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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17일과학자돌격대》숙소는 정무원지휘부에서 얼마 멀지 않은 령남리의 나지막한 언덕밑에 자리잡고있었다.

낮 2시경, 돌격대 대장으로부터 출장임무를 받고 숙소로 돌아온 유정은 려행가방부터 꾸려놓고는 침대우에 거울이며 수건이며 화장도구를 벌려놓고 앉았다.

한호실에서 생활하는 정무원지휘부 타자수처녀 능금이가 들어온것이 바로 그때였다. 능금이는 남포시내의 어느 기관에서 동원되여온, 아직 소녀티를 다 벗지 못한 중발머리의 애숭이였다. 그렇다고 이 처녀를 철부지로만 보아서는 안된다. 나이는 어리지만 매우 당돌한가 하면 생활상 물계에 들어서는 막히는데가 없어서 유정이조차 많은것을 묻고 조언을 따르지 않으면 안되는 녀성호실의 《장관》이였다.

어마나! 이게 어찌된 일이예요?》

능금은 놀라움을 드러내며 건너편 자기 침대에 와 이쪽을 향해 걸터앉았다. 유정은 그가 왜 놀란다는것을 알면서도 《뭘?》 하고 딴전을 피웠다.

《언니가 화장을 다 하니 말예요.》

《왜, 난 화장하면 안되니?》

유정은 연필끝으로 입술가생이의 선을 그으며 무심히 물었다.

《안될건 없지만 언니 같은 미인이 화장까지 하고나서면 나같은 밉상이야 누가 쳐다보기나 하겠어요.》

자신도 인정하는것처럼 사실 그는 똑똑하고 성격이 좋은데 비해 용모가 별로 곱지는 못하였다.

하지만 유정은 처녀를 고무하였다.

《얘, 그런 말 말아. 네가 왜 밉상이야? 넌 미간이 약간 넓은건 흠이지만 그대신 뺨과 입은 얼마나 곱게 생겼니… 세상에 미인으로 소문난 이딸리아의 쏘피아 로렌이라는 녀배우가 뭐랬는지 아니? <어떤 녀성이나 자기의 용모에 신심을 가지면 어느때든지 인정받게 된다. 자기가 못났다고 생각할수록 사람들은 그를 더 밉게 본다.> 그러니 너도 자신을 곱다고 생각하란 말이야.》

《피, 암만 그런다고 이 안장코 능금이가 미인으로 될가?…》

《자신심이… 중요하다니까…》

연필끝으로 입술가생이를 긋느라고 유정의 말은 토막으로 끊기였다.

《그게 사실이면 신심을 가져는 보겠어요. 그런데 언닌 갑자기 웬 일이예요? 혹시 곱게 차리구 어디 애인만나러 가자는게 아니예요?》

쪼꼬만게 나중엔 못하는 소리가 없다. 유정은 거울에 화장이 끝난 얼굴을 이쪽 저쪽 비쳐보며 건성 대꾸했다.

《출장 간단다.》

《어딜요?》

《평양에…》

유정은 당장 래일부터 한달 가까이 인민대학습당 열람실에 박혀 방대한 과학기술문헌들을 뒤져야 하였다. 최근 10여일간 갑문건설에 동원된 과학자들은 친애하는 김정일동지의 의도를 받들어 시공중에 있는것을 제외하고 국가심의를 걸쳐 내려온 설계들을 전반적으로 다시 검토하였다. 그 과정에 많은 합리화안들이 나오고 자재와 로력, 시간예비가 발굴되였는데 그중에서도 수리공학연구소 연구사들이 기본언제설계에서 발견한 만년주기 대홍수를 예견하여 기본언제에 배치한 보조무넘이를 갑실쪽에 이동배치할데 대한 착안은 수리공학사상 전례가 없는 매우 대담하고 독창적인것이였다. 만일 이 방안이 과학적증명을 거쳐 실천에 도입되는 경우 수만t의 강재와 세멘트, 수십만공수의 로력을 절약하게 되는것은 물론 시공기일을 근 1년반가량 단축할수 있었다. 하지만 그 방안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현실에 도입한다는것이 간단치 않았다. 잘못하면 1년반을 얻으려다가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을 잃어버릴지도 몰랐다. 그렇다해도 《2월17일과학자돌격대》에서는 그 귀중한 착안을 실천에 옮길 목표를 세우고 착안자들인 수리공학연구소 과학자들을 기본으로 30명의 연구집단을 무었다. 유정이도 그 연구조에 배속되였다. 그가 받은 당면한 과제는 외국어에 능한 림도환박사와 함께 세계 여러 나라들에서 추세로 되고있는 무넘이언제의 배치형식을 수집조사해오는것이였다.

