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

 

제 3 장

6

 

 

 이튿날부터 촬영소의 사업과 생활에서 놀라운 전변이 일어났다.

친애하는 김정일동지께서 예술영화 《유격대 오형제》를 비롯한 혁명전통주제의 작품들을 지도하시면서 영화혁명을 위한 전반적인 준비사업을 령도하시는 한편 항일혁명투쟁시기에 창작된 극작품들을 영화로 각색하는 거창한 사업을 이끌어주시였던것이다. 그리하여 《피바다》, 《한 자위단원의 운명》 등이 제일 먼저 영화문학으로 옮겨졌으며 연출가들이 앞을 다투어 그 작품들을 맡아나섰다. 

친애하는 김정일동지의 정력적인 지도로 예술영화 《피바다》가 맨선참으로 제작완성되였다. 

《피바다》를 만든 젊고 재능있는 연출가는 그이의 지도에 고무되여 인차 《한 자위단원의 운명》의 연출대본을 끝내고 벌써 촬영에 진입하였다. 그러나 최승진은 작품을 선뜻 골라잡지 못하고 이것저것 연구만 하였다. 전번의 실패때문에 매우 심사숙고하는것 같았다. 

로영무는 어느 한 작품을 맡지 않고 작품을 담당한 연출가들을 돕게 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자주 촬영소로 나와 형상창조과정을 친히 지도하시였으며 항일혁명투쟁시기 연예활동에 참가했던 녀성투사들과 작가, 예술인들의 좌담회를 여러번 마련하여주시였다. 

녀성투사들은 작품들의 줄거리를 실감있게 들려주었을뿐아니라 극적인 장면들에서는 주인공과 방계인물들의 연기까지 생동하게 재현해서 보여주었으며 무대에서 부르던 노래와 선동연설까지 들려주었다. 로혁명가들의 청춘시절을 상상시켜주는 그 노래와 선동연설들은 시대의 절절한 호소처럼 예술인들의 가슴을 울리였다. 그 노래와 연기들은 록화기와 록음기에 수록되였다.  

로영무는 박경섭에게 떠밀려 늘 김정일동지 가까이에 서서 그이의 말씀을 듣게 되였다. 

그이의 말씀은 언제나 담담한 의사표시만이 아니였다. 지향이 뚜렷한 열정의 분출이였으며 달성하려는 목표에로 심장들을 떠미는 강렬한 호소였다. 그러면서도 대언장어의 과장이나 미사려구의 치레가 없고 여러번 추고된 문장처럼 표현들이 정확하고 세련되였는가 하면 소박하고 솔직한 심정토로로 하여 가슴에 차분히 젖어드는것이였다. 

그이의 말씀은 부드럽기만 하지 않았다. 날카로운데도 있었다. 결함을 지적하실 때에는 에돌지 않고 단호하고 단도직입적으로 그 본질을 찌르는것이였다. 

그이의 말씀은 해박한 지식으로 충만되여있었다. 그러면서도 지식이 그대로 생경하게 드러나지 않고 누구나 알기 헐하게 쉬운 말로 풀이되는것이였다. 

로영무는 가까이에서 그이의 말씀을 듣고나면 언제나 눈앞이 환히 열리고 가슴이 넓어지고 마음이 순결하게 정제된듯한 기쁨을 느꼈다. 그러나 그것이 진리의 감화력때문이라는데 대하여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였다. 

그는 김정일동지의 말씀들에서 새로운 미학적개념들과 독창적인 견해들을 자주 듣게 되였는데 어떤때에는 얼떠름해져 의혹에 찬 눈길로 그이를 지켜보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런 눈치를 민감하게 포착하고 매번 설명을 보태여주시군하였다. 

로영무는 수첩을 따로 장만하여 날자별로 그이의 새로운 말씀들을 적어나갔다. 

  

    ×월 ×일 

수천수만년후에는 문학예술이 없어지겠는가? 아니다. 인간이 정신생활을 하는 한 존재하며 발전한다. 인간이 자연과 사회의 구속에서 멀리 벗어나 의식주에 대한 걱정이 없어지면 정신생활이 더욱 풍부해져 문학예술에 대한 요구는 더 높아지게 된다. 

 

  ×월 ×일 

문학은 인간학이다. 산 인간을 그리며 인간에게 복무한다는데 문학의 본성이 있다.

