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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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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이 부서지는 삼지연의 수면은 고즈넉한 정적속에 들려오는 발자욱소리에 귀기울이며 유유히 설레이는듯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모래자갈이 깔린 못가를 오르내리며 끝없는 사색에 잠기시엿다. (백두산… 아, 얼마나 아름답고 장엄한가… 산줄기들도 저 백두산에서부터 시작된다. 백두산은 조국강산의 시작점… 우리 민족정신의 시발점, 그 기초가 아닌가. 백두산의 기상, 백두의 혁명정신이 우리 정신문화의 기초로 골조로 된다면… 강철골조의 건축물처럼 어떤 바람이 불어쳐도 절대 흔들리지 않을것이다. 그렇기때문에 수령님께서 혁명전통을 고수발전시킬데 대하여 거듭 강조하고계시지 않는가! 백두의 혁명정신… 항일선렬들의 사상과 감정은 어디에 간직되여있는가? 항일전쟁의 전설속에, 생존해계시는 투사들의 심장속에도 있지만 그것은 무엇보다도 항일무장투쟁시기에 창작된 문학예술작품들속에… 바로 그속에 그 사상감정의 전형화된 정수가 생생한 형상으로 고스란히 간직되여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정신문화의 크나큰 재부가 아닌가! 이 재부, 항일대전이 후세에 남긴 문학예술유산이야말로 우리 문학예술의 토양으로 되여야 하지 않는가. 이 토양에 뿌리를 깊이 박고 그 자양분을 고스란히 섭취하며 자라나야 우리 예술이 아름답고 억세게 꽃피여날수 있다. 이 토양이 바로 우리 문학예술이 뿌리박아야 할 전통이 아닌가!) 못가에 우중충하게 자라오른 숲이 솨-하고 시원한 기운을 풍기며 설레였다. (민족예술의 전통이 없으면 참된 예술이 있을수 없다. 어떤 민족의 경우에도 자기 예술의 전통을 무시한 예술류파들은 허파에 바람이 든 녀자들의 류행복처럼 일시적으로는 사람들을 현혹시키다가도 인차 외면과 배척을 당하여 하루살이 운명을 면치 못한다. 그것은 민족의 기호와 인류공통의 본성에도 맞지 않기때문이다.… 우리 예술이 곡절과 파동을 겪는 근본원인은 다른데 있지 않다. 우리 문학예술이 자기 혁명전통을 똑바로 찾지 못했고 거기에 뿌리를 깊이 박지 못했기때문에 좀 바람이 불면 흔들렸다. 원인은 바로 여기에 있다. 예술이 꽃이라면 전통은 그 줄기이고 뿌리이다. 예술이 푸르싱싱한 숲이라면 전통은 그 숲이 뿌리박은 비옥한 토양이다. 예술이 아름다운 용모의 인간이라면 전통은 그 우수한 혈통이다. 예술이 생명세계라면 전통은 강력하게 계승되는 유전인자사슬이며 그 생명력의 무궁한 원천이다!…) 삼지연에 어린 별들은 숨을 죽이고 그이의 사색에 귀를 기울이는듯했다. 이튿날 평양으로 돌아오신 그이께서는 인민학교에서 대학까지의 국어문학교과서들과 예능부문의 모든 교재들을 친히 살펴보시였다. 항일무장투쟁시기에 창작된 작품들이 체계적으로 소개된것은 없고 혁명가요 몇편이 편찬되였을뿐이였다. 문학예술부문 대학과 학부들의 교재에도 나은 점이 조금도 없었다. 몇해사이의 문예도서출판목록을 보아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예술단체들의 공연목록에도 혁명가요 두세편이 올라있을뿐이였다. 어느날 그이께서는 혁명박물관을 찾으시였다. 박물관의 호실들에는 항일무장투쟁과 관련된 유물들은 시기별, 부문별로 체계정연하게 전시되여있었으나 문학예술유산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단지 어느 호실의 유리장속에 한 항일투사가 혁명가요들을 적어넣은 자그마한 수첩 한권이 댕그랗게 놓여있을뿐이였다. 