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2 장
1
살을 저며내는듯 한 맵짠 바람속에서 예술인들은 머리칼이며 목도리자락이며 옷깃을 날리며 부업작업을 하고있었다. 촬영소의 뒤동산에 펼쳐진 과수원과 근처의 협동농장포전곁에 있는 남새밭이 영화예술인들의 식생활에 괜찮은 보탬을 주는 부업밭이였는데 이때까지 그것을 가꾸는것은 부업경리의 혜택을 제일 많이 입는 예술인들이 아니라 후방부서와 기술부서의 종업원들이였다. 그러나 그들은 이에 대하여 한번도 이상하게 여긴적이 없었다. 예술부서들의 예술창조사업을 뒤에서 보장해주는것이 자기들의 본분이라는 관념에 오래동안 젖어있었기때문이다. 그런데 며칠째 연출실과 배우단을 비롯한 예술부서의 유명짜한 연출가나 촬영가, 배우들이 몸에 붙지 않는 작업복을 입고 밀려나와 흙을 져나르고 퇴비들을 메여나르게 되자 그 무던한 근로자들의 심리에 뜻밖의 파문이 일었다. 그들은 우선 저들이 제발 좋은 영화만 만들어줍시사 하고 이때까지 힘들게 부업농사를 지어 철에 따라 갖가지 남새며 과일들을 섬겨바치고 별의별 지성을 다해왔는데 그것이 모두 허사였구나 하는 생각과 아울러 가슴가슴에 분한 마음이 차올랐던것이다. 그래서 성미가 마른 어떤 사람은 이때까지 호강을 했으니 이제는 두엄도 좀 주물러보라고 그들을 본체만체하였으나 적지 않은 사람들은 참 안됐다고 여기며 앞을 다투어 그들의 일손을 도와나섰다. 헌 작업복을 팽팽하게 껴입은 최승진은 삽을 들고 작업장에 나선 첫 순간부터 자기에게 쏠리는 종업원들의 시선에서 그 모든 심리를 읽을수 있었다. 마음이 괴로왔다. 자기탓에 모두 종업원들의 눈총까지 받게 되였다고 생각하니 사람들을 쳐다볼 면목도 없었다. 그래서 눈길을 떨구고 사람들뒤에 우두커니 서있다가 작업지시에 순순히 응하였다. 연출실에서는 인원을 세개의 조로 나누어 한조는 양지쪽 산비탈에서 언 땅껍질을 벗기고 부식토용흙을 파냈으며 다른 한조는 그 흙을 과수밭에 운반해다가 장방형으로 무져놓고 세번째 조는 두엄물을 날라다가 그 우에 뿌렸다. 최승진은 로영무와 함께 흙을 파내는 조에 속하여 삽으로 산비탈의 눈을 대충 치고는 언 땅을 파제끼였다. 땅은 눈속에 묻혀있은탓에 얼마 얼지 않았다. 그는 물씬 풍겨오르는 땅김을 한껏 들이키며 발로 눌러 삽날을 깊이 박아 검고 눅눅한 흙을 푹푹 파올려 옆에 두두룩하게 무져놓았다. 그리고는 헐썩거리며 뛰여다니는 운반조의 질통이나 들것에 맞춤하게 담아주군하였다. 맵짠 바람이 얼굴을 스칠 때마다 눈안이 아릿해지며 앞이 어른어른 흐려졌다. 그는 자주 손등으로 눈물을 빗씻고는 다시 삽질을 하였다. 허리가 끊어져나가는듯 아파났다. 손등이 벌겋게 얼어들고 손가락들이 꽛꽛해졌다. 손과 손을 어기갈라 비비고는 삽질을 계속하였다. 로영무도 허리가 아픈지 삽자루를 짚고 엉거주춤 서서 숨을 돌리다가 그를 돌아보았다. 무슨 말인가 건네고싶어하는것 같았다. 최승진은 못본척하고 삽질만 계속했다. 이 며칠사이 그하고 스스럼없는 말을 주고받아본적이 없었다. 한생의 벗이였던 그가 지금은 자기와 운명도 다르고 인연도 아주 먼 사람으로 느껴진다. 《승진동무, 들어가라구.》 최승진은 그 소리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예술부서들에서 영화에 대한 불만의 소리들이 흘러나올 때 배포유한 태도를 유지하고있었지만 속은 은근히 켕기였는데 수령님의 교시를 전달받자 눈앞이 아뜩해지며 자기가 심각한 과오를 범하였다는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주먹으로 가슴을 두드리고싶었다. 