  

  ×월 ×일

작품에는 사상적알맹이, 핵이 똑바로 박혀있어야 한다. 과학론문의 경우도 같다. 맑스도 그의 경제학설의 핵인 잉여가치법칙을 발견한 다음에야 비로소 그것을 핵으로 하여 《자본론》을 쓸수 있었다. 

종자란 작품의 핵으로서 작가가 말하려는 기분문제가 있고 형상이 뿌리내릴 바탕이 있는 생활의 사상적알맹이이다. 

작가는 종자를 똑똑히 골라잡고 깊이 파악한 기초우에서 주제를 구체적으로 세워놓아야 한다. 주제는 종자에 의하여 규정되고 제약된다. 

 

  ×월 ×일 

문학예술이 사람들의 혁명교양에 이바지하려면 사람들의 혁명적세계관이 형성되는 과정을 잘 그려야 한다. 

그 과정은 크게 세단계로 나눌수 있다. 

1단계는 착취계급과 착취사회의 본질을 인식하는 단계, 2단계는 투쟁의 각오를 가지게 되는 단계, 3단계는 공산주의자로서의 고상한 사상정신적풍모를 갖추는 단계이다. 

 

  ×월 ×일 

부피가 크다고 대작인가, 규모는 작아도 사상적내용이 깊고 풍부하면 얼마든지 대작으로 될수 있다. 

형상의 집중화, 이것은 내용을 대작으로 만드는데서 중요한 방도의 하나이다. 

 

  ×월 ×일 

생활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그리는가? 이것은 사실주의와 반사실주의, 혁명적문학예술과 반혁명적문학예술을 갈라놓는 분기점이다. 

우리가 묘사대상으로 삼은 생활이란 자연을 정복하고 사회를 개조하는 사람들의 창조적활동이며 투쟁이다.

 

   ×월 ×일 

구성은 종자에 기초하여 생활의 진실에 맞게 세워야 한다. 영화의 구성은 단순히 사건조직으로 되여서는 안된다. 감정조직으로 되여야 한다. 사건조직과 감정조직을 일치시키라! 

 

  ×월 ×일 

영화의 매 장면에는 극이 있어야 한다. 극이 생활에서 대립과 투쟁의 반영이라고 하면 장면은 그 투쟁과정의 작은 부분이다. 장면에서는 저마다 자기 과제를 해결하려는 대립되는 인물들이 나타나야 하며 그들의 극적관계가 맺어지고 극발전의 요소들이 쉬임없이 싹트게 되여야 한다. 

 

  ×월 ×일 

독창성은 창작의 본성이다. 

예술은 언제나 다양하고 독창적이여야 한다! 

 

  ×월 ×일 

틀은 금물이다! 

백명의 작가가 작품을 쓰면 백가지 작품이 나와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것은 한틀에 찍어낸것과 같은 판박이 작품이 아니라 다양하고 특색있는 작품이다.

 

  ×월 ×일 

연출가는 창작단의 사령관이다. 그는 예술창조사업과 제작조직사업, 사상교양사업을 다같이 틀어쥐고 창작단의 모든 성원들을 영화창작에로 이끌어가는 사령관이다. 

사람과의 사업을 기본으로 하는 우리 식의 연출체계를 세워야 한다. 

직승기는 백두밀림의 상공을 날고있었다. 《피바다》의 촬영현장을 찾아… 

김정일동지께서는 곁에 앉아있는 로영무에게 열정적으로 말씀하시였다. 

《한사발도 안되는 범벅을 놓고 벌어지는 생활을 통해서 어머니와 원남이, 갑순의 호상관계, 그들의 구체적인 사상감정을 생동하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원남이는 몇덩이 되지 않는 범벅을 게눈감추듯 먹어치우고는 누이동생의 그릇을 넘겨다보며 <벌써 다 먹었구나.>하며 서운해합니다. 철이 없으니까요… 갑순이는 언제나 자기들때문에 헐벗고 굶주려오는 어머니를 생각하여 한개만 먹고 나머지는 당반에 얹어두었다가 자리에 누운 어머니에게 줍니다. 어머니의 가슴에는 자식들을 한번 배불리 먹이지조차 못하는 애달픔과 울분이 차넘칩니다. 이렇게 이 장면을 잘 형상해야 합니다. 생활속에 투쟁이 있고 투쟁속에 생활이 있습니다.》 

기창으로 굽어보니 아득한 밑에서는 천리수해의 백두밀림을 가로 째고 곧게 뻗은 《갑무경비도로》가 흘러가고있었다. 그것은 장군님께서 조국으로 진출한 조선인민혁명군부대들을 《일행천리》전술로 이끌기 위하여 개척하신 진군로였다. 

