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련시 비분의 25일간
피의 금요일
쇠몽둥이 란타에 머리가 깨지고 가슴이 터진 피의 금요일
부른 민주가 죄던가 부른 통일이 죄던가 《백골단》의 철퇴는 꽃나이 갓 스물 청춘을 백주에 타살했다
피방울 피방울 항쟁의 거리를 뛰며 강경대렬사여, 그대는 피로 말하며 갔구나
피를 내고 무사한 놈 력사에 없었다 하늘밑에 없었다 땅우에 없었다
분노, 분노, 분노! 아― 아― 렬사의 복수를 웨쳐 피에서 불이 일어난 오, 너 4월 26일아
너 어디 누웠느냐 ―누나 강선미의 애소―
너 어디 누웠느냐 나의 동생아 이 누나가 왔는데 눈이라도 한번 떠주렴
얼굴은 어이 이리 창백하고 덥던 손이 얼음같이 차졌느냐 끓던 피는 어디 뿌리고 이 찬데 온기없이 누웠느냐
어머니 가슴이 미여터지라고 아버지 머리가 백발이 되라고 이 누나가 통곡에 미치라고 이 빈소에 누웠단 말인가
죽을수 없어 죽지 못해 이건 아니야 일어나라 경대 여긴 네 누울데 아니야
집으로 가자 지금은 밤 11시 아직은 어머니도 모르시고 아버지도 모르고계시는데 밤이 더 깊기 전에 아닌듯 웃으며 일어나 나와 함께 집으로 가자꾸나
배고프겠구나 동생아 어머니는 네 좋아하는 별식을 해놓고 네가 너무 늦어진다고 너 가보아라 하시며 나를 보냈는데 아― 너 어디 누웠단 말인가
저주여, 너 내 편이거든 창이 되고 칼이 되여 《백골단》의 머리통에 떨어지라 분노여, 너도 내 편이거든 눈물의 방울방울을 독으로 만들어 살인마의 아가리에 부어넣으라
공정하다는 《하느님》은 어데 있어 원쑤를 징벌하지 않노 너는 민주를 부르짖어 나섰는데 독재자가 떠벌이는 《민주정치》는 너를 타살하는 《정치》였더냐
운들 일어나랴만 땅을 친들 눈을 뜨랴만 너 살수만 있다면 너를 밀고 내 눕고싶은 이 절통
아니다, 동생아 그게 아니다 너의 넋을 안고 내 일어서마 일어나서 갈테다 살인마한테 살인두목을 끄집어다 이 사체실에 던질 때까지 네가 달리던 항거의 거리에서 이 누나는 사생결단할테다
내 아들을 살려내라 ―어머니 리덕순의 절규―
《백골단》 백정들이 아들을 죽이라고 어머니는 키우지 않았다 어머니는 우시며 까무러치고 다시금 숨을 톺으면 ― 내 아들을 살려내라!
