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

 

제 4 장 

5

 

  식당앞에서 얼굴이 갱핏하게 생긴 중년의 취사원아주머니가 머리가 희끗희끗한 작가의 팔소매를 붙잡고 안으로 끌어당기고있었다. 

《점심도 안들었는데 시장해서 어떻게 그냥 갑니까?》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들어가자요. 점심밥이랑 가마목에 남겨둔채로 있어요. 그냥 떠나보내면 우리라구 맘이 편하겠어요? 자, 어서요.》 

《됐습니다. 됐습니다. 밥값두 못하는 주제에 한끼쯤 건너뛰는게 무슨 큰일이겠습니까.》 

《아유, 촬영소에 섭섭한 일이 한두가지 아닌게군요. 그 편성원아저씨 말엔 탓하지 말라요. 어느 작가선생님하구나 다 언쟁을 해요. 도끼입이라니까요. 한번 주제가 어떻다- 하구 내리찍으면 수고스럽게 쓴 작품을 아예 결단내고만다니까요…》 

취사원아주머니는 그제야 김정일동지께서 촬영소간부들과 함께 식당쪽으로 걸어오시는것을 띄여보고 너무 놀라 열었던 입을 다물지도 못하고 굳어져버렸다. 

작가도 그이를 돌아보았다. 그는 팔소매를 붙잡은 채로 있는 취사원아주머니의 손을 밀어버리고는 그이앞으로 걸어와 반갑게 인사하였다. 

《새로 쓴 작품을 촬영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댔는데 어떻게 잘 됩니까?》 

《좀 찍다가 의견이 많이 제기돼서 고쳐야 할것 같습니다.》 

《그렇게 됐습니까?》 

《예… 고치겠습니다. 고친다음에 연출가하구 다시 작업하기로 했습니다.》 

《제기된 의견들이 접수되면 대담하게 고쳐서 더 좋은 작품으로 만드십시오.》

작가가 물러나자 그이께서는 총장만 남겨두고 뒤따르는 일군들에게 모두 자기자리로 돌아가서 일들을 하라고 이르시였다. 

그러시고 돌아서니 취사원아주머니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그이께서 총장의 안내로 박경섭이와 함께 식당으로 들어가니 취사장은 저녁식사를 지을 차비로 분주하였다. 취사장에서는 모두 네 아주머니가 일하고있었는데 두명은 조리대에 돌아서서 미역을 썰었고 한명은 쌀을 씻고 다른 한명은 가마를 부시고있었다. 아주머니들은 그이께 인사를 올리고는 하던 일들을 계속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 여기 취사장책임자가 누구냐고 물으시자 조리대우에 머리를 다소곳이 숙이고 미역을 손질하는척하던 아주머니가 돌아서 다시 인사를 하였는데 밖에서 작가를 끌어당기던 얼굴이 갱핏한 그 아주머니였다. 

《취사장을 좀 돌아봐도 괜찮겠습니까?》 

《예…》 아주머니는 수집음을 몹시 타는 성미인지 손등으로 입을 가리우며 가느다란 목소리로 대답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책임자아주머니를 따라 취사장안의 가마들이며 조리대, 식기장, 수도, 검식함, 식기세척대 등을 돌아보시였다. 취사장바닥에는 흰타일을 깔았는데 타일들의 짬에는 새까만 때가 끼였고 뒤문의 손잡이 둘레와 아주머니들의 취사복자락에도 무연탄검댕이가 어지럽게 묻어있었다. 그리고 장마철이면 비가 새는것인지 천정구석들에 누런 얼룩이 그려져있었다. 

《하루 급식인원이 얼마나 됩니까?》 

그이께서는 책임자아주머니에게 물으시였다. 

《많을땐 한 백명가량 됩니다.》 

《그 많은 식솔을 먹이자니 정말 수고가 많겠습니다. 그래 후방부에서 부식물이랑 제대로 공급해줍니까?》 

《예… 어떤때는 부식물때문에 속을 좀 썩입니다. 녀배우동무들한테랑 닭알, 우유, 닭고기 같은 만문하고 영양가높은 식사를 시켜야 살결두 보얗게 돼서 영화에 얼굴이 곱게 나오겠는데 공급이 제대로 안되면 정말 속이 상합니다.》

그 녀자는 말하면서 총장의 얼굴을 흘끔흘끔 훔쳐보았다. 

