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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 장 6
방에 들어선 박경섭은 의기소침한 얼굴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 보시던 문건을 내려놓고 의아한 안색으로 그를 여겨보시였다. 《…최승진동무가… 사망했습니다.》 《뭐요?》 《새벽 5시에… 숨이 졌습니다.》 그이께서는 순간에 안색이 흐려져 아무 말씀도 없이 의자에 무겁게 주저앉으시였다. 《어제까지만 해도 상태가 괜찮다고 하지 않았소?》 《갑자기 그렇게 됐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주먹으로 책상을 소리나게 내리치시였다. 방안공기가 전률하였다. 《그럴수 없소! 그렇게도 갑자기 간단말인가!》 《간호원 말이 림종의 순간에… 곁에 아무도 없었답니다.》 《…?》 《림종전에 상태가 좋아 담당의사와 간호원은 침실에 가서 쉬구… 아주머니는 갑자기 이상이 생기자 그들을 찾으려 뛰여가구… 그래서 곁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들이 달려와서 보니 침대에서 굴러떨어져있었답니다. 방바닥에 원고들이 흩어져있었다는데 아마… 마지막 순간에 연출대본을 걷어안은것 같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림종직전의 그의 심정이 가슴에 안겨들어 한손으로 눈을 싸쥐시였다. 방안에 정적이 흘렀다. 이윽고 손을 내린 그이의 눈에 눈물이 끓고있었다. 《어떤 예술가를 잃었는가. 나라의 보배를… 인재를… 인재를 잃었소!》 그이께서 터치시는 비분에 박경섭은 참고참아온 오열이 터져올라 흑 느끼며 고개를 떨구었다. 그의 발치에 눈물이 후두둑 뿌려졌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두손으로 책상을 짚고 일어나 창문쪽으로 얼굴을 돌리시였다. 그이의 몸부림에 책상이며 걸상이 소리없이 떨었다. 《아주머니는… 거기 있는가?》 《예…》 《아이는… 아이는 어디 있소?》 《로영무동무네가 맡아보다가 아주머니 고향에서 어머니가 왔다니까…》 《오늘이 며칠이요?》 《14일입니다.》 《아…》 그이께서는 순간에 순간에 석쉼하게 쉬여버린 음성으로 이르시였다. 《장례를 잘 지내줘야겠소. 그의 친척들과 친지들을 다 부르오. 시내의 예술단체들에서 많은 예술인들이 와서 그의 령전에 조의를 표하도록 하오. 평양신문에 부고도 내여 인민들에게 알리오… 가만 같이… 같이 갑시다. 얼굴을… 그의 얼굴을 봐야겠소.》 김정일동지께서는 박경섭을 데리고 출입문께까지 걸어오시였는데 전화종이 다급히 울리였다. 길게 한번, 짧게 두번 울린 그 종소리는 집무실의 공기를 뒤흔들며 그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집무탁으로 돌아가 송수화기를 무겁게 드시였다. 수화구에서 누군가의 기여들어가는듯한 목소리가 울리였다. 《…배명준이 말씀드립니다. 우리 지하철도건설장에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지하수가 터져나와 도갱이 물에 잠기고있습니다.》 《뭐요?》 그이께서는 책상가녁을 짚으며 격한 음성으로 물으시였다. 《어느 구간이요?》 《16호구간입니다.》 《수압이 어느 정도요?》 《분출구를 막자다가 모두 뿌리워났습니다. 접근할수 없습니다!》 《큰물주머니가 터졌소?》 《예, 그런것 같습니다. 발파의 진동에 그렇게 됐습니다. 물주머니를 건드렸습니다. 도갱을 폭파해서 허물어뜨리지 않으면 물을 막을수 없습니다. 결론을 주십시오. 그러지 않으면 몇시간안에 주민지대가 위험합니다.》 《폭파하는 문제는 좀 기다리오. 강세룡동무는 어디 있소?》 