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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장
3
부나비들처럼 날아돌며 내리는 눈송이들이 외등들의 밝은 불빛에 유난히 반짝이는데 그 눈을 맞으며 촬영소정문에서 쏟아져나오는 사람들은 여느날의 퇴근시간과는 달리 하나같이 열기와 흥분에 떠서 떠들며 웃고 찬탄의 말들을 주고받으면서 활기에 넘쳐있었다. 그들은 쌍쌍이 짝을 지어 혹은 여럿이 떼를 지어 나오며 입김을 훌훌 날리면서 서로 가로채며 떠들어대는가 하면 명상적인 눈으로 하늘을 쳐다보며 상쾌하게 내리는 눈을 즐기기도 했다. 언제나와도 같이 정문앞의 큰길가에는 지나가던 행인 여럿이 몰켜서서 황홀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어느 영화에서 낯을 익힌 배우를 찾아보았는지 시무룩 웃기도 하고 자기들에게 기쁨과 교훈을 주고 인생의 진리를 깨우쳐주는 그들을 존경과 선망의 눈빛으로 오래 지켜보았다. 그러나 그 행인들은 영화예술의 창조자들인 저들도 알곡이나 남새를 생산하거나 기계나 양말, 우산같은것을 만들어내는 자기네와 다름없이 한평생 근면하고 정직하게 일해야 되는 정신문화의 근로자들이고 영화제작의 그 세계가 아무리 희한한데라고 해도 사회의 한부분인 이상 일반사회의 갖가지 생활정서와 감정, 욕구, 긍정과 부정, 량심과 비량심의 대결과 투쟁, 세태생활의 온갖 행복과 고뇌가 비껴들지 않을수 없으리라는데 대하여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것 같았다. 정문에서 계속 쏟아져나오는 사람들은 방금전에 끝난 광폭예술영화 《광풍》시사회에서 받은 충격때문에 흥분과 감격에 떠서 끝없이 심정들을 토로하는것이였다. 《정말 감동됐어!》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진 다음에도 나는 일어나지 못했어. 확실히 대작이요.》 《이보라구, 이제는 우리 영화도 소리치게 됐네.》 《언니, 불이 켜지고 모두 일어나서 박수를 쳐줄 때 최승진연출가 얼굴을 여겨봤어요? 여기저기에 머리를 숙여 답례하는 그 겸손한 모습, 수집은 미소, 아이 얼마나 우아하고 매력적인지…》 시간이 퍼그나 지나 사람들이 다 퇴근해나온 다음 고요가 깃든 정문으로 두사람의 그림자가 가지런히 걸어나왔다. 한사람은 키가 훤칠하고 언제인가 페결핵이라도 앓은듯 가슴이 꺼져들어가보이고 과묵하며 진중한 인상이고 다른 사람은 보기 좋은 중키에 름름하게 잘 생기고 중절모까지 써 인품이 준수하고 어지간히 세련된 모습이였다. 로영무와 최승진이였다. 그들은 외투주머니에 두손을 찌르고 묵묵히 걸어나왔다. 정문을 벗어나자 최승진이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허, 눈이 좀 오겠는걸.》 《오겠소…》 《이런 밤엔 한대포하고 끝없이 걸었으면 좋겠구만. 로형, 어디 조용한 식당같은데 가지 않겠소?》 《…》 로영무는 무슨 생각에 골똘했는지 아무런 대꾸도 없이 눈길을 아래로 떨구었다. 모자가 없는 그의 머리에 눈송이들이 하얗게 앉았다. 《가자구, 아무데나… 눈까지 오겠다, 얼마나 정서적인 밤이요.》 《…》 《어디 속이라도 말째오?》 《아니… 아니요.》 이때 정문안쪽에서 웬 처녀가 로영무를 찾으며 바람같이 달려나왔다. 분장미술가 장미혜였다. 처녀는 얼굴에 웃음을 가득 담고 로영무를 쳐다보며 웬 털모자를 내밀었다. 《이게 연출가동지 모자가 아니예요?》 《음?》 《시사실에 연출가동지 앉았던 의자밑에 떨어진걸 영사원아바이가… 몹시 흥분했던게지요? 아바이 말이 연출가동지가 시사회에 참가했다가 모자까지 잊고나간 일은 첫일이라나요. 