이 현실을 통하여 그이께서는 우리 정신문화의 허약한 기초를 느끼실수 있었다. (수령님께서 혁명전통계승에 대해 그토록 강조하시였고 그래서 획기적인 조치들이 수없이 취해졌는데 왜 예술전통에 대해서만 이토록 소홀히 해왔는가. 이 부문 일군들과 학자들은 도대체 무엇을 했단말인가.) 그이께서는 여러날에 걸쳐 평양시내에 있는 항일투사들의 집을 친히 찾아다니며 항일무장투쟁시기에 창작공연된 문예작품들을 깊이 료해하시였는데 그 까닭을 아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며칠후 김정일동지께서 타신 승용차는 조차장다리를 지나 촬영소쪽을 향해 바람속을 달리였다. 차안은 아늑하였다. 운전수곁에 앉아있는 박경섭은 뒤좌석에 앉아 내내 말씀이 없는 그이의 사색을 중단시킬가봐 차앞으로 날아드는 길만 하염없이 내다보고있었다. 그이께서 문득 말씀을 건네시였다. 《오늘은 서부상을 데리고 나가자고 했는데… 의견도 나눌겸…》 《그래서 전화로 알아보니 대극장에 나갔다고 했습니다.》 《대극장에?》 《예… 이번 백두밀림의 사적지들을 돌아보고 오신데서 큰 충격을 받은것 같습니다. 사흘전에 저를 찾아와서 자기는 혜산에 있으면서 백두밀림의 바람피해에 대한 소식을 듣고도 청봉에 가볼 생각조차 못했다고 몹시 괴로와했습니다.》 《부상동무가 그랬소?》 《예… 이번 사실에서 자기 과오의 깊은 원인을 깨달았노라고 했습니다.》 《그랬소?》 하고 김정일동지께서는 저으기 기뻐하시였다. 《예…》 《일시적으로 과오는 범했지만 아주 량심적인 사람이요. 마음이 곧고 깨끗한 사람이요. 그런 사람은 자기를 고쳐나갈수 있소.》 《요즘 대극장에 나가 창작가들과 함께 밤을 패면서 창조사업을 지도하고있답니다.》 《뉘우치고 분발하는건 좋은데 너무 무리하지는 말라고 이르오. 성미가 유한 그런 사람들이 한번 욱하면 무섭소. 자기는 물론 남들도 돌보지 않을수 있소.》 얼마후 승용차는 축축하게 젖은 포도우에 바퀴자리를 내며 정문을 지나 촬영소마당으로 조용히 미끄러져들어갔다. 촬영소안에서는 긴장된 창조생활이 흐르고있는것 같았다. 마당 여기저기에서는 필림통이며 촬영기재, 의상 같은것을 안고 든 사람들이 빠른 걸음으로 오고갔으며 배우단건물앞에 세워놓은 중형뻐스에 어디로 현지촬영 떠나는지 십여명의 예술인들이 서둘러 올라타고있었다. 행정부서들이 자리잡은 낡은 2층 건물현관에서 순사복차림의 사람과 람루한 로동복차림의 청년이 걸어나왔다. 그들사이에 무슨 소리가 오갔는지 순사가 칼을 빼들자 로동청년이 비호처럼 달려들어 《놈》의 칼쥔 손목을 덥석 잡아 비틀었다. 운전수곁에 앉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촬영소에 들어오던 박경섭은 차창으로 비쳐드는 그런 광경에 당황해져 이마에 식은 땀이 내배는듯하였다. 그이께 망측한짓을 보여드리는것 같아서였다. 뒤좌석의 김정일동지께서도 그들을 내다보시였는지 웃음어린 음성으로 물으시였다. 《저기서는 연기훈련을 합니까?》 《그저 장난질인것 같습니다. 배우들이 아니고 찬조출연에 동원된 동무들입니다.》 차가 서서히 멎었다. 순사복을 입은 사람과 로동복차림의 청년은 차에서 내리시는 김정일동지를 알아보고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이께서는 밝게 웃으시며 두사람앞으로 다가가시였다. 두사람은 허리를 굽혀 그이께 인사를 드렸다. 《수고합니다.》 그들은 못된 장난질을 하다가 들켜난 소년들처럼 벌개진 얼굴에 어색한 미소를 띠였다. 박경섭은 그제야 순사로 분장한 강철룡이를 알아보았다. 