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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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섭이 초대소뜨락에 나가 촬영소의 일군들과 예술인들을 바래주고 돌아오니 김정일동지께서는 문화성 서영림부상과 의자에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계시였다. 그이께서는 박식가인 서부상과 예술에 대하여 이야기하기를 즐기시였으며 늘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웃단추 두개를 끌러놓고 의자팔걸이쪽에 몸을 기대고계시였는데 어딘지 모르게 지친 안색이였다. 

(저 작품때문에 두달동안 너무 무리하셨어…) 

박경섭은 뒤늦은 가책에 가슴이 저려들어 출입문앞에 꼿꼿이 서서 그이만을 지켜보았다. 

김정일동지께서 그에게로 눈길을 돌리시였다. 

《다 떠나갔습니까?》 

《예…》 

박경섭은 그이 가까이로 다가가며 쾌활한 목소리로 말씀드렸다. 

《모두 흥분해서 떠나갔습니다. 저 동무들은 완전히 명절기분입니다. 승진동무는 제 손을 잡고 작품에 장군님께서 파견하신 지하공작원을 새로 등장시키고 그의 영향하에 주인공의 혁명의식이 성장하게 했기때문에 작품에 정치적인 대가 똑바로 서게 됐다고 기뻐했습니다.》

《연출가가 기뻐했으면 됐습니다. 오늘저녁엔 모두 발편잠을 자겠소. 헛허…》하고 김정일동지께서는 밝게 웃으시였다. 

《수령님께 빨리 보여드립시다. 수령님께서도 기뻐하실것입니다.》 

창가림에 려과된 부드러운 해빛이 그이의 무릎을 따뜻이 감싸고있었다. 

서부상은 지난날의 과오가 되살아오르는지 얼굴이 벌개져 도수높은 안경을 공연히 벗었다가 도로 끼고는 손끝으로 벗어진 이마를 만지작거리기만 하였다. 그는 문화성당총회에서 비판을 받은 다음에 각 도예술단체들을 돌아다니며 예술창조에서 주체를 철저히 세우기 위한 사업을 열정적으로 지도하였는데 어제 혜산에서 돌아왔다. 개작된 영화를 보고 자책감이 더해진 그의 심중은 리해할만한것이였다. 

《경섭동무, 거기 좀 앉소.》 하고 그이께서 곁에 놓인 의자를 가리키시였다. 

박경섭이 자리를 잡자 그이께서는 그를 돌아보며 물으시였다. 

《저 동무들이 또 그런 오작을 만들어 수령님께 다시 심려를 끼쳐드리면 어쩌겠습니까. 나는 그게 제일 걱정스럽습니다.》 

《이번에 모두 크게 각성했습니다. 다시야 그런 작품이 나오겠습니까!》 

《그건 모르오. 이전에 예술영화 <불길>이 나와 사회적인 비난을 받았을 때도 그렇게 말했소. 그러나 그보다 더 험한 작품이 또 나오고 또 나왔소. 그래서 지난 시기 우리 예술계가 얼마나 심각한 곡절과 파동을 겪어왔소.》 

《이제야 그런 일이 또다시 반복되겠습니까.》 하고 서부상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씀드렸다. 

《그럴가요? 부상동무는 무슨 근거로 그렇게 장담합니까?》 

《장담하는건 아니지만 이번에 저를 포함해서 모두 얼마나 심각한 자극을 받았습니까. 무대예술부문의 창작가들과 예술인들도 모두 자기 예술창조사업을 검토해보고 결의를 잘 다지였습니다.》

《결의야 언제나 좋았지요. 터놓고 말하면… 모든것을 좋게만 생각하는 부상동무의 그 단순성과 락관주의가 나는 이전부터도 우려됐습니다. 지도일군들한테는 락관주의가 언제나 좋은건 아닙니다. 과학적인 분석과 타산에 발을 붙이지 못한 락관주의는 실패의 전제로 될수 있습니다.》 

서부상은 눈을 공손히 내리떴다. 

《수령님께서는 우리 예술이 거의 주기적으로 곡절과 파동을 겪는다고 몹시 걱정하시였습니다. 부상동무는 그 원인이 어디 있다고 생각합니까?》 

《글쎄요. 우리 지도일군들과 예술인들의 사상예술적인 준비정도와 관계되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그건 너무 일반적인 원인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원료로 하여 제품을 만들어내는 예술이라는 이 특수한 분야에서 일이 잘되지 않으면 거기엔 반드시 자기의 특수한 원인이 있을것입니다. 그 근본원인은 예술의 본성과 생리에 관련되는것입니다. 그것을 밝혀내야 우리 예술을 곡절이 없이 건전하게 발전시킬수 있습니다.》 

서영림부상은 자기의 얕은 생각에 당황해져 눈을 슴벅이며 생각을 굴리였다. 

