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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 장 4
이튿날 오후 세사람은 당중앙위원회 접수실에서 박경섭이 나오기를 기다리다가 뜻밖에도 빠리에서 통역으로 나왔던 송동무를 만났다. 조국땅, 그것도 당중앙위원회 청사앞에서 우연히 상봉하게 된 그들은 너무 반갑고 놀랍고 몇순간 벙어리가 된듯 눈을 크게 뜨고 서로 쳐다만보다가 접수실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손에 손을 잡고 떠들썩하게 인사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었다. 송동무는 외교부에서 강습이 있어 귀국했노라고 하며 애급려행은 잘되였는가고 물었다. 로영무가 매우 인상적이였다고 하자 그는 침착한 얼굴로 말했다. 《우리는 정말 미안하게 됐습니다.》 《원, 무슨 그런 소리를 합니까?》 《아닙니다. 연출가동지들이 떠나서 얼마 안되여 조국에서 전화가 왔댔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 친히 전화를 거시였습니다. 총대표동지랑 국제회의에 나가 당직인 제가 전화를 받았지요… 빠리에 우리한데 우호적인 예술계인사들도 있는데 그들과의 친선모임같은것도 조직해줬더라면 더 좋았겠다고 하며 몹시 아쉬워하셨습니다. 우리가 너무 소극적이였지요.》 《아,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로영무는 얼굴빛이 진중해졌다. 《다시 오십시오. 그럼 정말 본때있게 조직하겠습니다.》 송동무와 헤여진 세사람은 얼굴빛이 모두 심각해졌다. 총화를 앞둔 이 시각에 와서 자기들의 참관사업에 대하여 김정일동지께서 얼마나 중요시하시였는가를 더 깊이 깨달았기때문이였다. 그들이 박경섭이게게 안내되여 김정일동지의 집무실로 들어갔을 때 그이께서는 서영림부상과 함께 환한 안색으로 자리에서 일어나시여 인사를 받고 안락의자들에 앉아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해보자고 고무하시는듯 양복저고리의 목단추를 끌러놓으시였다. 그들이 자리들에 앉자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사이 가족들한테서는 별일이 없었느냐고 물으시였다. 《지금 우리 동무들은 어떤 국제무대에 내세워도 모두 의젓하고 당당합니다. 왜 그렇겠습니까. 자기들뒤에 부강한 조국이 있고 존엄있는 당이 있다는 그 자부심과 배심때문입니다.》 그러시고 이번 참관단도 조국의 명예와 당의 존엄에 손색이 되는 일없이 활동을 원만하게 한것 같다고 말씀하시였다. 《어디 동무들 이야기를 들어봅시다. 시간에 구애되지 말고 본것, 느낀것, 생각한것들을 죄다 말해주십시오. 오늘은 시간을 충분히 냈으니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해봅시다.》 로영무가 빠리와 애급에서의 참관에 대하여 본 순서대로 차례차례 내려가며 조리있게 말씀드리면서 느낀점과 생각한 문제들도 약간씩 섞어서 이야기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조용히 앉아 이야기를 들으시였는데 그이의 얼굴에 차차 실망의 빛이 어리는듯 했다. 그이께서는 의아한 눈길로 로영무를 여겨보기도 하고 허공의 한점을 이윽토록 지켜보기도 하시였다. 최승진에게도 로영무의 이야기가 불만스러웠다. 그는 참관한 대상들을 렬거하며 그에 대한 설명을 짤막하게 할뿐 가슴을 뒤흔들던 격정은 다 빼놓고 말하는것 같았다. (빠리에서 얼마나 흥분하여 돌아다녔는가. 충격도 컸고 실망도 컸고 분격도 컸고 생각도 많았고 열렬한 론쟁도 하지 않았던가. …저건 앙상한 선률뿐이다. 