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쇠붙이에 장갑짝이 떡떡 얼어붙는 12월의 추운 날씨였다.

아침에 끝살부리로 건너와 송관역 모래하차장에서 오전시간을 보낸 송철만은 점심때가 다 되여서야 가물막이공사장으로 들어갔다.

병사용누비솜옷우에 장령반외투를 덧입고 검은 가죽장갑을 낀 그는 가끔 외투주머니에서 손을 뽑아 귀를 비비면서도 오랜 군무생활의 습관대로 털모자귀덮개는 끝내 내리우지 않았다.

현장지휘부에 들어서니 모두 식당으로 갔는지 16해상돌격대 대장 정대철이 혼자 전화기앞에 뻗치고 서서 어덴가와 통화를 하고있었다. 워낙 목소리도 크지만 저쪽이 어딘지.

《동무, 동무 갑문을 건설하자는 사람들이 옳은가, 옳다면 왜 당의 방침관철을 그런 식으로 하는가?… 안되오.… 래일 아침에 띄우지 못하면 문제가 설줄 아시오.…》 등 과격한 말마디들을 마구 내던지며 상대방을 무섭게 다불러대는것이였다.

난로를 끌어안다싶이 하고 몸을 녹이던 송철만은 정대철이 전화를 끝내고 난로옆에 오자 어데다 그런 전화를 하는가고 물었다.

정대철은 걸상을 끌어당겨다 놓고 앉으며 상대방이 남포조선소 생산부기사장인데 11호철배를 모레쯤에나 내놓을 소리를 하기에 좀 을러멨노라고 하였다.

《9호는 오늘중에 침강시킬수 있을것 같소?》

《바다상태로 보아 이번에는 성공할수 있을것 같습니다.》

9호철배는 애꾸러기였다. 벌써 사흘째 다섯번이나 침강시키다가 실패하여 이제 4시간후에 오게 될 여섯번째 정조를 기다리고있었다.

《오늘 기온이 령하 16요. 저녁무렵에는 더 내려가겠는데 연공들이 동상을 입지 않도록 해야겠소.》

《알겠습니다. 벌써 귀와 손발이 언 동무들이 여럿됩니다 》

《그것 보오. 겨울이 인제 시작인데 잘못하단 연공들을 싹 얼궈죽이겠소》

그때 문밖에서 누군가 규정대로 들어갈수 있는가고 문의하였다. 정대철이 들어오라고 하자 나드는 문을 왈칵 잡아채며 웬 초기무사관이 문턱을 넘어섰다.

《소장동지, 16해상부대 연공소대 부소대장 박선봉 만날수 있습니까?》

조심성은 적으나 군인다운 절도에선 나무랄데 없었다.

《저는 부대, 아니 국지휘부에 한가지 의견을 제기하자고 합니다.》

높은 상관들앞에서 주눅이 들가봐 우정 그러는듯 사관은 필요이상의 당돌함을 보여주었다.

송철만이 입을 열기전에 성미 급한 정대철이 못마땅한 기색으로 낮으나 엄하게 쏘아붙였다.

《여, 상사, 동무한테는 직속상관도 없는가? 어데 와서 망탕…》

그는 수하의 일개 사관이 자기의 직속상관을 뛰여넘어 국장한테 의견을 들고온것을 몹시 불쾌하게 생각하는것 같았다. 그러나 철만은 놔두라고, 무슨 그럴만한 사정이 있는것 같은데 들어보자고 하였다. 그러기 바쁘게 박선봉은 주먹에 입을 대고 마른 기침을 깇더니 가슴을 쭉 펴며 의견을 제기하였다.

《우리 연공작업조는 1호와 4호를 운반해다 침강조립했고 지금은 9호철배와 씨름질하고있습니다.》

《오… 9호가 동무네거요?》

《원칙적으로는 우리거지만… 여러날 헛침강을 하며 교대작업을 하다나니 이젠 주인이 애매해졌습니다. 전 바로 이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철배조립공정과 교대작업에 대한 구체적표상이 없어선지 송철만은 사관의 의도가 얼른 짚이지 않았다. 정대철이 또 먼저 입을 열었다.

