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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편
청춘에 주는 시
시초
청 춘 회 고
청 춘 회 고
내 미처 못 느끼던 날 청춘이 있었고 내 알고 아쉬워할 때 청춘은 갔다
오늘에 뒤돌아보니 청춘이여, 너는 인생의 시작이기도 했고 한생의 전부이기도 했다
기나긴 학창이 끝나던 날도 그 시절에 있었어라 불타는 사랑의 시작과 꽃핌도 그 시절에 있었어라 걸어갈 한생의 먼길도 그 시절에 정해졌어라
청춘이 얼마나 귀중한지를 때가 오면 알게 되나니 나에게 청춘시절은 한생 정서의 푸른 령지였고 청춘에 지닌 정신은 한생 푼푼히 쓴 재산이였다
마음은 청춘이라고 늙어서도 하는 소리 그 소리 빈말 아님이 청춘이여, 네가 준 추억의 세기에 있어라
지 름 길
고중을 마치는 벅찬 흥분이 가슴에 벌물지던 날 우리는 문득 엄숙한 부름을 받았다 초고중졸업생들은 농촌으로!
농업협동화를 완성한 조국이 어떻게 되여 우리를 불렀는지 깊이는 몰랐다 그 시절에는 다만 가야 한다는 순진한 열의
우리는 설레며 운동장에 모였다 선발된 몇몇의 열끓던 토론 나는 그 축에 끼우진 못했어도 말없이 고향으로 향했다
파견장이 따로 없는 귀향길 3년세월 눈비 맞으며 뛰고 달리던 눈감아도 선한 그 굽이굽이 추억깊은 30리길 밟으며 내 그날 무엇을 생각했던가
신새벽 조반을 지어주던 어머님의 그 수고 시간을 얻으려고 애쓰던 자취생활 랑만의 생활을 스스로 조직하며 색다른 음식을 사들던 저녁길 하면서 품었던 희망의 그 별
열려있는 대학문을 에돌아 밭이랑에 열정의 땀을 떨굴 때 그날에야 어찌 다 알았으랴 웅심깊은 조국이 가리킨 큰뜻을 오, 희망의 별에로 가는 나의 지름길 인생지름길 그것이 내 탓함이 없이 따른 고향의 그 들길에 놓인것을
고와야 한다
밭김을 매던 로동의 첫날 내가 마구 찍은 엉성한 이랑을 돌아보며 아버지는 조용히 말했네 ― 김맨 뒤가 고와야 한다
그제사 아버지가 앞서나간 이랑을 보았네 얼마나 고우랴 제방같이 미끈한 이랑 나는 들었네 악보 같은 이랑에서 곡식포기 춤추며 웃는 소리를
늦여름 새초 베러 갔던 어느날 나는 덤벼치며 무더기만 찾았네 묶어놓은 단도 엉치가 내밀려 세울수 없었네 아버지가 보다못해 말했네 ― 깐깐히 베여 곱게 잘룩 묶어라
나는 아버지가 일한 곳을 보았네 빡빡 곱게 깎아내는 풀판 어렵지 않게 단을 채우는 그 솜씨 묶어세운 풀단들은 맵시쟁이 처녀들 같았네
그해 가을 벼가을할 때였네 나는 정신없이 낫을 휘둘렀네 빨리 벨 생각에 맡은 이랑만 좇으며 벼줌을 아무렇게나 뒤에 던질 때 아버지의 핀잔이 들려왔네 ― 곱게 눕혀라 그래야 묶을 때 쉽다 옆에서 아버지가 베여나간 자리를 허리펴고 땀씻으며 보았네 아, 세상 고운 일매진 그 행렬 논판은 누런 수확을 금빛주단으로 편듯
겨울날 땔감하러 산에 갔을 때도 발구에 볼품없이 처실은 나무단을 아버지는 다시 헐어 쌓으며 말했네 ― 곱게 실어야 꿰여지지 않는다
나는 말없이 일손 거들며 보았네 아버지가 쌓고 바줄로 조이는 모습을 날씬하게 동여진 나무바리는 아무리 험한 돌두렁길이라도 새처럼 날아내릴수 있었네