그후 연출실에서는 하나같이 작품의 결함을 랭혹하게 비판하였다. 시사회가 있은 날 축하하러 집에 찾아왔던 사람들까지도… 쌀쌀하게 외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마치도 촬영소의 명예와 영화예술을 망쳐놓기 위하여 고의적으로 그런 죄행을 저지른듯이… 그것이 억울하고 분했다. 최승진은 《광풍》의 영화문학을 읽었을 때 로동계급인 주인공의 거치른 성격에 매혹되였으며 중산층의 인테리녀성을 타락시킨것도 새롭고 대담한 설정이라고 생각하였으며 극성이 아주 강한 영화를 만들수 있다고 흥분하였다. 그는 세계적인 명작을 만들고싶었다. 광폭예술영화 《광풍》으로 프랑스와 이딸리아 등 이른바 《문명국》들의 영화들을 누르고 조선영화예술의 위용을 세계만방에 떨치고싶었다. 불같은 경쟁의식에 사로잡힌 그는 침식을 거의 잊다싶이하며 형상작업에 몰두하였다. 하지만 오늘은 어느 누구도 그런 진심을 알아주지 않는다. 자기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는 로영무마저도 그런 소리 한마디 입밖에 내지 않는다. 너무도 야속했다. 노여웠고 분했다.… 사람들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자신이 그런 진심을 하소하고싶은 생각도 없지 않았으나 그것은 부질없고 어리석은 일인것 같았다. 그는 고독감에 신음하였다. 끼니마다 밥이 아니라 재를 씹는것 같았다. 안해의 다심한 위로도 그 고독감을 덜어주지 못하였다. 윤희는 그보다 더 속이 너르고 대범한 녀자인것 같았다. 처음에는 얼굴이 파랗게 질려 눈물도 짓지 못하였는데 인차 웃는 얼굴이 되여 세상에는 별의별 큰 과오를 범하고도 그것을 용감하게 고치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데 뭘 그렇게 심하게 생각하느냐고 하면서 더 상냥스럽게 굴었다. 저녁마다 식사를 몇숟가락 들지 못하면 밥상곁에 지켜앉았다가 반주를 따라주며 조금만 더 들라고 하면서 항간에 돌아가는 우스운 이야기랑도 도란도란 하여주었다. 아침출근 시간에는 사람들을 만나기 면구스러워 남들보다 좀 일찌기 집을 나서는 그를 따라나와 가방을 들고 멀리까지 바래워주었다. 윤희가 눈물겹도록 고마왔다. 그는 젊은 안해의 갸륵한 지성에 마음의 의지가 되면서도 그런 지성에 량심이 더 저려났다. 차거운 바람이 얼굴을 스치였다. (아, 오늘에 와서 누가… 누가 내 진심을 알아주겠는가!…) 그는 자기한테서 아끼고싶은것이 없었다. 자기 육체도 한껏 학대하고 기운도 마구 탕진하고싶었다. 그래서 정신없이 삽질하였다. 갑자기 뇌리를 무엇이 후려치는듯 한 느낌과 함께 눈앞이 캄캄해지고 그 어두운 공간속에서 노란 반점들이 부나비들처럼 날아돌았다. 그는 손등으로 눈을 비비적거리고 누구들인가 달려와서 앞에 내려놓는 들것에 흙을 퍼담았다. 《챠, 손잡이에 흙을 뿌리면 어쩝니까?》 힐난조의 목소리이다. 눈을 슴벅거리며 여겨보니 회색작업복차림의 한기석이 벗어쥔 로동장갑으로 들것채에 뿌려진 흙을 신경질적으로 털어내고있었다. 최승진은 자기앞에서 늘 곰상스럽게 굴던 그한테서 거치른 소리를 듣자 아연해졌다. 그의 짝패인 강철룡이 다가와서 삽자루를 잡았다. 