《동무, 무슨 소리요? 거기 뭐가 바로잡을게 있소?》

《있습니다.》말하는 품이 사관은 자기의 정당성을 믿어의심치 않는것 같았다.

《전 우리 연공들이 서툴어서 철배조립을 잘하지 못하고 그때문에 전반적인 가물막이공사가 공정보다 많이 뒤떨어졌다는걸 알고있습니다. 이걸 해결하자면 매 철배에는 해당한 주인들, 다시말하여 한 작업조가 운반으로부터 침강조립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게 합니까? 한 조가 실패하면 그 조는 무조건 철배를 내리게 합니다. 전 이것부터 잘못된거라고 봅니다.》

송철만은 사관이 무엇을 말하자는것인지 인제는 좀 리해되는것 같았다.

《하니까 동무는 침강이 실패하면 그 실패한 작업조가 다음 정조때까지 그냥 철배우에 있다가 다시 해봐야 한다 그거겠소?》

《옳습니다. 국장동지, 바로 그래야 합니다.》

소장이 자기의 말을 리해해주는것이 기쁜지 사관은 벌 웃기까지 하였다.

《왜 그래야 하는가 하면 말입니다. 그게 어느 소설책에도 씌여있던건데 사실 성공이라는거야 실패를 겪어본 다음에 오는게 아닙니까? 그런데 지금은 실패맛을 보고 <다음번에는 성공할수 있다.>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내려와 난로옆에 앉아있고 다른 생뜨기 작업조가 교대해나가선 또 실패하고… 매번 봐야 이런 식인데 운반해올 때부터 보면 개개의 철배는 제가끔 특징도 있습니다. 때문에 저는 매 작업조에 철배를 하나씩 맡겨주어 이건 너들이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 이렇게 돼야 기능도 높아지고 경쟁적으로 침강도 더 잘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철만은 이 박선봉이라는 초기무사관이 철배조립과 관련하여 나름으로 생각을 많이 했고 또 시기적절한 때에 아주 요긴한 문제를 제기한다고 생각하며 정대철을 건너다보았다. 무슨 깨달음이 있는듯 부대장도 종전의 못마땅한 기색을 지워버리고 신중한 표정으로 달아오른 난로허리를 이윽토록 쏘아보더니 눈길을 들어 마주보는데 그 시선은 명백히 이렇게 말하고있었다.

《참고할 가치가 있는것 같습니다.》

송철만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관을 쳐다보았다.

《좋은 의견이요. 만일 매 작업조에 철배가 분담되면 그건 동무의 의견이 관철되였다는것을 말하며 또 그것이 성과를 거두면 동무를 표창하겠소.》

결론적으로 이렇게 말하며 철만은 아까부터 그가 어쩐지 낯익다는 생각이 있어서 갑문건설을 오기전 어느 부대에 있었는가고 물었다.

《저를 모르시겠습니까? 우리 도하대대에 오셨다가 장기를…》

그는 생각났다.

《그러니 옛전우를 만난 셈이구만. 장기친구를… 허허허.》

송철만은 아무튼 반갑다고 하며 정대혁에게 박선봉과 같은 군부대출신이라는것, 상사의 할아버지가 어떤 장기군이며 여섯살짜리 어린 손자에게 왜 장기를 배워주었는가를 설명하고 나서 다시 사관에게 시선을 돌리였다.

《좋아. 이제 기회를 봐서 한번 승부를 겨루어보자구.》

사관은 거수경례를 붙이며 규정대로 가도 좋은가고 하였다. 송철만은 돌아가도 좋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가 막 돌아서는 순간에 떠오른 생각이 있어서 《가만!》 하고 멈춰세웠다.

《동무네 그 도하대대에서 잡아왔던 새끼호랑이는 어떻게 했나?》

박선봉은 벌쭉 웃기부터 하더니 도하훈련이 있은 날 오후에 한개 분대의 무장호위를 붙여서 제자리에 가져다놓았다는것이였다.

