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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장구역에 들어서면서 도로는 더 나빠졌다. 주변에서 발파가 있은 모양 가뜩이나 울퉁불퉁한 길우에 돌멩이와 흙버럭이 널려있어 승용차는 몹시 들추며 힘겹게 전진했다. 웅뎅이를 넘어설 때면 차밑이 땅에 닿는 소리도 가끔 들렸다. 하지만 김정일동지께서는 도로가 그렇게 험하고 차가 들추는데는 개의치 않고 흙먼지를 말아올리며 분주히 오가는 수송차들과 멀리 불빛으로 구획이 그려지는 건설장일경만 주의깊이 내다보시였다. 밤인것이 아쉬우시였다.

낮이라면 새로 부설한 인입선철길도 볼수 있고 파헤쳐진 땅들과 가로세로 뻗어간 송전선과 도로와 군인건설자들의 작업모습도 볼수 있으련만 지금은 그 모든것들이 어둠속에 잠겨 보이느니 불빛뿐이였다. 하지만 밤하늘의 은하수가 내려앉은듯 처처에서 야외등무리가 명멸하고 사방에서 발파소리가 울리며 시퍼런 용접광이 장검마냥 어둠을 가르는 건설장의 밤풍경은 또 그것대로 볼멋이 있었다.

수송차행렬이 좀 떠진 사이로 저만치에서 승용차가 마주오는것이 보였다. 무심한 눈길로 그것을 내다보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차가 가까이 다가와 전조등불빛속에 들자 앞에 앉은 책임서기에게 물었다.

《저게 리영선동무의 차가 아니요?》

《비슷한것 같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차를 세우게 하시였다. 저쪽에서도 무슨 기미를 느낀듯 길섶에 차를 급정거시켰다. 차에서 리영선부부장이 내리였다.

《그러잖아도 같이 왔으면 했는데 마침 잘 만났습니다.》

차는 뒤따르게 하고 부부장은 그이의 승용차에 옮겨앉았다.

《송철만동무가 이쪽에 있는것 같습디까?》

그이께서는 가능하면 그도 만나보고 가실 작정이였다. 그런데 리영선은 국장이 건설장에 없다고 하였다.

《… 갑문건설장으로 들어오는 물동이 사리원역에서 많이 지체되는것 같습니다. 그 문제를 풀자고 오후에 사리원으로 나갔는데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사리원역에서 물동이 지체되면 그건 그만큼 갑문건설이 늦어진다는 소린데… 철도부장에게 이야기해서 갑문건설장으로 들어오는 물동을 먼저 뽑아주는 대책을 세워야겠습니다.》

리영선은 그이의 말씀대로 인차 대책을 세우겠다고 하였다.

도로가 갑자기 세가닥으로 갈라졌다. 부부장의 설명에 의하면 가운데 길은 토취장과 6만산발파현장을 걸쳐 기본언제공사장으로 가는 길이고 왼쪽은 발전소와 중량부재장, 우측 갈래는 대형함형부재장과 련결되여있었다. 승용차는 우측길로 꺾어들었다.

건설자들의 생활구역에 빨리 가닿자면 그쪽이 보다 가까왔다.

그러나 차는 얼마 못가서 멈춰서지 않으면 안되였다. 작업복차림에 군모를 쓴 웬 어린 전사가 도로복판을 막고 서서 손에 쥔 신호기발을 추켜들어 차를 세웠던것이다. 리영선이 차문을 열고 한쪽 발로 땅을 짚고서서 전사에게 사유를 물었다. 전사의 대답이 인차 발파를 하기때문에 차고 사람이고 일체 통행금지라는것이였다.

《전사동무, 바빠서 그러는데 발파전에 얼른 통과하면 안될가?》

리영선이 한번 사정을 들보았다. 그러나 차단병은 두말 못하게 딱 잘라맸다.

《안됩니다. 기다려야지…》

《허, 이 동무 봐라, 바빠 그런다는데…》

그 말에 차단병은 한술 더 떴다.