교향곡총보를 놓고 선률만 따라가며 단조롭게 연주하는거나 같다. 화음… 극적인 화음은 다 빼버렸어. 징소리도, 대고소리의 장쾌한 폭발도 없다.… 로영무, 저 연주자는 자기앞에 최고급의 감성과 지정을 지닌분이 청취자로 앉아있다는걸 망각하고있다. 그래서 소박한 청중들앞에서처럼 통속적으로 연주하고 있는게 아닌가. 저기엔 확실히 초보적인 대위법도 없어…) 로영무가 꼬지끄건축예술이 창조해놓은 고색창연한 건축유물들을 렬거하고났을 때 김정일동지께서 문득 최승진을 돌아보시였다. 《그런 건축물들을 돌아볼 때 승진동무는 무엇을 생각했습니까, 무엇을 느꼈습니까? 일없습니다. 터놓고 말해봅시다.》 최승진은 몇순간전까지 로영무에 대하여는 불만을 느꼈으나 막상 자기가 당하고 보니 어떻게 말씀드렸으면 좋을지 몰라 선뜻 입이 열리지 않았다. 《례를 들면 꼬지끄식건축예술의 최고걸작품이라고 할수 있는 노트르담대사원같은것을 참관하고는 무엇을 생각했습니까. 그 웅장함과 신비함에 놀랐습니까. 건축문화의 오랜 력사에 눌리웠댔습니까?》 《…》 《빅토르 유고의 주인공들을 생각했습니까?》 최승진은 자신없이 대답하였다. 《옛날부터 정말 건축술이 대단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건물의 요소요소를 자꾸 눈여겨보게 됐습니다.》 《그랬을테지요. 리해됩니다.… 어릴적부터 그런 문화유산들을 늘 보며 자라야 애국심이나 정서에 종심이 깊어지는건데 우리한테는 그런 유산들이 얼마 없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세계에 터놓고 자랑하여 손색이 없을 문화를 창조하였지만 거듭되는 전란과 침략자들의 파괴략탈책동으로 거의 다 없어졌습니다. 특히 건축유산이 적습니다. 선조들이 지상건축은 다 목조로 했기때문에 전란이 강토를 휩쓸 때마다 화약처럼 불길을 끌어 타버렸습니다. 지난 전쟁때만 해도 미국놈들이 군사적대상도 아닌 우리 건축유산들을 과녁으로 얼마나 많은 폭탄을 쏟아부었습니까. 고대나 현대나 침략자들은 한 문화민족을 굴복시키자면 그 문화부터 없애버려야 한다는것을 알고있었습니다. 미국놈들의 그 만행을 생각하면 정말 치가 떨립니다.》 로영무는 그이의 말씀에서 암시를 받아 이야기의 방향을 바꾸었다. 그는 참관대상에 대한 설명보다도 자기 느낌과 생각을 더 많이 더 강조하여 말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주의깊게 들으시였다. 그이께서는 문화의 조류가 바뀌는 시기들에 관심을 두시는듯 여러가지로 물어보시였다. 로영무는 근대와 퇴페적문화의 발생, 발전과 그 세계적범람까지 말하고는 루돌프, 오이켄의 문장을 인용하는것으로써 이야기를 마치였다. 《우리는 인도하는 별이 없어 시간의 파도에 떠내려가고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생각에 잠기시여 《루돌프, 오이켄, 오이켄…》 하고 뇌이시였다. 서부상이 그이께 말씀드렸다. 《종교적색채가 농후한 작가였는데 현대문명의 흐름에 대해선 몹시 개탄했습니다.…》 그이께서는 조용히 머리를 끄덕이시였다. 《별이 없어… 시간의 파도에 흘러간다… 아주 의미심장한 말입니다…》 《현대구라파문화의 현실을 목격한 저희들한테는 그 말이 단순한 개탄으로 들리지 않았습니다. 이끌어주는 사상과 령도자를 부르는 웨침으로 들렸습니다. 뻬르망로인은 그 작가를 자기 스승이라고 했습니다.》하고 로영무가 말씀드렸다. 《동무들이 그 로인의 묘지에까지 찾아가 조의를 표시해준것은 아주 잘했습니다.》 《추상파들의 공세로 패배를 당한 그 로인은 루네싼스와 같은 새로운 문예부흥의 바람이 불어오기를 은근히 기다렸습니다.》 《문예부흥의 바람이라… 동무들이 이번에 문예부흥기의 예술에 대해서는 충분히 보았겠는데 그걸 보고 무엇을 생각했습니까?》 《…》 《감탄했습니까?》 