한 압박감에서 풀리며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 《그건 그렇고… 건호야, 너는 다른 대대장들보다 다르지 않니… 재작년 친애하는 지도자동지를 직접 현장에서 만나뵈온 그 영광이 오늘도 네 가슴속에 끓고있는줄 안다. 그러니 꼭 보답이 있어야 한다는걸 내가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네가 더 잘 알게다.》 《알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서로에 대한 걱정과 사랑이 착잡하게 얽힌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는 여기서 더 진척되지 못했으나 여느때보다도 아버지는 아들을, 아들은 아버지를 보다 깊이 리해하는듯한 심정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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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들어올 때처럼 문간에서 거수경례를 붙이고 방을 나가자 상설은 번거로운 생각을 묵묵히 담배와 함께 태워버리고 설계검토에 달라붙었다. 낮에 돌아본 인상도 합치면서 령남리와 피도를 련결하는 기본언제부분을 살피던 그는 갑자기 어안이 벙벙해졌다. 벙벙해질수밖에 없는것이 언제중간쯤해서 피도쪽으로 약간 치우쳐 반드시 있어야 할, 그리도 많은 론쟁과 타산을 거쳐 거기에 배치한 만년주기대홍수를 예견한 보조무넘이언제수문이 반영되여있지 않았던것이다. 기억이 맞는다면 본래의 설계에는 거기 보조무넘이언제에 61개의 수문이 배치되여있었다. 그런데 이 개작설계에는 단 한개도 배치하지 않고있으니 만년주기대홍수때의 물량을 어떻게 처리하자는것인지 알수 없었다. 의혹은 한참후에야 풀렸다. 보조무넘이언제와 함께 없어진 수문은 대폭 축소된 형태로 피도와 끝살부리사이의 갑실언제옆에 가있었다. 설계를 개작했다는것이 바로 그것인것 같은데 그로서는 놀랄수밖에 없었다. 기본언제에서 보조무넘이수문을 없애고 그것을 갑실쪽에 가져가는것으로 말하면 갑문건설에서 구조물의 단순한 이동배치가 아니라 갑문건설의 기본공식을 부정하는것이였다. 갑문건설의 시조라고 하는 프랑스나 도이췰란드에선 홍수피해를 예견한 보조무넘이수문을 다 갑실과 떨어진 기본언제에 배치하는것을 원칙으로 삼고있었다. 종전의 남포갑문기본설계도 외국의 그러한 경험과 원칙에 근거하여 보조무넘이수문을 언제부분에 배치하였던것이다. 그런데 이 개작설계에서는 세계적으로 공인된 기성리론을 무시하고 보조무넘이수문을 기본언제에서 아예 제거해버렸으니 성공만 하면 이것은 갑문건설분야의 일대 사변이라고 할수 있었다. 61개의 수문대신 갑실옆에 낸 이 세개의 큰 수문과 작은 수문 다섯개로 만년주기대홍수를 감당해내겠는가?… 만년주기대홍수란 양덕과 맹산을 비롯한 대동강류역의 모든 지역에서 연 3일동안 l,000㎜의 비가 내리는 경우를 말한다. 이때 흘러내리는 물량은 초당 4,200㎥로서 만일 이 물을 제때에 뽑아내지 못하면 평양을 포함하여 대동강류역 전체가 물바다에 잠기게 되는것은 물론 갑문언제자체가 견디지 못하고 터져나갈수 있었다. 대동강류역이 물바다에 잠기는것도 그렇고 국고를 털어 건설한 갑문이 터져나간다는것은 상상조차 하기 무서운 일이였다. 설계를 개작한 사람들이 그것을 예견하지 못했을리가 없고 과학적으로 증명도 되였기에 이동배치했겠지만 그로서는 설계가들의 대담성앞에서 정녕 놀라움을 금할수 없었다. 그는 설계를 밀어놓고 기초계산자료들을 검토해보았다. 검토과정에 또 한가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였다. 