《아주머니, 총장동무 눈치를 보지 말고 하고싶은 말이 있으면 죄다 하십시오.》 

그 녀자는 갑자기 활기를 띠며 시원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원래 저는 성미가 못돼서 누구 눈치를 보면서 말하지는 않습니다. 그래 마음고생은 좀 했지만…》 

《말때문에 무슨 화라도 입은게지요?》 

《예… 그전에 구역식당에 있을 때에…》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별일이 아닙니다. 구역 급양지도원이라는 사람이 우리 식당에 자주 와서 점심을 공짜로 먹는게 아닙니까. 제집처럼… 그래 맞대놓구 싫은 소리를 한마디 했더니 인원축소바람에 태워서 저를 식당에서 내쫓았습니다.》 

책임자아주머니는 첫 인상에 내우를 몹시 하는것 같았는데 얼굴모색과는 달리 성미가 곧고 통쾌하며 입살도 어지간히 센 녀성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 성미와 이야기에 호기심이 끌려 두손을 허리에 올리고 웃음어린 얼굴로 물으시였다. 

《아니 그렇게 맥없이 쫓겨납니까. 예? 그런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가만있었단 말입니까?》 

《남자라는 사람이 그렇게 용렬하게 복수하길래 처음엔 입이 쓰거워 그냥 나와버렸습니다. 그랬다가 가만 생각하니 분해서 구역당에 제기했더니 목이 날아났습니다.》 

《핫하하, 그거 아주 잘했습니다. 시원하게 됐습니다. 하하하…》 

책임자아주머니도 손등으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제가 공연한 소리를 해서…》

《왜 공연한 소리겠습니까. 아주 재미나게 들었습니다. 사람은 정의감도 있고 주대도 있어야 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아주머니, 장마철같은 때 지붕에서 비가 새지 않습니까?》 

그 녀자는 처음 보시였는데 어떻게 이처럼 식당사정을 잘 아실가싶어 눈을 반짝이며 그이를 우러러 쳐다보았다.  

《금년에는 아직 큰비가 안와서 모르겠지만 작년에는 샜습니다.》 

《비가 새면 을씨년스러워 취사장일을 어떻게 마음편히 할수 있겠습니까?》 

《아이구, 정말 그렇습니다.》 

《그럼 왜 이런 문제를 제기해서 해결받지 못합니까? 아연도판 몇평방이면 알아보겠는데…》 

《여러번 제기도 하고 종업원총회에 나가 토론까지 했는데도 풀어안줍니다. 식당을 딴데 옮길 생각만 하면서… 요새 같아선 촬영소울타리밖으로 내쫓길것 같습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입니까?》 

《저 현상직장 등쌀에 보이라하구 우리는 탄불도 마음대로 쑤시지 못합니다. 보이라가 우리보다 먼저 쫓겨날것 같습니다. 영화필림에 먼지가 묻는다든지 필림현상이 깨끗하게 되지 않으면 저 현상직장에선 쩍하면 우리하고 보이라에 시비를 겁니다. 현상실에 탄재가 날아들어 그렇다고 야단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밥을 해야 그걸 먹구 영화도 만들게 아닌가 이렇게 해대고 현상직장은 필림을 깨끗이 뽑자면 식당하고 보이라를 멀리 내보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옥신각신이 계속되니까 누구나 지붕에서 비가 새는것은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것 같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한숨을 내쉬시였다. 

《알만합니다…》 

그이께서 현상직장까지 돌아보고 응접실로 돌아오시는데 아까 식당앞에서 만났던 작가가 복도에서 서성거리고있었다.

그는 김정일동지앞으로 다가오려는듯 옷깃을 여미며 쭈밋거리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벽쪽으로 물러서는것이였다. 머리가 희끗희끗하게 센 그의 기름한 얼굴에는 심각한 사색과 번뇌의 흔적이 력연했는데 눈동자는 그 어떤 갈망으로 불타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앞에서 걸음을 멈추시였다. 

