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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대에 있을 때만 해도 송철만은 군사지휘관 (특히 부대장)들이 회의를 많이 소집하는것을 지휘능력의 부족으로 보면서 그런 회의꾸러기들을 경멸하였다.

현대적통신기재가 있고 참모부와 정연한 지휘체계가 있는데 모여앉아 입씨름으로 아까운 시간을 소비할 까닭이 무엇인가. 조직사업은 명령이나 지시로 해결할수 있을것이며 장악과 통제는 일보와 참모일군들을 통해 얼마든지 할수 있는것이다.

그래도 회의를 해야 한다면 총화사업 같은것이라고 볼수 있겠는데 그런 경우에도 경험이나 교훈을 찾아 일반화할것이 없는 순 총화를 위한 총화회의라면 하지 말아야 한다는것이 회의일반에 대한 그의 지론이였다.

하지만 그는 요새 자기도 회의꾸러기가 되여간다는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느끼면서도 어쩔수 없었으니 건설은 역시 건설이였다. 명령이나 지시만으로는 통하지 않는데다 세개의 기본공사를 동시에 추진시키다보니 그만큼 문제거리도 늘어나 그렇게도 안한다 안한다 하는 회의가 이래서 하고 저래서 하는 식으로 그냥 꼬리를 물고 련속되는것이였다.

지금 황석전부국장이 한참 보고를 제기하고있는, 건설관리국 산하와 배속된 각 부대의 부대장들과 참모장들이 참가한 이 회의 역시 엊저녁까지도 전혀 계획에 없다가 불시에 오늘아침 소집한 회의였다. 공사대상들이 가뜩이나 뜻대로 되지 않아 전전긍긍하는 판에 일부 단위들에서는 불리한 정황, 조건들을 과감히 이겨나갈 생각들은 하지 않고 조건타발만 하면서 맹랑하게 시간을 잃어버리는 현상이 나타나고있었다. 송철만은 이에 경종을 울리고 지휘관들이 정신을 차리게 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드디여 황석전이 보고를 끝내고 앉았다. 송철만은 그한테서 보고문을 달래서 앞에 놓고 술렁거리는 회의참가자들을 엄엄한 눈길로 둘러보며 보고에 의견이 있으면 제기해도 좋다고 선언하였다.

키가 크고 강마르게 생긴 16해상돌격대장 정대철이 걸상에서 덜커덕거리며 일어났다. 낯색을 보아 심사가 편안치 않은것 같았다.

《이자 부국장동무는 철도인입선에 레루를 다 놓지 못한것은 우리한테 적극성이 없어서 그렇게 되였다고 했는데 문제는 다른데도 있다고 봅니다.》

남포조선소에서 철배생산은 시작했지만 아직 가물막이공사가 본격적인 단계에 들어가지 못했기때문에 16해상돌격대는 송관역에서 끝살부리로 들어오는 철길인입선공사를 한구간 담당하고있었다.

《그럼 문제가 어디에 있다는거요?》

송철만은 정대철을 생전 처음보듯 시커먼 두눈섭을 미간에 모으며 눈여겨 쏘아보았다.

《그건 운반수단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은데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부대장의 대꾸였다.

결국은 수송차를 보장해달라는 소리이고 그걸 보장 못한 국지휘부가 책임지라는 속대사였다.

송철만은 랭소를 지었다. 오늘 회의를 소집한 진목적이 바로 부대장들의 이런 사고방식을 깨버리자는데 있었다.

《물론 동무네가 레루를 다 깔지 못한 원인은 수송차에도 있고 그걸 보장못한 국지휘부에도 있소. 그러나 부대장동무, 동무는 당에서 남포갑문건설을 우리 군인들에게 맡긴 의도가 어디 있다고 보오? 그건 공사조건이 매우 어려운 점을 고려하여 우리 군인들만이 자기 고유의 특성인 군인정신으로 그걸 이겨낼수 있다고 보아서가 아니겠소. 그런데 동무는 군인이 아니라 부자집 도련님처럼 말하고있소. 뭐 수송차가 보장 안된것이 원인이다? 수송조건으로 말하면 <오백 스물둘>도 동무네나 꼭 같소. 그런데 거기선 철길공사를 다 끝내고 벌써 기본공사에 진입했소. 저기 부대장동무도 앉아있지만 저 동무들은 부족되는 수송차를 이 어깨로 해결했소. (그는 자기 어깨를 두드렸다.) 자동차수송으로 침목이 보장 안되니 부대장이하 온 부대가 떨쳐나 남포화물역에서부터 40리길을 한대씩 메날랐소. 어디 침목뿐이요? 레루도 그렇게 날라다 놓았소. 군인정신이란 바로 이런게요. 정대철동무가 이런줄은 몰랐소. 동무네처럼 자동차만 쳐다보다간 어떻게 되겠소?》