《그래 엄지범이 새끼를 데려갔는가?》

《데려갔습니다. 다음날 가보니까 벌써 새끼는 없고 그 자리엔 엄지범이 싼 똥만 한무지 남아있더랍니다.》

《허―어. 그놈 아주 고약하군. 새끼를 돌려줬으면 이쑤시루 수염이라도 몇대 뽑아놓을것이지 똥만 싸놓고 가다니…》

그러나 상사는 범똥이 약이라고 하였다. 술미치광이한테 범똥을 술에 타서 먹이면 술버릇이 뚝 떨어진다는것이였다. 그 소리에 송철만은 물론 사관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정대철이도 어깨를 들썩거리며 한바탕 웃었다.

 

다섯번의 실패끝에 마침내 성공한 9호철배의 침강작업을 마감까지 보고난 송철만은 정대철과 같이 해상지휘선을 타고 곧장 피도로 건너갔다. 피도에는 제5잠수편대지휘부가 있고 또한 거기서는 가물막이 하류제방접속부공사가 진행되고있었다.

남은 오후 시간에 그 두 단위의 사업을 료해하고 필요하면 협의회도 가질 작정이였다. 그러나 섬기슭정박장에서 배를 내려 둔덕에 올라서자마자 그는 예상치 못한 정황과 맞다들었다. 거기 섬에서 아스라니 바라보이는 령남리기슭에서 떠나 바다를 꿰질러 피도를 향해 전진해오고있는 기본언제공사장이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잠잠해있었던것이다.

《여보, 저 <백공>이 왜 저렇소? 쥐죽은듯 잠잠한게… 내가 눈이 잘못됐는가?》

하지만 잘못된것은 눈이 아니였다. 정대철도 눈을 부릅뜨고 이윽히 건너다보더니 같은 소리를 하였다. 수송차나 투석선들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고…

(무엇때문인가? 왜 공사가 진행되지 않고있는가?)

엄중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이상 순간이라도 정지가 있을수 없는 언제공사장이였다.

철만은 피도와 언제공사장간 무선통화의 가능성여부를 물었다. 정대철은 거리가 좀 멀어서 감도가 시원치 않지만 통화는 할수 있다면서 어깨에 메고있던 무선통화기를 벗어 넘겨주었다. 안테나를 뽑고 전원단추를 누르자 감도가 나쁘다는것이 즉시 알렸다. 그런대로 출력을 최대로 놓고 《백공》을 찾으니 한참만에 잡음의 혼탁속에서 마침 부대참모장이 응답하였다. 공사장이 왜 잠잠한가 하는 철만의 물음에 참모장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 얼음때문입니다. 얼음장들이 몽땅 언제끝에 몰려들어 수송차가 물동을 쏟아부을수 없고 투석선들도 투석위치에 접근할수 없습니다.》

무슨 소린가?… 납득이 잘되지 않아서 철만은 좀 더 구체적으로 캐물었다. 그래서야 까닭이 명백해졌는데 밀물을 따라들어온 얼음장들이 언제끝에 걸려 빙빙 돌면서 떠나지 않기때문에 뿔부재와 토량을 처리할수 없는 상태가 조성된것이였다.

철만은 행동계획을 바꾸어야 할 필요를 느끼며 무선통화기의 전원을 꺼서 정대철에게 주고 말했다.