이제는 떠날 때가 된것 같아 몸에도 계절에도 맞는 미색양복을 떨쳐입은 그는 능금이의 바래움을 받으며 숙소를 나와 수송부대를 향해 걸었다. 거기 가면 남포역으로 나가는 군대수송차를 쉽게 얻어탈수 있었다. 그러나 구태여 수송부대차고까지 가지 않아도 되였다. 남포화물역으로 나가는것이 분명한 마주오는 《태백산》호를 향해 손을 들었더니 인차 세워주어 운전칸에 오를수 있었다. 수송차가 달리는 길 좌측으로는 공사중인 인입선철길이 뻗어가고 우측에서는 군인들이 한창 송전선공사를 하고있었다. 마가을바람을 안고 힘차게 나붓기는 오색기발들, 구호판과 속보판의 숲, 방송차에서 울려나오는 격동적인 호소….

《젠장!》

운전사자 역증을 내며 제동기를 밟는 바람에 유정은 옆창에서 눈길을 떼고 앞을 내다보았다. 저만치 길 한복판에 신호기발을 든 군인이 서있었다. 그 군인의 코앞까지 접근하여 차를 세운 운전사는 옆창으로 상반신을 내밀며 거칠게 물었다.

《뭣때문이야?》

차앞을 막아선 군인은 신호기발로 뒤쪽을 가리켰다.

《길을 끊었네. 잠관을 묻느라구…》 그러니 한시간가량 기다려야 한다는것이였다.

《젠장, 하는수 없지. 기다리는수밖에.》

운전사의 배포유한 소리에 바빠난것은 유정이였다. 벌써 네시가 넘었다. 평양으로 들어가는 신의주행을 타려면 한시간반의 여유밖에 없는데 여기서 한시간을 기다리고나면 기차가 떠날 시간에나 역에 도착하기 십상이였다. 무슨 방도를 찾아야지 안되겠다고 생각한 그는 차에서 내려 도로가 끊어진 지점으로 가보았다. 그러나 길은 아직 다 끊기지 않고 지금 한창 파들어가는 중이였다. 신호병은 한시간을 기다리면 된다고 했지만 잠관을 묻고 길이 열리자면 좋이 두시간은 걸려야 할것 같았다. 유정은 곡괭이질을 하다가 방금 구뎅이에서 나온 내의바람의 군인에게 접근하여 지휘관의 행처를 물었다.

《대대장동지는 저기 계십니다.》

군인의 손이 가리키는 저만치 구뎅이 건너편에 두 군관이 지도 같은것을 땅바닥에 펴놓고 마주앉아있는것이 보였다. 흙무지를 돌아 그들 두 군관에게로 다가간 유정은 남의 일을 방해하는것이 미안하여 잠시 머뭇거렸다. 마침 그때 한 군관 (대위였다.)이 인기척을 느끼고 쳐다보는 바람에 유정은 얼결에 고개를 숙여 인사부터 하였다.

《누구한테 왔습니까?》 대위의 물음이였다.

《대대장동무를…》

대위와 마주앉았던 군관은 그제야 얼굴을 들었다. 처음에 유정은 그 군관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그저 (어디서 본것 같은 사람이다.) 하는 정도로 생각했을뿐이였다. 그러나 상대방의 찌르는듯 예리한 눈길을 받는 순간 그는 놀랐다. 놀랄수밖에 없는것이 그 군관은 다름아닌 언젠가 골재장구역에 우물을 파는 문제때문에 서로 다툰적이 있는 바로 그 소좌였다.

《안녕하세요?》

당황한 자신을 재빨리 수습하며 유정은 알은체를 했다. 그러나 소좌는 전혀 초면인것처럼 일어나며 무뚝뚝하게 물었다.

《무엇때문입니까?》

우물사건때문에 축적된 감정도 있겠다, 나오는 태도를 보아 십중팔구 거절당할것이 틀림없다고 미리 단정하면서도 이왕 내친 걸음이라 딱한 사정을 이야기하였다.

소좌는 벌써 얼굴에 못마땅한 기색을 띄우며 거절할 말을 찾느라고 그러는듯 잠간 고개를 돌려 주변의 흙무지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다가 다른 말은 하지 않고 1중대장을 불렀다. 이마에 땀이 번질거리고 삽자루를 쥔 내복바람의 군관이 왔다.

《한쪽 가녁을 도로 메우고 이 녀성동무의 <승용차>를 통과시켜주라구.》

상관의 지시라 알겠다고 접수는 하면서도 속은 편안치 않은지 중대장은 돌아서며 얼핏 흘겨보는것을 잊지 않았다.

