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굽이굽이 철령을 넘은 야전차는 커다란 분지를 이루는 회양, 창도를 지나 다시금 가파로운 추지령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아찔한 골짜기와 급한 벼랑을 이룬 추지령은 철령 못지 않게 험한 령이였다.
군인궐기모임을 앞두고 418련대가 전군에 보낼 호소문을 준비하고있다는것을 알게 되신
근위 418련대가 생겨 처음보는 손님맞이였고 경사가 아닐수 없었다. 적들도 깜짝 놀라 급기야 경계근무인원을 증강한다, 분계선상공에 정찰기를 띄운다 하며 분주탕을 피우다가 제풀에 잠잠해졌다고 한다. 아마 저들을 냅다치는 무슨 변이라도 나는가 했던 모양이다.
오중흡7련대칭호쟁취운동을 위한 근위 418련대 군인궐기모임은 드높은 정치적열의속에서 성과적으로 진행되였다. 시범단위 군인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듯 하였고 현지에서 직접 호소문을 받아안은 방청자들 역시 그에 못지 않는 열정과 의욕에 넘쳐 부대로 돌아갔다.
지금 각 군종사령부 및 군단들의 관하련대들, 그와 같은 급의 단위들에서는 근위 418련대의 호소문에 호응하여 경쟁적으로 군인궐기모임에 들어갔다.
야전차는 마침내 높고높은 추지령우에 올라섰다. 그러자 령아래 연연히 뻗어간 아득한 산발너머로 푸르른 바다가 펼쳐졌다.
장시간 중부산악지대를 횡단하는 강행군끝에 마주하게 되는 바다라
불현듯
야전차안에는 장중하고도 씩씩한 취주악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심신을 흔드는 그 곡조가 무척 마음에 드시였다. 연주회때에도 느낀바이지만 이 노래는 취주악은 또 그것대로 받아안는 감흥이 새로우시였다. 그것은 노래가 안고있는 심오한 사상예술적감화력과 함께 오중흡7련대칭호쟁취운동이 정식 선포된 시기와 때를 같이하여 재형상된 때문이였는지도 모른다. 호른, 트럼베트, 트롬본의 창창한 울림은 7련대의 기발을 높이 들고 승리를 향하여 전진하고있는 근위부대의 벅찬 숨결과 심장의 박동을 호소하는듯싶었고 튜바, 팀파니, 대고의 장쾌한 울림은 적의 아성을 깔아뭉개며 전진하는 땅크의 동음, 멸적의 포성을 방불케 하였다.
그렇다면! …
《…우리 7련대가 사나운 눈보라를 헤치며 백두의 산발을 누비던 그 나날부터 어언 반세기가 지났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속에 기억이
삭막해진다고 해서 30년대 고난의 행군길에서 발휘한 그 정신이야 어이 잊겠는가. 그때에는 지금처럼 정연한 사상교양체계와 강력한 선전선동수단들이
있은것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진실을 말한다면 그것은 본능에 가까운 행동의 발현이였다. 아니, 우리가 사령부를 보위한것이 아니라
나는 울음을 터뜨리며 애원했다.
〈
그러자
〈철만이, 이렇게 맥없이 죽자고 지금껏 수다한 죽음의 고비를 넘어왔는가. 전우들과 한 약속을 잊었는가,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자고 맹세했지! 일어서라, 이 고비만 이겨내면 우리는 조국진군의 길에 다시 오를것이다. 네가 그처럼 그리던 조국으로 말이다!〉
정녕
추지령을 내려선 야전차는 어느덧 바다를 옆에 낀 포장도로를 달리고있었다.
포장도로가 끝나고 흙도로가 시작되였다.
야전차는 드디여 최전방을 가까이하고있는것이다. 해안가를 벗어나 그리 높지 않은 야산사이를 한참이나 이리 돌고 저리 빠지고 하느라니 거대한 보루마냥 우뚝 솟은 351고지가 나타났다.
야전차는 고지의 굽이길에 들어섰다. 불에 타고 화약내가 짙은 전쟁의 상처를 아직도 채 가시지 못한듯 고지에는 나무들이 키높이 자라지 못하고있었다. 키낮은 소나무들과 가둑나무, 싸리나무와 같은 떨기나무들이 바다쪽에서 불어오는 세찬 바람에 가지가 꺾이울듯 몸부림치고있었다.
2월말이라 하지만 양지쪽을 내놓고는 산판의 여기저기에 눈이 그대로 남아있다. 굽이길도 몹시 험했다. 해안가가까이에 위치한것으로 하여 351고지는 그 해발고와 달리 결코 낮은 고지가 아니였던것이다.
야전차는 그 굽이길을 기운차게 달려 마침내 고지정점에 도달하였다.