《예…》 《감탄까지는 좋지만 눌리는건 나쁩니다. 서방의 적지 않은 예술사가들은 문예부흥을 일으킨 그 인문주의운동을 너무 과대평가하고있는것 같은데 오늘의 력사적시점에서 보면 그 운동에는 심각한 제한성이 있었습니다. 물론 당시에는 인류문학발전에 거대한 기여를 했지만… 그러나 력사적제한성은 면할수 없었습니다. 거기에 어디 인류의 절대다수를 이루는 사회의 최하층근로자들의 사상감정이 경향성을 띠고 반영된것이 있습니까… 있을수도 없었습니다. 근로자계급, 로동계급이 력사무대에 등장하기 썩 이전시기의 운동이기 때문에… 중세기의 종교적암흑속에서, 봉건적인 정치체제와 결합된 종교의 가혹한 탄압과 전횡에 대한 폭발적인 항거와 반발로써 시작된 그 운동은 인간성을 강력히 옹호해나섰지만 그것은 범인간성옹호, 범인간해방의 사상밖에 제기하지 못했습니다. 인간성을 질식시키는 종교적암흑속에서 그건 대단히 진보적이고 혁명적인것이였지만 오늘의 시점에서 보면 그렇지 못합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력사무대에 새로 등장한 도시상공업자들, 이른바 <시민계급>이라고 하는 부르죠아계급과 자유주의적귀족계층들의 사상감정과 기분을 반영한 운동이였습니다. 처음부터 신흥부르죠아지들의 합리주의적사상감정을 대변한것이였습니다. 바로 여기로부터 력사적인 제한성은 불가피한것입니다.》 고요한 방안의 공기는 흥분과 열정과 사색 그리고 담배연기까지 배여들어 점점 무거워지는듯했다. 《문화의 창조자와 문화의 향유자로 되지 못하는 그런 문화는 영원한 생명력을 가지지 못하고 언젠가는 병들기 마련입니다.… 인문주의사상의 제한성과 결점이 오늘의 구라파문명에 확대되여 나타나 동무들이 본 그런 병적인 조류들을 발생시키는데 작용했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 문득 서부상을 돌아보시였다. 《부상동무 생각에는 어떻습니까?》 흥분으로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서영림은 안경다리를 쥐였다놓으며 의자끝에 움쭉 나앉았다. 《그렇습니다. 옳습니다. 이 동무들이 참관에서 로꼬꼬시대예술에는 주의를 덜 돌린것 같은데… 문예부흥기를 계절에 비겨 말한다면 저물어가는 가을이라고 할수 있는 로꼬꼬시대… 그 시대 장식미술만 봐도 심각한 암시를 받았을수 있습니다. 궁전들과 귀족들, 부호들의 저택을 황금빛일색으로 채색한 휘늘어지고 휘감긴 장식선들과 화려하고 사치한 무늬들은 물질적부에 포만해진 계층의 정신적빈곤과 끝없는 허영심을 잘 보여줍니다. 미술은 벌써 인문주의의 합리주의적인 과학정신까지 저버리고 타락과 퇴페의 첫걸음을 내디디기 시작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 머리를 끄덕이시였다. 《그렇습니다. 그다음부터 타락과 퇴페의 낭떠러지로 걷잡지 못하게 내리굴렀습니다. 누구도 그것을 멈추지 못했습니다. 동무들이 이번에 퇴페예술도 많이 봤겠는데 그래 보니 어떻습니까?》 그이께서 최승진에게 시선을 돌리시였다. 최승진은 저도 모르게 움쭉 일어서려고 했는데 그이께서 앉아서, 편안히 앉아서 말하라고 손짓하시였다. 《여기서 상상했던것보다 더… 말할수 없이 더 한심했습니다. 그건 정말 더러운, 추악한 시궁창이였습니다. 타락이면 그런 타락이… 방종이면 그런 방종이 어디 있겠습니까. 전 어느 작품에서나 조화로운 미를 파괴하고 인간의 건전한 미의식과 륜리를 짓뭉개놓으려는 앙심과 독기를 느꼈습니다. 그 흐름은 정말 인간의 미의식을 원시적상태로, 동물적상태로 떠밀어가려는 반동인것입니다.》 최승진은 갑자기 말을 그치고 고개를 숙일사하며 마른침을 삼키였다. 《그리고… 그런것들을 보면서… 정말… 자신을 뉘우치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그이께서는 안색이 환히 밝아지시더니 롱조의 말씀까지 하시였다. 