《감기가 와서 진료소에 갔는데 이런 일이 생겼습니다.》 《상한 동무들은 없소?》 《아직… 모르겠습니다. 막장에 있던 동무들은 철수하는중인데 분출구에 접근했던 동무들이 행방불명이 됐습니다. 저한테… 저한테 전적인 책임이 있습니다. 으흑…》 그는 울음을 터뜨리는것 같았다. 《책임이 문제인가, 빨리 부위원장을 찾으시오!》 김정일동지께서는 너무 아연해져 더 말씀을 잇지 못하시였다. 설계때부터 지하의 물주머니들에 날카롭게 신경을 써 거듭 주의를 주었고 몹시 경계해온 문제가 터진것이다. 어찌하여 이런 일이 생겼는가?…암벽에서 터져나오는 지하수의 불가항력적인 분출이며 도갱을 따라 퍼지는 시꺼먼 밀물의 파도가 보이는것 같고 그 서늘한 기운이 집무실바닥에까지 휩쓸어드는듯하였다. 그이께서는 송수화기를 내리며 망연자실한 얼굴로 허공을 바라보시였다. 불행이란 이렇게 한꺼번에 들이닥치는것인가… 송수화기에서 애타게 부르짖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여보시오. 여보시오. 교환… 교환수… 왜 끊었는가? 사람들이 죽어간단말이요!》 《안끊었습니다.…》 천천히 송수화기를 드시는 그이의 눈에 물기와 함께 강렬한 의지의 빛이 번쩍이였다. 《말하오. 나요. 다 말하시오. 왜 말을 못합니까… 우선 행방불명이 된 동무들을 찾으시오!》 박경섭은 캄캄하게 질린 얼굴로 그이를 지켜보았다. 지금 어떤 재앙이 터졌고 그이의 가슴에 어떤 시름이 실렸는가를 생각할 때 그 중하에 어깨를 들이밀고싶은 심정이 불같았다. 그러나 어찌할바를 몰랐고 그렇다고 돌아서 나오자니 그것도 죄송스러워 그냥 못박힌듯 서있었다. 《경섭동무, 먼저 가보오. 내 꼭 나가겠소. 내가 나갈 때까지 기다려주오. 입관하지 마오…》 박경섭이 나간 다음 그이께서는 심각한 안색으로 움직임없이 서계시였다. 지하철도는 나라의 큰 건설대상들중에서도 수령님께서 제일 관심이 깊으신 부문이고 또 사고의 엄중성으로 보아 보고드리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드시였던것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전용전화기앞으로 다가서시였다. 그러나 별안간 팔에 마비가 온듯 손이 나가지 않았다. 수령님께서 몹시 놀라시고 걱정하실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못견디게 저려드시였다. 그리고 수령님께서 위험한 사고현장으로 나오면 어찌랴싶은 우려가 엄습해들었다. 보고안드릴수도 없고 보고드리자니 눈앞이 캄캄해지시였다. 수령님께 기쁜일만 보고드리고싶은 그이시였다. 어찌하여 이런 일이 생겼는가? 지하철도건설장의 일군들이 아니라 자신의 불찰로 사고가 생긴것 같으면서 각가지 뉘우침이 가슴을 아프게 저미였다. (내가 더 자주 나가보았더라면… 어제나 그제만 나가보았더라도 사고요소를 미리 발견할수 있지 않았을가…) 식은땀이 내밴 그이의 얼굴에 알릴듯말듯 경련이 지나갔다. 그이께서는 송수화기를 으스러지게 잡았으나 얼른 들어올리지 못하시였다. 그것이 천근 무게로 느껴지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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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가 골목길의 굽인돌이를 꺾어들 때마다 길가의 가로수며 전주들이 앞으로 날아들어 차체를 들부실것만 같았다. 앞좌석에 앉아있는 강세룡은 그때마다 머리며 어깨를 차체에 찧었으나 운전수한테 속도를 늦추라는 말을 안했다. 미간을 사납게 찌프리고 앞만 쏘아보는 그의 눈앞에 지하수의 분출구며 도갱을 따라 달려나오는 시꺼먼 밀물의 파도가 어른거리였다. 