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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계선시초
분 계 선
조선사람은 누구도 이 선을 원치 않는다
하나의 조선이 무시되고 한피줄을 둘로 가른 너, 원한의 분계선
철조망을 두겹세겹 늘이고 고압전류를 쓸어넣고 심연같은 도랑을 째고
그것이 판문점에 와서는 탁상우의 전화줄이 되여 건너간 이 어리석은것에 치워 민족이 수난당하는 억울한 력사가 빚어지고있구나
가르지 못할것이 갈라진 우에 세월은 피를 내며 흘러가고 분렬에 혈육이 끊어지는 이리도 아픈 비극을 겪는 땅이 물어보자 세계여, 지구의 그 어디에 또 있는가
반만년 흘러온 련면한 강토와 순결한 민족의 가슴에 치욕을 남기는 이 상처를 안고 새 세기를 눈앞에 둬야 하는가
미제와 역적에겐 명줄이고 겨레에겐 재난인 너, 저주맞을 분계선아 민족의 넋에는 네가 없거니 우리의 하늘에 태양이 하나인 한 조선은 둘로 될수 없노라
애국에 대한 문제
황막한 땅 왜선지 보임직한 날새도 없고 어데선가 총구가 겨누는듯 한 섬찍한 공기만이 얼어붙은 곳
저기 철조망너머 석양하늘에 침울한 구름은 남녘겨레의 한숨은 아닌가 불깃한 노을은 그네들이 흘린 피빛은 아닌가
말로만 들어오던 분계선에 처음으로 서보니 엄숙한 조국의 물음앞에 죄스러운 마음
돌이켜보면 적은 성과에 취해 흥겹게 걸은 저녁길도 있었고 박수속에 받은 훈장이며 행복한 생활의 설레임도 있었건만
괴롭구나, 자족한 그 순간들에 몇번이나 이 분계선을 생각했던가 어찌하여 이 가시쇠줄앞에서 떳떳한 말 한마디 할수 없는것이냐
무엇을 했던가, 너나없이 이 분계선을 이제도록 두었으니 분투의 길 천만리를 뛰였대도 민족지상의 념원은 아직도 시작처럼 있지 않느냐
옛 조상들이 말을 달리던 단일삼천리에 갈라진 동족을 력사에 남기면서도 저 하나의 안락에 편안히 눈감는 그런 속물이 되지 말자, 가슴치는 맹세
내 여기 분계선앞에 서서 가차없는 조국의 평정을 듣노라 아, 애국의 큰 문제는 지나온 날의 해놓은 일에 있지 않고 들어내칠 이 분계선에 있구나
세월이 흐른 뒤
언제든 통일이 되고 그우에 또 세월이 흐른 뒤 아득히 먼 그날에도 분계선의 저것만은 남으리
남으리라, 민족의 가슴에 치욕스런 콩크리트장벽은― 《두개 조선》을 꾀하며 이 강토에 어떤 추물들이 살아서 한때 민족을 괴롭혔던가를 저 장벽은 남아서 그 죄를 고발하리
여기 스산한 철조망도 없어지고 깊이 파제낀 《반땅크홈》도 세월의 비바람에 묻히고 장벽은 없어질지라도 남으리라, 그것은 력사의 갈피에
남아서 말하리 시달린 민족의 오늘을 그리고 말하리라 민족의 만대에 한놈의 역적도 두어선 안됨을
저 콩크리트장벽을 쌓을 때 놈들은 몰랐으리라 세월이 흐른 뒤 그것이 저들의 죄악의 묘비로 남아 대를 두고 뱉는 침에 얼룩질줄은
《양키 고 홈!》
《양키 고 홈!》 심장이 약하다고 늘 조심하며 흥분과는 결별했노라던 외국벗의 웨침이다
《양키 고 홈!》 그는 지금 눈에 피발 서도록 만신의 저주를 담아 심장이 구워낸 불돌같은 말을 양키병정의 낯짝에 배앝고있다
《양키 고 홈!》 분계선, 이 분격의 땅에선 그가 량심가진 인간이라면 세계의 그 누구도 아껴두는 심장이 따로 없어라
조국의 의미
분계선에 앉아 사람들이여, 나는 지금 조국에 대해 생각하고있다 나의 앞에는 개미와 나비와 그러루한것들뿐 사람이 밟으면 죽어야 하는 지뢰원 황무한 페허가 십리폭으로 음울하게 누워있다
우리가 돌보지 못하는 돌보고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곡식이 자라야 할 곳에 너 바람에 설렁이는 서글픈 나무여 너 한떨기 쓸쓸한 꽃이여
아프구나 몹시도 몹시도 저것이 왜 이리 아픈가
말 못하는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도 그것이 나와 운명을 함께 하는 조국의것이기에 이리도 눈물나게 아픈것이다
조국강토는 몇몇 역적배들의 롱락물이 아니다 분하지 않느냐, 겨레여 자주통일의 기치밑에 되찾자, 하나의 내 나라를
아, 조국 분계선앞에 서서 가슴뜯으며 생각하는 나의 조국은 허리가 끊어져선 못사는 나자신이기도 한것이다
주체75(1986)∼주체76(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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