《주십시오. 제가 담겠습니다.》 《괜찮소, 괜찮소.》 최승진은 그를 뿌리치고 기운껏 삽질을 하였다. 그는 눈을 똑바로 뜨고 들것을 겨냥하여 흙을 뿌려던졌다. 삽날에서 뿌리워나간 흙은 희부연 김같은것을 날리며 들것으로 어김없이 날아떨어졌다. 한기석과 강철룡이 들것을 들고 떠나가자 그는 삽을 세워짚고 괴로운 눈빛으로 뚱기적거리며 걸어가는 그들의 뒤모습을 지켜보았다. 뒤에 선 철룡은 끄떡없이 걸어갔으나 앞에 선 한기석은 힘에 부치는지 자주 비칠거린다. 흙을 똑바로 담으라고 소리친 그의 힐난조의 목소리가 그냥 가슴속에서 메아리치는듯하였다. 한기석은 요새 그의 곁으로 가까지 오지 않았다. 승진을 돌아보는 눈길에서는 원망의 빛이 느껴졌다. 이따금 건네는 말에서도 쌀쌀한 기운이 풍겼다. 작품의 참패는 전도유망하고 포부가 원대하며 지향성이 강한 그에게 큰 타격으로 되였을것이다. 그러니 피끓는 가슴에 어찌 원망이 사품치지 않겠는가. 최승진은 그의 말을 탓한데 대하여 인차 수치심을 느꼈다. 그가 시름겨운 한숨을 내쉬고 삽질을 다시 시작하려는데 주영도비서가 작업장에 나타났다. 흑곤색작업복저고리를 양복우에 걸친 그는 작업장에 한벌 깔려 일하고있는 예술인들과 종업원들을 둘러보다가 연출실에서 흙을 파내는데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최승진과 로영무를 비롯한 몇명의 연출가들과 부연출들이 그에게 인사를 하자 주영도는 《수고들 합니다!》하고 걸걸한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그리고는 최승진과 로영무가 서툴게 뚜져놓은 흙구뎅이를 살펴보고는 너그럽게 웃어보였다. 《허, 이건 군대들의 개인전호같습니다. 좀 넓게 파야 일하기도 헐하지 않겠습니까.》 그는 눈속에 꽂혀있는 괭이를 들고와서 눈어림으로 흙구뎅이둘레를 살펴보더니 손바닥에 침을 뱉어 썩썩 문질렀다. 그리고는 제일 굳게 얼어붙은데부터 내리찍기 시작했다. 그의 괭이질솜씨는 여간 걸싸고 재치있는것이 아니였다. 그는 괭이날끝으로 언 땅바닥을 톡톡 건드려 밑에 돌같은것이 없는가 가늠해보고는 괭이를 머리우에 높이 쳐들었다가 힘껏 내리찍군하였는데 몇번 안찍어 기와장만한 언땅쪼각이 떨어져나왔다. 그가 끙끙 힘을 주며 괭이를 내리찍을 때마다 그 울림에 딛고선 땅바닥이 떨리고 어떤 때는 괭이날이 돌쪼각같은데 부딪쳐 부시라도 치는듯 불꽃이 날리였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들고 한기석이와 강철룡이도 달려와서 그의 괭이질솜씨를 구경하였다. 주영도는 자기 주위에 사람들이 모여드는것이 기쁜듯 벌겋게 상기된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더 기운차게 언땅을 내리찍었다. 괭이날이 땅에 꽂힐 때마다 흙덩이들이 뿌려나 둘러선 사람들의 바지가랭이를 치기도 하였다. 사람들은 그의 일솜씨에 경탄하여 게걸음으로 주춤주춤 자리를 옮겨가며 지켜보았고 강철룡이 삽으로 흙버럭들을 긁어냈다. 주영도는 심하게 언데를 다 뚜져놓은다음 괭이를 한 부연출에게 넘겨주고는 손수건을 꺼내여 불깃하게 상기되고 땀이 축축히 내밴 이마며 굵직한 목덜미를 훔치였다. 한기석이 눈을 빛내이며 그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나직이 물었다. 《힘들지 않습니까? 야- 정말…》 《이따위것도 일이요? 