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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아저씨
오, 이웃아저씨여 평범한 농사군이여 《두더지》라고 정담아 우리 불렀던 묵묵히 땅만 다루던 사람이여
분여받은 그 땅이 제몸 같아서 기슭을 깎아내는 개울이 미워서 석축하느라 손가락이 터져도 허허 웃던 이웃의 아저씨여
제 밭머리를 몇바퀸지 모르게 돌고 밭이랑 하나하나를 셈세듯 밟아보고 그는 전선으로 나갔다 무겁게 앞고개를 넘어갔다
별로 편지도 오지 않았다 워낙 묵묵하던 그 벅적거리던 사람은 아니여서 젊은 안해만 혼자 속을 태우고 마을은 그러루 3년세월 보냈다
오, 이웃아저씨여 전선에서 돌아오던 놀랍던 그날이여 영웅메달 번쩍이는 앞가슴에 속태운 안해의 종주먹을 두들겨받으며 허허 웃던 이웃의 아저씨여
마을이 영웅된 사연을 듣고싶어 할 때 큰손을 어줍게 주무르면서 그가 하던 말이 잊혀지지 않누나 굴러오는 적땅크를 그냥 놔두면 그놈이 종당에 제 밭이랑을 짓이길것 같아서 메돼지잡듯 한것뿐인데 나라에서 이런 큰 상을 주었다고…
군복을 벗고 전이나 다름없이 그는 밭으로 나갔다 그새 허물어진데를 석축도 다시 하고 제 밭머리에 든든히 앉아 줄담배를 흐뭇이 태웠다
내 오늘도 자주 떠올라라 그 이웃아저씨 전쟁기간 우리 요란하게 생각했던 영웅은 알고보니 그런 이웃아저씨였다
주체82(199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