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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에 기술대표단이 갔다온것을 계기로 그처럼 론난의 대상으로 되였던 기본언제설계방안이 결정되였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건설위원회, 전력공업위원회의 관계부문 일군들까지 참가한 협의회에서는 평양전력설계사업소 남창명박사를 위주로 하는 전력공업위원회 설계조가 주장하던 진흙겉벽식설계방안을 부결하고 콩크리트겉벽식설계방안을 선택하기로 하였다.
이런 식의 언제는 이번에 갔던 나라뿐아니라 아시아에서는 이미 타이, 유럽에서는 뽀르뚜갈, 남아메리카에서는 브라질, 꼴롬비아와 같은 나라들이 건설해본것이기도 하였다.
결과 남창명의 설계조는 자기의 설계방안이 부결된것과 함께 《반대파》로 인정되여 더는 건설장에 남아있을 필요가 없게 되였다.
남창명은 처절한 패배감을 느끼며 건설부대현장에 있는 자기의 설계실 겸 침실에 홀로 앉아 애꿎은 담배만 피우고있었다.
고민혁부총리는 바로 이러한 때 그를 찾아왔다. 설계방안은 선택되였어도 웬일인지 부총리의 얼굴은 밝지 못하였다. 그도 남창명의 설계에 기대를 가졌던 일군이기때문이였다.
《정말 떠나갈 작정이요?》
고민혁은 남창명의 앞에 놓인 의자에 마주앉았다.
남창명은 묵묵히 담배연기만 내불다말고 입을 열었다.
《더 있고싶어도 있을 형편이 못되지요. 우리가 여기에 남아있는한 진흙겉벽식을 끝까지 주장할것이고 그래서 그걸 알고있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와 건설위원회 일군들이 떠나갈것을 권고한것이 아니겠습니까.》
부총리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도 어쩔수 없었소. 어쨌든 소수에 비한 다수의 결정이 아니요.》
《다수의 결정이라구요?》
남창명은 말을 이었다.
《새것의 탄생은 언제나 일반의 반대에 부딪치기마련이지요.》
《그렇다면 남동무…》
부총리는 진지한 태도를 취하였다.
《우리 이 자리에서 다시 론의해보기요.
동무도 기술대표단성원으로 외국에 갔다왔기에 묻는건데 정말 콩크리트겉벽식이 우리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거요?》
남창명은 지친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문제야 이미 협의회에서 다 말해버린것이 아닙니까?》
더이상 상론을 거절하기는 했지만 남창명의 가슴속에서는 협의회때의 항변이 여전히 꿈틀거리고있었다. 한때 세계적으로 콩크리트겉벽식을 떠든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에 외국에 가본 결과에 의하면 어떠하였던가? 몇개 대상을 건설하였지만 물이 새는 원인으로 장려하지 않고있었다. 그 나라만이 아니였다. 아시아의 어느 한 나라에서도 60메터높이의 언제를 한번 건설하고는 그만두었다. 유럽은 더욱 장려하지 않고있다. 브라질, 꼴롬비아 같은 열대우림의 나라들은 년강수량이 5 000미리되고 진흙이 없는 사정으로 콩크리트겉벽식을 도입하였다. 그런데도 설계집단안의 콩크리트겉벽식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쯤 물이 새는것은 허용할수 있는 일이고 진흙겉벽식으로 하는 경우에는 언제가 무너질 위험에 처한다고 아우성이다. 한동안 침묵이 계속되는 속에서 부총리는 무엇을 결심한듯 의자에서 일어섰다.
《어쨌든 회의결과는
남창명은 그제야 흠칫 부총리를 쳐다보았다.
《무엇을요? 콩크리트겉벽식이 결정되였다는것을 말입니까?》
고민혁은 그의 심정이 리해되는듯 한숨을 내쉬였다.
《동무의 주장이 리해 안되는건 아니요. 하지만 저수량이 수십억립방인 거대한 언제를 진흙겉벽식으로 담보하겠는가 하는 그들의 질문에는 나도 대답이 궁해지더구만, 물론 동무는 언제안전을 담보하는 수학적계산을 내놓았지만. …
동무의 주장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자기들의 방안에 대해 다른 나라 경험을 우리 실정에 맞게 받아들이는것이라고 하였소.》
남창명은 그만 허거픈 웃음을 지었다. 허탈감이 들며 정말이지 더 론하고싶지 않았다.
고민혁은 그에 아랑곳 없이 누르듯 말했다.
《실무대표단이 외국에 갔다온 지금까지 론난을 결속하지 못한다면 나나 우리 설계집단에 있어서 이보다 더 큰 죄악은 없을거요.》
부총리는 아무런 인사도 없이 나가버렸다.
남창명은 부총리의 태도에서 자기의 존재를 잊고 한동안 우두커니 앉아있었다. 가지고갈 짐이래야 트렁크 하나, 배낭 하나뿐이다. 그안에 설계도면과 작업복 같은것을 걷어넣으면 끝이다. 그러나 왜 그런지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오늘 협의회에서 결정된 설계방안이 다른 나라에서까지 점점 추세에 밀려난다는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렇게 물러나야 하겠는가! …
남창명에게는 불현듯 세월의 흐름을 거슬러 쉬이 잊을수 없던 그때의 일이 떠올랐다.
