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에 비낀 운명

 

세월에 비낀 운명

 

 

시 작 에

 

고대의 그 어느때부터인가

이 세상엔 주인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싸우고 죽이고 서두르며

땅이며 산림, 먹는 열매에

제 소유의 울타리를 치기 시작하였다

 

량해하시라, 첫 운을 너무 멀리서 뗀것을

게다가 매우 까다롭게 시작한것을

하지만 할수 없어라

나의 류별난 이 서사시가

거기로부터 그렇게 시작할것을 바라기에

 

나는 저주하노라, 나와 나의 조상들의 이름으로

땅에 금을 그어놓고

탐욕에로 나아간 무리들

그 아름답지 못한 행위에 대하여

그 탐욕으로 령지를 만들고

그것이 주인과 노예를 만들고

그것이 수난자의 행렬을 낳지 않았는가

 

세월이여, 너의 흐르는 날들을

력사라 말하며

사가들은 기록했다, 곡절많은 페지들을

허나 그들, 빼빼 마른 선비제씨들은

숱한 왕족들의 계보와 환락과

그들의 솟구치고 무너진 략사는 깐깐히 서술했어도

기록하지 않았다, 진정 땅바닥을 긁으며 걸어간

평범한 인생들의 그 어떤 토막사도

 

무지와 몽매의 질곡에서

짐승처럼 이름도 못 가지고 산 사람들

학대자의 간계에 속아서

고행을 숙명으로 받아들인 그들이

오랜 세월 묵묵히

유한층의 비게를 살찌웠다

 

세월에 운명을 얹어놓고

인간은 누구나 한세상을 산다

몇해로 끝나도 한생이요

백년을 넘겨도 한생인

저마끔의 길고짧은 세월의 토막을

 

운명과 한세상이여

한세상 살고 가는 목숨이여

옛날에도 오늘에도

인간은 같다!

인간은 같았는가?

 

나도 그 한 인간으로

희여가는 머리를 쓸며

무엇을 이야기하고싶은가

내가 사는 이 제도, 이 정치, 이 사회

우리 식 사회주의라 부르는 인민세상을

마음다해 송가에 담고싶은 열정 사뭇 끓을 때면

나는 말하고싶어 지노라

오늘의 행복을 반증하는

평범한 한 가문의 세월에 비낀 운명사를

 

 

1

 

사람들이여, 호화로운 집을 쓰고

좋은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여

인간이 동굴에서 살았다고 하면

그대들은 원시의 그때를 생각하리

하지만 아득한 그 시대의 흔적이 아니라

근대인간이 산 자취를 더듬으며

내 지금 심산속 작은 동굴앞에 서있다

 

오, 내 나라 사회주의

그것을 버리면 죽음이라는것을

어설피 엮고싶지 않는 내 심정

심각한 마음을 이 동굴앞에 세웠나니

 

놀라지 마시라, 여기서 나의 조상이 살았다

사람들은 흔히 과장하기를 좋아하지만

나는 법정에서의 진술마냥

진실만을 서술할 량심서약을 하며

그들의 발자취를 슬프게 밟으련다

 

근 2백년전의 음산한 아침에로

조상의 령혼이여, 나를 실어가라

실어 안간들 내 모르랴

마치 오랜 사진첩을 번지고

잊혀진 옛 모습을 보는듯

생생히 부상되는 그 화폭을

내 후손다운 성실로 기록하련다

 

북관땅 어느 외진 산기슭

마을에서 흉가라고 꺼리는

염병에 일가솔이 전멸된 초막에

다부지게 생긴 부평초사나이

그것도 거저 생긴 집이라고 기꺼워

젊은 아낙과 더불어 행장을 풀었다

 

죽음의 섬찍한 내음을 풍기며

썩은 새끼줄이 울타리친 집에서

해묵은 거미줄을 대충 걷어내고

사내는 인생행로의 첫 돛을 올렸다

 

밤이면 귀신이 희뜩인다는 그 마가리에

오래오래 인적기 없었다

어느날인가 먼지 덕석같은 토방에

끔찍이도 해골이 된 육신이 널렸다

 

알길없어라

죽음이 그들을 끌고 어데까지 갔는지

아마도 저승문턱어방에서

《사자》가 지쳐서 내버리고만것 같았다

 