《고마워요.》

유정은 《우물사건》때 다툰 미안함까지 포함하여 진심으로 사례하였다. 그러나 소좌는 묵은 감정을 풀려고 하지 않는듯 싶었다.

《그런 인사치레는 하지 않아도 좋으니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하시오.》

《…》

녀자손님이 저만치 멀어지기를 기다려 정치지도원 리종각은 이왕이면 왜 말을 그렇게 비문화적으로 하느냐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건호는 그의 불만을 리해할수 없어 자기가 무슨 말을 잘못했는가고 되짚어 물었다.

《그럼 그게 잘한 말입니까? 침묵이 금값이라구, 정 말하기 싫거든 가만히나 있을게지 고맙다는데다 면박을 주니… 대대장동무는 그게 결함이란 말입니다. 그래가지구야 처녀들이 무슨 재미루 상종하자겠습니까?》

녀자문제에선 덮어놓고 자기를 잘못한다고 비난하며 훈계가 많은 정치지도원이였다. 그러나 오늘만은 수하관병들도 있고 해서 아주 신중하고 유연하게 문제를 처리했다고 생각하는 건호였다.

《남의 사정을 모르면 좀 가만있소. 이자 그 녀자 누군지 알기나 하며 그러우? 그게 바루 전번에 우물터에서 싸웠다는 그 연구사란 녀자요. 그런 녀자한테 기차를 타게 해줬으면 됐지 뭐 인사대접까지 해보내겠소?》

리종각은 그제야 깨도가 된듯 벌써 저만치 수송차앞에 가있는 녀자손님의 뒤모습을 새삼스러운 눈으로 겨냥해보는것이였다.

《저쯤한 녀자라면야 한번 싸워볼만도 하지요.》

윤건호는 (이 량반이 또 무슨 《녀성론》을 펼치겠구나!) 하고 생각하였다. 아닐세라 그는 벌써 표정부터 심각해지며 괜찮은 측면은 대략 세가지로 분석할수 있는데 첫번째 우점은 우선 녀자가 아주 쌀쌀해보이는것이 좋다는것이였다.

《초겨울날씨처럼 저렇게 쌀쌀한 녀자일수록 일단 사랑을 시작하면 무섭게 뜨겁습니다. 부모들이 혼사를 반대한다고 애인과 같이 보따리를 싸들구 집을 나간 녀자들이 있었다는 말 들어본적이 있습니까? 그런건 부모들도 후에 다 리해하지요. 열렬하고 아름다운 사랑은 종당에 가서 승리하는 법이지요.》

건호는 허망한 소리라고 생각되면서도 귀맛은 당겨서 무슨 소리를 하나 보자고 반박하지 않았다.

마침 휴식이 선포된데다 리종각은 그가 잠자코 담배만 피우는것이 납득되기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모양 본격적으로 자기의 《리론》을 펼치기 시작하였다.

《녀성의 미는 대략 세가지로 나누어봅니다. 정신미와 성격미와 육체미로… 이 세가지 아름다움을 다 갖춘 녀자란 실지 드문데 이자 그 녀자에게서는 어쩐지 바로 그 세가지 미가 다 있는것 같이 느껴집니다. 그런 녀자와 함께라면 인생의 길이 아무리 험난해도 더 적극적으로 헤쳐나갈수 있다지 않습니까.》

건호는 그의 말에 공감되는바도 없지 않았다.

우물문제때문에 싸울 때도 얼마간 느껴지기는 했지만 오늘 보니 그 녀자는 이게 그때 그 녀자가 옳은가 하고 놀랄 정도로 아름답고 매력이 있었다. 그때에는 가시같이 보이기는데 밝고 부드러운 성정이 어린 그의 얼굴모습이 오늘은 몹시도 가슴을 흔드는것이였다.

《그런들 어찌겠소. 그림속의 선녀지. 아마 저런 녀자의 애인은 못해도 학사쯤은 될거요. 과학자니까…》

자격지심의 발로라고 할지 건호는 저절로 한숨이 나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그러나 리종각은 그건 녀성들의 세계를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단호히 부정했다.

