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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나가 로동안전기사나 하면 좋을 사람이군. 설계하는 본새가…)

국가건설위원회 3층 끝방인 자기 사무실에서 태천발전소의 구조물설계를 검토하고있던 윤상설은 설계자가 구조물의 안전성만 지내 추구한것이 불쾌하여 혼자 시까슬렀다. 화김에 그는 심의의견서에 이렇게 휘갈겨 써넣었다.

※ 동무, 보조언제 웃폭을 이렇게 많이 잡을 필요가 어디 있는가? 태천발전소만 건설하자고 국가가 세멘트와 강재를 생산하는것이 아니요. 현지를 밟아보고 개작하여 다시 제기할것…

그는 또 다른 도면을 펼쳐놓았다. 역시 태천발전소 구조물설계로서 마평언제 에프롱(물받이) 립체도였다. 검토해본 결과 먼저번 설계와 비슷한 결함 즉 지질상태가 아주 좋음에도 불구하고 기초를 필요이상 추구하고있었다.

(이 《전력설계》량반들속에 요새 《소심병》이라도 도는가보다. 설계마다 이 모양일적엔…)

그러면서 도면을 다시 들여다는 순간 그는 불현듯 설계문건이 어쩐지 자기가 작성하였던 남포갑문설계안으로 착각되는것이였다. 그러니 소심병이라고 랭혹히 꾸짖어야 할 대상이 다른 누가 아니고 바로 자기라는 생각이 들면서 심의의견서에 의견을 쓰려던 손가락이 굳어지는것을 어찌할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인차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이렇게 처신하려는것 자체가 소심병이고 보신주의다. 비록 지난 시기 내게 그런 불영예스러운 《병집》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의견대로 써넣어야 한다. 그것이 당적량심인것이다. 이러며 의견서에 막 글을 쓰려는 찰나에 탁상우의 전화기가 울었다. 정문접수실에서 걸어온 전화였는데 손님이 왔다는것이였다. 점심시간이 다 된 때에 웬 손님인가 싶어 어디서 온 누구냐고 물으며 팔목을 들어 시계를 보니 시간은 11시 45분이고 접수원의 대답은 뜻밖이였다. 손님은 인민군장령인데 이름은 송철만이라는것이였다.

《아, 그렇소?》

울적했던 상설의 마음은 금시 밝아지는것 같았다.

《알겠소. 거기서 기다리라고 하오. 내 이제 곧 내려가겠소.》

부문이 달라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송철만과는 그 전날 비단섬에서 맺은 우정을 변함없이 간직해오는 윤상설이였다. 마침 점심시간도 되였겠다 아예 집에 데리고갈 작정으로 상설은 집 가까이에 있는 구역병원 내과과장인 안해에게 제창 전화를 걸었다. 귀한 손님이 왔은즉 빨리 들어가 뭘 좀 준비하라고… 그런 다음 서둘러 검토하던 설계며 부속문건들을 거두어 철궤에 넣고 막 방을 나가려는데 접수실에서 기다리는줄 알았던 송철만이 시물시물 웃으며 문간으로 들어섰다.

《원 급하기란, 내려가려는데 힘들게 올라오긴…》

윤상설은 반갑다는 소리를 그렇게 지청구로 대신하며 바삐 문간에 나가 송철만의 손을 마주 잡았다.

《윤동무가 사무실에 틀고앉아 관료주의를 하는것 같아 우정 올라왔소. 비판 좀 하자구…》

그러면서 짜장 어느 구석에선가 관료주의잔재라도 찾아낼것처럼 두릿두릿 살피는 송철만을 쏘파에 이끌어다 앉힌 상설은 책상에서 담배갑과 재털이를 가져다 중간에 놓고 마주앉았다.

《송동무는 여전하구만, 혈기왕성한걸 보니…》

《나야 만년병사가 아닌가. 병사는 죽어도 병상에 누워 죽는게 아니라 전장에서 돌격해 나아가다 쓰러지는것이지.… 그러나 이젠 맘뿐이고 나이는 어쩔수 없는가보이. 이 머리를 보게나. 허허허.

송철만은 군모를 벗어 탁자우에 놓고서는 한손으로 바투 깎은 머리를 쓸었다. 귀밑머리어방이 희끗희끗한것이 알리였다.