《승진동무, 내 한가지 비밀을 솔직히 말해줄가… 물가에 아이를 내놓은 심정이란 말이 있지요? 여기선 동무를 보내놓고 부르죠아문화에 더 물젖어오면 어찌는가 걱정한 동무들도 있었소. 헛허허…》 그이의 웃음소리가 방안공기를 들었다놓았다. 《나는 믿었소 믿었소! 이렇게 되여 돌아오리라고 믿었소! 우리 승진동무가… 경섭동무! 동무도 그랬지요?》 눈언저리가 불깃해진 박경섭이 웃음어린 얼굴로 대답했다. 《예…》 최승진은 가슴이 후더워져 눈을 지그시 내리떴다. 그이께서 로영무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시였으나 그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지난날 서구모방적인 요소가 있다고 비난을 받을 때 나는 이건 현대적감각을 무시하는게 아닌가. 지금은 리해되지 않지만 앞으로는 리해되지 않겠는가 하면서… 얼마나 어리석었는가. 나는 이번에 나한테 있던 서구적인 요소가 어디로 통할수 있는… 어디로 내달릴수 있는 첫걸음이였는가를 깨달았다. 아 몸서리가 쳐진다. 앙드레 뻬르망의 죽음… 아버지의 장의에 얼굴도 내밀지 않고 가버린 딸… 저 썩어빠진 문화가 인륜도덕을 어느 지경으로 이그러뜨렸는가! 몽마르뜨르언덕에서 그 끔찍스런 종소리가 울려올 때 나는 갑자기 모진 가책에 가슴이 찢어지는것 같았고… 퇴페미술의 어지러운 화폭들이 한꺼번에 떠올라 하마트면 토할번했다. …자연색에서 리탈된 방종한 색조들, 본능의 폭발을 상징하는 원색의 폭발, 자연과 인간과 생활, 일체 대상들의 조화로운 조형적비례를 파괴한 광적인 구도, 통일적인 미를 해체해버린 환상적인 선들의 란무… 저 리탈과 해체와 파괴의 독소가 사람들의 넋에 스며들어 인륜도덕을 이그러뜨리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수 있는가. 나는 이번에 물질문명으로 부유해진 저 세계의 몸뚱이속에 피고름이 흐르고있다는것을 확인했다! ) 로영무가 무슨 말끝에서인지 재빛이 도는 숱진 눈섭을 높이 치켜올리며 조용히 한숨을 내쉬였다. 《글쎄… 그런 퇴페문화가 제나라안에서만 끓어두 모르겠는데 범람해서 사면팔방으로 퍼지니 참… 애급까지 가보니 생각이 더 깊어졌습니다. 고대애급의 찬란한 문화가 그 기운을 뻗치지 못하고 중도에서 엉망진창이 된걸보니 력대침략자들의 죄행을 생각하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테베와 알이스칸다리야에서 들었고 목격했던 가지가지의 사실들을 차근차근 말씀드렸다. 그의 이야기는 최승진에게 반사막지대의 살갗을 지지는듯한 불볕과 지열을 상기시켜 저절로 숨이 차오르고 몸에 땀이 내배는것 같았다. 깊은 내륙지방 테베의 유적들에서 목격한 고대애급문화는 그야말로 독특하고 찬란한것이였다. 그러나 그 문화는 후세에 계승발전되지 못했고 건축, 조각, 회화… 예술의 어느 령역에서나 애급적인 공고한 특징들이 흐려지다가 완전히 사멸해버렸는데 그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였다. 안내해설자는 이 문화사적인 단절을 두고 형상적으로 표현하여 문화전체가 자결을 결심하고 불우한 세기의 낭떠러지밑으로 굴러떨어졌거나 그 어떤 공포나 노여움에 사막밑으로 스며들어 아주 종적을 감춘것 같다고 하였다. 알이스칸다리야를 참관하니 그 까닭이 저절로 밝혀졌다. 알이스칸다리야는 동서양의 중간위치에 놓여있고 아프리카대륙으로 들어가는 교두보이기때문에 인류력사상 세계에서 침략을 제일 많이 당한 고장이라고 하였다. 안내해설자는 수천년에 걸치는 문화적략탈과 침습을 저 사막을 휩쓰는 열풍 하므씬이 수풀을 말리워버리는것처럼 애급문화의 샘줄기를 깡그리 말리워버렸다고 했다. 