유리로 지은 전망대앞에 전재선군단장을 비롯한 장령, 군관들이 정렬해있었다.
전재선대장은 반가움을 금치 못해하였다.
《
《지난해 해맞이초소를 찾았을 때 나는 저 동무들과 351고지에서 다시 만날것을 약속했습니다. 그 약속도 약속이지만…》
《난 오늘 사냥을 나왔습니다!》
그 바람에 장령, 군관들은 긴장감을 풀며 가볍게 따라 웃었다.
군단과 사단의 지휘관, 정치일군들과 인사를 나누시고나서 련대장의 거수경례를 받으시였다.
《102련대는 본보기단위입니다. 현재 오중흡7련대운동을 어떻게 하고있습니까?》
조무진은 신심과 패기에 넘쳐 씩씩하게 대답올렸다.
《
《그렇다면 좋습니다.》
전재선이 설명해드렸다.
《전쟁시기 351고지에서 배출된 22명 공화국영웅들의 사진입니다.》
사진게시판을 마주하신
그러나 그때로부터 반세기가 가까와오고있지만 그들은 오늘도 청춘으로 살고있다.
그 모든 영웅들에 대한 애틋한 정회를 느끼시며
《한개 고지에서 22명의 영웅이 나온것만 보아도 그 전투의 치렬성을 잘 알수 있습니다. 저 영웅들이 있어 351고지는 영원히 영웅의 고지, 조국의 고지로 남아있을것입니다. 우리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전쟁세대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적초소까지의 거리는 얼마나 됩니까?》
《
현재 여기 전망대는 매우 위험합니다!》
《일당백병사들이 초소를 지키고있는데 걱정할건 없습니다!》
이윽고
적《헌병》초소는 감시대우의 적감시병만 내놓고 괴괴한 정적속에 잠겨있었다.
조무진이 말씀드렸다.
《
포대경에서 물러나신
《전선정황을 만성적으로 대하지 말아야 합니다. 선거를 앞둔 클린톤이 인기를 올리기 위해 무슨짓을 할지 모릅니다.
지금 미제침략군 항공모함 〈인디펜던스〉호가 전쟁연습을 목적으로 부산항에 기여들었는데 지난 시기 〈팀 스피리트〉합동군사연습을 할 때보다 더 빨리 나타난셈입니다.
적들이 래일이라도 도발을 걸어온다면 일거에 적초소들을 풍지박산내고 남진의 길에 올라야 합니다.》
전재선이 적들의 해안가지대를 가리키며 말씀드렸다.
《적측 동해안일대의 도로상태는 좋습니다. 그런데 전쟁시기 교훈을 놓고보면 해상에서 적들의 타격이 문제였습니다. 그때 우리가 남으로 더 밀고나가지 못한 원인의 하나가 거기에 있다고 봅니다.
그 교훈에 비추어 해군과의 협동작전속에 해상타격계획을 끊임없이 완성해나가고있습니다.》
《그래야 합니다. 다시는 적들이 우리 바다에서 제마음대로 날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
전쟁시기 적들은 351고지를 타고앉아야 금강산을 점령할수 있고 원산방향으로 공격성과를 확대할수 있다는 야망속에 《서울을 내주는 한이 있어도 351고지는 내줄수 없다.》고 떠벌이며 고지를 끝까지 지탱해보려고 최후발악하였다. 이것은 적들도 이 고지가 작전적으로나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는것을 잘 알고있기때문이였다.
351고지를 타고앉기 위한 전투를 위하여 우리 인민군대는 공격전투에 앞서 351고지와 비슷한 지형에 적들이 설치한것과 같은 차단물을 조성해놓고 집중적인 훈련을 진행하였다.
이런 면밀한 준비속에 1953년 6월초 우리 인민군용사들은 적들이 이른바 난공불락의 요새요, 불퇴의 선이요 하며 호언장담하던 351고지를 단 15분만에 점령하였다.
《동무들은 이 전통을 끝까지 이어나가야 합니다!》
조무진의 얼굴에는 흥분된 열기가 비껴있었다.
《
전망대밖에서는 바다쪽에서 불어오는 세찬 해풍에 새초며 떨기나무들이 꺾어질듯 몸부림치고있었다.
《저 두 병사를 데려오시오.》
조무진은 급히 전망대를 나섰다.
두 병사가 총부혁을 바싹 끄당긴채 련대장을 따라 전망대안으로 달려왔다. 량볼이 붉게 상기되여 힘있게 도착보고를 올리는 두 병사를 사랑스럽게
여겨보시던
《추위에 볼이 다 얼었구만! 몹시 추웠지? …》
두 병사는 약속이나 한듯 어깨를 쭉 펴며 차렷자세를 취하였다.