《아니, 연출실에서도 찬조출연에 동원되오?》 《인원이 모자라서…》 《최승진연출가는 지금 무얼하오?》 《기자들을 위한 시사회가 있어 중앙영화보급사에 나간다고 했습니다.》 《연출가동무한테 떠나는걸 중지하고 총장실에 오라고 하오.》 강철룡의 눈에 대뜸 긴장한 빛이 어리였다. 9시가 되여오자 넓다란 총장실은 촬영소의 간부들과 예술인들로 가득찼다. 그들은 벽에 붙여놓은 안락의자들에 빼곡이 들어앉고도 자리가 모자라 나무의자들을 두줄로 놓고 거기에 앉았다. 주영도비서가 출입문곁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을 맞아 어디에 가앉으라고 자리를 정해주었다. 사람들은 총장곁에 앉아계시는 김정일동지를 첫눈에 알아보고 순간에 자기자리로 찾아갔다. 최승진은 좀 뒤늦게 왔다. 그는 주영도가 가리켜준 응접탁둘레에 빈자리가 없는것을 인차 눈치채고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듯 구석쪽으로 들어가 장치직장장곁에 걸터앉았다. 그는 작품이 실패한 다음부터는 이런 모임같은데서 앞에 나앉기를 저어했던것이다. 응접탁둘레에는 부총장들과 오랜 예술인들이 앉아있었는데 예술부총장 다음에 앉아있는 로영무가 목을 길게 빼들고 굳이 뒤구석으로 가 사람들속에 묻혀버린 그를 돌아보고는 자기 옆자리에 앉은 한기석을 흘깃 훔쳐보았다. 한기석은 그 눈길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것 같았다. 그는 의젓하게 앉아있었는데 누군가의 부주의로 응접탁우에 떨어진 종이오리 같은것을 얼른 집어 호주머니속에 감추어버렸다. 최승진은 아침일찍 김정일동지께서 나오시였고 또 이런 모임까지 조직된 까닭을 짐작조차 할수 없어 긴장되여 앉아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흔연한 안색으로 총장과 촬영소의 겨울난방형편에 대하여 조용조용 이야기를 나누고계시였다. 방안에 깃든 정숙때문에 나누시는 이야기가 구석쪽에까지 들려왔다. 《그러니 주로 개천탄을 받아서 때겠습니다.》 《예…그런데 어떤 때는 잘 보장되지 못합니다.》 《탄이 떨어집니까?》 《예… 자동차가 걸려 제때에 나가지 못하면 우리 몫이 벌써 다 없어집니다. 그래서 저열탄을 빡빡 긁어오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자동차로 석탄을 여기까지 실어들이는것도 헐한 역사는 아니겠습니다.》 갑자기 힘찬 목소리가 방안에 울렸다. 《삼신탄을 받으면 더 헐합니다!》 응접탁곁에서 한기석이 일어선것이였다. 그는 총명하게 빛나는 눈으로 김정일동지쪽을 바라보며 말씀드렸다. 《삼신탄은 열량도 많고 또 운반문제도 쉽게 풀수 있습니다. 역으로 석탄을 실어나르는 탄광차를 우리한테로 돌리면 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총장과의 이야기에 뛰여든 총명하고 세련미가 있어보이는 청년을 주의깊이 여겨보시였다. 《동무는 누구입니까?》 《연출실에 있습니다. 부연출 한기석입니다.》 총장이 그이의 귀에 대고 무엇이라고 속삭이였다. 그이께서는 머리를 무겁게 끄덕이시였다. 《한기석동무, 석탄문제는 그렇구… 동문 아버지같은 예술가가 될수 있겠습니까?》 《예… 꼭 되겠습니다!》 《동무는 아버지 뒤를 잇기 위해서도 누구보다 더 공부하고 더 노력해야 합니다.》 그는 가슴벅찬 흥분에 목이 멘듯 더 대답을 못하고 머리를 숙였다. 몹시 상혈되여 귀까지 벌겋게 되였다. 그이께서는 한기석이 앉자 좌중을 둘러보며 부드럽게 물으시였다. 《강철룡동무라고 누구입니까?》 출입문곁의 뒤좌석에서 강철룡이 엉거주춤 일어섰다. 그는 자기를 찾으시는것이 너무나 뜻밖이여서 얼떠름해진 얼굴이였다. 