전후 마쟈르 부다뻬슈뜨종합대학에서 류학할 때였다. 미제의 사촉을 받은 마쟈르반동세력이 사회주의제도를 뒤집고 자본주의를 복귀하기 위한 반혁명적인 반란을 일으켰다. 수도는 동란과 소요속에 휘말려들어갔다. 놈들의 회유와 기만에 속아 거리에 떨쳐나선 일부 시민들과 청년학생들, 무장한 반란세력에 의해 산산이 부서져나간 공공건물들과 국가기관들, 백주에 감행되는 공산당원들과 열성로동자, 농민들에 대한 류혈적인 테로…
그런 속에 임레 나지를 수상으로 하는 반동정권이 세워졌다.
류학생들의 신변에도 위험이 닥쳐왔다.
바로 이러한 때
남창명은 그 회억에 이끌려 의자에서 일어나 방안을 거닐기 시작하였다. 그 나라가 왜 그렇게 되였던가? 자기것에 대한 소중함과 자기것에 대한 믿음이 없었기때문에 미국과 계급적원쑤들의 회유에 넘어간것이 아니랴. 오늘날 그때와 다름없는 제국주의자들의 책동이 가증되는 정세속에서 그 교훈을 잊는다면 우리가 가야 할 길이 과연 어디겠는가! …
남창명은 안타까움을 잠시나마 달래보려고 방을 나섰다.
조정지언제가 산악처럼 일떠서고있었다. 그우에서 붐비는 군인들, 쉬임없이 돌아가는 혼합기들, 부지런히 오가는 대형화물차들, 건설장은 말그대로 불도가니마냥 끓어번지고있었다.
언제 한쪽에 《전군이 혁명의
남창명은 한순간 설계실안에서의 번민을 말끔히 잊고 홀린듯 그 전경을 바라보았다. 얼마나 장한 우리 군대인가, 얼마나 자랑스러운 우리 병사들인가!
그의 눈가에는 지난해 제1계단조기조업을 실현할데 대한
《기계에는 한계가 있지만 정신력에는 한계가 없다!》… 군인건설자들은 이렇게
남창명은 그 투쟁정신에 이끌려 온갖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정지와 그 언제를 끝까지 주장하여 설계를 완성시켰다. 또 거기에서 힘을 얻어 새로운 언제설계방안을 내놓았다.
그는 지금 이 자리에서도 철저히 확신하고있었다. 진흙겉벽식언제야말로 우리 자원과 우리 군인들의 무궁무진한 정신력을 기초로 하는것이였다. 그걸 알자면 오늘 결정된 콩크리트겉벽식을 해부학적으로 투시해볼 필요가 있다. 사석언제의 겉면에 방수를 위하여 수십센치메터 두께의 엷은 철근콩크리트판을 사용한다는것인데 이 정도의 피복으로는 방수를 보장할수 없는것은 물론이고 여기에 드는 자재만 해도 3만 5천톤의 고강도세멘트, 1만톤의 환강, 120톤의 동판이 필요된다. 오늘의 고난의 행군시기 이 수자가 결코 작은것이란 말인가?
진흙겉벽식은 사정이 다르다. 진흙의 점성으로 언제의 방수가 담보되는것은 물론이고 그 원천만 보아도 건설장주변에 자그만치 170만립방되게 깔려있다. 우리 군인들의 정신력이면 이 진흙을 얼마든지 떠올릴수 있고 현재 건설장에 10톤급진동로라다짐기도 있으니 무엇이 문제될것이 있단 말인가! 남창명은 저 혼자 생각을 거듭해보다가 그 자리에서 돌아섰다. 《우리 설계가아바이》라고 그처럼 따르던 병사들이 지금 후줄근해진 이 몰골을 본다면 뭐라고 하겠는가!
다시 설계실안으로 들어온 그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모든 일감을 잃은듯 어수선한 기분에 잠겨있던 그의 눈길은 저도 모르게 설계탁과 면한
벽쪽으로 향하였다. 하얀 벽지를 바른 벽에는 해맞이초소의 선조암을 배경으로 용일을 한팔로 다정히 껴안으시고
남창명의 입술은 가볍게 떨렸다.
그의 눈길은 아들의 모습에로 이어졌다. 자기를 닮아서인가 어딘가 몸이 여리여보인다. 그러나 두눈에는 커다란 환희와 함께 병사다운 배심이 넘쳐흐른다. 용일아, 넌 행운아이다. 이 아버지도 누려보지 못한 영광을 네가 먼저 지녔구나! …
한동안 사진을 넋없이 우러르던 그는 소스라치듯 자기를 돌이켜보았다. 아니, 그대로 물러설수 없다. 그 설계방안이 커다란 난점을 안고있다는것을 번연히 알면서도 물러선다면 이보다 더 큰 죄악이 어디에 있겠는가! …
그러자 그의 머리속으로는 인생에서 아직 단 한번도 가져보지 못한 중대한 결심이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이 순간 설계실안에는 끝없는 정적이 깃드는듯싶었다.
그는 드디여 서류철에서 천천히 흰종이를 꺼내여 설계탁우에 펼쳐놓았다. 그리고 사진속의
《
우리 인민을 잘살게 하시려고 내 나라, 내 조국을 부강한 나라로 빛내이시기 위해 그리도 바쁘신
저는
여기까지 쓴 남창명은 문뜩 펜을 멈추었다. 과연 이렇게 하는것이 과학자로서의 처신이 옳긴 옳은것인가? 국가의 중대사만 해도 아름찬데 우리
남창명은 손에서 펜을 떨구며 반백이 된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리고 소리없이 어깨를 들먹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