《…》

정대철은 할 말이 없는지 아니면 접수되는지 자리에 털썩 앉아버렸다. 배짱도 세고 자존심도 있는 사람이니 그쯤했으면 당장 오후부터 부대를 끌고 《어깨수송》을 하리라는것을 믿어의심치 않으며 송철만은 또 의견이 있는 사람들은 제기하라고 했다. 그러나 16해상돌격대장이 찍소리 못한데다 522군부대의 모범이 자극으로 된듯 의견을 제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앞에 놓은 부국장의 보고서를 번지던 송철만은 함형부재장 바닥치기를 하고있는 102군부대 참모장을 불러세웠다. 참모장은 키가 작고 몸이 가로퍼진 사람이였다. 부대장이 일시 결원된 관계로 부대는 그가 지휘하고있었다.

《동무넨 뚝막이와 철길공사는 괜찮게 했는데 바닥공사는 이게 뭐요. 년중에 못한다던 뚝막이를 과학자들이 풀어주었는데 바닥공사는 왜 이 모양이요? 콩크리트가 얼어붙기를 기다리는거요?》

첫 서리가 내린지도 벌써 여러 날 되고 밤이면 기온이 령하로 내려가 아침이면 땅거죽이 꾸덕꾸덕해진다. 아직 공사에는 지장이 없지만 바닥공사가 늦어져 혼합물이 얼기 시작하는 날엔 그야말로 큰 난사였다. 그러나 참모장은 얼어붙는걸 기다리는건 아니라고 볼부은 소리를 하였다.

《얼어붙는걸 기다리지 않는다면 왜 실적이 이 모양인가 말이요. 하루에 5백㎡도 타입 못해서야 언제 8만㎡을 다 타입하겠소. 그렇게 앉아뭉개는 까닭이 뭐요. 혹시 동무넨 압송기나 콘베아 같은 기계수단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며 먼 장을 보고있는게 아니요?》

빠져나갈 틈이 없게 둘러막으며 철만은 무섭게 다그어댔다.

《꼭 그런건 아니지만… 어쨌든 압송기나 콘베아도 필요한건 사실입니다. 말이 났으니 하는 말이지 타입면적이 8만㎡이면 어떻게 됩니까?》

송철만은 신경이 곤두서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이 참모장이란 사람이 본래 이렇게 어리숙한 사람인가? 아니면 추궁을 모면하려고 우정 어리숙한체 하며 요술을 부려보는겐가?… 그는 두번째 경우라고 단정하였다.

《여보, 동무는 아까부터 그 무슨 갈래판 없는 소리만 자꾸 하는거요.… 좋소. 8만㎡의 타입면적이 그렇게 아름차보이고 압송기나 콘베아가 있어야 되겠다면 동무는 이 회의에 참가할 필요가 없으니 돌아가시오. 가서 자신이 군인이 옳은가 아닌가를 따져보고 옳거든 군인정신부터 배우시오.》

결김에 참모장을 보고 그렇게 면박을 준 송철만은 총참모부의 조치로 배속되여온지 얼마 안되는 무력부직속 제7수송대 대장을 불러세우고 수송실적이 낮은 원인을 따졌다.

그러나 수송대장보다 더 먼저 입을 뗀것은 그때까지 서있던 102부대 참모장이였다.

《국장동지, 전 아직 할 말을 다 못했습니다. 따져보는건 보더라도 할 말은 마저 하고 갑시다.》

(흥, 퇴각은 해도 영예로운 퇴각을 하겠다는거지….)