《10호철배부터는 아까 박선봉이 말하던대로 하오. 분명 성과가 있을거요.》

《알겠습니다.》

그로부터 한시간이 채 못되여 송철만은 벌써 령남리에 건너가있었다. 썰물때 리용하는 광량만쪽 부두에서 배를 내린 그는 곧장 함형부재장으로 들어갔다. 바다쪽을 6m 높이의 감탕제방이 성벽처럼 둘러막고있어서 부재장안은 바람기도 한결 약하고 오후작업이 방금 시작된 때라 강추위속에서도 작업은 활기를 띠고있었다. 주변에 세멘트창고며 통나무더미며 철근무지며 휘틀제작장이며 하는것들을 거느리고 두개의 시험부재가 서로 키다툼을 하며 나란히 솟아오르고있었다. 한개가 자그만치 80여세대분의 5층아빠트와 맞먹는 건물이다. 미끄럼식휘틀을 쓸줄 몰라서 200명의 군인들이 평양의 어느 건설장에 들어가 배워가지고 나온것이 10여일전인데 벌써 3m가량 키가 자라 올랐다. l호부재타입장으로 올라간 송철만은 지휘관을 불러 오전에 타입한 실적을 알아보았다. 2호부재도 그렇고 휘틀이 전반적으로 반m가량 이동한 폭이였다. 도시의 어느 주택건설장에서 령하17의 추위속에서 반나절동안 휘틀을 그만큼 밀어올렸으면 아마 기적이 일어났다고 떠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 갑문건설장에서는 그것을 성과라고 말할수 없다. 성과는 고사하고 오히려 굼뜨다고 추궁을 받지 않으면 다행이였다. 겨울의 바다가라는 악조건은 도대체 고려에도 넣지 않는다. 문제는 그렇게 빨리 밀어올려도 공정기일이 자꾸 처지며 공정계획 대 실적간의 차이가 점점 커지는것이였다. 그 차이를 메꾸기전에는 어떤 성과도 감히 성과라고 말할수 없었으니 함형부재생산과 관련한 송철만의 고민은 날이 갈수록 벌어지는 그 틈바구니를 어떻게 메꾸겠는가 하는 바로 거기에 있었다.

그런데 저쪽에서 혼합기가 돌아가지 않는것이 보였다. 2호부재의 동쪽벽 타입을 보장하는 혼합기였다. 골재운반용 벨트콘베아도 돌아가지 않았다.

웬일인가. 철만은 대번에 신경이 곤두섰다. 한창 일자리를 내야 할 시간에 기계들을 세우고있다니.

무슨 리유가 있겠지만 어쨌든 참을수 없는 현상이여서 그는 기본언제공사장으로 넘어가려던 걸음을 돌려 혼합장으로 들어갔다. 원인을 따져보고 문제를 단단히 세울 심산이였다.

《기계를 세워놓고 뭣들 하오?》

철만은 가까운 1호혼합기에 다가서며 엄하게 물었다. 즉시 함마질소리가 멎고 배출구앞에 무릎을 꿇고앉아 정대를 잡았던 군관이 일어섰다. 대대장 윤건호였다.

《혼합물보장을 동무네가 맡았던가?》

소좌는 그렇다고 하며 베개통처럼 굵게 붕대를 감은 왼손을 슬며시 허리뒤로 감추었다. 거기에는 개의치 않고 송철만은 기계들을 멈춰세운 리유를 물었다.

《몰탈이 혼합기안에서 몽땅 얼어붙었습니다.》

《물을 끓여서 하겠는데 왜 얼쿼붙여?》

윤건호는 그 원인을 타입장에 밀었다. 타입을 맡은 3대대에서 혼합물을 제때에 받아주지 않기때문이라는것이였다.

《… 아마 용접력량이 걸려 철근골조를 선행하지 못하는것 같습니다.

용접공문제라면 송철만은 할 말이 없었다. 함형부재장보다 더 중요하다고 볼수 있는 끝살부리가물막이공사장에서도 용접공을 많이 요구하지만 풀어주지 못하고있는 형편인것이다.

《이런 일이 자주 생기나?》

《요새는 거의 매일이다싶이 합니다. 어떤 날은 하루에 한 서너번씩 까낼 때도 있습니다.》

송철만은 미간을 찌프리였다. 혼합기안의 몰탈이 하루에 서너번씩 얼어붙는다면 그것을 까내는데만도 얼미나 많은 시간과 힘이 소비되고 타입은 타입대로 또 얼마나 늦어지겠는가.… 하지만 해결방도는 없었다. 유일한 해결책은 이 추위가, 아니 겨울이 빨리 물러가고 봄이 와주는것인데 봄은 아직도 멀리에 있었다.