호호호…》 처녀는 명절기분이 되여 두 연출가를 향해 밝게 웃다가 로영무의 얼굴에서 무엇인가 심상치 않은 기색을 느꼈는지 인차 얼굴색이 달라졌다. 로영무는 처녀가 어떻게 물러났는지 몰랐다. 그는 이 털모자를 통하여 남한테 내비쳐서는 안될 마음속의 부정한 비밀이 들켜나기라도 한듯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그래서 그 털모자를 머리우에 올려놓지 못하고 손에 쥔채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무슨 정신에 모자까지 잊고 나왔던가? 가슴이 저려나고 몹시 당황해졌던것만은 사실이였다. 시사실에서 터져오른 박수소리가 지금도 폭풍처럼 휩쓸어들며 자기 존재를 지푸래기처럼 아득한 공간으로 날려보내는것 같았다. 그는 영화가 그토록 찬사를 받을만큼은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연출가의 나래치는 환상이 그려놓은 현란하기도 하고 서정적이기도 하고 거창하기도 한 화폭들속에 비진실, 허위, 과장된 그 무엇이 숨어있는듯 했다. 화면들이 바람처럼 눈앞을 휙휙 날아지나갈 때마다 캄캄한 어둠속에서 일어나는 무언의 흥분과 감탄의 회오리속에서 그의 리성은 취해버린 감각을 흔들어깨우며 아니다! 아니다! 하고 몇번인가 속삭여주었었다. 불이 켜지고 모두 일어나 최승진에게 박수갈채를 보낼 때 그는 일어나지 못했다. 식은땀에 젖어 그냥 앉아있었다. 그러다가 자기에게로 쏠리는 몇사람의 눈길을 느끼고 황황히 일어나 아무런 의미도 담기지 않은 박수를 기계적으로 쳤다. (왜 그랬던가? 모두가 좋다는데 나는 왜 이런가? 나는 왜 모든 사람들처럼 흥분하고 감탄하지 못하는가. 예술을 하면서 한평생 경계해온 그것이 이리처럼 날카로운 이발로 내 량심을 물어뜯어 태를 쳐놓았단말인가? 최승진은 내가 아니다. 그의 사랑이 내 사랑이 아니고 그의 죽음이 내 죽음이 아닌것처럼 그의 성공이 내 성공일수는 없다. 이런 악명높은 론리에 량심과 리성이 썩어문드러졌단말인가? 아, 예술가를 비렬한으로, 추물로 만드는 악마중의 악마여…) 눈을 맞으며 천천히 걸음을 옮겨가던 로영무는 최승진이 자기를 여겨보는것 같아 고개를 돌렸다. 눈을 하얗게 뒤집어쓴 최승진은 의아한 눈길로 그를 지켜보며 걸음을 멈추었다. 《작품이 맘에 안드오? 그러면 그렇다고 터놓고 말해주오!》 로영무는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아니요. 좋소. 대단히 좋소. 이제 사회에 나가 돌아가면 인민들속에서 큰 반향이 일어날게요.》 《그럴가?》 《…》 《그렇다면 오늘저녁 기분이 왜 그렇소? 내가 풋내기들처럼 박수갈채에 떠서 경박하게 논게 아니요?》 《아니 여보, 무슨 그런 소릴 다 하오.》 그러자 최승진은 잠시 머리를 숙이고 말이 없었다. 자기 성공을 함께 기뻐해주지 않을뿐아니라 오늘 저녁의 자기 기분마저도 외면한다고 섭섭하게 여기는것 같았다. 그들은 영화예술인아빠트앞에서 여느때와 다름없이 인사말을 나누고 헤여졌지만 어딘지 모르게 서로 서먹한 감을 느꼈다. 한평생의 우정에 눈에 띄지 않는 금이 가기 시작한듯 하였다. 벗이 자기네 현관으로 사라진뒤에도 로영무는 마음이 무거워 흩날리는 눈발속에 그냥 서서 불빛이 밝은 그의 집 창문을 쳐다보았다. 문득 새로운 생각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아니다. 내가 그의 성공을 기뻐하지 못하는것은 그 어떤 추악한 감정때문이 아니다. 내 감각때문이다. 로둔해진 감각때문에 남들처럼 느끼지 못했던것이다.) 이렇게 생각하자 더러운 혐의의 멍에에서 벗어난듯 마음이 한결 개운해졌으나 인차 다른 괴로움, 로쇠에 대한 자각이 마음을 무겁게 눌렀다. 