《작가선생, 무슨 할 얘기가 있는게 아닙니까?》 

《아니… 저… 사실은 그냥 떠나자다가 너무 억울해서… 그래서 남았습니다. 제기된 의견들이 다 접수 안되는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이러지 말고 들어가서 이야기합시다.》 

그이께서는 총장에게 가서 일을 보라고 이르고는 작가를 데리고 응접실로 들어가시였다. 박경섭이도 따라 들어갔다. 

작가는 김정일동지께서 권하신 담배를 몇모금 빨고는 보일듯말듯 떨리는 손을 재털이에 내밀어 불을 꺼버렸다. 

《이번 영화가 몇번째 작품입니까?》 하고 그이께서 물으시였다. 

《저는 정말 재주가 없다나니 너무 적게 썼습니다. 다섯번째 작품입니다.》 

그는 해방직후부터 영화문학을 써왔는데 다작을 하는 작가가 아니였다. 그는 언제나 현실적인 문제를 잡아 모험을 경계하며 신중하게 쓰고 서두름이 없어 오래 심사숙고하면서 초고를 다듬고 또 다듬어 옥돌같이 단단하게 된 다음에 내놓는다는 평판이 있는 사람이였다. 

번개치는 재능은 보이지 않아도 실수는 적은 작가였다. 

《그전에도 영화를 찍다가 중단하고 작품수정을 한적이 있습니까?》 

《촬영을 하면서 대사나 장면을 고친적은 있지만 이렇게 아주 중단해버리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누가 중단하라고 했습니까?》 

《촬영소예술위원회에서 그렇게 결론됐습니다.》 

《작가도 예술위원회에 망라되여있습니까?》

《없습니다.》 

《자기 작품을 토론하는 그 예술위원회에 참가했습니까?》 

《못했습니다.》 

《아니 자기 작품의 운명이 결정되는데…》 

《아마 제기된 의견을 저한테 납득시키려다가 안되니 예술위원회를 열고 그렇게 결론한것 같습니다. 제가 집단의 의견을 무시하고 너무 고집을 부린것 같습니다.》 

《고집이든 뭐든 작가를 따돌려놓고 그렇게 결정한다는것은 너무 일방적이 아닙니까?》 

《제가 너무 의견을 듣지 않으니 촬영소측에서 분격한것 같습니다. 제가 화김에 그만 원고를 가방에 쑤셔넣으며 말을 지나치게 하는 바람에 모두 모욕감을 느껴서…》 

《어떤 말을 했습니까?》 

《정말 부끄럽습니다. … 나는 당신들의 서기가 아니다. 무식은 악마와 같은 힘을 가지고있다. 직위가 정의를 담보해주지는 못한다… 이런 소리가 튀여나가는바람에 모두 격분해서 들고일어났습니다.》 

《작가적인 인격을 버리고 그런 소리로 사람들을 모욕해선 안되지요.》 

《정말 그렇습니다. 저도 인차 후회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작가의 개성까지 무시하면서 이렇게 고치자 저렇게 고치자 하고 접어들 때면 가슴에서 피가 끓어번집니다. 론쟁과정에 저는 집단의 집체적의견을 외면하는 독선자로 몰리게 됐습니다. 작가는 언제나 혼자서 제 작품을 변호해야 합니다. 편성원, 연출가, 부연출… 촬영가, 부촬영… 지어는 배우들하고까지 혼자서 론쟁해야 합니다. 하나가 다수를 어떻게 이겨냅니까.》 

《그건 무슨 말입니까? 다수편에 언제나 정의가 있는건 아니지 않습니까. 만약 그렇다면… 다수편에만 정의가 있다면 사회와 력사는 한걸음도 전진하지 못했을것입니다. 과학기술이나 철학이나 사회운동에서 새로운 진리를 발견한 사람은 언제나 한두명의 선각자가 아닙니까. 작품이 이 지경이 됐는데 영화문학창작사에서는 어째 속수무책입니까?》

《촬영소가 우리 창작사의 의견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고있습니다. 우리 창작사에서 통과되여 넘어온 작품도 연출가 한명이 반대해도 벌써 곡절을 겪게 됩니다. 그래서 어떤 작가들은 처음부터 령리한 수를 써서 연출가가 하자는대로 합니다. 그러면 잡음이 없이 조용하게 영화가 만들어집니다. 그러나 그렇게 만들어나간것들은 례외없이 특색이 없고 무난한 영화들입니다. 저는 이젠 나이도 들었습니다. 작품을 그렇게는 만들지 못하겠습니다. 촬영소와 촬영소의 심부름군이 되는가 영화문학을 아주 그만두는가… 극단적으로 말하면 이렇습니다.… 당적량심이 있는 작가들은 번민하며 다 이렇게 생각하고있습니다.…》 

작가가 나간다음 김정일동지께서는 심각한 안색으로 응접실안을 걸어도시였다. 무거운 발걸음밑에서 쪽무이널마루가 비꺽거렸다. 