다 큰 오늘은 생각나지 않고 다박머리를 달싹이며 엄마 엄마― 달려오던 어린시절만 자꾸 밟혀서
앓던 어느해 생일을 건넨 먹이지 못한 사과 몇알이 아프게 마쳐서
대학모를 의젓이 씌워 옷섶을 두세번 당겨주고 바래주던 아침 뒤돌아보며 웃던 얼굴이 파아랗게 살아서 쭙쯔한 덩어리를 울컥 토하면 비릿한 입안
혼미한 속에서도 들려오는 소리는 아들의 복수를 위해 항전을 부르며 누가 또 누가 분신하고 분신했다는 비보
― 내 아들을 살려내라! 마지막으로 톺아낸 절규 그것은 숱한 혼령을 안고 일어선 렬사의 어머니의 부르짖음 아니였던가
아들을 살려내라는 웨침은 정의를 살려내라는 소리 펄펄 끓는 증오를 눈에 숯불처럼 담고 울수만 없는 절박함에 어머니는 몸을 떨며 일어섰다
최루탄의 불소나기를 뚫고 기발같이 나아가는 나붓김이여 아들을 잃은 어머니는 무서운것이다 일을 내고야말기에 무서운것이다
분 향 ―아버지 강민조의 로제―
검던 머리 하루밤새 분분한 백설, 젖은 손수건 부은 눈 누르는 떨림
만장의 수풀속 대형초상을 앞세운 아들의 령구 발인을 재촉하는 로제 분향 아버지여, 어찌하겠는가 아들을 보내야 하지 않는가 꽃나이 스무살앞에 아버지밖에 아버지밖에 누가 분향할 사람도 없지 않는가
기막힌 일이여 아버지가 상제가 되는 인륜에 없는 비사를 이 하늘밑에서 어느 놈이 자행했느뇨
초에 불을 달아 제단에 세워놓고 오열이 끓어올라 영결말도 못하는 분향의 비애
바라던 민주는 오지 않고 키우던 아들은 숨지고 봄은 봄이여도 죽음만이 시커먼 악마의 동굴
사랑하는 학도들아 내 아들을 메고 일어서라 더는 민주제단에 초불을 켜지 않도록 너희들의 죽음을 막아 내 나서리라―는 조의입은 아비의 시퍼런 눈의 소리
향불을 끄고 초불을 끄고 움씰 일어선 아비뒤 령구가 움씰 움직이는 대오 앞에는 《백골단》의 무리
주먹을 틀어쥔 결사의 인파 이발을 앙다문 그앞엔 검던 머리 하루밤새 분분해진 백설
서울에서 광주로
서울에서 광주로 머언 장지 30대의 차량은 묵묵한 조객을 싣고 광주로 망월동으로
미천한 목숨도 발인하는 걸음은 예로부터 멈추면 안된다 했는데 렬사 강경대여, 그대는 진퇴의 고개 그 몇을 넘어 이 길에 올랐느냐
연희동의 공방전 아현동고개의 치렬전 최루탄을 맞받아 바리케드를 넘어 15만과 더불어 서울을 누빈 이 걸음
묻힐수 없는 넋이 데모의 23일로 서울을 불태우고 떠나오른 길엔 던진 돌멩이 뿌린 화염병 시가전의 피자욱
슬픔에 찬 곡성이 아니다 눈물 씻으며 걷는 행렬이 아니다 경찰의 저지선을 육탄으로 쐐기치며 렬사는 살아서 앞에 서고 민중은 따르며 분노한 항전의 천리
오, 몇몇이 이 길에 앞섰더냐 배를 가르며 이 길을 가고 분신투신하며 이 길을 가고 뼈가 으깨지며 가고 살이 찢기며 가고 용맹한 애국의 사자들이 눈 못 감고 앞서간 자욱은 광주천리에 아리게도 찍혔구나
쓰라려도 쓰라려도 자주, 민주, 통일 그것을 위해 또 하나 아까운 청춘이 서울을 떠나 새 투쟁의 전구 광주로 광주로 가는 천리길이여
피흘린 렬사는 피값이 무엇인지를 아는 피젖은 도시로 간다 서울에서 광주는 머언 천리 싸움의 천리
싸우는 도시
광주는 역시 광주다
도시는 슬픔에 잠겨 렬사를 기다리지 않았다
력사의 갈피갈피 꺾이지 않는 민족의 의기를 원쑤의 가슴에 창끝처럼 던지며 분기했던 혈투의 도시 오, 광주는 다시 피를 딛고 일어섰다
― 미제를 몰아내라 ― 살인《정권》 타도하라 경찰의 쇠벙거지를 몽둥이로 내려치며 낮에, 밤에, 새벽에 싸움으로 거리를 달구며 렬사를 맞이한 도시여
경찰차들이 불타고 놈들이 피쏟으며 퇴진하는 속으로 령구를 옹위한 광주는 민주의 성스러운 넋을 메고 걸었다 걸었다 도도한 행렬로
분노의 노도 물결쳐간 5월의 언덕이여 너 다만 묘지라면 잔디는 어이 그리 푸르르냐
자주의 봄을 위해 민주의 푸름을 위해 통일의 아침을 위해 삶의 청춘을 태운 영령들이 푸르게 일어서는 언덕 또 하나의 렬사 스무살로 여기에 온 오늘이다
현 세계는 모르고있어라 아직 그 어떤 인물도 숨지여 사흘, 닷새 간혹 이레는 있어도 강경대렬사처럼 비분의 25일을 투쟁으로 빚은 사실을
얼마나 그악한 살인《정권》이더냐 얼마나 지독한 파쑈의 사막이더냐 세상에 없는 이런 사태를 산출한 희세의 야만통치
그 살인마와의 결단을 위해 렬사는 싸우러 온것이다 결사항전으로 피불이 튀는 도시여 원쑤들아 전률하라 광주에는 죽은 사람이 없다!