로영무는 허연 입김을 내불며 한숨을 길게 내쉬였다. (만약 나한테서 연출가로서 가져야 할 감각이 다 무뎌졌다면 남들의 웃음거리가 되고 손가락질을 당하기전에 물러나자. 젊은 동무들한테 자리를 내주고 다른 직무에 옮겨앉던지 어떻게 해야 하지 않을가… 예술이라는 세계엔 종신대통령제 비슷한 따위는 없으니까…) 로영무의 안해 성녀는 눈을 하얗게 뒤집어쓰고 어깨가 축 처져들어온 남편의 가방을 받아서 복도에 얼른 내려놓고는 손바닥으로 그의 어깨며 가슴팍, 잔등을 걸싸게 툭툭 쳐서 눈을 말끔히 털어주었다. 성녀는 남편의 상심한 얼굴을 흘깃흘깃 훔쳐보면서도 안팎이 다 영화바람에 춤을 추어서는 안된다는 제나름의 생활계률을 지켜 아무말도 묻지 않았을뿐아니라 완전히 둔감하고 무지한 아낙네처럼 태평스러운 얼굴이였다. 그러한 무관심에 습관된 로영무는 아무말없이 방에 들어가 안해가 들여온 밥상에 마주앉았다. 성녀는 밥상곁에 까치다리를 하고 웅크리고앉아 남편이 수저를 놀리는것을 지켜보다가 김치보시기를 가리키며 새독에서 꺼내온것인데 맛이 어떤가 좀 보라고 하였다. 로영무는 그 말에 응할대신 눈길을 들어 안해의 머리를 여겨보았다. 거기에는 인생의 서리가 애처로운듯 조심스럽게 내려앉아 희끗희끗한 오리들이 반짝이고있었다. 《내 머리에 뭐가 묻었수?》 성녀는 머리에 손을 올렸다. 로영무는 서글픔이 스민 다정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당신도 이제는 늙어가오. 천상 늙지 않을것 같더니.》 《원 새삼스럽게…》 《헝, 칠흑같던 머리칼이였댔는데…》 《이젠 흰오리들이 많아졌지요?》 그 한오리한오리가 어째 세였는지 잘아는 로영무는 말없이 머리만 끄덕여보였다. 《어떤이들은 보기 싫다고 염색이랑 하지만 나는 그러고싶지 않아요. 사람이 늙어가고 영생하지 못하는거야 어쩔수 없는 숙명이라는데 물감칠을 해서 나이를 감추어서는 뭘하우. 나는 오히려 오리오리 센 머리를 사람들한테 뻐젓이 자랑하며 다니고싶어요. 나는 한 예술가를 세상에 내세우느라고 한평생 궂은일마른일 가리지 않았다, 옛날엔 눈물을 랭수마시듯하면서 살아왔다 하고 말이예요. 우리 오랜 예술인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르는 햇병아리들이 우리 주름살과 백발을 무심히 보지 않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로영무는 허구프게 웃었다. 《허허… 당신은 언제봐야 락천가에 시인이라니까, 처녀때 이 거지류랑배우한테 오지 않고 시를 썼더라면 괜찮은 시인이 됐을거요.》 《그렇게 웃지 말아요. 내말이 어디 그른데가 있어요? 여보, 우리 겉은 늙어도 속은 시퍼래있자요. 당신은 더욱 그래요. 아까 들어오는걸 보니 맥이 다 빠진 령감같더라니까요. 가슴이 철렁했더랬어요. 당신은 연출가가 아닌가요? 좀 겉멋도 부리고 사치한 생각이랑 하라요. 내가 예전처럼 함부로 트집이랑 걸지 않을테니까. 아까 저녁녘에 승진선생댁에 가봤는데 부엌이랑 복도랑 방이랑 모두 새롭게 꾸려놓았는데 어찌나 정신이 드는지… 오늘 시사회가 있다고 술, 맥주까지 사다 찬장에 넣어두고 기다리지 않겠어요. 덜된 훈시는 잔뜩 하고 왔지만 우리 옛적 생각이 나면서 부러운 생각도 없지 않더라니깐요.》 《부럽더란 말이요? 욕심두… 우리 인생우에는 벌써 황혼이 비낀것 같소. 아름다운 황혼인지 어둑한겐지 모르겠지만… 한 예술가에겐 한시대만 차례진다는 말이 무슨 소린가 했더니 이제야 그뜻을 알게 된것 같소. 나에게 차례진 시대는 해방직후부터 전후복구건설시기까지인것 같소. 천리마시대가 시작되면서 나는 벌써 낡아지기 시작했소. 예술가로서의 내 생명은 분명히 끝나가오. 그래서 기회를 봐서 자리를 내놓고 다른데 물러앉을가 하는 생각도 없지 않소.》 안해는 눈이 휘둥그래져 남편을 쳐다보았다. 