《그게 오히려 장령의 풍체에 어울리오. 난 여기 정수리에서부터 무너져나가는 판인걸.》

《그거야 박사의 머리가 아닌가.》

두사람은 서로 마주보며 호탕하게 웃었다. 늘 마음속에 두고있으면서도 사업하는 분야가 다르다 보니 이렇게 만나는 기회가 한해에 한번, 어떤 때는 몇해만에 한번 있을 정도였다. 그만치 두사람의 상봉은 기다려지고 그만큼 만나면 더없이 반가운것이였다.

《아무러나 마침 왔소. 래일 아침차루 태천에 들어가려댔는데 오늘 안왔더면 또 몇해를 못볼번 했소.》

《태천엔 뭣하러 가오?》

손을 내밀어 담배갑을 집어가는 송철만의 물음이였다.

《뭣하러 가다니? 거기다 새로 큰 발전소를 건설하는걸 모르우?》

상설은 성냥을 그어 송철만의 담배에 불을 붙여주고 자기도 붙이며 되짚어물었다.

《그건 아오. 하지만 윤동무야 발전소보다 갑문에 손을 붙여야지 않소? 남포에 와…》

《오, 그 소리요? 허허… 하긴 나도 그랬으면 좋겠소만… 난 갑문을 건설할 재목은 못되는가 보우. 능력이…》

그는 남포갑문건설과 관련하여 자신이 범한 실책들과 그것이 문제시되여 책벌까지 받을번 했다가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커다란 신임으로 태천발전소건설을 책임지게 된 경위를 이야기하려다가 그만 두고 화제를 송철만에게로 돌려놓았다.

《그래 어떻소. 일은 잘돼가오?》

《잘되는게 다 무어요. 벌써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 심려까지 끼쳐드리였소.》

《아니 어찌다가?》

《사연은 이렇소.》

송철만은 수송문제를 푸느라고 물운반차를 수송에 떼돌림으로써 숱한 군인건설자들이 《소금밥》을 먹게 된 사정이며 그때문에 친애하는 김정일동지께서 크게 심려하시면서 수도공사에 필요한 강관은 물론 련관설비들까지 다 풀어주시여 온 갑문건설장이 수도공사로 끓어번졌던 사연을 흥분속에 자상히 이야기하고는 이렇게 뒤를 맺었다.

《… 나로선 이번에 정말 깨달은바가 크오. 정신도 단단히 차리게 됐구…》

《음, 그런 일이 있었구만.》

감동도 크거니와 생각되는바도 많아서 윤상설은 여러번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시 이렇게 말했다.

《송동무로선 자책이 많고 후회도 막급했겠지만… 덕분에 어쨌든 큰 횡재를 했소. 신덕물을 먹으며 남포갑문을 건설하리라고야 누가 감히 생각이나 해보았겠소. 정말 가슴뜨거운 이야기요. 일을 잘해서 그분의 은덕에 꼭 보답하오.》

《글쎄 그래야겠는데… 일이 어디 맘 먹은대루 되우? 갑문건설이라는게 생각과는 영 딴판이구만.》

고충과 함께 어딘가 조급성이 느껴지는 송철만의 말이였다.

《그래두 소문은 다르더구만. 벌써 준비건설을 다 끝내구 기본공사에 진입했다면서?》

《그런들 어찌하오. 공정계획을 그냥 미달하는데…》

송철만은 무슨 자랑거리이기라도 한것처럼 미달된 공정계획들을 렬거했는데 윤상설이로서는 내심 놀라움이 컸다. 놀라지 않을수 없는것은 송철만이 두달 혹은 서너달이상씩 늦어졌다고 하는 공정들로 말하면 건설예산안을 만들던 당시 그들로선 빨라서 래년말이나 후년쯤에 가서나 추진될것으로 보던 단계였다. 하지만 그것은 10년이나 15년안에서 본 계획이고 갑문을 5년동안에 건설해야 하는 조건에서는 결코 빠르다고 할수 없었다.

《아무튼 송동무가 수고를 많이 하게 됐소. 그 남포갑문이라는게 워낙 헐치 않은 대상이니 잡도리를 단단히 해야 할거요.》

《잡도리가 든든해야 한다는 말이 옳소. 내가 오늘 윤동무한테 온것두 바로 그때문이요. 도움을 받자구… 윤동무도 잘 알다싶이 내야 뭘 아는게 있소? 총대밖엔… 강아지도 못본 장님이 호랑이를 그릴 과업을 받은 격이랄지. 그러니 좀 도와주우.》

《도와야지. 한데 내가 뭘루 어떻게 송동무를 돕는다? 군민일치라면 몰라도…》

노리고 기다리던 소리가 그것이기라도 한듯 송철만은 눈빛을 번뜩이며 한무릎 바투 다가앉기까지 하였다.