그것은 설계자들이 만년주기대홍수때에는 축소하여 이동배치한 수문들과 함께 갑실문을 모두 열어놓으면 종전의 61개의 수문을 충분히 대신할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것이였다. 종전설계는 대홍수때에도 갑실문은 닫아놓는것으로 되여있었는데 열어놓고보니 구태여 닫아둘 필요가 없었다. 원, 이런 단순한 리치를 모르고 그런 군더더기 같은 수문을 잔뜩 배치하다니… 그가 비상한 흥분속에 근 100매 가까운 기초계산자료의 마지막페지를 넘겼을 때에는 새벽 5시경이였다. 결국 한밤을 꼬박 새운 셈이지만 그는 피곤보다는 좋은 설계를 보고난 기쁨이 더 커서 마음마저 흥뜨는것 같았다. 몇가지 부분적인 결함은 있었지만 총체적으로 볼 때 설계가 매우 대담하고 합리적으로 개작되였다는것을 인정하지 않을수 없었다. 어느덧 날이 활짝 밝았다. 리영선부부장은 엊저녁에 끝살부리로 건너갈 소리를 하더니 언제 되건너왔는지 그때쯤에야 추위에 얼굴이 시퍼렇게 얼어가지고 나타났다. 《어떻게?… 초보적인 파악은 했습니까?》 걸상을 끌어다 난로가까이에 앉으며 그는 물었다. 윤상설은 이윽히 설계를 들여다보다 말고 자신의 견해를 내놓았다. 《제 보기엔 그만하면 설계가 아주 합리적으로 개작된것 같습니다. 한가지 고려하지 못한 점이 있는것 같은데… 보조무넘이를 없앤건 좋지만 지금처럼 하면 장마때에 재령강에 고이는 물을 빼지 못합니다.》 황해남도일대의 논농사피해를 막으려면 반드시 그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되였다. 《갑실문을 열어놓는것으로 해결 안될가요?》 리영선의 말이였다. 《갑실문을 여는거야 만년주기홍수때의 일이고 보통 장마에야 열면 안되지요. 장마뒤에 안정수위를 보장못할수 있으니까요.》 안정수위를 잃으면 농사에 지장을 주기는 매일반이였다. 《수문턱을 전반적으로 좀 낮추어주면 해결될상 싶기는 한데…》 그것은 즉흥적으로 떠오른 생각은 아니고 개작설계의 약점을 알게 되자 모색한 방책으로서 아직 확신은 가지 않았다. 그러나 부부장은 금시 확 달아올랐다. 《수문턱을 낮춘다… 아니, 그게 아주 비슷한 방법이 아닙니까? 간단두 하구? 전문가가 아닌 내 생각에도 그건 참…》 《글쎄요. 실천적으로 가능하겠는지…》 《왜 가능하지 못하단 말입니까? 수문턱이야 필요하면 낮출수도 있고 높일수도 있는건데… 토론해봅시다. 가능할것 같습니다. 역시 부위원장동무한테 설계를 보이길 잘했습니다. 보고드리면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도 몹시 기뻐하실것입니다.》 갑자기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 보고드린다는 소리에 상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아니, 여기선 이런 실무적인것도 다 보골 드립니까?》 《보고드리지 않구요… 그이께서 보조무넘이문제에 얼마나 관심이 크신지 압니까? 이제는 알아도 일없겠기에 하는 소린데 사실 이 개작설계가 나오게 된 경위도 그렇고 부위원장동무에게 설계를 보이는것도 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지시에 따른것입니다. 그이께선 다름아닌 부위원장동무를 찍었단 말입니다.》 《네?!》 윤상설은 가슴이 뭉클하여 한동안 아무 말도 못하였다. 남포갑문건설기한을 당의 의도에 맞게 바로 정하지 못하여 수령님께 커다란 심려를 끼쳐드린것때문에 죄의식을 느끼며 자식앞에서조차 떳떳치 못하던 자기였다. 그런 불충불효한 자신에게 태천발전소건설과업을 맡겨주신것만 해도 고맙기 그지 없는데 여전히 잊지 않고 믿음을 주시니 상설은 그저 목이 메일뿐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