그는 지하수와의 싸움을 한두번만 겪어본것이 아니여서 그 몸서리치는 파괴력이며 그것이 들씌우는 재난에 대하여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었다. 우선 분출구의 크기와 수압, 물량을 알아야 했다. 그것들을 알아야 적절한 물막이대책을 신속히 세우고 확신성있게 그 전투를 조직할수 있었다. 만약 엄청나게 큰 물주머니가 터졌다면 수년동안의 공사가 허사로 돌아가고말것이다. 배명준부국장이 도갱을 폭파하자고 제기한것을 보면 절망적인 사태가 벌어진것이 틀림없다. 문득 가슴속에 차거운 의혹의 바람이 회오리쳤다. 굴진방향에 알지 못한 물주머니가 숨어있은것이 아닌가. 누가 그것을 건드렸는가. 지하수에 대해서는 귀에 못이 배기도록 강조해왔는데 암벽에 물기가 심하게 나타나면 발파를 중지하고 탐사해봐야 하지 않는가. 바로 어제도 그것을 강조하였다.… 그에게는 누구인가가 자기 지시를 소홀히 하였거나 고의적으로 어겼기때문에 이런 사태가 빚어진것처럼 느껴졌다. 분격이 터져올라 눈앞에서 번개같은것이 번뜩거렸다. 자동차가 굽인돌이를 꺾어들자 다른 생각이 엄습해들었다. 설계대로 굴진하지 않은게 아닌가… 굴진방향이 정확한가 설계하고 자주 대조해보라고 했는데 망탕 파들어간것이 아닌가… 강세룡은 건설지휘체계의 어느 단위엔가 지시를 어기고 설계를 소홀히 여기는 사람들이 있으며 그들에 의하여 이런 사태가 빚어졌다고 생각했다. 차는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버럭산곁에 박히듯이 멎어섰다. 갱구앞은 갱안에서 뛰여나오고 뛰여들어가는 군인건설자들과 여기저기에 쓰러져있는 부상자들, 물참봉이 된 부상자들을 업고 끼고 위생차로 달려가는 의무성원들로 붐비였다. 강세룡은 갱구옆의 지휘부천막으로 뛰여들어갔다. 거기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천막에서 나와 갱안으로 달려들어가서 때마침 도갱밑으로 내려가려는 승강기에 뛰여올랐다. 승강기는 덜커덩거리며 사갱을 따라 미끄러져내려갔다. 이전과는 다른 차거운 바람이 밑으로부터 불어왔다. 얼굴을 후려치는 차겁고 눅눅한 그 바람에서 슴슴한 물비린내, 콩크리트냄새, 역한 중유냄새…엄청난 수해의 기운이 풍기였다. 가슴이 선뜩 얼어들었다. 도갱속은 재난구역으로부터 철수해들어온 건설자들의 고함소리로 끓어번지였다. 작업복들이 화락 젖은 그들은 물속에서 나오지 못한 동무들이 없나 하여 목청껏 이름이며 구분대명을 부르며 서로 찾는가 하면 물에 수장된 공구며 기재들때문에 울분을 토로하고 누군가에 대하여 험악한 욕설도 퍼부으며 왁작 떠들어대였다. 강세룡은 그들속에서 맨머리바람인 작달막한 지휘관을 붙잡고 거칠게 굴었다. 《물이 그냥 터져나오오?》 《예…벌써 6백메터구간이 침수됐습니다.》 《6백메-터? 부국장이랑 동무네 참모장이랑 못봤어?》 《저 앞으로 나갔습니다.》 《앞쪽으로?》 《예…막장에 있던 동무들이 물에 포위돼서 나오지… 나오지 못했습니다.》 《여러명인가?》 《두명만 헤염쳐나오고 모두 거기 있답니다.》 강세룡은 붐비는 군인건설자들속을 비집고 앞으로 나갔다. 몇걸음 안나가 발밑에서 물이 질쩍거렸다. 뒤쪽에서 누구인가 울음섞인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나가지 마십시오!》 《위험합니다!》 시꺼먼 물결이 벽과 천정의 작업등불빛에 번쩍거리며 소리없이 흘러들어왔다. 수면에 퍼진 기름무늬들이 보라빛 감빛으로 번들거리고 크고작은 각재들과 널판자며 도끼밥부스럭지들이며 비닐안전모들이 물살에 밀려 둥둥 떠왔다. 도갱의 암벽이며 천정에서 부스럭돌들이 첨벙첨벙 떨어지며 물을 튕겨올렸다. 어느덧 물은 강세룡의 허벅다리를 쳤다. 그는 활개를 넓게 벌려 걸싸게 저으며 물결을 헤가르면서 앞으로 앞으로 걸어나갔다. 거치른 숨소리가 도갱안에 가득차서 울리였다. 문득 컴컴한 담벽같은것이 앞을 막아섰다. 사람들의 그림자였다. 수십명이였다. 