《헹, 암만 바쁘면 우리보담 더 바쁘겠습니까? 우린 이 갑문을 5년동안에 건설해야 합니다. 뭐 눈코뜰새나 있는줄 압니까?》

 말하는 품이 록록치 않은 전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부부장에게 사정해봐야 통할것 같지 않으니 기다리자고 말씀하시며 차에서 내려 차단병앞으로 다가가시였다. 리영선부부장이 길을 안내하듯 몇걸음 앞으로 걸어나갔다. 전조등을 마주한 관계로 전사는 눈을 꺼벅거리다가 어둠속에서도 윤기가 흐르는 고급승용차를 타고온분들이니 례절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듯 끈을 목에 걸어 배앞에 드리운 물통을 허리옆에 돌려붙이고 차렷자세를 취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전사의 인사에 수고한다고 답례하시며 무슨 발파인지 밤에 하자면 위험하겠다고 걱정하시였다. 그런데 전사의 대답이 자못 대범하고 호기로왔다.

《뭐, 위험하다고 할 일을 못하겠습니까? 일없습니다. 우리 갑문건설장엔 밤과 낮이 따로 없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미소를 지으시였다.

《밤낮이 따로 없으면 잠은 언제 자나?》

《일이 되는걸 봐서 교대로 자기도 하고 깨기도 하구… 뭐 드레 없습니다.》

그렇게 《드레없이》자는 잠이 하루에 몇시간이나 되는가를 알아보니 보통 서너시간, 많이 자야 다섯시간이였다. 그것은 그대로 작업강도가 매우 높다는것을 의미하였지만 한창 잠이 많은 나이에 그 정도로 자며 일하자면 헐치 않을것이였다.

《그건 그렇고… 동무는 어떻게 생각하오. 소대나 중대의 다른 군인들도 그렇고… 동무들은 당에서 결정한대로 이 남포갑문을 5년동안에 꽤 건설할수 있다고 보오?》

그러자 이제껏 싹싹하던 전사의 얼굴에 대뜸 못마땅한 기색이 떠올랐다.

《그건 어떻게 하시는 말씀입니까? 갑문을 5년동안 건설하지 않으면 몇년동안 건설하겠습니까?… 우리 구분대에 오시는지 모르겠는데 대대장동지보군 절대 그런걸 묻지 마십시오. 야단납니다.》

건설자들의 정신상태가 어떤지를 아시고 한마디 물었는데 전사가 이외로 심각하게 반응하는 바람에 그이께서는 잠시 어리둥절 할밖에 없으시였다.

《흠… 그렇게 야단할 일이라면 삼가해야지. 한데 난 모르겠구만. 대대장이 야단하는 리유를…》

그제야 전사는 이쪽에서 자기네 대대장을 잘 알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지 시뜩하던 기상이 약간 떨어지며 그 까닭을 설명하는것이였다.

《… 지금 일부 사람들이 뭐라는지 아십니까? 인민군대가 남포갑문을 5년동안에 건설한다고 욱욱하기는 하는데 결과는 두고봐야 안다. 총이나 대포로 하는 일이라면 몰라도 갑문건설은 과학과 기술로 푸는 고등수학이다.… 뭐 이런답니다. 우리 대대장동지는 아직 총각이고 성격이 면도칼인데 이걸 아주 기분나쁘게 생각합니다. 인민군대의 영웅성에 대한 모독이라고… 반당분자처럼 봅니다.》

《음, 대대장이 그런 동무구만. 리해되오. 리해돼. …》

김정일동지께서는 전사의 소박한 말속에 비껴있는 갑문건설자군인들의 높고 깨끗한 정신세계에 감명을 금할수 없으시여 발파가 끝나고 차가 다시 떠나자 리영선에게 이렇게 말씀하시였다.

《… 우리가 군대에 갑문건설을 맡긴건 확실히 잘한것 같소. 저런 자존심과 각오면 무슨 일인들 못해내겠소.》

길이 여전히 나쁜데다 조금전에 진행된 발파에서 날려온 바위쪼각들과 버럭이 널려있어 승용차는 천천히 힘들게 전진하였다. 공사장이 가까와짐에 따라 작업도구들과 침목따위를 메고 지고 든 인원들의 왕래가 잦아졌다. 도로가 반나마 끊기였는가 하면 레루를 운반하는 목도군들도 있었다.