철퇴엔 철퇴로 ―고 강경대렬사의 령전에―
부르던 민주는 어찌하고 바라던 통일은 어찌하고 이렇게 가야만 하느냐 갓 스물 분한 청춘 고 강경대학우여
창자를 오열로 쏟아낸대도 쓰러진 몸은 살릴수 없어 렬사여, 그대의 령전에 겨레 7천만의 타는 분노가 묵묵히 호상을 선 이 시각
하늘의 벼락은 어데 있어 우뢰 한소리 터뜨리지 않느냐, 시퍼런 대낮에 정의의 사자를 쇠몽둥이로 타살한 파쑈독재의 야차같은 《백골단》은 피묻은 손을 씻고있는데
이렇게 몇다발 꽃을 엮어 제단에 드린 위로는 저리기도 하구나 하지만 이 봄의 꽃을 다 꺾어놓은들 그대 잃은 우리의 설음이 가시며 구천에 사무친 그대의 원한이 풀리랴
물어보자 하늘아, 땅아 낳은 어머니 제 아들의 상제가 되자고 그를 이날까지 길렀더냐 정다운 학우들이, 벗들이 그의 령구를 메고 비칠거리자고 사랑과 우정에 웃고울었더냐
그도 이렇게 죽자고 살지 않았다 한강여울의 슬픈 호곡을 들으며 갈라진 강토의 오늘이 아파서 그 나이에 눈물도 많던 청춘
번지던 책갈피는 대학가에 접혀있는데 만지던 꽃가지는 어데서 피느뇨 그대 뛰여다니던 교정의 흙바닥에 지지 않은 자욱을 손으로 쓸며 어느 뉘 눈물이 흙을 적시느뇨
그대 마지막으로 바라본 하늘이 우리의 머리우에 추연히 드리웠구나 그대 마지막으로 호흡한 숨결이 바람이 되여 불어와 옷자락을 흔들고 그대 마지막으로 끌어안은 땅이 우리의 발밑에서 흐느끼는구나
서울은 그대의 무덤을 팠다 남녘이 그대로 무덤인 오늘에 어제오늘… 또 하나 비명의 봉분을 덧얹으며 더는 울수가 없는 민족이다
현세의 야만 민족의 백정은 정의에 또 하나의 피를 내며 림종의 단말마를 보여주었거니
으스러지게 틀어쥔 화염병을 뿌려던져도 불러본 자주와 민주는 철퇴를 맞을 때 그앞에 죽음으로 분기하며 온 남녘땅에 보복의 철퇴를 쥐여준 렬사여
피는 피로! 철퇴엔 철퇴로! 받아내리라, 그대의 피값을 그 값이 얼마나 비싼가를 원쑤들이 피를 토하며 알게 하리라
삶이 죽음으로 끝난다면 그대를 영결하는 이 시각 우리의 가슴엔 피눈물이 고여서 걸음걸음이 비애로 즐펀할게다
아니다, 렬사여 그대는 항거의 죽음으로 투쟁의 영생을 얻었나니 미제와 그 앞잡이들의 머리통을 까부실 심판의 철퇴를 들고 분노한 대오앞에 선것이다 항쟁의 빛나는 페지를 번져가는것이다
우리 비록 이날에 한줌한줌 젖은 흙을 입술 깨물며 얹지만 용맹한 수리개는 하늘에 날고 조국의 추억엔 흙이 덮이는 일 없으리
고이 잠들라 고 강경대렬사여!
주체80(1991).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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