죽지 않았다

허나 단호히 죽음과 결별한 사나이

시신같이 된 아낙을 발구에 싣고

오라는 곳 없는 세상을 피해

내쫓는 놈 없는 두메산골동굴에

인생쪽배의 두번째 닻을 내렸다

 

먼 후날 승냥이골짜기라고 불리운

가파롭고 울울한 숲의 틈바구니에서

몇삼태기 보리와 감자알을 긁어내며

근대판 원시인이 살았다

 

집이라고 부르면 집이기도 했던 동굴이여

내려오는 승냥이, 올라오는 승냥이

앞마당은 늑대들의 공회당이 된듯

물어뜯고 울부짖고 맞붙는 긴 밤

빈대가 들락이는 금간 목침우에서

버림받은 인생은 코를 골았다

 

죽음은 또 한차례의 래습으로

마누라를 뺏어갔으나

그때도 사내는 죽지 않았다

세상에 남기고간 피덩이를 안고

 

민족은 심청이를 키운 심봉사를 찬미했지만

그래도 그 참봉은 인촌에서 살았더라

세월의 고개고개 어널널 몇고개만에

떠도는 꽃잎을 다행히 얻었으나

죽음의 끈질긴 희롱은

다시금 《사자》의 가마우에 후실을 태워갔고

사내에겐 또 하나의 피덩이가 남았다

 

그는 죽지 않았다

두 고개 세 고개 칼고개를 넘으면서도

이상하게 죽지도 않았으며

수목도 제 종자끼리 몰켜사는 하늘밑에

동굴속 몇세월 초막의 몇세월

그만에야 사람이 그리웠던 그 사람

언젠가는 높은 더기 여라문가호의 인촌에

원시를 결별하고 기여나왔다

 

콜룸부스가 새 대륙을 발견하고

빠리의 문명이 에펠탑을 치솟굴 때

《태평성대》의 꽈리합창을 하는

우물안 개구리들의 갓그늘밑에서

해빛을 모른 콩나물인생

하늘소를 탄 《하늘소》들의 발통에 밟히며

그는 으깨진 이마의 쩝쩔한 피를 훔쳤다

하바닥인생의 터지는 피를

 

나라도 있고 왕도 있는 땅에서

나라지경도 왕의 이름자도 모르며 산

노비도 량인도 아니였던

세상이 소외한 인간

그는 《태평성대》의 백성이였다

 

똑똑하였으나 글 한자 배우지 못했고

피가 끓었으나 녀자 하나 다시 얻지 못하며

봉당재를 뒤쓰고 봉당재같이 산 사람

어느 하루도 번한 날 없이

그처럼 죽음과 맞대결하며

젊은 시절에 버금버금 묻은

마누라들의 몫까지 악나서 더 산것 같은 그도

팔십을 넘기고는 다시 온 죽음앞에 패하였다

 

사람축에 못들며 지지리 고생한 인생

《팔자》도망은 죽어가서도 못했던지

자리가 좋으니

본댁의 묘소를 다치지 말라는 소리에

그는 땅속에 가서도 홀아비로 묻혔다

 

하루살이도 하늘을 날다가 죽는데

자유의 날개짓 한번 못하고 사라진

그는 누구였던가

그가 바로 진정한 조국이 없어 불쌍히 살고 간

우리 가문의 1대조상이였다

 

 

2

 

눈부시다, 해빛이여

푸르러라, 생활이여

그리고 넘치는 희망

아, 이 모든것이 얼마나 값비싼지를

독자들이여, 그대들은 어느만큼 아시는가

 

무너진 돌담장 몇무더기

드문드문 세월의 잡풀에 묻혀

고총같이 널려있는 곳―

높은 더기 초원에서

내 그 값을 골수에 절감하며

풀숭구리밑에 어슴푸레 잦아든

어제날의 희미한 밭이랑을 밟는다

동굴을 떠나온 나의 발걸음

잦아든 밭이랑같이 여기서 사라진

한 인간의 인생길을 밟나니

내 노래 다시금 어두울지라도

독자들이여, 부디 탓하지 마시라

 

키꼴이 장대하고 풍채좋은 수염을 늘인

그는 호남아였고

마음의 포옹은 항상 여름같이 더웠으나

한생 마을의 하바닥백성한테서

벼슬도 직함도 아닌 《도유사》로 불리운

그는 두더지인생이였다

 