전조등앞에 나타나는 그들 군인들의 모습을 주의깊은 눈길로 내다보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문득 한가지 의문점을 포착하시였다. 그것은 적지 않은 군인들이 작업공구나 짐을 진 외에 물통을 메고있는것이였다. 그러고보니 방금 만났던 그 차단병도 물통을 메고있었다는 생각이 드시였다. 땀을 많이 흘리는 무더운 때도 아니고 찬기운이 느껴지는 마가을의 쌀쌀한 밤에 불편스레 물통을 메고다닌다는것은 잘 리해되지 않는 일이였다.

의문이 풀리지 않아 리영선에게 물어보셨지만 건설장에 자주 나와본다는 그도 《글쎄말입니다.》 하고는 더 다른 말을 못하였다. 아무래도 이상하여 그이께서는 물통을 메고 마주오는 한 전사옆에 차를 세우게 하시고 직접 알아보시였다. 그런데 전사의 대답이 더욱 리해할수 없는것이였다.《소금밥》을 먹기때문에 물통을 메고다니지 않으면 물먹으러 다닐래기 일을 못한다는것이였다.

《<소금밥>이라는건 어떻게 지은 밥이요?》

밥에 약밥도 있고 초밥도 있고 별의별 밥이 다 있지만 소금밥이라는 소리는 들어보느니 처음이시였다.

《그건… 바다물을 퍼다 한 밥입니다.》

《아니, 밥을 바다물로 한단 말이요?》

《뭐, 음료수를 제때에 못실어오니 별수 있습니까? 일은 해야겠구…》

김정일동지께서는 어이없다고 할지 기막히다고 할지 알수 없는 심정이였다. 이곳 령남리지구에 워낙 물원천이 없는데다 수만명의 건설력량이 갑자기 들이닥친 관계로 음료수 사정이 어렵다는것은 그이께서도 알고계시였다. 하지만 제 아무리 물이 바른 고장이고 형편이 어렵기로 간물에 밥을 지어먹는다는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밥을 그렇게 하면 세수나 빨래같은건 어떻게 하오?》

《거야 뭐… 다 바다에서 합니다.》

전사는 가던 길을 가고 승용차는 다시 움직였다. 도로와 부설중의 철길교차점이 나타났다. 거기서 차를 세우게 하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리영선과 함께 내리시였다.

《여기 어디 군인들의 식당 같은것이 있을것 같은데 들어가봅시다. 저기 저… 저게 혹시 식당이 아닐가?》

그이께서는 손을 들어 도로 웃쪽으로 백여m쯤 떨어져 불빛이 환한속에 천막들이 보이고 그 한쪽에서 솟아오르는 김인지 연기인지를 가리키시였다.

《식당인것 같습니다.》

짐작이 옳았다. 길을 찾아 올라가보니 그것은 철길공사를 하는 어느 대대의 야외식당이였다.

저녁식사는 끝난지 오래고 아침준비를 하다가 황황히 일어서는 두 식당근무병의 젖은 손을 잡아 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김이 오르는 야전용밥가마며 다듬다 만 배추무지며 가마차옆에 쌓아놓은 된장목통들이며 하는것들을 찬찬히 둘러보신 다음 저녁밥이 남은것이 있는가, 있으면 가져오라고 하시였다. 둘중 보다 구대원인듯한 전사가 부뚜막앞에 가더니 늄식기에 정히 밥을 담아왔다. 그이께서는 밥그릇을 받아 조리대끝에 놓고 유심히 들여다보시였다. 얼핏 보기에도 간물로 끓인것이 알리는 색갈이 불그레하고 쌀알들이 잘 퍼지지 않아서 오골오골한 밥이였다. 숟가락을 달래서 한술 떠 맛을 보니 쯥쯜하고 풀기가 전혀 없어 모래를 씹는것 같으시였다. 전사들이 이런 밥을 한두끼도 아니고 줄창 먹었을것이라고 생각하니 그이께서는 가슴아픔과 함께 지휘관들에 대한 노여움을 금할수 없으시였다. 동무도 숟갈을 가져다 맛을 보라시며 리영선에게 밥그릇을 밀어놓은 그이께서는 지휘관을 찾아오라고 한명을 보내고 남아있는 전사에게 물으시였다.