모든 완성은 아름다와야 한다 촌늙은이가 로동으로 가르쳐준 예술철학 묵묵히 그 진리 배우던 날에는 그것이 한생 창조의 기틀로 될줄 알았던가 지금도 나의 창조 하나하나에는 놓여라, 그 밭이랑이, 풀단이, 짐발구가…
한밤중에 있은 일
추억은 아름다운 법이여라 억울하던 일도 야속하던 일도 지나서 돌아보면 거기도 빛은 있어 한생의 등불로 이끌어주나니
겨울 그렇다, 그날은 겨울에도 대소한때 그날 밤 경비인줄 알면서도 조금만 허리펴고 가리라 피곤에 조금씩 타협하다가 어떤 일 저질렀던가
한밤중 찾는 소리에 소스라쳐 일어나는 순간 뇌리에 번개친 경비의식 사고 아닌 다음에야 찾을리 없는 5리 넘는 내 집에 와 부르는 소리 소가 죽었다, 큰 소가 고삐를 끊고 갈개는 한놈이 고삐 맨 소를 들이받아 죽였다 경비원이 없는 그 틈에
자기 불찰은 잊고 살생흥분에 두눈이 시퍼렇던 그놈의 소를 때려죽이고싶던 분기 뒤따른 창피는 분기를 누르며 내 얼굴에서 살을 깎던 그 사건
농장원총회에서 처벌로 로력공수를 삭감당할 때 거기엔 앉아있었다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 나를 련모하는 처녀도
그때의 사람들은 다 잊어버려도 나는 잊지 않는다 그밤의 일을 내 걸어온 행로의 굽이길 목적의 리정표곁에는 늘 그 기억의 말뚝이 박혔다
내 항상 고맙게 생각하며 살았노라 비싸게 얻은 그것을 나는 그날 소 한마리를 죽이며 한생의 방심을 죽여버렸다
심산속에서
칠보산지맥이 우람스레 굽이치고 절골천 돌물이 사품치는 사방 백리 무인지경 난덕의 산속 듬성듬성 다섯 봉우리에 다섯 처녀를 맡겨놓고 우리는 누에를 쳤다 봄내 여름내 가으내
밤이면 맹수가 울부짖고 낮에도 무엇이 나돌지 모르는 으슥한 곳 숙소였던 어설핀 초막에는 목이 가는 취사원처녀가 있었다 빈집 나들문옆에 도끼를 세워놓고 그 처녀 용감히 우리뒤를 받쳤다
새들보다 일찍 깨여나 산에 오르고 새들의 바래움속에 산에서 내려오며 우리는 별스레 사랑했다 누에를 실한 고치 틀어달라 아기처럼 보살피며
간간 지도일군들이 찾아와 한뽐씩이나 되는 시퍼런 털벌레들이 와실거리는 가둑나무밑을 목을 움츠리고 걸을 때면 뒤에서 못 참던 눌린 웃음소리
녀자라고 업신여기는 까마귀를 쫓으며 잎새마다 숨어 해치는 거미를 잡아내며 속상해 눈물보이던 처녀들 지금은 어데서 그때를 추억하는지
적자만 내던 일에 흑자를 낸 첫 기쁨 연황색 고치더미 더미더미 쌓아놓고 춤추고 노래부르던 달밤의 환희는 지금도 칠보산지맥에 예대로 있는가
부업로력으로 굼때던 그곳에 어찌하여 조직은 우리를 보냈던가 오, 인생시작의 순결에 얼룩을 싫어하는 청춘성격 그것을 불러세운줄 절감하는 오늘의 마음
농장결산보고서에서 몇줄 언급된 아주 하찮은 산골 누에치던 이야기 나에겐 그것이 하찮지 않아라 그 자그마한 첫 성공이 나에게 주었어라, 오늘의 청춘들을 마주볼 자격을
보 증
마을뒤집 세포위원장네 집에서 열렸다 엄숙히 나의 입당을 심의하는 총회가 거기엔 앉아있었다 46년도 당원들인 나의 아버지며 이웃집로인, 동네어른들이 50년 전선병사 세포위원장이 개회를 선언하고 보고를 하였다