외적의 끊임없는 침략과 장기간의 지배로 고대애급어가 흔적없이 사라지고 아랍어가 민족어로 된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수 없었다. 외래문화의 침습은 현대에도 그치지 않아 시가의 크고작은 상점들에 외국상품들이 차넘치고 사처에서 착잡한 외국음악들이 탁한 공기를 흔들고 있었으며 사람들은 그속에서 붐비고있었다. 무역항인 대항은 옛적부터 침략자들의 상륙터였는데 지금은 숲을 이룬 마스트들에서 날리는 여러나라 기발들, 갑판우와 부두에서 돌아치는 각가지 인종의 선원들, 호각소리, 기중기소리로 얼이 빠질 정도로 떠들썩했다. 한 계류장에 다층아빠트만한 흰색 려객선이 붙어있었는데 그 밑 부두바닥에서 백여명의 구라파청년들과 아랍청년들이 한데 어울려서 광란적인 춤을 추고있었다. 람루한 청바지, 짧은 치마, 몸을 꼬기도 하고 정신없이 허리를 굽신거리는 음란한 춤동작… 최승진은 혐오감과 증오가 끓어번져 주먹을 부르쥐고 그들을 지켜보았다. 빠리의 골동품시장에서 뻬르망로인을 졸도케한 놈팽이들과 같은 패거리들이기때문이였다. 안내해설자는 저들이 이딸리아를 거쳐 여기로 관광온 미국놈팽이들이라고 했다. 저런 청년들의 행위에서 특징적인것은 력사가 물려준 일체 기성관념과 도덕, 가치에 반발하는 륜리의 아나키, 륜리의 무정부성이라고 했다. 기성관념에 대한 그들의 반발과 도전이란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치떨리는것이였다. 무엇때문에 녀자만 머리를 기르겠는가, 남자도 머리를 길러보자, 무엇때문에 부모를 존경하고 그들의 의사와 감정을 존중해야 하는가. 무엇때문에 남녀간에만 사랑을 해야 하는가, 동성련애도 해보자, 장발, 수염, 남자의 정력을 강조하는 청바지, 녀자의 허벅다리까지 드러내는 짧은 치마, 광란적인 춤, 퇴페음악, 마약중독, 동성련애… 그들이 퍼뜨리는 류행이란 이런것들이였다.… 그들은 참관일정마감에 락타에 몸을 싣고 세개의 피라미트를 찾아가다가 하므씬열풍을 만나 하마트면 모래바람에 묻힐번했는데 최승진은 그 《죽음의 바람》을 일생 잊을것 같지 않았고 그것을 대륙들에 휩쓸어드는 퇴페문화의 바람과 비교하여 생각하게 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로영무의 이야기를 주의깊이 들으시다가 심각한 안색으로 말씀하시였다. 《오늘 애급을 비롯한 여러 아프리카 나라들이 민족예술을 장려하는것은 참으로 정당한 일입니다.… 침략자들은 민족의식을 말살하지 않고는 강점한 나라와 민족을 지배하고 통치하고 노예화할수 없다는것을 옛날부터 잘 알고있은것 같습니다. 전통문화의 저항이란 백만대군의 저항보다 누르기 더 힘들다는것을 알고있습니다.》 그이의 음성은 철리의 울림과도 같이 가슴을 흔들었다. 《고대와 중세의 침략자들은 령토를 점령한 다음 자기의 신앙과 문화를 이식했습니다. 그러나 현대제국주의자들은 그와는 정반대로 문화를 먼저 침투시켜 민족의식을 타락 말살시키고 제놈들에 대한 숭배심과 환상을 조성하여 사람들의 가슴속에서부터 침략의 길을 닦으려고 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얼마나 로회합니까 얼마나…》 서영림이 안경을 벗어 곁에 놓고 돋보기를 끼더니 그이 말씀을 수첩에 적어넣기 시작했다. 《요전에 한 자료를 보니까 영국의 어느 철학가는 후진국들에 밀물처럼 밀려드는 독점자본의 상품은 제국주의적침략의 척후병이라고 고발했습니다. 척후병… 부상동무, 적중한 표현이지요?》 《예…》 서영림이 근시안을 껌뻑거리였다. 《…호화상품에 현혹되고 딸라에 얼이 빠지고 전자파를 타고 날아드는 퇴페음악, 춤, 악취미오락에 초보적인 인간성마저 썩어빠지면 사람들이 저도 모르게 조국도 민족도 몰라보는 매국노, 역적이 돼버립니다. 이래서 눈에 보이지 않는 침략의 길이 열려 시련을 겪은 나라가 한둘이 아닙니다. 