《한데 그 손은 왜 그렇게 싸맸나. 다쳤나?》

붕대를 베개통처럼 감은걸 보니 상해도 크게 상한것 같았다. 소좌는 대수롭지 않게 살가죽이 벗겨졌을뿐이라고 하면서도 붕대감은 손을 내놓기 꺼려하였다. 그것이 수상하여 재차 따져 물어서야 그는 정대에 손바닥이 얼어붙은줄 모르고 집어던졌는데 손바닥살가죽이 통채로 정대에 묻어 떨어졌다는것이였다. 그러고보니 손을 베개통처럼 싸맨것이 대대장뿐이 아니였다. 여러 전사들이 손을 그렇게 싸매고있었는데 알아보니 다 비슷한 원인으로 얻은 부상들이였다. 겨울상처는 워낙 잘 아물지도 않지만 자칫하면 동상으로 번져 괴저를 일으킬수도 있다. 때문에 사실 그들모두는 입원치료를 받아야 할 대상들이였다. 하지만 송철만은 그들더러 병원에 가보라는 말은 못하고 얼지 않게 손건사들을 잘하라는 소리만 하고 혼합장을 떠났다.

몰아치는 바람이 입김에 젖어 꾸득꾸득해진 털모자을 날리며 볼편을 얼얼하게 후려쳤다. 그는 모자끈을 모아 입에 물고 걸었다. 바람은 제방끝으로 나갈수록 더 세차졌다.

송철만은 언제끝단에서 부대참모장을 만났는데 그는 아주 괴이한 행색을 하고있었다. 워낙 키가 작고 가로 퍼진 사람이 웬일인지 털모자를 쓴 우에 백포를 둘둘 휘감아 마치도 과학환상소설에 나오는 우주인 같았다.

《왜 이런 꼴을 하고있소?》

참모장은 병사용장갑을 낀 손으로 오른쪽 볼편을 툭툭 때렸다.

《망할 놈의 이발이 쏴서 그러지 않습니까.》

《쏘는 이발이면 뽑아버릴게지. 아까와 건사하고있소?》

《부은게 내리면 뽑긴 뽑아야겠습니다.》

철만은 일을 몇시간째 못하는가고 물었다. 벌써 다섯시간 되였다고 하며 참모장은 썰물이 져 아찔하게 내려다보이는 언제밑을 가리켰다.

《저걸 보십시오. 저 얼음을… 물이 찌니 덧쌓이기까지 합니다.》

참모장이 가리켜보이는 언제단면에는 밀물에 들어오며 걸리고 썰물이 나가며 걸린 집채 같은 얼음장들이 무지무지 쌓여있었다. 제방이 전진하지 못하는것은 바로 그 얼음 때문이였다. 제방밑에 얼음장들이 묻히면 안되였다. 봄에 나가 녹으면 제방뚝이 꺼져내리면서 아주 좋지 못한 결과를 빚어낼수 있는것이다. 그래서 지금 수백명의 군인들이 바닥에 내려가 나무나 철장대로 얼음덩이들을 까서 끌어내는 작업을 하고있지만 그야말로 개미역사나 다름없이 내려다 보기조차 답답하였다.

《저걸 폭파로 활 날려버리면 안되오?》

그의 물음에 참모장은 고개부터 가로저었다. 한번 해봤는데 덩이얼음이라 방향발파는 안되고 이쪽 언제경사면에 날아와 박히면서 오히려 일에 지장을 준다는것이였다.

송철만은 폭파문제는 더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러니 저렇게 해서야 무슨 일을 하겠소? 달리 방법을 찾아야지.》

《전사들이 해보자는 방법이 하나 있기는 한데…》

참모장의 말이였다.

《?》

《저렇게 언제골에 얼음이 걸려 쌓이게 내버려두지 말고 말입니다. 밀물이나 썰물이 지면서 얼음이 떴을 때 아예 밀어버리자는것입니다 》

《그러자면 사람이 물에 들어가야지 않소?》

《들어가야지요. 실은 그때문에 용단을 못내리고있습니다.》

(그렇다.―)

철만은 주먹등으로 왼쪽허리를 눌러짚은채 참모장앞을 오고가며 골똘히 생각하였다. 방법자체는 매우 대담하고 적극적이다. 그런데 이 한겨울에 전사들을 바다에 들여보낸다는것이 문제다. 누비솜옷과 외투까지 입고도 견디기 힘든 추위에 바다물속에 뛰여들어 얼음장을 밀어낸다는것은 실천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불과 몇분사이에 사지가 얼어 가드라들고 더욱 나쁘기는 물속에서 심장마비가 오는것이다.