한창시절에 로동할 때는 불앞에서 온종일 쇠메를 휘둘러두 힘든줄 몰랐소. 오래간만에 땀을 뽑으니 속이 다 시원해지는군. 육체로동에 참가하는게 좋소. 그래야 몸도 건강해지구 사상도 건전해지구… 모두 로동경험이라군 전혀 없는데다가 사회로동에도 잘 참가하지 않지. 그러니까 로동계급의 감정을 어떻게 알수 있겠소. 순 머리속으로 꾸미다나니 로동계급을 모욕하는 작품까지 만들어내게 되지 않았소? 기석동문 괭이질이랑 좀 해봤는가?》 《대학때 보통강호안공사에 나가 한달쯤 해봤습니다.》 《한달? 한달을 해가지구야 무슨 일을 손에 익히겠소. 로영무아바이는 전에 이런 궂은일에 손을 적셔봤습니까?》 오랜 예술가에게 《아바이》라는 농민투의 존칭을 붙이니 아리숭한 부조화와 함께 그 존재자체가 우습강스럽게 여겨졌다. 그래서 강철룡이를 비롯한 젊은 부연출들이 빙그레 웃는데 로영무는 허리를 펴며 진중한 얼굴로 그를 돌아보면서 공손히 대답했다. 《예… 예전에 서울서 고생할 때 좀 해봤습니다.》 《그거야 어느 고망년 얘기입니까. 듣기엔 댁에서 다리미를 고치거나 벽에 모다구를 박는 일까지 아주머니가 도맡아한다던데요.》 《아니 원 그건 공연한 소리우다.》 로영무는 어느덧 어조를 바꾸어 어리무던한 농사군과 같은 말투로 이야기하였다. 《모르겠는데요, 허허허…》 최승진은 퍼렇게 질린 얼굴로 사람들뒤에 서있었다. 주영도는 무슨 말을 건네려는듯 그쪽을 돌아보았으나 아무 소리도 없이 그냥 발걸음을 옮겨 웃쪽의 작업장으로 걸어갔다. 최승진은 그런 외면이 자기 운명을 암시해주는듯싶어 가슴이 서늘하게 식어들었다.
x
부업경리작업장들을 다 돌아보고 자기 사무실로 돌아온 주영도는 작업복저고리를 벗어 구석쪽의 옷걸이에 걸어놓고는 응접탁에 마주 앉아 담배를 피워물었다. 모든 예술인들이 부업작업에 떨쳐나서 열성스럽게 일하는것을 보고나니 마음이 좀 가벼워졌다. 그는 촬영소가 사상예술적으로 엄중한 결함이 있는 영화를 만들어낸데 대하여 자기도 응당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당적인 추궁과 비판을 받을 각오도 되여있었다. 왜냐하면 그 영화의 제작자들이 거의 다 자기 당단체의 당원들이며 그들의 과오는 곧 자기 사업에서의 빈틈을 말해주기때문이였다. 그는 몹시 괴롭고 불안하였다. 오늘 당중앙위원회가 폭로비판하고있는 사상사업부문의 엄중한 과오와 영화의 결함이 깊이 련관되여있다는것을 깨달았으며 사상사업부문에 류포된 그릇된 경향이 촬영소의 예술창조사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는것을 깨달았기때문이다. 그런데 한가지 사실이 경계심을 불러일으켰다. 총장, 부총장들, 예술인들은 어떻게 되여 그런 작품이 모든 단위의 합평회들에서 통과될수 있었고 여러차례의 예술위원회들에서 지지를 받았고 나가서는 시사회에서 그토록 절찬을 받았는가 하는 문제에서 자기비판적립장에 철저히 서지 못하고 그 책임을 우에만 미는것이였다. 당사상사업부문의 일부 그릇된 사람들이 머리를 180˚돌리라, 혁명전통의 폭을 넓히라, 전형성에 대하여 새롭게 인식하라고 하기때문에 그것이 당적인 요구인줄로 알고 맹목적으로 추종했다는것이였다. 주영도는 이 문제를 두고 깊이 생각해봤다. 우에서 그릇된 바람이 분것은 사실이지만 예술인들한테 사상적병집이 없으면 그토록 흔들렸겠는가. 평소에 그처럼 지능적이고 다감하고 예민한 예술인들은 갑자기 모두 어리숙한 둔자나 바보로 되여버린듯 멋을 모르고 맹종했다는 식으로 자기비판하는것이였다. 