나를 키운 사람들이 나를 두고 묻고 토론하고 보증하는 회의 보고도 길지 않았고 회의도 길게 하지 않았다
그들은 뉘집 아무개가 아니라 나를 동무라고 부르며 엄격히 절차를 밟아 나의 입당청원서를 귀기울여 들었고 5년세월의 자욱을 검토하였다
나는 그들이 애젊은 나의 앞에서 조선로동당이라는 성스러운 이름을 얼마나 경건히 부르는가를 보았다
아버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내 이제 당생활을 함께 할 당세포 살아있는 증견자들과 숨결을 같이해갈 당세포
위대한 당의 위임으로 전권을 행사하며 쳐드는 손들을 나는 보았다 반들반들 고운 손톱은 하나도 없는 손 더러는 헝겊으로 동여맨 손가락 하나같이 흙물이 배여 검은 줄이 간 손금들
욕됨이 있으랴 저 손에 믿어다오 내 인생을 고향아 결심이 가슴속에 무거운 돌처럼 앉으며 심장바닥에서 피솟음이 일었다
이것은 감상적인 추억이 아니다 나는 고향의 보증으로 그렇다, 쉽지 않은 고향의 보증으로 새 생명의 축복을 받았다 그날은 1962년 4월 28일이였다
첫 평정
5년세월 내 찍은 발자욱과 흘린 땀 성실한 로동의 총화가 많지 않은 글줄에 담겼다
이제는 날 때가 되였다고 대학으로 등을 밀며 말하던 목소리 얼굴에 피였던 미소 바래주던 동구길의 당부가 그 글줄에 있었다
나는 다시한번 산발을 돌아보았다 눈비 맞은 방목길이 거기 있고 산누에를 치던 초막이 거기 있었다 앞덕의 밭이랑과 마을앞 논벌에는 내 팔뚝이 스쳐간 벼이파리 내 손금이 찍혀있는 흙이 있었다
꾸지람도 있고 대견함도 있는 더운 숨결의 산천 그 산천이 적어서 조국에 보고한 아, 그 평정
일하는 법을 배워주던 동네어른들의 추천이 깃들고 나라를 섬기는 법도를 가르친 조직의 믿음과 기대가 써준 그 표창
그 표창을 훈장처럼 달고 내 새로운 인생길을 떠났어라 고향의 손저음 받으며 청춘의 첫 기슭을
청춘, 그 기슭에서 고향은 두번다시 나를 낳아주었나니 자기의 흙같은, 공기같은, 물같은 그렇게 살 또 하나의 아들을
한생의 긍지
마라손같은 인생달리기에 내 비록 뒤진 자리에 섰지만 나의 청춘을 아낌없이 바친 향촌세월은 때일찍 극한점을 이긴 구간 아니였던가
게으른 아낙네같이 되는대로 살지 말라 고향은 나에게 가르쳤거니 조국을 위한 삶의 모색은 지새는 밤등밑에서 나를 벼려냈다
곡절도 많았던 인생길 묻은 얼룩을 무엇으로 지웠던가 가슴저린 과오의 흔적도 청춘에 얻은 그 솔로 닦지 않았던가
아, 청춘, 그 시절에 가슴태운 번민이 행운이였던줄 얼마나 감사히 생각하는 마음인가 성공으로 꺾었던 꽃가지를 다 모아 조용히 그 기슭에 놓은들 감사를 다하랴
한생의 추억을 부르는 마루에서 지난날의 자욱을 더듬는 마음 누구나 제나름대로의 긍지는 있을지라도 조국의 평정은 엄한것 아니냐
그앞에 내 부끄럼없이 드리노라 조국이여, 그대가 나를 축복하여 나의 청춘에 놓은 꽃다발에 내 가꾼 열매를 삼가 드리노라 내 한생의 페지에는 조국의 미소가 따뜻하다
주체91(2002).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