안락의자에 앉아있는 박경섭은 그이께서 작가의 말을 듣고 분격할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걸음을 멈추신 그이께서는 전혀 다른 말씀을 하시였다. 

《우리가 여기로 온다는것을 동무가 미리 알려줬댔소?》  

《예…》

 박경섭은 뜻밖의 물음에 어정쩡해져 자리에서 일어섰다. 

《누구한테 알렸소?》 

《주영도동무한테 알렸습니다.》 

《주영도동무한테? 그럼 그 동무가 어간에서 어쨌는가? 당권을 리용해서…》 

《예…?》 

《처음 만난 총장동무나 부총장들한테서는 판에 박은 자기비판밖에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소. 기본부서들인 연출실, 촬영실, 배우단에서도 같았소. 우리가 오늘 알게 된 사실은 촬영소실태의 백분의 일도 안되는것일거요. 실내촬영장이나 식당에 가지 않았더라면 이백분의 일도 모를번했소. 작가동무의 말만 들어봐도 얼마나 심중한 문제들이 있소. 진실을 말하지 못하도록 누군가가 사람들을 구속하고있다면 이건 더 심중한 문제요. 알아보오.》 

그이께서 떠나신 다음 박경섭은 당위원회로 찾아가 주영도비서를 만났다. 

박경섭은 에돌지 않고 터놓고 물었다. 

두 당일군은 장의자에 가지런히 앉아 오래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영도는 몹시 흥분하여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이따금 모두 숨을 내쉬면서 심정을 토로하였다. 

《비판을 받거나 추궁을 받아도 할수 없습니다. 나는 자기 신념으로 그렇게 했습니다. 당밥을 먹으면서 예술인들속에서 사업하는 과정에 나한테는 그들에 대한 확고한 인식이 생겼습니다. 땀으로 미역을 감으며 강쇠를 벼려내는 로동계급하고는 다릅니다. 완전히 다릅니다. 총장동무나 부총장들도 다 예술인출신이기때문에 간부가 된지 오래지만은 감정상으로는 그들과 3, 4촌간은 됩니다. 활 풀어놔보십시오. 그들 입에서 무슨 소리가 나올지 모릅니다. 요새 몇개 제작단에 소형뻐스를 배치해줬는데 어떤 현상까지 생기는지 압니까? 촬영나갈 때 뻐스만 없으면 떠나기 싫어하고 별 불평을 다 부립니다. 전쟁때 어떻게 영화를 찍었습니까, 촬영기와 필림을 넣은 배낭을 메고 전사들과 함께 행군하고 돌격전에도 같이 참가하면서 촬영하지 않았습니까. 전쟁직후 재더미만 남은 페허속에서 어떻게 영화를 만들어냈습니까.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얼마나 좋은 조건입니까. 이만하면 무슨 불편이 있겠습니까. 그런데 좀 보시오. 당에서 영화에 깊은 관심을 돌려주니까 엉석이 드는지 별의별걸 다 요구해나섭니다. 고급촬영차, 립체록음기, 최신형촬영기… 김정일동지께서 자주 나오시는데 습관이 돼서 천진하다고 할지 그이앞에 별의별 문제를 다 제기하는 동무들이 있습니다. 김정일동지가 어떤분입니까!… 나는 당적인 량심으로 그런 불손을 묵과할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침에 전화를 받고 간부들과 직장 부서 세포비서들한테 그이앞에서 언행을 조심하고 정중히 할데 대하여 단단히 주의를 주었습니다. 당원들의 이런 심정을 리해해주기 바랍니다.》 

울분속에 진심을 토로하는 그의 말에 박경섭은 가슴이 뜨거워지지 않을수 없었다. 