《문학예술이, 나아가서 정신문화가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발전되는가 하는것은 예로부터 민족의 운명, 민족의 흥망과 관계되는 문제가 아닙니까. 때문에 신중히 대하여야 합니다. 어떻게나 그 원인을 찾아내야 합니다. 부상동무는 문화사에도 조예가 깊고 우리 예술계형편도 누구보다도 잘 알지 않습니까. 함께 연구해봅시다. 생각되는바가 있으면 언제라도 좋으니 찾아와주십시오.… 참 혜산에 갔다왔다지요. 요새 거기 날씨는 어떻습니까?》 

《예? 날씨말입니까?》 서영림은 갑자기 돌려진 화제에 다소 어정쩡해져 이렇게 반문하였다. 

《제가 도착한 이튿날부터 바람이 몹시 불었습니다. 아침에 밖에 나가보니 숙소의 기와장이 뜨락에 날아떨어져 박산이 됐더구만요.》

《아니 겨울도 아닌데 무슨 바람이 그렇게…》 

《로인들 말이 례년에 없던 바람이랍니다. 올 때 들으니까 백두밀림에서 거목들도 더러 쓰러진 모양입니다.》 

《바람에… 거목들이…?》 

그이께서는 백두밀림을 휩쓴 태풍이며 뿌리채 뽑혀 쓰러진 거목들을 눈앞에 그려보시는듯 잠시 말씀이 없으시였다. 

그날 문화성의 자기 사무실로 돌아온 서부상은 문을 안으로 걸었다. 혼자 있으면서 사색에 잠기고싶었다. 

그는 흥분된 얼굴로 방안을 왔다갔다 거닐었다. 도수높은 안경알속에서 또렷해진 눈동자가 생기를 뿜으며 유난히 반짝이였다. 

그는 김정일동지의 말씀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문학예술을 민족의 흥망과 결부시켜 생각하시는 그 진지성, 우리 문학예술의 현재보다 미래를 더 걱정하시는 그 책임성에 몹시 감동되였다. 

서영림은 우리 문학예술이 파동을 겪게 되는 하나의 원인이라도 찾아내여 그이를 돕고싶었다. 

그는 문명의 진보와 퇴보를 좌우하는 정치적영향력에 대하여 전에없이 심각한 생각에 잠기게 되였다. 

그는 밤깊도록 서재에 앉아 해방후 당이 문학예술의 개화발전을 위하여 과연 어떤 정책을 실시하였는가에 대하여 참고문헌들을 뒤져가며 학구적으로 분석해보았다. 당문예정책은 시기마다 문학예술이 나갈 방향을 정확히 제시하였으며 당과 정부는 그 개화발전을 위하여 아낌없는 배려를 돌려왔다. 

그런데 왜 엄중한 결함들이 내포된 오작들이 나와 주기적인 파동을 일으키는가? 

서영림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기와 같은 지도일군들이 당문예정책을 정확히 집행하지 못하고 작가, 예술인들이 사상예술적으로 미숙한데 그 원인이 있는것 같았다. 그는 김정일동지께서 일반적이고 추상적인데서가 아니라 예술의 본성과 관련된데서 근본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하신 말씀을 상기하며 자신의 예술지도에서 예술의 본성에 어긋나게 사업한 결함들을 찾아보았다. 자신과 문화성이 예술인들의 준비정도와 정서, 창발성을 고려함이 없이 행정실무적으로 지어는 관료주의적으로 예술창조사업을 지도한 실례는 얼마든지 있었다. 지난날의 사업과정을 하나하나 더듬어볼수록 그는 모진 가책의 불길에 가슴이 타번지는듯하였다.  

매일밤 복도의 벽시계가 두점을 친 다음 자리에 쓰러지면 가슴이 얼얼해나고 머리가 지끈거려 도무지 잠들수 없었다. 

며칠후 그는 자신의 심정도 토로하고 의논도 하고싶어 당중앙위원회로 박경섭을 찾아갔다가 영화담당부서의 젊은 지도원으로부터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박경섭이 김정일동지를 모시고 백두밀림으로 떠나갔다는것이였다. 이 갑작스러운 출발이 자기가 혜산에 갔다와서 전한 바람에 대한 소식과도 관계된다는것을 전혀 알수 없었던 서영림이였다. 그는 그저 무엇인가 매우 급하고 중대한 일이 생기지 않았는가싶은 아리숭한 느낌으로 속이 뒤숭숭해져 문화성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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