《하루 세끼 다 이런 밥을 먹소?》

《세끼 다는 아니고 물당번들이 제때에 길어오면 일없습니다.》

 소금밥을 먹는것이 제 잘못이기라도 한듯 전사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물당번들이 길어오다니, 음료수를 자동차로 실어오지 않소?》

《전에는 그랬는데 지금은 물차가 없어서 물당번들이 도람통으로 메 길어옵니다.》

《물차는 왜 없소?》

《침목을 싣습니다.》

《침목?…》

그때 투덕투덕 급히 달려오는 발자국소리가 나더니 눈빛이 예리하고 칼칼하게 생긴 서른살안팎의 애젊은 소좌가 헐떡거리며 취사장 유개밑으로 들어섰다. 그도 역시 물통을 메고있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대대장 윤건호… 부르심을 받고…》

김정일동지께서는 숨이 차 뒤말을 잇지못하는 대대장에게 됐다고, 수고한다시며 20분쯤전에 있은 발파가 동무네 대대에서 한것인가고 물으시였다. 소좌는 그렇다고 하였다. 그러니 이 소좌가 갑문건설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사람은 다 반당분자로 취급하며 용서하지 않는다던 그 대대장이였다. 전사의 말을 들으며 성격이 좀 과격한 측면이 있던가 메마를것으로 예측하셨는데 두번째 부류에 보다 가까울것 같은 사람이였다. 왼손으로 허리를 짚은 그이께서는 흙바닥을 내려다보시며 잠시 대대장앞을 오가시였다. 노여운 생각 같아서는 전사들에게 《소금밥》을 먹인데 대하여 엄하게 지적하고 싶으셨지만 전사들과 같이 물통을 메고다니며 일을 위해 애쓰는 심정이 리해되시여 생각을 돌리시였다.

《물운반차를 침목수송에 돌린것이 언제요?》

《지난… 8월부터입니다.》

《8월이면 <소금밥>을 석달이나 먹었구만.》

그이께서는 상급참모부나 국지휘부에서 대대의 이런 사정을 아는가고 물으시였다. 대대장은 안다고 하였다. 알뿐아니라 음료수운반차를 침목수송에 떼돌린것은 국지휘부가 취한 조치라는것이였다.

《국지휘부에서 그런 조치를 취했으면 <소금밥>을 먹는 구분대가 동무네만은 아니겠소?》

《그렇습니다. 원래 건설장적으로 60여대의 자동차가 음료수운반을 했는데 절반이상을 물동수송에 돌렸다고 합니다.》

《그러니 결국은 수송차가 부족하다는 소리구만.…》

《부족합니다. 저희 대대만 해도 수송차로 음료수를 실으면 철길침목을 5리가 넘는데서 어깨로 메날라야 합니다.》

《…》

김정일동지께서는 팔을 엇걸어 가슴우에 얹으시며 생각에 잠겨 다시 천천히 대대장앞을 오가시였다. 국지휘부, 구체적으로는 송철만소장이 물운반차들을 물동수송에 떼돌린 까닭이 리해되시였다. 수송차가 부족하고 전사들이 5리가 넘는 거리에서 철길침목을 메날라야 하는 조건이라고 보면 리유가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러나 제 아무리 조건이 나쁘고 타당한 리유가 있다 해도 군인들에게 《소금밥》을 먹이는것은 잘하는 일이라고 할수 없었으며 풀어도 시급히 풀어야 할 문제였다.

《… 음료수문제가 결국은 수송문제에 귀착되는구만.》 하고 그이께서는 리영선에게 말씀하시였다.

부부장은 송철만국장에게 이야기해서 음료수운반차들을 복귀시켜야 할것 같다고 하였다. 그이께서는 고개를 저으시였다. 수송차들을 음료수운반에 돌리면 그만큼 건설이 지장을 받을것이고 또 그것은 건설장의 물문제를 푸는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되지 못하는것이였다.