동상은 더 말할것도 없다. 그러니 그만두어야 하는가? 과연 단념할수밖에 없는가? 하지만 이건 힘들어 피하고 저건 위험해서 단념하는 식으로 해서야 어느 세월에 제방을 저 먼 피도까지 밀고나가겠는가, 시오리저쪽의 피도는 한바다우에 떠있는듯 아득히 바라보이는데… 그러자 그는 갑자기 자신이 불안스러워졌다. 이 무슨 나약한 생각인가? 왜 단념한단 말인가? 방법이 아주 없으면 몰라라 있는 이상 무엇이 두려워 주저한단 말인가?…

생각이 거기에 이르러 철만은 참모장앞에서 걸음을 멈추며 결심을 내놓았다.

《한번 해보기요, 물이 들어올 때도 됐으니.》

《무얼 말입니까?》

《그 얼음을 밀어내는 방법말이요. 전사들이 제기했다는…》

참모장은 당장 눈이 퀭해졌다.

《그러다 사고라도 나면…》

그가 말하는 사고란 물론 심장마비나 동상을 의미하였다. 그러나 철만은 이미 결심한바를 변경하고싶지 않았다.

《여보, 죽는게 그리 두려워서야 싸움은 어떻게 하겠소. 사고는 나지 않을거요. 전사들이 제기한 문제면 그건 그들자신이 이겨낼만한 용기와 심장이 있다는걸 의미하오. 조직하시오.》

참모장은 더 다른 말은 않고 이윽히 제방아래만 내려다보더니 갑자기 볼을 싸쥐였던 손으로 허공을 내리쳤다.

《젠장, 그렇다면 해봅시다. 전쟁인셈치구…》

참모장은 목에 둘러감았던 백포를 풀어헤치며 신호수를 불러 철수나팔을 불라고 하였다. 하늘로 솟구쳐오르던 새가 급히 땅으로 내리꽂히는것 같은 나팔소리가 몇번 울리자 제방밑에서 얼음을 까내던 군인들이 지레대며 쇠망치며 바줄이며 하는 작업도구들을 둘러메고 제방우로 올라왔다. 그런데 그 전사들속에 뜻밖에도 정치부장 리응천이 끼여있었다.

《물이 들어오자면 아직 이른데 왜 벌써 철수합니까?》

쇠망치질을 하다가 얼음덩이에 얻어맞았는지 이마에 시퍼런 혹이 돋고 눈섭에 고드름이 달린 리응천의 물음이였다.

《전투를 좀 다른 형식으로 해야 할것 같소.》

송철만이 그 다른 전투형식에 대해 설명하자 리응천은 대뜸 찬성해나섰다.

《옳습니다. 그게 방법입니다. 해보니 까내는 놀음은 틀렸습니다.》

전사들에게는 참모장이 설명했다. 일이 일 같지 않아 맥만 나던 차에 자신들이 제기한 작업방법이기까지 해서 전사들모두는 환성을 올리며 벌써 군복단추를 벗기거나 팔다리운동을 하는 축들도 있었다.

하여 야전천막이며 장작이며 갈아 입을 내의에 모포며 더운 물이며 술이며 하는것들이 준비되였다.

리응천의 지시로 국정치부방송차도 달려왔다.

또 그러는 동안에 물이 들어오면서 얼음장들이 뜨기 시작하여 1진의 한개 중대 군인들이 솜옷을 벗고 동내의우에 구명조끼만 입은채 물에 들어갈 차비를 하였다. 그 1진에 끼우려고 송철만이 솜옷을 벗고있을 때 리응천은 벌써 구명조끼를 고르고있었다. 체중이 백이 넘는 사람이라 몸에 맞는것이 없는지 한참 이것저것 쥐였다놓았다 하던 그는 마침내 하나 골라쥐고 기뻐하며 팔을 꿰다가 그제야 여본듯 바삐 다가왔다.