《윤동무가 날 돕는거야 뭐 힘들게 있소. 간단하지, 내 방법을 하나 내놓으라오?》

《들어보기요.》

《우리한테 와서 가끔 시공지도를 좀 해주오. 비단섬때처럼 말이요. 윤동무만 있으면 난 산을 진 거북처럼 든든할것 같은데… 할수 있겠지?》

윤상설은 대답이 궁했다. 그는 송철만이 도와달라는 소리를 극상해서 건설기자재를 보장해달라는것으로 알았고 그것이라면 힘자라는껏 도와줄 생각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그자신을 그것도 시공지도를 해달라니 난처한 일이 아닐수 없었다. 뭐라고 해야 적당한 대답으로 되겠는가?

《거기 우리 김부위원장이 정무원지휘부 책임자로 나가있는데 시공지도는 왜 또 필요하오?》

《그 량반은 안되겠소.》

《왜?》

《사람이 소심한데다 결단성까지 없구… 한마디로 배짱이 맞지 않소. 펀펀하게 잘 생기기는 했던데…》

《허허허…》

상설은 어이없어 웃고 말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송철만은 정색하여 조이고들었다. 자, 어서 대답하라, 어쩔셈이냐? 김부위원장이란 량반하구 바꿔앉는 문제는 걱정할것이 없다. 무력부계통으로 당에 제기해서 소환하는 형식을 취하면 된다 하고… 보매 그는 이쪽의 딱해할 사정이며 빠져나갈수 있는 구멍까지 다 예견하고 온것 같았다.

윤상설은 심중해지지 않을수 없었다. 털어놓고 말한다면 사실 그에게는 직분으로 보나 친분관계로 보나 송철만의 요청을 거절할 조건이 없었다. 게다가 남포갑문으로 말하면 건설로 늙어오는 자신의 한생을 거기서 총화지으리라 계획했던바도 있는 대상이였다. 그러나 그것은 건설기한을 20년이나 15년으로 보던 때의 계획이고 지금은 문제가 달랐다. 갑문건설기한이 5년으로 그어진것이였다. 5년, 움직일수 없는 기정사실로 이미 세상에 공포되기까지 한 그 5년동안에 남포갑문을 반드시 완공할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그는 아직도 가지고있지 못하였다. (당이 결심해서 못해낸 일이 무엇인가? 없다. 그렇다면 5년안도 성공을 믿어 틀림없지 않겠는가? 믿자. 믿어야 한다. 너는 당원이 아니냐?…) 그는 이렇게 자신을 타이르고 지어 강박까지 하며 5년안을 받아들이고자 애썼다. 하지만 자신을 속일수는 없었으니 20년으로 굳어진 그의 견해로도 15년, 10년까지는 접근했지만 5년안만은 정녕 확신하기 힘들었다. 그런 견해를 가지고 건설장에 나간다는것은 일종의 자기기만이고 또 그처럼 고통스러운 일이 없을것이였다. 윤상설은 그 모든것을 고백함으로써 송철만이 스스로 리해하고 단념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면서 우선 물음을 던져보았다. 남포갑문건설기한을 10년이나 지어 20년까지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을 들어보았는가고.

송철만은 들었노라고 하였다.

《… 국장으로 임명될 때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말씀하시더구만. 일부 그러한 견해를 가진 전문가들이 있다구.》

하지만 그것이 여기에 무슨 상관이냐 하는 심리가 이쪽을 건너다보는 그의 눈에 씌여있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 <일부 전문가들>속에 이 윤상설이도 끼워있소. 사실을 말하면…》

먹붓을 잘라붙인것 같은 송철만의 시꺼멓고 수북한 눈섭이 쭝깃 일어섰다. 놀라운 모양이였다. 그런 놀란 눈길로 한동안 이윽히 건너다보더니 이윽고 싸움이라로 걸듯 따지고 들었다.

《하니 그 <다른 견해>때문에? 안되겠다 그거요?》

너무 직선적이여서 듣기 좀 거북했지만 이쪽의 의도는 충분히 리해한것 같았다.