《무엇이 걸려서 건설장에 수도를 놓지 못합니까?》

《강관이 걸립니다. 200t가량 있어야 하는데 국가계획위원회에서는 래년 l.4분기에나 넣어줄 소리를 합니다.》

강관 200t이면 적은 량이 아니였다.

《그럼 군인들을 온 겨울 그냥 <소금밥>을 먹이고 빨래나 세수를 바다에서 시키겠습니까?》

《…》

부부장이 대답을 못하는 가운데 대대장이 한걸음 나섰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대대장 윤건호 한가지 말씀드려도 좋습니까?》

《말해 보시오.》

《저희들때문에 너무 심려하지 말아주십시오. 겨울이라도 일없습니다. 저희들은 군인입니다. 극복할수 있습니다.》

《참고 견디겠다?… 물론 군인에게는 그런 극복정신이 있어야 하오. 그러나 군인의 참다운 정신은 단순히 어려운 조건이나 난관을 극복하는데만 있지 않고 그 어려운 조건과 난관자체를 대담하게 짓부셔버리고 보다 좋은 조건과 환경을 만들줄 아는 거기에 더 많이 귀착되오. 그런 의미에서 대대장동무는 나나 이 부부장동무에게 빨리 물문제를 해결해내라고 요구해야 하오. 알겠소?》

김정일동지께서는 대대장에게 그런 말씀을 하는 사이에도 머리속으로는 건설장의 수도화에 필요한 강관해결방도를 모색하시였다. 5년이라는 짧은 건설기한만 아니라면 겨울동안 건설을 좀 죽이더라도 수송차를 뚝 떼서 전사들의 고생을 덜어줄수 있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건설을 죽일수는 없었다. 그이께서는 국가계획을 조절하여 물운반용수송차를 보장해줄 생각도 해보시였다. 당면하여 한 사오십대면 음료수문제도 그렇고 수송의 긴장성도 얼마간 풀릴것이다. 그러나 자동차생산이 제한된 조건에서 그렇게 되면 인민경제의 다른 어느 부분이 지장을 받을것이였다. 그런대로 그중 빠르고 근본적인 해결책은 200t의 수도공사용 강관인데 국가계획위원회에서 래년에 넣어주겠다고 하는것을 보면 그것도 여유분이 없다는것을 의미하였다.

(… 그렇다면 온 겨울동안 그냥 전사들이 <소금밥>을 먹게 하고 바다에서 세수와 빨래를 시켜야 하는가?… 과연 그렇게밖에 다른 방도가 없단 말인가?…)

《갑시다. 가던 길에 제강소에 들려봅시다.》

그이께서는 마지막방도로서 제강소 로동계급들에게 호소해서 풀어보실 작정이였다.

 

환절기면 영낙없이 찾아온다는 신경통때문에 제강소지배인은 병원에 있었다. 하여 담화는 거기 제강소병원의 깨끗하고 조용한 입원실에서 진행되였다.

제강소지배인은 허우대가 크고 쇠물로 주조해낸듯 얼굴의 선들이 모두 굵직굵직하게 그어진 사람인데 그와는 아주 구면으로 롱담도 하시는 사이였다. 하지만 정작 원탁에 마주앉아 강관문제를 꺼내자니 어째선지 말꼭지를 떼기가 쉽지 않으시였다. 제강소라고 무슨 여유가 있으며 없다면 군인건설자들이 닥쳐오는 겨울을 어떻게 나랴 하는 걱정과 우려가 혼탁된 무거운 마음탓인듯 싶었다. 그래서 그이께서는 한동안 제강소의 일생산정형이며 김장용남새공급형편이며 하는, 강관문제와 아무 상관도 없는 이야기들만 화제에 올리시였다.

《… 용해공들의 영양제공급은 어떻게 되고있습니까? 육류와 닭알은 제대로 보장됩니까?》

《그런건 다 제대로 공급해주는데 물고기를 정상적으로 먹이지 못합니다.》

《물고기는 왜?… 부업선들이 있지 않습니까?》

《있기는 한데 이젠 좀 낡아서…》 배가 낡아서 용해공들에게 물고기를 제대로 먹이지 못한다는것이 리치에 맞지 않음을 깨달은듯 지배인은 말꼬리를 삼키며 어색한 표정을 지다.