영악한 잡풀만 간신히 자라는 더기에서

곤두벌레가 바글거리는 썩은 늪물을 먹으며

땅은 흔했으나 곡식 키울 땅이 아닌 땅에

애바른 마음을 심어 허황한 희망을 호미질했고

살자 살자 모지름쓰며

칠십리 팔십리 도회장마당에

어깨가 패이도록 외상독을 나르기도 했다

 

하나둘 아들들을 노예살이에 보내고

하나둘 딸들을 팔면서

또한 자신도 제 골육을 팔아

금점판에서, 철도부설장에서 손톱으로 긁으며

그는 때가 오른 지페를

아니 아들의 피, 딸의 피, 자신의 피값인

설음절은 종이장을 이악의 쌈지에 꿍졌다

 

그의 대에도 국부요 국모요 자칭하는

황제며 왕족들이 바퀴 끓듯 했지만

등심에서 힘줄을 뽑아가는 그들보다

굶을 때 쌀바가지를 들고 오는

이웃의 아낙네가 나았으니

없는 놈 죽으라는 세상에서

그의 슬프고 불쌍한 한오리 목적은

기를 써 죽지 말고 사는것이였던가

 

남들처럼 살아보자―그는 속으로 부르짖었고

사람 사는 버덩에 내려앉자―입술을 깨물기도 했다

홍도화 붉게 어린 꽃물결우에

행복의 물새 우는 포구로 가자―는

할일 없는 영춘아가씨들의 애상가락이 흐를 때

그는 아들과 딸과 자기의 피를

밭이라면 밭인 돌각담투성이 산전 몇평과 바꾸고

기어이 인가 총총한 버덩에 내려앉았다

 

드디여 이뤄졌던가, 그의 기막힌 희망은

그에겐 각담투성이라도 호박넝쿨 올릴 제땅이 있었고

심으면 낟알이 나오는 소작지가 있었으매

여전히 아들들은 머슴의 멍에를 끌며

소처럼 목에 썩살이 더덕으로 앉았건만

만족한 《도유사》는 겨울의 긴 밤

마실군들앞에서 전책을 류창히 읽었고

《삼국지》를 그 시대의 증견자인양 엮었다

 

누구도 몰랐다, 그가 어떻게 읽을줄 아는지

그는 서당이라는 말도 모르는 곳에서 자랐고

시체풍류객들의 냄새를 맡은적도 없었다

어데서 어깨너머글을 배웠겠지만

누가 알랴, 어데서 어떻게 익혔는지

알아선 무엇하리, 그는 그러했던 사람

 

로출되던 조상의 피를

가슴바닥에 무직이 저수하고 산 그 사람

갓쓴 가문이였더라면 대감도 되였을 그

《도유사》의 한생을 엮고말았다

 

구한국시대를 넘어

일제의 학정하에 40년

한생의 좋은 시절은 다 짓밟혔어도

그래도 여한은 없었나니

말년의 몇해는 뒤바뀐 좋은 세월이 흘러

민주조선 새 나라의 공민증을 지녔고

투표하러 선거장에 가는 정치도 해보았으며

흰밥에 배부르는 만족한 저녁들이 있었다

 

불의의 전란속에서도

아들 셋을 전장에 내보낸 장함을 안고

미제의 폭격밑에서 수수모가지를 자르며

한생의 마지막가을을 하였던 로인

강점된 땅에서 강점되지 않은 가슴이

다섯해가 준 생의 보석을 선인처럼 품고

《치안대》떨거지들과 도끼치듯 맞대결도 하였다

 

힘쓰던 시절은 리조 말기에 다 파묻고

일제통치에서 구새먹은 육신을 끌고 와

해방된 조국에서 말년의 다섯해를 보낸

새 제도, 새 정치, 새 사회를 편력한 인생

 

상속받은 재산도 없고

물려줄 유산도 없던

무산자

말년에 새 정치의 수레가 실어다준

굴대가 휘는 재부를

미처 때올리지 못하고 넘겨준

유산자

 

세상살이 다했음을 예감하며

돌아본 한생의 장장 75년은

판 다른 70 대 5의 인생 두쪽이였다

회억의 그 두쪽을 달아보면

가치의 천평은 명백히도

5년이 70년을 눌렀다

 

원쑤들과 사생판결하던 전란의 날

일흔여섯번째의 눈을 밟던 그 어느 아침

한마디 소리를 크게 지르고

문을 열다 토방에 거꾸러져 숨을 거둔

필경 그 소리 강도를 치라고

전장나간 아들들에게 웨친것이였을

그는 누구였던가

그가 바로 조국이 무엇인지를 어슴푸레 알고 간

우리 가문의 2대조상이였다

 