이런 요령에 부아가 난 주영도는 이번에는 그들의 사상적병집을 송두리채 드러내여 수술해버리리라 마음먹고 담화에서 자기 사상감정을 철저히 검토할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자기 속을 다 털어놓고 만족스럽게 자기 비판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는 가슴이 끓어번졌다. 예술인들이란 천하에 다루기 말째고 매끄러운 족속들로 여겨졌다. 주영도는 한생을 살아오면서 어느 한 시절, 지어는 누구나 그 나이에 사랑에 빠지면 다 시인이 된다는 청춘시절에조차 예술의 어느 부문과도 자기 운명을 결부시켜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그의 리력서 경력란에는 로동생활경력과 당일군경력밖에 있지 않았다. 그는 아버지가 원쑤들에게 피살된 다음 국가의 방조만 받을수 없어 직장에 나가 일하던 이머니가 앓아눕자 학교공부를 그만두고 아버지가 다니던 제강소에 들어갔다. 아버지의 동료들인 오랜 로동자들은 그를 무척 아끼고 사랑해주었다. 그는 거기서 게으름을 모르고 비지땀을 흘리며 일한 덕에 자기 앞처리를 하는 끌끌한 로동자로 자라났으며 아버지 동료들의 보증으로 입당하였다. 그 다음엔 세포위원장을 거쳐 부문당위원장으로 사업했고 도당학교를 마치고 다시 제강소로 돌아와 직장분초급당위원장으로 일했다. 나라의 사회주의개조가 심화되고 도처에서 반혁명이 준동하기 시작했을 때 그는 도당과 당중앙위원회의 지도그루빠에 망라되여 함북도와 황해도를 비롯한 여러 지방들에 파견되였다. 그 파견지들에서 그는 계급적원쑤들에 대한 불같은 증오심을 품고 격동적인 연설과 갖가지 창발적인 활동으로 인민들을 궐기시켜 반혁명분자들을 적발폭로하였으며 그자들과 암암리에 결탁된 종파분자들의 죄행을 낱낱이 폭로분쇄하였다. 그 과정에 그는 계급적원칙이 강하고 당에 매우 충직한 일군으로 인정받게 되였다. 그후 그는 평양시당의 한 부서에 배치되여 종파분자들의 사상여독을 청산하기 위한 투쟁을 벌려오다가 뜻밖에도 당중앙위원회의 소환으로 영화촬영소에 배치되였다. 그는 예술과 전혀 인연이 없는 자기에 대한 이런 배치에서 당의 의도를 민감하게 느끼고 조금도 당황함이 없이 자신만만하게 일을 시작했다. 그는 우선 촬영소안에서 당조직을 철저히 꾸리고 당조직의 전투력을 높이는데 모를 박고 사업했다. 주영도는 촬영소에 와서 사업하면서 문화성이 소집한 회의나 강습같은데 자주 참가하게 되였는데 거기에서 다른 예술단체들의 당일군들과도 친교를 맺게 되였으며 그들과 자기를 슬그머니 비교해보기도 했다. 그들은 대체로 언제인가는 직접 예술을 했거나 예술행정기관같은데서 사업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였다. 특히 당중앙위원회에서 영화부문을 맡아보는 박경섭이같은 사람은 인민군대에서 군중문화사업을 한 경험도 있었고 예술지도일군으로 있은 사람으로서 오랜 예술인들과도 스스럼없이 지내는 사이였다. 어느 예술단체에서 오래동안 당사업을 했다는 한 일군은 예술인들이란 다감하고 량심적이면서도 생각이 복잡하고 그런가 하면 매우 단순하고 헐한데도 있으며 반면에 개중에는 시기질투, 소총명이 강하고 남의 흠을 입에 올려 조롱하는 못된 버릇을 가진 작자들도 있다고 하면서 우스운 일화까지 이야기하였다. 