문득 뜨거운 생각이 로영무의 가슴을 쳤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지금 인류예술사상 류례를 찾아볼수 없는 새로운 미학적개념들과 범주들과 독창적인 해석들로써 우리 예술이 나갈 진군로를 개척해주시는것이 아닌가. 그래서 우리는 《일행천리》로 내달리는것이 아닌가.… 

기창으로 아래쪽을 내려다보시던 그이께서 문득 로영무를 돌아보시였다. 

《최승진동무는 뭘하고있습니까?》 

《그냥 방구석에 배겨 작품들만 뒤적거리고있는데 곁에서 보기 참 딱합니다. 남은 벌써 두번째 작품에 착수했는데…》 

《어느 작품을 맡고싶다든지… 그런 의향은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런 소리 한마디 없습니다. 성미가 불같은 사람이 어떻게 된 노릇인지…》 

《그럴수 있습니다. 전번에 얼마나 큰 타격을 받았습니까. 예술가가 성장하는 과정에 그런 침묵기도 있을수 있습니다. 그를 자극하지 마십시오. 충분히 생각하도록… 마음에 꼭 맞는 작품을 골라잡고 한껏 구상을 무르익히도록… 절대 건드리지 마십시오.》 

직승기는 삼지연에 내렸다. 그이께서는 로영무와 함께 승용차로 《피바다》촬영현장인 신파쪽으로 곧 떠나시였다. 

승용차가 신파읍이 지척인 나지막한 고개마루에 오르니 저밑의 옴폭하게 후미진 골안에 널려있는 옛날 화전민들의 산전막같은것들이며 그앞에 하얗게 몰켜선 사람들이 굽어보였다. 그들속에서 무엇인가가 번쩍번쩍 해빛을 반사하였다. 조명용 반사판인것 같았다. 

승용차가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골안에 들어서자 람루한 옷차림의 《화전민》들이 환성을 터뜨리며 달려왔다. 

차에서 내린 김정일동지께서는 달려와 매달리는 연출가와 촬영가, 배우들의 손을 하나하나 뜨겁게 잡아주시였다. 얼굴이 몰라보게 깎이고 손발이며 옷이며 얼굴이 모두 흙빛이 된 그들은 물기어린 눈만 반짝이며 그이의 손을 잡고 놓을줄 몰랐다. 

김정일동지게서는 놀란 안색으로 그들을 둘러보시다가 을남의 까까중이머리를 옆에 끼시며 물으시였다. 

《아니 모두 어째 이렇게들 상했습니까?》 

젊은 연출가가 어줍게 웃어보이며 말씀드렸다. 

《이 동무들이 시대상을 내자고 식사를 영 안합니다.》 

《그거야 분장으로 해결해야지. 식사를 안하면 됩니까?》 

《분장으로는 실감이 덜 납니다. 30년대 화전민들의 굶주림과 가난… 수난상을 보여주자면 별수 없습니다.》 

《안됩니다. 연출가동무가 책임적으로 식사를 시켜야겠습니다.》 

《처음엔 저도 강제로라도 시키자고 했는데 모두 적게 먹으니까 어쩌는수 없습니다.》

《이러다간 큰일이 나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목이 가늘어진듯한 을남의 까까중이머리를 쓸어만지시며 못내 가슴아프신듯 측은하게 물으시였다. 

《을남이는 한끼에 얼마나 먹나?》 

소년은 그이를 쳐다보며 어리광스럽게 웃었다. 

《많이 먹습니다!》 기운찬 목소리였다. 

모두 유쾌하게 웃었다. 

《동무들, 촬영이 끝나면 집단휴양을 하든지 어떻게 합시다.》 

그이께서는 을남의 손을 잡고 산전막쪽으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모두 그이를 에워싸고 기쁨과 흥분에 설레이며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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