 

3

 

노래여 격류하라

달라진 생활의 들에 사품치라

정의는 백성을 버리지 않았거니

역스런 력사의 굽이를 돌아

가난한자의 삽짝문을 제끼고

위대한 날이 들어섰노라

 

내 이제 그 위대한 날의 손을 잡고 걸은

한 인간의 환희에 찬 생을 노래하련다

싱싱한 태양의 땅, 해토진 들에서

그는 갈아엎었다, 시퍼런 보습날로

자기의 분여된 땅만이 아니라

뭇발길에 지리밟힌

자신의 전반생도 엎어놓았다

 

혈기방장하던 시절에

달구지채를 겨드랑이에 끼고

바퀴채 공중들어 꼬나올리던

힘꼴 드센 그 근력으로

밤마다 농촌위원회의 어유등밑에서

그는 준동하는 지주와 반동무리들을 짓뭉갰다

 

봄내가에 버들개지가 그리 복스러운줄

밭가는 쉴참에 처음으로 알았고

목 젖히고 종다리를 찾아보는 푸른 하늘에

제땅을 가진 기쁨을 실어보았다

아리랑 고개고개를 오르내려 서른 몇해

소처럼 말처럼 고용살이 달구지를 끌며

박달재 령령에 굽이 자은 아리랑 띠길은

긴긴밤 가위눌린 악몽의 환영이였던가

 

새 나라 민주의 푸른 강물에

머슴의 신분증같던 잠뱅이를 벗어

실밥이 풀리도록 헹군들

그 세월의 피땀이 말짱 씻길건가

 

한번 헹구고 비틀어짜면

떨어지는 구정물의 역한 그 냄새…

군소리없이 해야 했다, 《주인》이 시키는 일은

돼지새끼를 상자에 지고 걸은 장마당길

짐승의 배설물에 홑옷이 다 젖으면

인간도 짐승냄새나는 막바지

향수친 도회지인간들의 찡그리는 낯짝앞에서

체열로 그 옷을 말리던 치욕

 

또 헹구면 우러나는 피눈물…

눈보라 눈보라, 갑무세령의 칼바람속

껍질입은 나무가 쩡쩡 튀는 처서판에서

껍질없는 벌건 살의 등어리를 굽히고

그는 도끼를 휘두르기도 했다

세상에 흔한 천은 어데서 썩으며

한자 무명조차 허리에 감아주지 못했는가

털가진 짐승도 웅크린 때

털벗고 진화된 인간을 저주했던 울분

 

헹굴수록 우러나는 쓴 물이여

머슴의 멍에채에 더덕살이 앉으며

고삐를 채는대로 끌었던 돌두렁길은

어느 악마의 계곡까지 뻗었더냐

아편장사치들의 낚시를 물고

일경의 서느러운 칼날이 번뜩이는

압록강기슭의 으슥한 갈밭을 기기도 했으며

이방 감옥소에 갇혀 객귀가 될번도 했던 운명

 

사라지라, 더러운것은 추억해도 더럽거니

그에게는 생명처럼 안고산것이 있었어라

그 처서판에서 그 강기슭의 갈밭에서

그는 들었다, 백두의 바람소리를

전설인양 그렸다, 백두산의 장군별을

희망으로 안았다, 열려오는 푸른 하늘을

 

오, 장군별의 하늘

자기를 위해 언젠가는 열릴

그 미쁜 하늘에는

아름다운 무지개가 있었고

꽃같은 흰구름이 있었다

 

하기에 힘이 뻗쳤다

육체는 사슬에 묶여도

남몰래 그 푸른 쪼각 품으면

그 하늘에 그는 자유의 새

 

기어이 우뢰를 끌고온 그 하늘

혁명의 포화는

그의 《팔자》를 폭파시켰다

민주의 법은

그의 《숙명》을 추방시켰다

 

낮이면 장군님 주신 해가 뜨고

밤이면 장군님 주신 별이 돋고

들에는 장군님 주신 곡식이 자라고

집에는 장군님 주신 덕이 쌓이는 세상

 

흙벽을 정성껏 도배한 방안에

김일성장군님 초상화를 정히 모신 그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를 위해 바친 땀을