깊은 밤중 집무실에서 박경섭의 보고를 끝까지 듣고 나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신중하신 안색으로 한동안 아무 말씀도 하시지 않았다. 

《만약 모든 당일군들이 그 동무처럼 사람들의 입을 봉해버리면 우리 둘레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침묵의 장벽이 둘러쳐지고 우리는 인민대중으로부터 격리되고마오. 눈이 밝아도 보지 못하는 소경이 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가 되오.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주영도… 그 동무한테 단단히 주의를 주오. 다시 그래선 안된다고,… 알겠소?》 

《예…》 

《그 동무가 전쟁시기 영화예술인들의 투쟁정신을 상기하면서 오늘의 예술인들을 비판하는것은 옳소. 전적으로 옳소.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정신적령역에 한한 문제요. 물질기술적조건에 대해서까지 과거의 시점에 서서 그렇게 생각해서는 전진할수 없소. 오늘의 예술인들이 더 좋은 기술기재를 요구한다고 비난해서는 안되오. 그들의 요구에는 현시대의 영화기술발전에 뒤떨어지지 말자는, 따라앞서자는 강렬한 지향이 반영되여있지 않는가, 나는 그걸 보오. 앞장에서 기술혁명을 선도해야 할 당일군이 과거의 시점에서 그런 관점을 완고하게 고집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이께서는 몹시 흥분하여 단숨을 몰아쉬다가 양복저고리 단추를 우로부터 하나 또 하나 끌러놓으시였다.

《주영도동무뿐이 아니요. 요즘 그런 관점은 우리 일군들속에서 상당히 퍼져있소. 류행병처럼… 그들은 우리 현실을 과거하고만 종적으로 비교하면서 왜정때에 비하면 오늘은 얼마나 조건이 좋은가… 자만자족하고있단말이요. 기술을 공부하지 않고 세계추세도 모르니 우물안의 개구리처럼 될수밖에… 세계와 횡적으로… 횡적으로도 비교하고, 우리 리상의 높이에서 현실을 직시하면서 분발하고 분발해야겠는데 저 총장을 보오. 얼마나 무사태평인가!》 

그이의 음성에서 열기가 풍기였다. 

《전공출신 조명사를 놓고 천정밑에서 거미처럼 날래게 기여다닌다고… 기술적락후성을 통탄할대신… 거미… 거미… 거미가 뭐요. 사람의 육체적기능을 거미의 본능과 비교하면서 칭찬하고있단말이요! 이래가지구야 어떻게 전진하는가, 발전하는가?》 

그이의 음성이 방안공기를 흔들었다. 그이께서는 격한 음성으로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박경섭은 락후성과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그이의 가슴속에서 어떤 분노의 파도가 이는가를 온몸으로 느끼고있었다. 그는 세찬 열풍앞에 선듯 숨이 컥컥 막혔다. 

《동무는 그 전공을 보면서 가슴이 저리지 않았소? 여태 이런걸 모르고있었소?》 

《…》 

박경섭은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여 눈을 내리뜨고있었다. 이마에서 더운 땀이 흘러내렸다. 가슴이 발기발기 찢기는듯 아파났다. 

《내가 오늘 어떻게 참았는지 모르겠소. 오늘 만난 작가동무 말만 들어도 우리 영화창조체계에는 확실히 자본주의적요소가 있고 우리 식이 아닌것도 적지 않게 끼여있소. 이러한 체계로써는 영화예술을 왕성하게 발전시킬수 없소.》 

그이께서는 영화문학창작사의 독자적인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며 영화문학심의위원회를 내오고 거기서 심의하여 통과된 작품은 촬영소에서 그대로 찍도록 하는 체계를 세워야 한다고 하시였다.

이어서 실내촬영장의 조명장치들을 완전히 자동화하고 보이라와 식당을 전기화하여 촬영소구내의 공기를 맑게 하며 빠른 시일안에 영화문학창작사를 건설하고 촬영소도 웅장화려하게 개건하자고 하시였다. 

박경섭은 손등으로 이마의 땀을 씻으며 그이의 말씀을 사업수첩에 속필로 적어나갔다.

 

 

 

 이전페지  차례  다음페지 
되돌이 목록
감 상 글 쓰 기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22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