그이께서는 아까 뜨락에서 만난것을 상기하신듯 웃음어린 안색으로 말씀하시였다. 《아, 동무였군… 지금 몇살입니까?》 《28살입니다.》 그이께서는 다정한 눈길로 그를 여겨보시며 언제 촬영소에 들어왔고 어떤 영화창작에 참가했는가 알아보시였다. 《결혼은 했습니까?》 철룡은 대뜸 얼굴이 벌개져 손으로 뒤더수기를 쓸어만졌다. 뒤구석쪽에서 누구들인가 귀속말로 수군거리며 키득거렸다. 《강철학…》 《강고민…》 《나이도 젊은데 공부를 많이 하십시오! 좋습니다. 앉으십시오.》 강철룡은 어정쩡해서 자리에 앉았다. 이윽고 김정일동지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한 음성으로 말씀하시기 시작하였다. 《우리 영화예술의 실태를 놓고 좀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도 하고 의논도 하고싶어 동무들을 모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저기에서 수첩을 펼치는 소리와 마른기침소리가 울렸다. 최승진도 수첩을 펼쳐 무릎우에 놓았다. 《얼마전까지 이 촬영소는 오작을 내여 심각한 진통을 겪었습니다. 우리 영화예술이 걸어온 길을 돌이켜보면 이런 심각한 곡절과 파동을 겪은 일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여기에 앉아있는 로영무동무나 최승진동무를 비롯한 오랜 예술인들은 그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것입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모두 얼마나 번민했고 안타까움에 모대기였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영화예술이 겪어온 곡절과 파동에 대하여 실례를 들어가며 말씀하시였다. 최승진은 그이께서 자기가 겪은 시련과 번민의 모대김에 대하여 말씀하시는것 같아 가슴이 저려들었다. 깊은 사색이 스며있는 음성이 방안공기를 조용히 흔들고있었다. 《이렇게 된 근본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우리 영화예술이, 문학예술전반이 우리 문학예술의 혁명전통에 뿌리를 깊이 박고 발전하지 못한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승진은 그 어떤 설음같은것이 북받치며 가슴이 울렁거리였다. 그는 웬일인지 옆에 앉은 사람들의 얼굴을 둘러보게 되였다. 모두 그이의 말씀을 정신없이 받아쓰고있었다. 창문으로 흘러드는 해빛에 수첩들우로 달리는 만년필꼭지며 촉들이 불꽃을 날리는듯 반짝거리였다. 그도 받아썼다. 손이 떨려 글이 되지 않았다. (이건 처음 듣는 말이다. 영화가 잘못되면 작가를 비난하고 연출가를 두들겨댔지만 이때까지 문학예술을 지도한 사람치고 이렇게 분석한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었다.… 없었다…) 눈앞이 흐려졌다. 눈을 슴벅이였다. 그는 정신을 차려 그이의 말씀을 여겨들었다. 《근본원인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갑자기 웅성거리는 소리가 났다. 총장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받아쓰던것을 멈추고 그이를 쳐다보았다. 로영무는 한손으로 이마를 싸쥐고는 바위돌로 굳어진듯 까딱 움직이지 않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예지에 번쩍이는 눈으로 좌중을 둘러보시였다. 《뿌리가 허약한 나무는 좀 모진 바람만 불어도 넘어지고맙니다.