나라에 애국미로 바친 날에는

세상 처음 꿈없이 잠든 긴 밤이 있었다

 

장군님 바라시는것이라면

알아볼것도 없이 몸을 내댄 사람

땅 받은 그 감사에 겨워

물어볼것도 없이 당원이 된 사람

 

근로계급의 주장을 선포하는

당세포의 결정서를 읽고 회의록을 썼으며

행진하는 전위서렬에서

권리를 행사하는 근위병이 되였다

 

사람값에 든 그것을 지키려

전장 2천리를 밟은 농민병사

간고한 전후의 바람찬 길에서

민주의 수레를 사회주의언덕에까지 끌어온

농촌의 걸차고 든든했던 주력군

 

자신의 한생은 행복했노라고

팔십을 바라보며 그 말 남기고 눈을 감은

정말 그 행복 뉘도 다 모를

그는 누구였던가

그가 바로 조국이 무엇인지를 뼈에 새기고 간

우리 가문의 3대조상이였다

 

 

4

 

길거나 짧거나

깊거나 얕거나

아무튼 두 제도를 산

마지막세대들의 머리우에도

이제는 흰서리 내렸다

 

사회주의가 좋다는 소리를

뜬소리로 외우는자 있거든

내 그들을 위해서도 엮으련다

마지막세대들의 그 운명까지

낱낱이, 세세히 그리고 가식없이…

 

아들을 쓰다듬는 머슴군의 손은

그 어떤 행운도 약속해주지 못했더라

소년은 거부했나니 그 손이 주는 운명을

한세상 살기는 누구나 같을진대

뭣때문에 눌리며 살랴는

전대와 다른 항거

소년의 가슴에 울분을 키웠다

 

아직은 그것이 의식으로 되지 못했던 때에도

티없는 동자에 2대 3대의 비극을 인찍고

풀뿌리와 나무껍질을 삭이는 창자의 분노에

잘사는자들을 천성적으로 증오하게 된 그

그 증오는 벌써 굴종의 기질이 아니였다

 

학대하던 세상에 유년시절을 팽개치고

민주조선 새 나라의 날개를 겨드랑이에 낀

열혈소년의 생매같은 두눈엔

날아갈 구만리창공이 파들거렸다

 

나라의 어렵던 첫 년대들에

무인지경 수십리 밤길을

뿌다귀돌을 움켜쥐고 걸으며

때로는 자취생활의 탄밥을 씹으며

강심으로 현대문명을 톺은 계단들에서

대대로 솟지 못한 두뇌의 인자는

태양을 향해 돋움하며 잎잎에 즙을 올렸다

 

그에게는 없었다, 그 어떤

처세술도 흉심도 간계도

농사를 지으라면 농사를 지었고

소떼를 방목하라면 소떼를 방목하였고

누에를 치라면 누에를 쳤다

성실하게 이악하게 꾸준하게

 

하지만 타협하지는 않았다

《농부일생이 무한이로다》― 타령에 몸 싣고

눅거리술로 《흙창자》를 씻는

깨지 못한 두메의 태평과는 결별한 그

애오라지 하늘의 별을 그리며

인정더운 가슴에 향토를 안고 일어섰다

 

노래부르고싶었다, 그의 가슴은

조상들의 념원은 무엇이였으며

그 념원우에 어떻게 꽃잎이 내렸는가를

또 어떻게 노예로부터 주인으로 되였는가를

제 목소리로 세상에 부르짖고싶었다

 

사회주의혁명의 시련많던 첫 굽이에서

일부 편협한자들이

힘없는 새싹은 누르고 멸시했으나

부르는 조국의 차별없는 손길을 더위잡고

드디여 닿았어라, 성스러운 문명의 최고전당에까지

 

오, 그러했다 그는

대대로 내린 생활의 뿌리를

두메에서 뽑은 가문의 첫 사람

농사군의 세계를

지성인의 세계로 돌연변이시킨

궤도수정의 첫 전철수

 

수령은 그에게 태양이였고

당은 그에게 하늘이였으며

조국은 그에게 어머니였으니

4대의 슬픈 력사우에

빛나 빛나는 은공

그 태양, 그 하늘, 그 어머니에

드릴 감사는

태양에 닿아야 했고

하늘에 가득차야 했으며

어머니의 정에 바쳐져야 했다

 

