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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편
나의 집
나의 집
1
때없이 어린시절 생각나라 해떨어진 산에서 꼴짐 지고 내릴 때면 흰 김 서리는 고삭은 처마아래서 어머니 아들을 기다려 서성이던 집이여 이 세상에 내 생일을 기억하는 오직 한사람이던 나의 어머니 소리없이 닭알 몇개는 두었다가 그날이면 대글대글 접시에 놓아주던 나의 어머니 계시던 그 집이여 가끔 대학시절도 생각나라 겨울에 또 여름에 길지 않은 방학이 생기면 덤비며 북행차에 올라 천리길 달릴적에 또 역에 내려 산골길 삼십리 걸을적에 그리움에 사무쳐 그려보던 나의 집 그런 때면 뜨거운 가슴속에 나를 부르던 어머니모습 이 세상을 다 돌다가도 끝내는 어머니 주는 밥 한그릇 달게 축내고 뜨뜻한 온돌에서 심신을 녹일 때 나의 집이여 나의 집이여 내 집이라고 부르던 작은 초가집이여 마음의 평온도 거기 있고 생활의 안정도 거기 있어 아플 때면 더 그립게 생각나던 그 나의 집은 나의 어머니 어머니가 바로 나의 집이였다
2
이상도 하여라 인생은 내 이제는 나이 들어 머리에 막지 못한 흰 오리 가득해도 먼 출장길에서 돌아올 때 서둘러 찾는 따스한 창문 아이들이 반갑게 마중나오면 어머니 계시냐고 그 말부터 묻고 마음 편히 들어서는 나의 집이여 나를 키운 어머니는 돌아가신지 오래건만 내 그 시절의 마음되여 찾는 집엔 나를 기다리는 자식들의 어머니가 있어라 나를 낳은 어머니처럼 자기의 운명을 나에게 싣고 자신을 깎아 나를 보태주고 자기 온기를 덜어 나를 덥혀주고 기쁠 때보다 괴로울 때 나를 위해 더 있어주는 그래서 어린시절 그때처럼 차려주는 밥그릇 달게 축내고 심신을 녹이며 어데 못하는 투정도 부리는 나의 집이여 나의 집이여 어머니를 이어 내 생일을 기억해주는 그 한사람이 살고있는 집이여 언제나 걱정하며 내 어머니처럼 나를 기다리는 집이여 늙으며 나의 집은 나의 자식들의 그 어머니였다
3
불현듯 닥친 예리한 아픔이 죽음의 칼끝으로 심장을 찌른 뒤 생사의 문턱을 들락인 소생실에서 의식없는 긴 날의 침상곁에 어머니되여 누가 있었던가 당하고도 지금껏 믿어지지 않는 인간세상에로 다시 돌아온 아침 제일같이 기뻐하던 탄성 그 열혈 또한 어머니의 그것 같은 의사, 간호원 숱하게도 얼른이던 동지들의 얼굴 내가 살아난 집이여 나를 살려낸 사람들이여 내가 눈물보인 집이여 어머니만이 안해만이 나의 집이던가 내 나라, 내 제도 나를 위한 사회주의… 죽음을 무찌른 부활의 격전에 안해는 십전 한잎 고인 일 없고 그 엄청난 돈의 액수도 모른다 나도 모른다, 모르며 소생된 집에서 소박한 생일축하를 받을 때 젖은 손수건은 왜 그리 작았던가 이 세상에 내 생일을 기억하는 또 하나의 다심한 어머니 아, 목메여 어머니라 부른 나의 조국이여 그 어머니 나를 보살피는 나의 집이여 저세상 간 어머니도 그 품에 살았고 나와 운명을 함께 하는 혈육도 그 품에 안겨사는 위대하고 은혜롭고 자애로운 품이여 어머니없이도 나는 살았고 안해곁을 떠나서도 내 살수 있지만 그 품 떠나 순간도 못살 나의 집이여 나의 집이여 뼈를 갈아 그 기둥에 자개를 박고 머리칼 뽑아 그 지붕에 얹는대도 못 갚은 은혜는 구만리에 아득할 나를 울리는 내 나라 나의 집이여!
주체82(1993).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