… 우리 문학예술이 혁명전통에 뿌리를 깊이 박지 않으면 앞으로도 또 이번과 같은 오작을 낼수 있고 영화예술, 예술운동전반이 심각한 곡절과 파동을 계속 겪을수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 문학예술이 뿌리를 박아야 할 전통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항일혁명투쟁의 불길속에서 창조된 문학예술유산속에 있습니다.》 방안공기가 술렁거렸다. 《수령님께서 령도하신 항일혁명투쟁은 우리 후대들에게 귀중하고 풍부한 문화유산을 남겨놓았습니다. 극작품만 꼽아보아도 <혈분만국회>, <안중근 이등박문을 쏘다>, <피바다>, <꽃파는 처녀>, <한 자위단원의 운명>, <경축대회>, <성황당>, <딸에게서 온 편지>, <3인 1당> 등… 그리고 수많은 혁명가요들이 있습니다. 동무들, 이것은 한 세계적인 문화국이 일정한 력사적시기에 가질수 있는 명작들의 수량에 비해 많으면 많았지 결코 적은것이 아닙니다. 이 유산은 력사상 애국애족의 정신이 최고의 높이에서 발양되였던 항일혁명투쟁이 우리에게 넘겨준 거대한 정신적재부입니다. 여기에는 우리 인민의 민족애와 애국심과 혁명성, 계급적원쑤와 제국주의자들에 대한 불타는 증오심, 최후승리에 대한 확고한 신심, 곤난극복의 투지와 혁명적락관주의정신이 고스란히 간직되여있습니다. 여기에는 우리 민족고유의 아름다운 도덕과 풍습… 아득한 옛날로부터 맥맥히 뻗어내려오며 정신문화의 혈통을 이룬 우리 민족의 슬기와 용맹, 진취성, 외유내강한 그 모든 정신적기질들이 생생한 형상으로 살아 숨쉬고있습니다. 참으로 이 거창한 유산속에는 깨끗하고 아름답고 고상한 조선의 넋이 차고넘쳐 바다처럼 설레이고있는것입니다.》 최승진은 숨을 죽이고 듣고있었다. 방안은 고요했다. 종이우로 펜촉이 달리는 소리만 들려왔다. 《이 유산속에 담겨져있는 깨끗하고 아름답고 고상한 넋이 우리 예술인들의 심혼속에 줄기차게 흘러든다면 낡은 사상감정의 어지러운 이 얼룩들을 깨끗이 씻어낼것이고 우리 예술인들은 가장 혁명적인 예술인으로 변모될것입니다. 이 유산속에 담겨져있는 그 열화같은 넋이 우리 문학예술작품들에 충만된다면 우리 예술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고상하고 혁명적인 예술로 될것입니다. 이 자랑스러운 유산은 우리 문학예술이 뿌리를 박아야 하는 비옥한 토양입니다!》 최승진은 가슴이 환희에 벅차오르기도 하고 죄책감에 움츠러들기도 하였다. (우리는 자기 토양을… 자기 향토를 등지고 어디로 방황했단말인가…) 누구인가 앞에서 한숨을 내쉬였다. 《지난시기 당 선전부문과 문학예술부문에 잠입했던 반당종파분자들의 책동으로 이 유산들이 그냥 묻혀있었고 문학예술의 혈통이 끊어져있었다는것을 생각하면 통분함을 금할수 없습니다.》 그이께서는 우선 그 유산을 발굴정리하는 사업을 시급히 시작하여야 한다고 하시며 력사학자들과 문화사가들, 창작가들이 적극 동원되여야 능률적으로 이 사업을 할수 있다고 하시였다. 그리고 발굴정리된 유산들을 영화와 연극, 소설을 비롯한 문학예술의 여러 형식으로 옮겨 예술인들은 물론 인민들속에 널리 보급해야 한다고 하시였다. 《우리가 주체시대의 요구에 맞는 문학예술을 건설하자면 반드시 문학예술혁명을 일으켜야 합니다. 그러자면 우선 문학예술작품들의 내용이 주체의 혁명관과 인생관으로 충만되게 하여야 합니다. 문학예술혁명은 그 내용뿐아니라 형식과 창조체계, 창조방법의 모든 령역에서 낡은것을 뒤집어엎고 새로운 주체의 문학예술을 건설하기 위한 사상문화분야에서의 심각한 계급투쟁입니다. 현시기 문학예술혁명에서 힘을 집중하여야 할 기본대상은 영화예술입니다. 그것은 영화예술이야말로 혁명과 건설의 강력한 사상적무기이기때문입니다.