대대로 수모받던 음달인생우에

봄볕같이 내린 주체의 해빛

그에게 주체란 말은

인간이란 말

나도 너같은 인간이라는 말

 

가슴젖는 주체의 그 뜻으로

그는 제 생각을 사랑했고

조상들의 짓밟힌 력사에 분노했으며

공화국의 공민된 양보없는 권리로

사랑과 증오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명리와 공명을 조소한 심장이여

리기적인 악투를 충정의 열의처럼 치장하는

더러운 잡초가 어느 구석에라도 움틀세라

량심의 바닥을 틈없이 김매며

오로지 조국에 빛을 더하고저

초불같이 자신을 태운 그 열정

 

숨김없는 마음으로

고마운 제도에 목이 메고

나라의 분렬이 아파서

민족비극에 통절히 가슴을 친

그는 누구였더냐

그가 바로 우리 가문의 4대손

고동치는 심장은 웨치고있어라

 

― 조국아, 조국아

  너는 나

  나는 너

  

   마감에

 

조국이여, 나의 조국이여

내 얼마나 그대를 사랑했더냐

만일 그대가 없는 세월이

나의 운명에까지 휘감겼더라면

나는 반항아로 철쇄에 묶였으리

 

인간은 같다!

인간은 같았는가?

 

간격없는 한자격으로

그 누구와도 마주앉을 때면

조국이 없애준 금이 생각나서

조국이 뽑아버린 울타리가 생각나서

조국을 사랑한다는 그 말을

나는 빈입으로 쉽게 외우지 못한다

 

좋다, 그대의 세월 나의 세월

아, 부딪치고 뛰여넘으며

울부짖던 먼길은 뒤에 있고

세월의 대하는 강물인양

그대의 느슨한 들의 푸른 곬을 탔다

 

회고의 물결에 쓴 눈물 뿌려던지고

흘러갈 생활의 머언 지평을

두눈 가느스름 내다보는 기쁨

아침언덕의 트럼베트음향인양

내 삶의 소리는 랑랑하다

 

조국이여, 그대를 다시 불러보면

생일날 아침같은 기쁜 설레임

생활의 트렁크를 힘있게 들고

그대의 걸음을 따르는 즐거움에

내 심장의 박동은 소리도 높다

 

자랑찬 조국이여

그대의 힘찬 어깨에 나붓는 옷자락은

창파우의 돛인양 부풀고

그대의 튼튼한 몸매는

건강한 녀인같이 아름답다

 

밤없이

쉼없이

먼 세기를 휘여잡아

주체의 대들보에 얹어놓고

인민의 념원을 포도처럼 드리우는

내 사는 내 나라

 

조국이 없어 곤욕치른

조상들의 수난을 생각할수록

가슴에 사무치는것이여

오, 나에게 조국은

그 조국은 존엄

그 조국은 집

그 조국은 생명

 

조국이여, 내 경건히

그대의 엄숙한 목소리 듣노라

사회주의를 무너뜨린 페허들에서

득실거리는 돈벌레처럼

제 어머니의 주머니에 손을 넣는

도적놈이 되지 말라고

제 둥지에서 나무가지를 뽑아 파는

장사군이 되지 말라고

걸음걸음 다잡아세우는 그대의 그 음성을

 

지금은 어렵다, 아주 어렵다

제국주의의 《제재》와 봉쇄속에서

생활은 어려워도

하지만 조국이여, 그대의 기강따라

최후승리를 위한 진군길에 정신의 발을 맞추는

나의 의지는 오히려 랑만에 웃나니

 

조국의 배신자들과 탈쓴 위선자들

넘어져도 재산을 안고 넘어질 협잡배들에겐

조국은 한갖 치부의 장마당일지 몰라도

나에게 사회주의는 죽어도 안고 죽을

생활이며 운명이며 유산의 전부

 

혁명의 길 갈수록 준엄처절하고

사회주의를 지키는 《고난의 행군》이 피어릴수록

법처럼 명령처럼 새기노라

선서처럼 서약처럼 외우노라

래일을 위한 오늘에 살라는

그대의 성스러운 부름소리를

 

누구나 이 부름앞에

제 할말이 있어야 한다

살아야 한다 이 부름앞에

제 할말이 있도록

 

민족의 어버이 김일성동지

해와 별을 얹어주신 나라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

해와 별을 빛내시는 나라

이 조국이 없이는

나도 없다

너도 없다

 

  주체88(199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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