오늘 제국주의자들의 문화침투앞에서 민족자주의식을 지켜내는가 못내는가, 전통문화를 발전시키는가 못시키는가 하는 문제는 단순히 정신문화령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나라와 민족의 생사존망과 관계되는 문제입니다. 지금 제국주의자들한테 제일 장애로 되고 두렵고 시끄러운것은 민족자주의식, 전통문화의 온갖 요소들입니다. 그래서 자기네 앞잡이들과 괴뢰들, 모든 선전기관들을 동원해서 민족의식, 전통의식은 진보와 근대화의 장애물이다, 그것은 보수와 퇴보, 후진성의 징표이다, 이런 선전나발을 미친듯이 불어댑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격렬하게 손세를 쓰시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전통을 지키고 발전시키면 이기고 흥하고 영생합니다. 줴버리면 지고 먹히우고 망합니다. 망합니다!》 방안에 선풍이 휘몰아치는듯했다. 《우리는 그래서 문학예술의 혁명전통에 대해서도 그처럼 강조했던것입니다. 우리 문학예술의 혁명전통을 살리는데서 항일혁명투쟁시기에 창작된 불후의 고전적명작들을 영화로 옮기는것은 매우 중대한 사업입니다. 선차적의의를 가지는 사업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말씀을 끊고 생각에 잠기시였다가 알릴듯말듯 미소를 지으시였다. 《지금 세계에는 문화발전추이에 대한 괴이한 리론들이 많이 돌아갑니다. 어떤 론자들은 문화도 물처럼 높은데서 낮은데로 흐르기때문에 후진국의 문화는 선진국의 문화에 흡수용해되기 마련이고 세계문화발전에서 아무런 역할도 못한다는것입니다. 침략과 예속이 합리화되였던 지난 시기의 문화사는 그렇게 되였지만 모든 나라와 민족이 자주성의 기치를 높이 들고 나가는 현시대에는 그렇게 될수 없습니다. 오직 호상존중과 평등한 교류가 있을뿐입니다. 평등한 교류를 통하여 서로 아름답고 고상한것을 섭취하고 풍부화돼야 인류문화가 침략과 예속이 없이 건전하게 발전할수 있습니다. 또 어떤 환상가들은 당장 인류공통의 유일한 문화가 형성될것처럼 떠들면서 문화의 민족적전통은 빨리 극복되고 제거될수록 좋은것으로 주장합니다. 참 가소로운 일이지요. 우리 행성에 민족이 존재하고 민족성이 살아숨쉬는 한 민족적다양성을 배제한 그 어떤 단일한 인류문화란 있을수도, 생겨날수도 없습니다. 절대로 없습니다. 이건 본질에 있어서 강대국들의 문화에 다른 모든 민족문화를 예속시키려는 세계주의적반동리론입니다. 설사 그들의 가설대로 인류문화가 통일을 지향하며 흐른다쳐도 모든 민족들의 우수한 문화전통이 다 발현되여 하나로 융합될 때에라야만 지배와 예속, 모순이 없는 가장 리상적인 인류문화가 형성될것입니다. 어떤 작은 민족도 자기 문화로 인류문화를 풍부히 할 의무를 지니고있습니다.》 강철룡이 심취된 눈으로 그이를 우러러 쳐다보았다. 그이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안을 천천히 거니시였다. 《지금 일부 사람들은 우리가 날이 갈수록 주체의 기치를 더 높이 쳐든다고 세계의 흐름에 외면하여 고립주의로 나간다고 비난하고있습니다. 고립주의인가 아닌가는 앞으로의 결과가 웅변으로 말해줄것입니다. 우리는 문학예술도 혁명전통에 뿌리를 깊이 박고 철저히 우리 식으로 건설하여야 합니다. 우리는 앞으로 <온 사회를 주체사상화하자!>라는 구호를 전면에 더 높이 내세우자고 합니다. 우리 문학예술도 혁명전통에 철저히 기초하여 발전시켜야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에 더 잘 이바지할수 있고 세계에 주는 영향도 크리라고 생각합니다. 