《아니 국장동무, 그 몸으로 뭘 어쩌자는겁니까. 그만 두십시오. 물에는 내가 들어가겠으니 국장동무는 여기서 지휘나 하십시오.》

리응천이 고집을 부릴것 같아 철만은 우정 퉁명스럽게 내쏘았다.

《무슨 소릴 하오. 전사들을 물에 들여보내고 나는 구경이나 하란 말이요? 내 걱정은 말고 저기 방송차에 가 선동연설이나 하오. 정치일군은 이런 때 마이크를 쥐는게 옳소.》

그런다고 물러설 리응천이 아니였다.

《물론 선동연설은 내가 합니다. 그러나 물에도 내가 들어가야 합니다. 국장동무야 몸에 총상도 있고 더구나 타박상까지 가진 영예전상자가 아닙니까?》

《그건 또 무슨 그런 당치 않은 소리를 하는거요.》

철만은 불쾌감을 그대로 드러내며 리응천을 흘겨보았다. 흘겨보며 속으로 이렇게 힐난했다.

이 량반이 처음 만나서부터 그 소리더니 그냥 이럴내긴가? 체통도 작지 않은 사람이.… 그는 남의 건강에 지나치게 간섭하면 실례로 된다는것을 알려줄 필요를 느끼며 감정적으로 말했다.

《여보, 정치부장동무, 그 말은 감사하오. 한데 동무는 어째 남의 부상처를 자꾸 건드리면서 그러우? 명백히 말해두는데 난 <영예군인>도 아니고 더구나 부상처는 아무일 없소. 그러니 앞으로 더는 그런 말을 않도록 주의해주기 바라오.

자존심이 있는 사람이면 그 정도의 말만 들어도 모욕감에 입을 다물겠는데 리응천은 그러지 않았다.

《그럼 <영예전상자>는 아니라고 합시다. 그러나 이런 말을 다시 안할순 없을것 같습니다. 그건 왜냐 하면… 사실 나는 친애하는 지도자동지로부터 국장동무의 건강을 책임질데 대한 <특별과업>을 받은바있습니다. 그러니 이제부턴 제가 쉬라면 쉬고 병원에 가라면 가고… 복종까진 아니라고 해도 거부하진 말아야겠습니다. 제가 국장동무의 부상처를 왜 자꾸 건드리는지 이젠 알겠습니까?》

《?!》

철만은 가슴 뜨거움을 금할수 없었다. 그이께서 그런 관심까지 돌려주시다니… 이 평범한 전사에게… 그는 감사한 마음을 뭐라고 표현할 길이 없었다.

그쯤하면 안심할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리응천은 더 다른 말은 않고 돌아서더니 씨엉씨엉 방송차 있는데로 걸어갔다.

뒤이어 체구에 비해서는 그리 우렁하지 못한 그의 격동적인 목소리가 확성기에서 울려나왔다.

《동무들! 보는가? 지금 우리의 돌격로를 얼음바다가 막고있다. 저 얼음장들을 적의 땅크나 장갑차라고 생각해보자. 우리 뒤에는 조국이 있다. 당중앙이 지켜보고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주저해야 옳겠는가? 대답하라. 물러서야 옳겠는가?…》

그러자 병사들이 격동된 목소리로 화답한다.

《아니다!… 물러설수 없다!…》

《나가자!… 짓부시자!…》

웨침과 함께 틀어쥔 주먹들이 불끈불끈 솟아 하늘을 찌른다.

《그렇다. 동무들! 돌격해야 한다. 우리모두 리수복영웅처럼 싸우자!》

피를 끓이는 불같은 호소와 함께 리응천은 리수복영웅의 시를 격조높이 읊기 시작하였다.