《여보, 당신 오늘저녁 어떻게 된 일이예요? 왜 맥빠진 소리만 해요. 예술을 그만두면 당신이 이 사회에서 무슨 일을 할수 있나요? 못하나 제대로 박을줄 모르는 당신이…》 《그런 걱정은 마우. 예전에 술주정뱅이 늙은 배우 한사람이 인생말년에야 자기 무능을 깨닫고 친구한테 직업을 바꿀 생각인데 배운 재간이 없다구 하소연했다우. 그때 그 친구라는 사람이 뭐라고 했는가 하니 사람으로 나서 일거리를 찾지 못한다는건 말이 안된다, 정 재간이 없으면 우체통옆에 혀를 내밀고 앉아있게나, 그럼 편지부치는 이들이 자네 혀바닥에 우표를 적셔 봉투에 붙일수 있지 않나. …이랬다우. 허허허…》 로영무는 눈물이 그렁하여 껄껄 웃고 안해는 침통한 얼굴로 남편을 지켜만 보았다. 이때 출입문쪽에서 손기척소리가 다급히 울렸다. 도발적인데가 있는 울림소리였다. 《강고민이예요…》 하고 안해가 속삭이고는 움쭉 일어나 달려가더니 반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구. 이런 날에 외투도 없이…》 복도에서 헐썩거리는 숨소리가 다가오더니 안해의 뒤를 따라 강철룡이 방에 들어섰다. 머리에 눈을 하얗게 들쓴 그는 속이 뒤틀린듯한 기색이였는데 열기가 번뜩이는 눈으로 로영무를 보며 헤식은 미소를 머금었다. 《요기를 해야 되겠습니까? 승진연출가네 집에 다 모였는데…》 로영무는 얼떠름해져 부연출을 쳐다보았고 성녀가 대꾸했다. 《그래요?》 《예- 그 집은 경사지요. 작품이 절찬을 받았으니까 연출실에서 다 오구 촬영가, 배우들도 여러명 찾아왔습니다.》 《여보, 왜 그냥 앉아있어요. 누구보다도 제일먼저 달려가야 할 당신이… 그 집에서 이상하게 여기겠어요.》 로영무는 안해의 재촉에 역증까지는 아니지만 어지간히 불쾌한 얼굴로 뇌까렸다. 《됐소, 무슨 큰변이 났다고 야단이요? 가면 될거 아닌가.》 성녀는 젊은 부연출에게 끌려가다싶이 출입문밖으로 나서는 남편의 뒤모습을 지켜보다가 문을 조용히 닫고 한숨을 내쉬였다. 남편이 측은하게 여겨져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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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는 여전히 눈송이들이 날리고있었다. 불빛이 환한 최승진이네 집 창문들에서는 떠드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앞에서 결패스럽게 걸어가던 강철룡이 갑자기 뚝 멎어섰다. 《연출가동지, 좀 생각해보십시오.》 그의 목소리는 거칠었다. 《왜 그랬습니까?》 《무얼?》 《저 작품이야 처음에 연출가동지가 맡은게 아닙니까. 해보지도 않고 왜 내놓았습니까? 그냥 했더라면… 에익, 분해요.》 그것은 사실이였다. 그때 로영무는 영화문학을 연구하고 연출대본을 쓰다가 몇가지 아리숭한 문제점에 봉착하였다. 그는 펜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그 문제점들이란 정치적으로 이렇게 저렇게도 해석될수 있는것이거나 새롭고 대담한 형상적시도인듯도 하였다. 영화문학작가에게 불안감을 고백하고 고치도록 설복해볼것인가. 그가 설복에 응하지 않으면 크게 론쟁을 벌릴것인가… 영화의 방대한 규모와 영화제작에 투입될 막대한 자금과 자재, 인원들이 떠오르자 가슴이 움츠러들었다. 그는 며칠 망설이며 번민하다가 자기 예술적개성에 전혀 맞지 않는다는 그럴듯한 미명하에 작품을 내놓겠다고 예술위원회에 제기하였다. 그때 그의 희한한 제기는 예술위원들에게 수긍되였을뿐아니라 탐욕을 모르는 순결하고 량심적인 예술가의 선행으로 인정되였으며 작품은 며칠후 최승진에게로 넘어갔다. 