그들은 말뚝처럼 굳어져서 밀려오는 재난의 물결을 지켜보고있었다. 너무 억이 막혀 살고싶은 욕망마저 잃은것 같았다. 《왜 들어가지 않소? 왜 철수하지 않아?》하고 강세룡은 소리쳤다. 자기자신이 왜 여기까지 들어오게 되였는지 알지 못하면서도 목이 터지게 부르짖었다. 모두 돌아봤다. 울분에 번뜩이는 눈, 비감에 젖은 눈, 분노와 저주의 섬광이 번쩍이는 눈, 눈, 눈… 그들의 웨침소리가 불채찍이 돼여 가슴을 후려치는듯했다. 《이걸 보구 어떻게 물러납니까?》 《막읍시다!》 금강과 락동강을 함께 건넜던 옛전사들이 앞에 서있는것 같았다. 강세룡은 와락 달려나가 그들 하나하나를 부둥켜안고싶었다. 《동무들, 우선 들어가오, 피해서 들어가오!》 뒤에 서있던 참모장이 들어가자고 그들을 떠밀었다. 강세룡은 참모장에게 배명준부국장은 왜 보이지 않느냐고 물었다. 참모장이 창백한 얼굴로 막장의 대원들을 구원하려 앞으로 나갔다고 했다. 《맨손으로 어떻게 구원하는가. 떼목이라도 무어가지고 나가야지!》 《머리가… 정신이… 어떻게 된것 같습니다. 붙잡으라고 두 동무를 따라보냈습니다.》 《다 데리고 들어가오.》 강세룡은 더 앞으로 나갔다. 작업등의 불빛에 어슴푸레하게 내다보이는 저 앞쪽, 번들거리는 물우에서 배명준의 상체가 어른거리고 그의 뒤로 두 그림자가 쫓아가고있었다. 이윽고 강세룡은 두 대원을 따라잡아 돌려세우고는 혼자서 배명준을 따라갔다. 배명준은 물살에 밀려 제자리걸음으로 허우적거리는가 하면 성급히 걸어나가다가 물속에 엎어져 첨버덩거렸으며 다시 일어나 허둥거렸다. 아무리 불러도 돌아보지 않았다. 그한테서는 헤여날길 없는 궁지에 빠진 사람의 극단적인 결심이 느껴졌다. 강세룡은 물결을 헤가르며 억척스럽게 걸어나갔다. 온 도갱속이 처절썩거리는 물소리로 가득찼다. 강세룡은 그의 어깨를 와락 거머쥐고 뒤로 잡아채였다. 돌아서 쓰러질듯이 비칠거리던 배명준이 얼빠진 얼굴로 그를 지켜보았다. 물투성이 된 그의 얼굴에 경련이 일며 눈이 날카롭게 번뜩이였다. 《어디루 가오?》 《…》 《어디루?》 《날 건드리지 마시오!》 그는 다시 앞으로 걸어나가려고 했다. 불어오르는 물이 가슴 노리아래서 철썩거렸다. 강세룡은 와락 달려들어 그의 두팔을 붙잡고 마구 흔들어댔다. 《놓으시오!》 그들의 고함소리가 도갱안에 가득차서 메아리쳤다. 《죽자고 이러는가?》 배명준은 무서운 힘으로 그를 뿌리쳤다. 강세룡은 허망 떠밀려 쓰러질듯이 비칠거렸다. 배명준은 첨버덩거리며 걸어나가다가 돌아서서 뒤걸음질치며 강세룡을 쏘아보았다. 그는 휘파람같은 소리로 부르짖었다. 《날 따라오지 마시오. 우린 단둘입니다. 때문에 터놓고 말합시다. 이 사고는 부위원장동무때문에 생겼소!》 《…?》 《그때 내 말을 들었더라면 이런 일이 안생깁니다.》 강세룡은 그의 목소리는 똑똑히 들었지만 그 말뜻은 선뜻 리해되지 않았다. 그저 참기 어려운 배신감에 머리가 핑돌며 어지럼증까지 일었다. 그는 단숨을 헉헉 몰아쉬며 사납게 찌프린 눈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무엇이라고 소리치고싶었으나 억이 막혀 목이 열리지 않고 가슴만 푸들거렸다. 배명준은 돌아서 앞으로 전진했다. 그가 결김에 돌아서는데 아까 돌려세웠던 두 대원이 헤염쳐나왔다. 강세룡은 그들에게 부국장을 끌어내오라고 소리치고는 물살에 떠밀리며 허둥허둥 걸어나왔다. 튀여오르는 물갈기가 얼굴이며 목을 후려칠 때마다 흑흑 느끼였다. 무엇때문에 여기까지 들어왔는지 알수 없었다. 빨리 나가 대책을 취해야 하였다. 물주머니가 된 강세룡이 승강기실앞에까지 나왔을 때 거기서는 병사들이 여러척의 고무배에 바람을 불어넣고있었다. 배마다에 발동기가 붙어있었다. 강세룡이 어디서 났느냐고 물으니 아까 만났던 키가 작달만한 지휘관이 차렷자세를 취하며 김정일동지께서 가져오셨다고 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 강세룡은 너무 놀라서 되물었다. 