《뭐 꼭 그래서라기보단… 어쨌든 견해가 옳게 서구야 일도 되는게 아니겠소.》

실망을 금할수 없는지 아니면 돌변한 정황앞에서 대처할 방도를 찾느라고 그러는지 송철만은 량무릎우에 팔굽을 놓은채 발부리를 내려다보며 묵묵히 담배만 피우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다. 어조가 무거웠다.

《나 보기엔 윤동무가 뭔가 좀 잘못 생각하는것 같소. 전문가로서의 견해는 그렇다 해도 이제야 생각을 바꾸고 출발을 새롭게 해야지 그냥 묵은 견해를 붙잡고있어야 무슨 필요있소.》

상설은 송철만이 리해해주었으면 했다. 그러나 송철만은 눈을 치뜨며 화를 내는것이였다.

《아니, 거기 힘들건 또 뭐가 있소. <나 윤상설이나 또 다른 누구의 생각은 저렇지만 당의 뜻이 이러니 우리는 그 뜻을 받들어 결사관철하는게 직분이다!> 문제를 이렇게 세우면 되는거지 뭘 그리 옴니암니 복잡하게 생각하냐 말이요. 아낙네들처럼…》

《…》

상설은 송철만의 그 단순성이 진심으로 부러웠다. 부러우면서도 자신은 그처럼 단순해질수 없는것이 또한 안타까왔다.

《자, 그래 어쩔테요, 추진시키라오? 우리 계통으로…》

앞서 한 말에 반응이 없는것을 동의하는것으로 생각하는지 송철만은 최후통첩이라도 하듯 바투 들이댔다. 상설은 황황히 고개부터 저으며 급급히 부정했다.

《아니, 그러지 마오. 갑문에는 안되오. 난… 나는 태천에 가야 하오. 이건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뜻이요.》

하여 상설은 오늘 될수록이면 말하지 말자고 했던 남포갑문건설과 관련하여 최근 몇달어간에 자신의 신상에서 벌어진 일들을 한줄로 꿰여 쭈―욱 이야기하고는 한숨과 함께 이렇게 덧붙였다.

《… 한마디로 난 남포갑문을 건설할 자격을 상실한 놈이요. 자격을… 갑문이 건설되면 무슨 렴치로 그걸 보겠는지 벌써부터 두려운바도 없지 않소. 하지만 어찌겠소. 운명이 그렇게 주어진걸…》

송철만은 꾸역꾸역 담배연기만 토해낼뿐 오래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입을 열었다. 푹 잠겼으면서도 어딘가 노여움이 풍기는 목소리였다.

《태천으로 가는게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뜻이라면 난 더 할 말이 없소. 하지만 이건 말해야겠소. 오늘 보니 윤동무는 이전의 윤동무가 아니요. 달라졌소. 내 말을 알겠소? 비단섬을 건설하던 때의 윤상설이 아니란 말이요. 아낙네들 같은데가 없나, 옛날 소시민냄새가 풍기질 않나.…

내 말을 명심해 듣소. 윤동무는 자기의 실책이 어떤 견해상 차이에서 출발한것처럼 말하는데 내 듣기엔 그게 아니요. 당을 받드는 립장에 문제가 있소. 사상의 빈곤에… 빨리 정신을 차리고 자기 립지를 명백히 하오. 어물거리며 뗑―해 있다간 이 사무실도 지켜내지 못하오!》

군인이라 총을 쏘듯 그렇게 탕탕 말해버린 송철만은 피우던 담배를 재털이에 마구 눌러던지고 벌떡 일어났다. 탁자끝에 벗어놓았던 군모를 집어쓰고 뚜벅뚜벅 나들문쪽으로 걸어갔다. 거기 문간에서 비로소 생각난듯 문고리를 쥔채 고개만 약간 돌리더니 집어던지기라도 하듯 투박스레 말하였다.

《건호는 잘 있소. 직무수행도 잘하구…》 그러고야 문을 밀고나갔다.

상설은 무거운 쇠몽둥이에 뒤통수를 얻어맞은것처럼 뗑―하여 일어나 그를 붙들 생각도 못하고있다가 문이 닫기는 소리를 듣고야 바삐 일어나며 소리질렀다.

《아니 여보, 어딜 가오? 집엔 안갈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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