《아닙니다. 단언하는데 이자 그 동문 아직 애인은 없습니다. 그 눈을 보지 못했습니까? 눈이 마음의 창문이라고 애인이 있는 녀자의 눈은 그렇게 순진하지 않습니다. 한데 대대장동무는 우선 사랑에 대한 견해와 관점부터 옳게 세워야겠습니다. 저쪽이 과학자라고 먼 하늘의 별처럼 생각하는데 그런 식으로 배우자를 고르다간 정말 바보처녀한테 장가들기 쉽습니다. 과학자면 뭐 어떻단 말입니까. 저런 녀자일수록 사나이다운 사나이를 좋아합니다. 사랑은 과학이나 리론하구는 아무 상관도 없습니다. 그건 감정과 정열로 하는겁니다. 이걸로…》

리종각은 손바닥으로 가슴을 두드렸다. 요컨대 사랑의 원천은 심장에 있다는 소리였다.

건호는 그의 달변에 감탄할수밖에 없었다. 제 말대로 리종각은 그야말로 《녀성전문가》였다. 거짓말을 보태지 않고 그에게는 처음 보는 녀자들이라도 열이면 아홉의 나이며 취미를 알아맞추는 재간이 있었다. 그런가 하면 사랑의 곡절과 결혼후 자식들의 일까지 예언할줄 알아서 사람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만드는 때도 있었다. 그래서 가문안에 《관상쟁이》가 있는 모양이라고 비웃어주는 사람도 더러 있지만 실은 입대전에 어느 견방직공장에서 기대수리공으로부터 시작하여 녀성들속에서 사로청사업을 한데다 군관이 되여서는 부대참모중대 정치지도원을 몇해 하면서 녀성들과 하도 많이 대상해본 경력이 그런 괴이한 능력을 키워준것이였다.

《… 그러니 내 말을 믿고 한번 접근전을 해보십시오. 정 자신이 없으면 나한테 전권을 위임해도 좋고…》

설복의 힘이란 이런것인가?… 건호는 아직 딱히 무어라고 찍어 말할수 없는 어떤 희망이 가슴속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는것을 느꼈다. 이 사람의 말이 어느 정도 사실이라면, 사랑을 감정과 심장으로만 이룰수 있는것이라면 한번 접근전을 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가?… 십중팔구는 실패할것이다. 하지만 어이 알랴. 운명이 도와서 혹시 뜻밖의 성공을 거둘런지…

《전권을 위임한다면 정말 자신이 있소?》

리종각은 히죽 웃기부터 하였다.

《대대장동무, 우선 한가지 물읍시다. 대대장동무가 아예 손을 들고 말았던 3중대 오명남이를 누가 모범전투원으로 만들었습니까? 사람과의 사업에서 부대적으로 성과를 올린것이 내가 무슨 수완이 있어서겠습니까. 진심이면 모든게 풀린다는 믿음이 있어서지요.》

《거야 그렇지. 하지만 사랑문제야 다르지 않소.》

《아닙니다. 사람의 마음이 통하는데는 다 같습니다. 진심, 정열… 그러니 자신있는가 없는가 하는건 최종적으로 대대장동무자신한테 달려있습니다. 문제는 상대가 마음에 차는가 안는가 하는건데… 어떻습니까? 마음에 듭니까?》

윤건호는 그가 자기를 너무 수준이하로 보는것 같아 약간 화를 냈다.

《여보, 난 뭐 눈이 먼 놈인줄 아오? 저런 녀자를 싫어할 사내가 세상에 어디 있겠소.》

그의 고백은 진정이였다. 초면에 서로 모욕적인 말까지 해가며 다투기는 했지만 그 다툼이 오히려 마음속에 자취를 새겼다고 할지, 그날 이후로 그 녀자와의 언쟁을 회상할 때마다 그는 감정이 좀 이상해지는것을 느꼈다. 뿐더러 간혹 지나가는 사민녀성들속에 혹시 그 녀자가 있지 않을가 해서 은근히 살펴보기도 하는 자신을 깨닫고는 스스로 모멸감을 느끼며 쓴 웃음을 지은 경우도 없지 않았다.

《그럼 됐습니다. 내가 한가지 계획이 있는데 이걸루 신세부터 한번 지고 봅시다.》

리종각은 군복 웃주머니에 허리를 접은 편지를 꺼냈다. 그것은 그가 저녁에 부대정치부에 갔다올 일이 있다기에 부쳐달라고 한, 집에다 수리공학교재를 빨리 구해보내라는 건호의 독촉편지였다.

《그거 가지구 뭐 어쩐다는거요?》

《오늘 밤이면 이 편지도 그 녀자도 다 대대장동무네 집에 도착할겁니다. 그다음부턴 문제가 다르게 발전하지요.》

리종각은 자신있는 걸음으로 벌써 저만치에 가있었다.

그러나 건호는 믿지 않았다. 집에 편지는 전해줄수 있겠지만 별다른 《일》은 없을것이라고 그는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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