최승진이 작품을 완성하여 절찬을 받고있는 지금 그 일을 상기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는데 그의 방조자인 이 젊은 부연출만은 자기 성과를 남한테 빼앗긴것 같아 분해하는것이였다. 눈은 하염없이 흩날리고 불만의 소리는 계속되였다. 《가슴에 피가 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연출가동지를 나무랄겁니다.》 《나무란다?… 그러라지. 허허허…》 《연출가동진 위선자입니까 뭡니까, 웃음이 나와요?》 《그 심정이 리해되는 점도 없지 않지만 너무 지나쳐. 남이 성공했을 때 그런 감정을 품으면 못쓰네. 자극을 받아 분발하는건 좋지만 그러면 안되지, 그건 리기적인… 속물근성이야.》 《그러니까… 제가… 질투한다고 생각합니까? 오늘밤엔 제발 저를 건드리지 마십시오. 제가 분해하는건 바로 연출가동지 소심성때문입니다. 언젠가 연출가동지는 한 작가의 말을 빌어 아주 좋은 말을 해줬습니다.… 예술적착상이란 번개와도 같은것인데 번개는 주저와 소심성을 모른다고… 그 말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소심해졌습니까. 무엇이 두렵습니까. 실패… 사회적비난… 그게 두렵다면야 한걸음도 전진할수 없지요. 그리고…》 로영무는 노기가 번뜩이는 눈으로 젊은이를 쏘아보았다. 《왜 말을 끊어? 속을 더… 더… 털어놓으라구.》 강철룡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였다. 《좋습니다. 그 소심성을 버리지 못한다면 저는 연출가동지밑에서 부연출을 못하겠습니다.》 로영무는 갑자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핫하하… 대단하군, 대단해… 이 친구야, 성공이 그렇게 조급해나나?》 로영무는 이 청년을 여간 사랑하지 않았다. 강철룡은 제대군인출신으로서 아직 미혼이였으며 연극영화대학 통신학부 졸업반이였는데 향학열이 높고 정의감이 강한 청년이였다. 그는 세계적인 예술가들을 남몰래 경쟁대상자로 삼고 그들의 재능과 지성을 따라잡거나 앞설 목표를 세우고 자신에게 비상한 요구성을 제기하며 학습하고 탐구하였다. 그는 로임의 적지 않은 부분을 바쳐 신간도서들을 사들여 탐독하였는데 그 독서범위는 대단히 넓어 문학예술뿐아니라 력사, 지리, 정치경제학, 철학, 심리학, 생물학, 법학까지를 포괄하고있었다. 독서에 체계성이 약한것이 결함이지만 기억력과 리해력이 뛰여나 읽은 책들속에서 중요한 내용들은 거의다 머리속에 넣고있었다. 그는 남들이 습관과 타성에 의하여 범상하게 여기는 문제에 대해서까지 의문을 제기하여 공연한 론쟁을 불러일으켜 사람들의 눈에 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리고 머리에는 책에서 본 잡다한 격언들과 명언들이 가득차있어 일상생활과 예술론쟁들에서 그것들을 함부로 내휘두르는 인용벽때문에 동료들속에서 조롱을 당할 때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그런 조롱쯤에는 끄떡하지 않았다. 그는 사색형의 인간이면서도 양순하지 않고 대바르며 드센데도 있는 청년이였다. 연출가들은 자기가 작성한 연출대본에 의견을 제일 많이 내고 쩍하면 왕청같은 수정안을 들고나와 공연한 론쟁을 불러일으켜 제작단을 소란하게 만드는 그를 대체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여러가지 별명이 붙어다녔다. 강철학, 강고민, 강개탄… 되돌이 목록감 상 글 쓰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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