그 이야기에 의하면 어느 문학예술기관의 행정지도원에게 한 예술인이 요즘 새로 나온 《로메오와 쥴리에트》를 읽어봤는가고 물었는데 그는 그것이 두 작품의 이름인줄로 알고 아직 못읽었다고 하면서 이달에 로메오를 읽고 다음달쯤에 가서 쥴리에트를 읽을가 한다고 대답했다는것이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예술인들속에 굉장한 소문으로 퍼져 웃음을 자아냈기때문에 그 지도원이 한동안 사업상위신이 서지 않았다고 했다. 주영도는 그 이야기를 듣고 매우 불쾌하여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런걸 가만 놔둬? 예전에 우리 공장에두 예술인들이 드문드문 내려와 공연이랑 했는데 후라이스반과 바이스를 모르는 친구들이 태반이였소. 그래도 로동계급들은 비웃지 않았소. 모르면 친절하게 대줬지…》 그는 이런 일화랑 들으면서 형성된 선입견이 있어 당기층조직을 튼튼히 꾸리고 당원들의 당조직생활을 강화하는데 전념하면서도 혹시 자기가 예술인들의 말밥에 오르지 않는가 마음을 쓸 때도 간혹 있어 모르는 일에는 절대 비치지 않았다. 그리하여 예술창조사업은 총장, 부총장들에게 맡겨버리고 관여하지 않았다. 새 영화가 제작될 때마다 제작단에서 등사한 연출대본을 가져왔으나 대충 훑어볼뿐 깊이 따져보며 읽지 않았으며 예술위원회에는 거의 참가한적이 없었다. 그러지 않고 예술창조사업과 작품의 내용에도 깊이 파고들어갔더라면 당정책에서 어긋나는 문제들은 바로잡아줄수 있지 않았을가싶으면서 모진 후회로 가슴이 쓰려났다. 그는 이번 기회에 자신의 사업상 결점도 고치고 예술인들의 사상적병집도 철저히 수술해버리리라 잡도리를 단단히 하였다. 그러나 예술인들은 그의 의도에 성실하게 응해나서는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담화하고나면 가슴이 오히려 더 답답하고 무거워지군하였다. 출입문쪽에서 손기척소리가 부드럽게 울렸다. 《들어오시오-》 작업복차림의 한기석이 들어섰다. 그는 자책에 잠긴 공손하면서도 몹시 흥분된 얼굴이였는데 갑자기 찾아온것을 어떻게 여길가 불안해하는듯 공연한 눈치를 살피면서 안쪽으로 선뜻 들어오지 못하고 문앞에서 쭈밋거렸다. 《자, 여기 와서 앉소. 어서…》 그는 응접탁가까이로 다가와서도 권하는 의자에 인차 앉지 못하고 몹시 송구스러워했다. 《앉으라는데…》 한기석은 의자에 조용히 앉았다. 주영도는 매번 찾아와서 행동이 이렇게 조심스러운 그의 긴장된 마음을 풀어주려고 너그럽게 웃어보이며 먼저 말을 건네였다. 《부업경리작업을 해보니 어떻소? 모두 좋아하오?》 《예…》 《의견이 있는 동무들이 없는가?》 《없습니다. 모두 밖에 나와 일을 하니 머리가 시원해져 좋다고 합니다.》 《사람은 로동을 해야 되오. 로동을 …》 《저는 정말 이때까지 똑바로 살지 못했습니다. 연출가의 말이면 다 옳은줄 알고 그저 시키는대로 했습니다. 이번 영화가 이렇게 된데는 제 책임도 적지 않습니다.》 주영도는 얼굴빛이 신중해졌다. 《동무들이야 새 세대들인데 그래서야 안되지…》 《정말 가슴이 터지는것 같습니다. 요새 모두 다른데서 불어온 바람에 말려들어 저런 영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문제를 그렇게만 볼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사상적으로 철저하면 그런 바람에 흔들렸겠습니까. 