《예… 여기로… 여기로 내려오시겠다는걸 우리 동무들이 팔을 끼고 갱구에서 막아서서 겨우 말렸습니다. 길을 내라고 엄하게 명령하실수록 더 겹겹이 모여들었습니다.》 그리고는 눈을 슴벅거렸다. 강세룡은 눈앞이 아찔해지며 자기가 엄청난 일을 저질렀다는 가책에 무릎이 후들후들 떨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지휘부천막안에서 지하철설계도를 들여다보며 참모장의 설명을 듣다가 물참봉이 되여 들어서는 그를 돌아보시였다. 강세룡이 가까이 다가가자 그이께서는 흔연한 안색으로 물으시였다. 《배명준동무는 어디 있습니까?》 엄청난 재난과 그이의 출현에 기가 꺾인 강세룡은 퍼렇게 질린 얼굴로 겨우 대답하였다. 《저 굴안에… 굴안에 남아있습니다.》 그는 선뜻 대답을 못하고 침을 삼키고는 절망적인 빛이 번쩍이는 눈으로 김정일동지를 지켜보았다. 《저한테 책임이 큽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 소리는 전혀 듣지 못하신듯 시름겨운 안색으로 나직이 물으시였다. 《동무 생각에는 어떻습니까? 배명준동무는 도갱을 폭파해서 물을 막자고 했는데 동무 생각은…》 《예?…제 생각이요?…수압으로 봐서 다른 방법이 없을것 같습니다.》 《폭파하잔말이요?》 그이의 눈에 분노의 섬광이 번뜩이였다. 《좋습니다. 도갱에 들어가봅시다. 물살이 어느 정도인지 내 눈으로 확인해봐야겠소!》 그이께서는 참모장에게 눈길을 돌리시였다. 《대원들이 갱구에서 우리 앞길을 막아서지 못하도록 하시오. 동무 명령이면 되지 않겠습니까.》 《안됩니다!》 《안되긴 뭐가 안된단말이요! 대책을 인차 보고드리지 못하면 수령님께서 여기로 나오십니다. 참모장동무가 앞에서 길을 여시오!》 그이의 말씀은 단도직입적이고 단호하게 울리였다. 강세룡도 그이앞을 막아서고싶었지만 기상이 너무 단호하고 엄하여 그렇게 할수 없었다. 그저 가슴만 화들화들 떨릴뿐이다. 얼마후 그이께서는 도갱으로 내려가 참모장과 함께 고무배에 타시였다. 따라내려간 강세룡이도 배에 뛰여올랐다. 고무배는 서늘한 바람을 일으키며 불가항력적인 힘으로 밀려나오는 물에 떠밀려 힘겹게 전진했다. 그이께서는 고무배가녁을 짚고 손을 물속에 넣어 수압을 가늠해보시고 가슴노리를 치는 물속에서 구제작업을 하고있는 건설자들에게 물살에 견딜만한가고 물어도 보시였다. 천반에서 바위부스럭지들이 무시로 첨벙첨벙 떨어지며 처절썩 날아오르는 물갈기에 그이의 바지가랭이며 옷깃이 화락하니 젖었다. 배가 도갱을 따라 깊이 들어갈수록 수위가 점점 높아져 천반이 머리우로 스쳐지나갔다.… 밖에 나와 지휘부천막으로 들어가신 그이께서는 강세룡에게 격한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물살이 세기는 하지만 막아낼수 있겠습니다. 건설자들이 몇년에 걸쳐 판걸 폭파해서 순간에 허물어버린다는건 죄악입니다! 물막이전투를 벌립시다.》 강세룡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고 배심이 생기면서 물주머니에서 터져나오는 물이기때문에 언제인가는 기가 숙어들리라는 타산까지 하게 되였다. 《알았습니다! 흙포대로 차단벽을 쌓아 우선 물살을 죽이겠습니다!》 《수령님께서는 굴도 살리고 물도 막아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예…》 《부위원장동무, 공병출신이라면서 왜 그 모양이요? 미국놈들과 싸워이긴 우리가 물한테 져야 되겠소. 물이야 어디까지나 물이지.》 《막겠습니다!》 강세룡은 그이께 인사드리는것도 잊고 우람한 몸을 날려 천막에서 뛰여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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