 

나는 해방된 조선청년이다

생명도 귀중하다

찬란한 래일의 희망도 귀중하다

그러나 나의 생명, 나의 희망, 나의 행복

그것은 조국의 운명보다 귀중치 않다

하나밖에 없는 조국을 위하여

둘도 없는 목숨이지만

나의 청춘을 바치는것처럼

그렇게 고귀한 생명, 아름다운 희망

위대한 행복이 또 어디 있으랴

 

그런 격앙된 분위기속에서 송철만은 제1진의 군인들과 함께 바다에 뛰여들었다. 리응천의 격동적인 선동도 있었거니와 주저하거나 얼굴을 찡그리는 병사는 단 한명도 없었다.

오히려 청춘의 의기와 군인의 용감성을 뽐내느라고 태연히 웃는가 하면 주먹을 들어 떠나온 제방우에 격려를 보내는 축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웃음과 랑만은 인차 엄습하는 랭기를 이겨내느라고 지르는 윽― 윽― 소리로 변하였다. 저마끔 각이한 동작으로 첨버덕 첨버덕 헤염치며 기을 쓰며 악― 악― 소리를 지른다. 그러한 혼잡속에서 각자는 목표한 얼음장들에 다가가 떠밀기 시작하였다.

물에 감히 뛰여들기는 했지만 빠르지는 못해 어쩔수 없이 뒤떨어진 철만은 저만치 큰 얼음장에 혼자 달라붙는 전사가 보이자 그쪽으로 헤염쳐갔다.

《같이… 밀자구.》

벌써 이발이 덜덜 맞쪼이며 말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런대로 그는 어깨로 얼음장을 떠밀며 전사에게 정 못견디겠으면 자기에게 매달리라고 하였다. 그러나 전사는 제법 당돌하였다.

《아 아닙니다. 구… 국장동지가… 나를 부, 붙드십시오.》

단숨과 함께 토막토막 끊어져나오는 전사의 말에 송철만은 고맙다는 말을 하려 했지만 턱이 얼어붙어 말이 나가지 않았다.

사방에서 리던 악―악 소리가 차차 《영차!》소리로 바뀌였다. 미구에 그것은 여럿의 소리로 합쳐지면서 서로 먹이고 받는 하나의 곡조로 전환되였다.

《영차!… 영차!…》

《영차!… 영차!…》

언제우에서 나팔소리가 울렸다. 그것은 이미 약속된 교대가 준비되였으므로 1진은 나오라는 신호였다. 송철만은 나팔소리를 들었는지 어는지 그냥 얼음장을 떠밀기에 여념이 없는 전사의 어깨를 건드려 고개짓으로 제방쪽을 가리켰다. 그제야 전사는 얼음장에서 떨어졌다. 리응천을 선두로 한 제2진이 벌써 저만치에서 오고있었다. 얼어 마비된 팔다리를 간신히 놀려 헤염치며 송철만은 제방우를 바라보았다. 제방우에서는 검은 연기를 뿜어올리며 우등불이 활활 타오르고 충천하는 화광을 배경으로 벌써 대기하고있던 수송차행렬이 움직이며 부재와 흙을 쏟아부었다. 경사면을 힘차게 굴러내린 부재와 흙이 제법 사태를 이루며 수면을 부글부글 끓인다. 끓어번지는 바다우로 투석선행렬이 예선에 끌려 지나가며 련달아 막돌을 투석한다. 그때마다 하늘을 찌르며 길길이 물기둥이 솟구쳐오른다. 올랐다가는 떨어져 산산이 부서지고 다시 솟구치는 시뻘건 흙물기둥의 숲… 그것은 하나의 전장이였다. 철만은 전쟁때 전선에서 그런 전장을 체험한바있었다.

그런 기억탓인지 전쟁때 부상당한 다리며 허리가 못견디게 아파났다. 그러나 그는 이를 악물고 아픔을 씹어삼키며 강잉히 미소를 지었다.

이날부터 기본언제공사를 담당한 102부대전사들은 그렇게 하루 네번씩 교대제로 바다에 뛰여들어 몸으로 언제를 한치한치 밀고나갔다. 그리고 그러한 간고한 전투속에서 갑문건설을 시작한 두번째 해- 1982년이 저물고 새해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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