아닙니다. 우리한테… 구체적으로는 연출가한테 낡은 사상이 잔뜩 남아있기때문에 그런 바람에 적극 호응해나섰고 저런 영화까지 만들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모두 자기한테서부터 결함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영도는 그의 말이 여간 반갑지 않았다. 《그렇소… 그래…》 《연출가의 낡은 사상이 영화를 저 지경으로 만들어놓았는데 전 이때까지 그걸 느끼지 못했습니다.》 한기석의 눈에 자책의 눈물같은것이 번뜩거렸다. 《동무 생각에는 최승진연출가한테는 어떤 색갈의 낡은 사상이 많은것 같소?》 《시사회가 있은 날 연출가를 축하한답시고 모두 그의 집에 모여들어 술판을 벌린 일이 있습니다.》 《술판을?》 《거기서 저마끔 최승진연출가를 천재로, 대가로 추켜올렸는데 그 자리에서 이야기된 소리들을 생각하면 정말 어이없습니다.》 《무슨 소리들을 했소?》 주영도는 열기에 이글거리는 눈으로 그를 지켜보았다. 《승진연출가는 왜정때 일본에 가서 고학하던 추억담을 잔뜩 늘어놓으면서 자본주의문화를 은근히 동경하는 소리랑 탕탕 했습니다. 일본은 출판업이 발전했다, 없는 책이 없다, 교수진영이 어떻다, 맑스주의서적들이 조선으로 많이 건너와 보급되였다.… 이따위 소리들을 하면서 우리 문화에 대한 허무감을 은근히 풍겼습니다.》 주영도는 너무 기막혀 큰소리도 치지 못하였다. 《거기에 누구누구 있었소?》 《연출실은 거의 다 모이구 배우들도 두세명 왔댔습니다.》 《영화를 사회에 내보내기 전에 술판부터 벌리다니, 틀려먹었소, 케케묵은 낡은 악습이요, 이 사실 하나만 가지고도 정신상태를 알수 있단말이요. 사상상태를… 지금이 어느땐데 자본주의문명을 동경하는가.》 한기석은 고개를 숙이고있었다. 《그러구두 오늘까지 나한테 와서 이런 문제를 이야기해준 동무가 하나도 없었소. 늦게나마 동무가 말해주어 그런 영화를 만들어낸 원인을… 근본원인을 밝혀낼 실머리를 잡게 됐소. 원인이 없는 결과란 있을수 없단말이요.》 《제가 너무 흥분해서 과장했을수 있습니다. 다른 동무들과도 담화해주십시오. 전 정말 이번 기회에 연출가동지 사상을 고쳐주고싶어서… 진심으로 고쳐주고싶어서…》 《알겠소… 다른 할 말은 없소?》 《예…》 《가보오.》 주영도는 그를 문앞에까지 바래였다. 한기석은 문손잡이를 잡았다가 무슨 새로운 생각이 떠오른듯 괴로운 눈빛으로 주영도를 쳐다보았다. 《할 얘기가 있으면 더 하오.》 그는 무엇인가 말할듯 말듯 망설이더니 한숨을 내쉬였다. 《가서 더 생각해보겠습니다.》 《언제나 좋으니 할 얘기가 있으면 또 찾아오오.》 그가 나가자 주영도는 방복판으로 천천히 들어와 한자리에 못박힌듯 오래도록 서있었다. 분격에 가슴이 후둑후둑 뛰였다. 최승진… 예술의 사상성에 대하여 번지르르한 말을 누구보다도 많이 하던 그가 속은 이렇게 썩은 인간이였던가. 로동계급을 모독하고 로동계급의 혁명사상이 일본에서 건너온것처럼 영화를 만든게 우연한 일이 아니다. 그는 담배가치를 꺼내 입에 물고 성냥을 득 그었는데 그 불꼬리가 바르르 떨었다. 되돌이 목록감 상 글 쓰 기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Copyright © 2003 - 2022 《조선륙일오편집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