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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거리 창가에 서서
내가 사는 집은 평양에서도 남쪽이 가까운 곳 때없이 창문을 열면 련련한 산너머로 뿌잇한 하늘
이 거리를 이어서 뻗은 길은 저 하늘밑으로 부산도 하루길 목포도 하루길
처마밑에 깃을 튼 작은 제비도 이제 가을이면 남쪽나라 가노라는데
통일거리를 남해끝까지 펼치며 가고싶어라, 그리는 마음에 날개를 달고 설음많은 목포역에 내리면 제주의 배편이 있다는 거기
섬태생의 늙은이가 들려준 돌각담 띠길을 돌아 옛 조상이 말을 먹인 풀판너머 한나백록의 기슭에도 서보고
돌아 무등산 통일렬사령전에 술 붓고 내짚어 한산섬 달밑의 수루에 앉아 나라지킨 옛 충신의 시조를 읊조리며 풍운의 력사를 회억하고싶은 마음
내 비록 남쪽에 두고온 가족 없지만 하지만 조선사람으로 태여나 한생 제 지경도 다 밟지 못함이 애섧어 이러는데 갈라진이들의 그리움이야 실실이 피오리겠지
세월아 세월아 너 가거든 이 마음 당겨주는 그 길로만 가서 통일차표 한장씩 눈물씻는 손들에 쥐여주렴
통일도 못하고 통일거리에 살며 생각젖는 창가에서 소원하는 그 통일
정작 그날이 오면 어쩔가 령남에 가랴 호남에 가랴 가슴겨워 걸음 못 뗄지 어이 알랴
주체84(1995). 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