《춥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몸소 무릎을 꿇고앉아서 병사들이 신은 솜신발을 차례로 눌러보기 시작하시였다. 솜신발도 매한가지였다.
《동무들은 좋은 외투를 입고있으니 추운줄 모르겠지만 병사들이야 어디 그렇습니까. 솜이 적게 들어간데다가 누빈 바늘구멍으로 바람까지 스며들게 되여있습니다. 속담에 바늘구멍으로 황소바람이 들어온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동무들은 지휘관을 위하여 병사들이 있는것이 아니라 병사들을 위하여 지휘관이 있다는것을 잘 알아야 합니다.
지휘관은 응당 병사들을 위한 지휘관이 되여야 합니다!》
장령들은 모두 송구스러움을 금치 못하며 고개를 숙이고있었다.
《전재선동무, 동무는 오늘 왜 외투를 입지 않았습니까?》
《
《춥지 않습니까?》
전재선은 솔직히 말씀드렸다.
《춥습니다.》
《춥다면 그건 정상입니다. …》
《왜 정상이라고 하는가. 그전에 사회에서 당일군을 하다가 인민군대에 들어와 정치위원을 하던 한 일군이 있었습니다. 그는 아주 건강하다고 자랑하면서 겨울에도 찬물로 목욕을 하는가 하면 홑바지만 입고 양말도 신지 않았습니다.
그후 그 사람은 몇달 못 가서 사망하였습니다.
내가 왜 이 말을 하는가 하면 인민군지휘성원들은 날씨가 추워지면 추위를 느낄줄도 알아야 전사들을 돌봐줄수 있다는것입니다. 자기가 뜨뜻하다고 해서 전사들이 추워하는것을 외면한다면 그런 지휘관을 뭐라 평해야 하겠습니까!》
《총정치국은 후방총국에 대한 당생활지도를 강화하여야 하겠습니다. 병사들이 있어 지휘관이 있다는 옳바른 관점을 가지고 시급히 피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안을 세우도록 해야겠습니다.》
박진건은 죄책감을 금치 못하며 말씀드렸다.
《
《요즘 오중흡7련대정신으로 고난의 행군을 이겨가고있다지만 동무들은 아직 나의 의도를 잘 모르는것 같습니다.
30년대 고난의 행군에서 오중흡동지는
나는 지금 이 관계를 실현하자고 합니다.
전망대안은 삽시에 숭엄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밖에서 몰아치는 바람소리만이 끊임없이 웅―웅― 들려올뿐이였다.
그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이시던
《현재 초소에 전기가 제대로 옵니까?》
전재선은 주춤거렸다.
《현재 군단에서 건설하고있는 월내산발전소는 언제까지 완공할 결심입니까?》
전재선은 긴장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채 말씀드렸다.
《
《늦습니다. 올해안으로 끝내야 합니다. 전기문제는 군인생활과 싸움준비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것만큼 하루가 급합니다.》
전재선은 한순간 주춤거리다가 불쑥
《
《세멘트는 내가 주는것이 아니라…》
《저기 왕별을 단 사람들이 주게 되여있습니다. 그러나 토론해보겠는데…》
짐짓 엄숙한 표정을 지으신
《한가지 약속할것이 있습니다. 월내산발전소는 규모가 큰 발전소인것만큼 건설할바에는 사회의 본보기로 될수 있게 건설해야 한다는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못하겠으면 아예 손을 내밀지 않던가. …》
전재선은 두눈을 크게 껌벅이고나서 차렷자세를 취하였다.
《
《좋습니다. 나는 전재선동무의 일본새를 믿겠습니다.》
세찬 바람이 기다린듯
그 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야전차앞에 이르신
《나는 오늘 병사들의 입는 문제 한가지를 가지고 장령들을 추궁하였지만 그걸 통하여 동무네 련대의 군인생활형편을 다 보는것 같습니다. 여기 351고지에 대한 물자수송은 어떻게 합니까?》
조무진이 말씀올렸다.
《자동차수송을 기본으로 하여 보장합니다.》
《내가 알기에는 351고지에도 삭도가 설비되여있는것으로 알고있는데…》
련대장은 더 말씀을 못 드렸다.
《련대장동무, 오중흡7련대칭호쟁취운동결의목표에 무엇보다 삭도문제를 꼭 포함시켜야 하겠습니다.》
《그렇다 하여 군단이 팔짱을 끼고있어서는 안됩니다. 군단안의 전반적인 삭도운영실태를 료해하고 시급히 대책하여야 하겠습니다.》
전재선군단장은 련이어
발길이 차마 떨어지지 않으시여
《가고싶지 않소. …》
《오늘의 이 곤난속에서도 사회주의최전방초소를 믿음직하게 지켜가는 병사들의 충정심을 생각하니 발길이 떨어지지 않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