… 영화예술에 화력을 집중하여 돌파구를 열고 그 성과를 확대하는 방법으로 문학예술전반을 혁명화해나가는것은 앞으로 우리가 튼튼히 틀어지고나가야 할 기본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동무들도 아다싶이 우리는 아직도 혁명적인 본보기 작품을 가지고있지 못합니다. 그래서 <피바다>, <한 자위단원의 운명>, <꽃파는 처녀>와 같은 작품들을 우선 영화로 형상하고 그것을 본보기로 하여 영화예술전반을 혁명화해나가야 하겠습니다. 동무들, 그러면 우리 영화예술은 어떤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을것이며 세계에서 가장 혁명적인것으로 될것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말씀을 끊고 심각한 안색으로 좌중을 돌러보시였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어려운 과업입니다. 앞에 난관이 많을것입니다. 우선 이 과제의 담당수행자들인 예술인들이 그 명작들의 높은 사상예술세계를 자기것으로 받아들여 소화하고 능숙하게 형상할수 있도록 준비되여야 합니다. 그러자면 예술인들의 정신도덕적풍모가 혁명가들처럼 되여야 합니다. 나는 이 일이 제일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이께서는 예술창조사업과정을 통하여 작가, 예술인들을 혁명화하는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가르치시면서 예술인들이 혁명적인 작품의 주인공들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며 조직생활을 강화하고 사업과 생활과 학습을 모두 항일유격대식으로 개편하여야 한다고 강조하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 말씀을 끝마치고 앉으려고 하실 때 방안이 떠나갈듯 박수소리가 터져올랐다. 최승진은 격정에 목이 메고 귀안이 웅-웅- 울었다. 박수소리들이 소나기가 쏟아지는 소리처럼 바위기슭을 들부시는 파도소리처럼 들렸다. 그는 박수도 치지 못하고 엉거주춤 일어서서 그만하라고 손짓하며 환하게 웃고계시는 김정일동지만을 내다보았다. 이때 뜻밖의 일이 생겼다. 출입문이 벌컥 열리며 이마가 훤하게 벗어진 사람이 안경알을 번뜩이며 뛰여들어왔다. 서영림부상이였다. 한손에 수첩을 쥔 그는 열에 뜬 얼굴로 황황히 걸어나가 김정일동지께 인사를 드리였다. 그이께서는 서부상의 손을 잡아주시며 반겨 물으시였다. 《아니, 언제 왔습니까?》 《좀 늦었습니다. 그렇지만 말씀은 처음부터 들었습니다.》 그는 말씀도중에 들어올수 없어 문밖에 의자를 놓고앉아 죄다 받아쓰기까지 했다고 말씀드렸다. 서부상의 흥분된 목소리가 방안에 울렸다. 《우리 예술은 구원되였습니다. 우리 예술앞에는 넓은 진로가 열렸습니다!》 그리고는 안경을 벗으며 고개를 숙이였다. 또다시 폭풍같은 박수소리가 터져올랐다. 최승진은 로영무를 내다보았다. 그는 두손을 머리우에 높이 쳐들어 기운껏 박수를 쳤는데 어깨며 잔등까지도 격정의 파도에 실려 춤추는듯했다. 그 뒤에 선 몇몇 사람은 박수를 치면서 발돋움하여 그이쪽을 내다보았다. 최승진은 이제 앞에 있을 놀라운 변혁을 예감하며 자기자신도 그이의 뜻에 이끌려 완전히 새로운 창조의 길에 나서게 되였다는 아름찬 감격에 휩싸여 목이 메여올랐다. 되돌이 목록감 상 글 쓰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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