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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초
묘 향 산 에 서
금 강 문
숙이면 들여놓는 돌문 안 숙이면 못 들어가는 돌문 거만하던 왕족들도 굽혀놨다는 상원동입구의 금강문
명산의 아름다움 보려거든 누구나 굽힌 다음 쳐다보라고 길목에 바위돌 엇결어 낮추 만들었느냐 묘향산은 제값을 예서 받는도다
단 풍
꽃도 아닌데 불붙듯 피여 서리철 명산을 황홀케 하네 단풍아 단풍아 아름다운 단풍아 무엇이든 특색이 있어야 빛난다고 제몸을 태우며 네가 말해주누나
바위와 폭포수
아아한 바위에서 천길만길 내려찧는 장쾌한 폭포수, 진감하는 명동소리 떨어지곤 서둘러 가버리는 물을 두고 세상은 경탄해 이름짓고 노래했다만
저 폭포 만들며 말없이 서있는 절벽에는 이름도 노래도 하나 없네 폭포는 바위에서 내리며 소리치건만 묵묵한 바위가 생각을 깊게 하네
푸른 못 기슭에 앉아
흐르는게 물이요 가는게 리치건만 가기가 아쉬워 곳곳에 담겼느냐 절경의 묘향산 흘러가면 다시 못 봐 가다가 멈춘듯 내 가슴에 뜨겁구나 나도야 못 떠나 물기슭에 앉았거니 말 말어라 말 말어라 묘향산은 천하절승
한그루 소나무에 부치여
절승의 묘향산에 절경의 하나라는 거암우에 푸르른 한그루 소나무 하늘밑에 땅은 넓고 세상에 흔한것 흙이건만 너 어이 흙없는 바위우에 서있느냐
그래도 너는 움텄고 그래도 너는 자랐다 아찔한 돌기둥꼭대기에서 폭풍에 날아가지도 않았고 폭우에 떠밀리지도 않았다
너의 씨앗이 첫자리 잡을 때 누가 동정해 눈서리 막았던가 네가 불볕에서 싹을 키울 때 누가 아파해 물 한방울 보탰던가
키높이 자라고 넓은 가지 펼쳐 우람한 돌기둥과 어울린 날 너로 하여 돌기둥이 빛나고 너로 하여 명산의 아름다움 더해질 때 그제사 세상은 너를 두고 말하기 시작했다
나무에도 만약 피가 있고 나무에도 만약 입이 있다면 너는 존엄의 머리를 추켜들고 세상에 소리높이 노래했으리 강한 생명은 돌을 삼키면서도 죽지 않음을
나무가 돌을 붙잡고 구름우에 솟아 설레는 저 절경 사람들아 쳐다보며 경탄만 하지 말고 그앞에서 제 인생을 다잡으라 한낱 수목에도 저런 강잉이 있거니 우리야 자주의 넋을 지닌 인간들이 아닌가
명승은 무엇을 가르치는가
뿔뿔이 널려있으면 막 쓰게 되는 그 돌 막 찍게 되는 그 나무 막 다루게 되는 그 물
묘향산에 뭉쳐 솟아 절경 이루니 돌 하나 무심히 못 다치겠네 나무 한그루 함부로 못 꺾겠네 물 한줄기 맘대로 못 다루겠네
그렇구나 모두가 하나로 굳게 뭉치면 내 사는 이 땅, 이 산천 다치지 못한다고 명승이 깨우치누나
주체83(1994). 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