동무들은 이번 참관려행을 통하여 많은것을 깨달은것 같은데 우리 나라와 세계적인 문화의 흐름을 볼 때 정말 영화 한편을 만들어도 인민대중을 선도하는 주체의 기수, 백만대군을 키워낸다는 그런 기백과 진지성을 가지고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로영무와 최승진 그리고 강철룡은 하나같이 불타는 눈으로 그이를 우러러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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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아주 저물어 당중앙위원회에서 나온 세사람은 각기 제생각에 골똘하여 한마디 말도 없이 제1백화점앞에까지 걸어나왔다. 먼저 강철룡이 펄쩍 놀라며 외교부에 려권을 바치기로 한것을 잊었다고 했다. 그러자 로영무도 흠칫 놀라며 무슨 일로인지 영화총국장이 만나자고 했다는데 그냥 집으로 갈번했다고 걸음을 멈추었다. 모두 충격이 커서 그렇게 되였던것이다. 두사람과 갈라진 최승진은 혼자 집으로 가고싶지 않았다. 갈수도 없었다. 가슴에 끓어번지는 격정때문에 밤이 새도록 끝없이, 끝없이 걷고싶었다. 어디 구석진데 가 목이 터지도록 환성을 터뜨리거나 눈물을 쏟거나 어린애처럼 딩굴지 않고는 진정이 될것 같지 않았다. 그는 대동강유보도의 끝에서 끝까지 한번 또 한번 오르내리며 처절썩… 처절썩 기슭을 치는 강물의 시원한 기운에 가슴을 식히다가 모란봉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바람에 설레이는 나무가지들이 머리우를 스쳐지나갔다. 가시풀이 팔소매를 허비고 수풀이 다리에 휘감겨들었으나 그는 아랑곳없이 모란봉으로 올라가 산중턱의 잔디밭에 퍼더버리고 앉았다. 단숨을 몰아쉬였다. 선들바람이 화끈한 얼굴을 스치였다. 아득히 펼쳐져 하늘가에 잇닿은 수도의 불빛바다가 한눈에 안겨왔다. 대동강물결우에 떨어져 넘실대며 부서지는 옥류교와 강안유보도 가로등불빛들, 물결을 차고 날아오르는듯한 옥류관의 추녀, 층층을 이룬 창문들의 불빛과 색색의 네온등의 휘황찬란한 불빛들, 거리거리에 흐르는 자동차불빛들, 그 불빛들의 흐름을 현란하게 반사하는 포도, 달려가는 전차우에서 번쩍번쩍 이는 새파란 섬광들, 서평양쪽의 주택건설장이며 인민문화궁전건설장에서 끝없이 날아내리는 용접의 불꽃들, 밑에서 올리비치는 장명등의 환한 빛에 휩싸여 하늘로 날아오르는듯한 천리마동상… 갑자기 그 모든 불꽃, 불빛들이 하나로 녹아붙는가싶더니 쇠물빛의 바다로 되여 넘실대였다. (아, 나는 어떤 시대 예술인인가! 김정일… 저분은 자주시대가 낳은 인류문화의 탁월한 향도자이다! 세계적인 문예사상의 거장이다! 나는 오늘 세계문화발전의 전략을 들으며 거인적인 포부를 느꼈다. 우리 문화의 사명을 심장으로 깨닫게 되였다. 위대한 사상에 안받침된 우리 예술은 응당 세계일등급의 수준으로 뛰여올라야 하며 세계적인 감화력을 지녀야 한다!) 어느 하늘가에서 번개가 치는지, 가슴속에서 무엇이 폭발한것인지 우뢰소리의 장쾌한 메아리같은것이 온몸에 퍼지는듯하였다. 그는 걷잡지 못할 환희에 전률하다가 저도 모르게 벌떡 뛰여일어났다. (《꽃파는 처녀》를 맡자! 자기를 깡그리 연소시켜 명작으로 만들자. 김정일… 저분의 위업을 받드는 하나의 초석이 되도록 명작으로… 세계적인 명작으로!…) 온몸과 마음을 불사르는듯한 격정에 휩싸인 그는 얼빠진 사람처럼 숲속을 황황히 꿰질러나가다가 달빛이 부채살처럼 쏟아져내리는 나무밑에 우뚝 멎어섰다. 그리고는 저 멀리 밤노을이 벌겋게 타오르는 하늘가를 바라보며 헛소리처럼 나직이 중얼거리였다. 《명작으로… 명작으로… 저 퇴페예술의 흐름도 물리칠수 있는… 인간긍정, 인간옹호의 명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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