《낡았으면 새로 만들어야지요. 강철을 쥐고있겠다. 남포에 조선소가 있겠다. 부업선쯤 몇 만드는거야 뭘 문제될게 있겠습니까?》

지배인은 알겠노라고, 래년도계획에 물려 건조하겠노라고 하였다. 이야기는 거기서 잠시 동강났다.

《저… 한가지 말씀드려도 일없겠습니까?》

지배인의 정중하면서도 조심스러운 물음이였다.

《괜찮습니다. 어서 하시오.》

그이께서는 선선히 승낙하시였다.

《지도자동지께선 아직 제강소에 왜 오셨다는 말씀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일생산실태나 용해공들의 영양제공급형편때문에 오신건 아니겠는데… 혹시 저희들이 뭘 잘못한 일이라도 있으면 지적해주십시오.》

그이께서는 미소를 지으시였다. 지배인은 언제 봐야 이렇게 솔직하고 명백한 사람이였다.

《잘못이야 제강소에서 무슨 잘못한 일이 있겠습니까? 아닙니다. 난 그래서 온것이 아니라 실은 강관을 좀 해결받을수 없을가 해서 들렸습니다.》

《?…》

그리하여 김정일동지께서는 남포갑문건설장의 어려운 물문제와 그때문에 군인건설자들이 어떻게 고생하며 200t의 강관이 왜 필요한가 하는데 대하여 자상히 설명해주시였다.

《그런 문제면 전화를 하셔도 되는걸 그랬습니다. 바쁘신 시간을…》

그는 아마 그이께서 평양에서 우정 나오신줄로 아는 모양이였다.

《암만 바빠도 군인들이 <소금밥>을 먹는줄 알면서야 어떻게 다른 일을 하겠습니까? 그래서 왔습니다.》

지배인은 감동어린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전 사실… 지도자동지께서 <소금밥>이라고 할 때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몰랐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사실 제 자식들이 <소금밥>을 먹고있다면 가만 있을수 있겠습니까?》

《옳습니다. 그래서 나도 이 사실이 가슴에 걸려 내려가질 않아 이렇게 왔습니다만… 해결할수는 있겠습니까?》

지배인은 고개를 기웃하고 잠시 생각을 하더니 마침내 몸자세를 바로잡았다.

《가열로가 보수중에 있다보니 오늘래일로는 안되겠는데… 로가 살아나면 우선 갑문건설장에 줄것부터 뽑겠습니다.》

《로가 언제면 살아납니까?》

《늦어 한 열흘이면 될것 같습니다.》

《열흘… 하지만 그렇게 되면 계획대상들에서 가만있자고 하겠습니까? 국가계획위원회에서도 승인하지 않을게고… 계획규률을 어겨선 안됩니다.》

그이께서 아까부터 선뜻 강관문제를 꺼내지 못하신것도 실은 그에 대한 담보가 없는 사정도 있었다. 그러나 지배인은 그런 문제는 일없다는듯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계획규률은 일없습니다. 로보수가 열흘후에 끝난다 해도 그건 보름이상 앞당긴것으로 되니 계획외의 증산이나 같습니다. 그걸 가지고 시비하면 저희들도 할 말이 있습니다.》

과연 소문에 들으신바 있는, 한번 《아니》하면 정무원부총리들도 더 어쩌지 못한다는 성미가 드센 지배인다운 배심이였다.

《허허… 듣고보니 그럴상싶기도 한데… 좋습니다. 그럼 그렇게 해주시오. 만일 국가계획위원회에서 정 시끄럽게 굴면 나한테로 알리시오. 둘이 힘을 합치면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이야 이기지 못하겠습니까?》

그러나 지배인은 그이더러 걱정 마시라고, 자기 혼자도 자신있는데 뭘 지도자동지께까지 걱정끼치겠는가고 하며 힘자랑이라도 하듯 팔을 접었다 폈다 하였다. 그바람에 그이께서도 유쾌하게 웃으시고 지배인도 벙글써 웃었으며 곁에 앉아있던 리영선이도 감심한 표정을 지으며 시뭇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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