그는 속으로 코방귀를 뀌면서도 상대가 교섭을 걸어오는 이상 응하지 않을수 없어 고개를 끄덕여 언권을 주었다. 참모장은 손에 쥔 사업노트에 눈을 박고 서서 할 말을 고르더니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물론 우리가 공사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앉아뭉개는건 군인정신이 부족한때문일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국장동무가 우리 부대를 16해상돌격대와 같이 취급하지 말아달라는걸 부탁하고싶습니다. 아까 국장동무는 <522>에서 어깨를 잘 쓴다고 했는데 사실 우리 전사들의 어깨도 그들의 어깨보다 못하진 않습니다.》

《됐소, 알겠소, 동무네가 수고한다는건.》

닦아세우고 정신을 차리게 하자는것이 목적인것만큼 송철만은 참모장과는 더 상종하지 않고 다시 수송대 대장을 불러세우고 뛰고 못뛰는 자동차대수와 수송실적에 대해 따졌다.

그런데 부대장이 물음에는 얼빤히 대답하고 부속품공급체계가 이렇소 다이야형편이 저렇소 하며 제말만 구구히 늘어놓는 바람에 송철만은 그만 화가 나서 저도 모르게 손바닥으로 탁자를 쳤다. 바로 그때 정치부장 리응천이 황황히 달려들어와 오진우대장의 도착을 알렸다.

송철만은 바삐 일어나 문간으로 나갔다. 그러나 대장은 그가 문간에 채 이르기도 전에 벌써 방안으로 들어오고있었다. 군관들이 일제히 일어나 그를 맞이했다.

《무슨 회의요?》

오진우는 앞쪽의 몇몇 군관들과 악수를 나눈 뒤에 장탁앞에 가 앉으며 물었다. 송철만은 회의취지를 설명하고 이제는 끝내려던 참이라고 하였다.

《하다면 부대지휘관들은 다 모인셈이겠소?》

《그렇습니다. 정치일군들을 내놓고는…》

송철만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대장은 가방에서 수첩과 원주필을 꺼내놓고 긴장하게 앉아있는 군관들을 둘러보더니 관하구분대들에서 전사들이 소금물로 밥을 해먹고있는 단위의 지휘관들은 다 일어나보라고 하였다.

그러나 모두 긴장한 표정으로 눈들만 둥그래졌을뿐 일어나는 사람이 없었다. 《소금밥》을 먹는 단위가 없어서가 아니라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는 격으로 묻는 뜻도 모르고 일어났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통된 심리가 작용한것 같았다.

《그럼 바다물로 밥해먹는 구분대가 전혀 없단 말이요?》

아무도 일어나지 않는것을 보고 오진우는 다소 어성을 높였다.

곁들어 송철만이 어서 일어나라고 군기침을 깇으며 눈짓했다.

그제야 여기저기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는데 일어나지 않은것은 결국 우물을 한개씩 가지고있는 두개 단위, 즉 522군부대 참모장과 제5수송대 대장뿐이였다.

《동무들은 어떻게 물을 먹소?》

대장의 물음에 522군부대 참모장이 일어나 다행히 주둔구역안에 우물이 하나 있어서 물고생을 덜하는 사정을 설명하였다.

《저희들도 우물을 하나 가지고있는데 자동차들이 물을 먹다보니 남들한데 선심을 쓰지 못합니다.》 수송대장의 대답이였다.

송철만은 대장이 갑자기 나와서 《소금밥》 문제를 파고드는 까닭을 판단하려고 애썼다. 지금까지 오진우는 갑문건설과 관련한 수령님의 교시와 새로 제시된 당의 방침을 전달하기 위해서가 아니면 공사추진정형을 직접 알아볼 목적으로 건설장에 나오군 했다. 그것도 총참모부를 통해 미리 통지를 하고서… 그런데 오늘은 그런 통지도 없었거니와 나오자바람 《소금밥》문제부터 파고드니 영문을 알수 없었다.

오진우는 엄엄한 눈길로 일어선 사람들을 둘러보다 말고 모두 앉으라고 하더니 앞에 놓았던 노트를 펴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무들,》 대장은 엄숙한 어조로 말했다. 《우리가 조건이 어렵다는 리유로 지금껏 음료수보장대책을 똑똑히 세우지 않아 군인들이 <소금밥>을 먹게 한 사실을 두고…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깊은 심려의 말씀을 주시였습니다.

그이께서는 말씀하시기를 우리가 인민군전사들을 믿고 남포갑문건설을 시작했는데 일만 일이라고 하면서 음료수 같은 제일 초보적인 생활문제도 풀어주지 않은것은 아주 잘못된 처사라고… 우리 다같이 군인건설자들에게 면목이 없게 되였다고… 사죄의 말씀을 전해달라고 하시였습니다.》

송철만은 고개를 들수 없었다.

뜨거운 인정과 사랑이 흐르는 친애하는 김정일동지의 겸허한 사죄의 말씀은 그로 하여금 커다란 자책에 잠기게 하였다. 내가 이 무슨 엄청난 실책을 범했는가. 음료수문제, 아니 《소금밥》문제가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 이처럼 큰 심려를 끼쳐드릴수 있다는것을 왜 생각지 못했는가.… 돌이켜보면 생각할 기회는 있었다. 음료수공급차를 수송에 떼돌린 문제와 관련하여 정치부장 리응천이 전사들을 다 간물에 절쿼낼 작정이냐고 하며 못마땅해할 때 좀 자중했어도 일이 이처럼 심각하게 번지지 않을수 있었다. 윤건호를 통해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오시여 군인들이 《소금밥》을 먹는데 대해 깊이 관심하신 사실을 알고 긴장과 불안감을 느끼며 당장 수송차들을 다시 음료수운반에 돌리자고 생각한 때도 있었다.  그러나 끝내 용단을 내리지 못한것은 가뜩이나 처지는 공사실적이 더 떨어질것 같은 우려때문이였다.

《하지만 동무들.》 하고 오진우는 본래의 무겁던 어조를 바꾸어 밝고 힘있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우리들에게 비판의 말씀만 주신것이 아니라 물문제를 풀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도 세워주시였습니다.》

그는 김정일동지께서 친히 강선제강소 로동계급에게 호소하시여 수도공사에 필요한 강관 200t을 계획외에 더 생산하여 남포갑문건설장에 보내줄데 대한 대책을 취해주신 사실과 전사들에게 수도물을 먹일바엔 거리가 좀 멀더라도 물이 좋은 신덕샘물을 끌어오도록 하시였으며 다른 수원지에도 관을 늘이도록 해주신것을 얘기했다.

《… 물문제가 이렇게 풀리면 수송이 걸려서 애먹던 문제도 저절로 해결되며 앞으로 기본건설에 들어가 쓸 건설용수때문에도 더는 신경쓸 필요가 없게 됩니다. 친애하는 김정일동지께서 이번에 만사를 제껴놓고라도 건설장의 수도화문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하신 말씀의 근저에는 우리 군인건설자들에 대한 그이의 뜨거운 사랑과 함께 그런 전망적인 해결책도 포함되여있다는것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대장은 수도공사에 필요한 강관과 련관설비들은 다음주부터 들어오게 되므로 오늘 모인김에 저리 작전을 잘해가지고 땅이 얼기전에 와닥닥 해제낄데 대하여 강조하였다.

회의참가자들은 술렁거렸다. 저저마다 감동과 기쁨을 금치 못하며 사업노트에 친애하는 김정일동지의 말씀내용을 적어넣느라고 바쁜가 하면 흥분하여 주먹으로 무릎을 치고 손세를 써가며 옆사람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감격을 주체할수 없어 고개를 숙인 군관들도 있었다. 그때 문옆에 앉아있던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여 더욱 우람차진듯한 리응천이 일어서더니 오진우대장한테 다가가 몸을 숙이며 뭐라고 하자 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리응천은 끓어오르는 격정을 삼키느라고 몇번 갑자르다가 떨리는 음성으로 이렇게 말했다.

《지휘관동무들… 저녁에… 각 구분대 단위로 군무자총회를 열어야겠습니다. 보고나 토론 같은건 따로 준비하지 맙시다. 금방 전달받은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말씀… 베풀어주신 은정… 그걸 전달하고 자기 심정을 그대로 토로하면서 충성의 결의들을 다지면 되겠습니다.》

응당 그래야 한다는 뜻으로 오진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책과 격동의 소용돌이속에 깊이 잠겨있던 송철만은 그때에야 비로소 자기 할바를 깨달으며 지도를 가져오려고 급히 일어나 철궤앞으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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