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

 

제 2 장

  

3

 

 

박경섭은 그 이튿날로 영화예술부문에 대한 료해자료를 문건으로 작성하여 김정일동지께 올리고는 가슴태우며 그이의 부르심을 기다렸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기별이 없었다. 

박경섭은 그 까닭을 너무나도 잘 알고있었다. 

그이께서는 요즘 사상사업에서 나타난 결함들을 가셔내고 선전선동사업의 방향을 하나하나 바로잡아가는 일에 정력과 시간을 깡그리 바치고계시였다. 거의 매일이다싶이 중대한 협의회들이 열리고 당보와 정부기관지를 비롯한 중앙급 신문들의 책임일군들과 출판, 방송, 각 도당의 선전부문 책임일군들이 그이의 부르심을 받고 찾아와 대기실에서 흥분된 얼굴로 차례를 기다렸다. 그이를 찾아오는것은 선전일군들만이 아니였다. 당학교와 고등교육부문 일군들, 외교일군들, 철도일군, 보위성과 사회안전성의 장령들도 찾아왔다. 

이런 형편에서 성미가 누긋하지 못하고 팔팔한 박경섭은 빈틈없이 맞물린 접견시간들의 틈새기를 찾아내려고 그이의 집무실곁에 있는 대기실로 자주 드나들게 되였다. 

사흘째되는날 오후에는 대기실이 비여있었다. 

곁에서 그이의 사업을 보좌하고있는 젊은 일군이 박경섭을 반겨맞아 의자를 권하며 지금 건설위원회 강세룡부위원장이 안에 들어가있는데 인차 나올것이라고 하였다. 

박경섭이 의자에 앉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집무실의 두꺼운 출입문이 소리없이 열리며 김정일동지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울려나왔다. 

《헛허허… 부위원장동무는 언제나 문제없다는건데 가봅시다. 가서 보고 확정합시다!》

활기와 정력이 넘친 그 음성이 아늑한 대기실의 공기를 흔들고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강세룡부위원장이 우람한 몸집을 가볍게 움직여 걸어나오고 그보다 나이 좀 들어보이는 배명준부국장이 설계도면두루말이같은것을 안고 따라나왔다. 

그들을 앞세우고 환한 얼굴로 나오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의자에서 일어나 꼿꼿이 서있는 박경섭을 띄여보고 멎어서시였다. 

《너무 기다리게 해서 미안합니다. 지하철도건설장에 갔다와서 만납시다. 어쨌든 건설이야 내밀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갔다와서 인차 동무를 부르겠습니다.》 

《예…》 

그이께서 복도로 통한 문쪽으로 걸음을 옮기시자 강세룡이 박경섭에게 눈인사를 하고는 그것으로써도 모자라는지 성큼 다가와서 그의 손을 꽉 잡아쥐고 귀속말을 하였다. 

《이거 이모저모로 죄송합니다. 제 동생도 촬영소에 있습니다. 철룡이라구 부연출입니다. 한번 인사하러 찾아간다는것이… 그 애가 탐탁치 못해서…》 

우람한 몸집때문인지 그의 언동에는 어딘지 모르게 상대를 누르는데가 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문을 열고 복도로 나서다가 박경섭을 다시 돌아보시였다. 

그이의 얼굴에는 미소가 어려있었지만 눈길에서는 심려의 빛이 엿보였다. 

그이께서는 지난밤에도 영화예술인들에 대한 자료를 두번세번 거듭 읽어보시였으며 지금 박경섭의 심중이 어떠하리라는것을 환히 알고계셨지만 그를 만나주실수 없었다. 

며칠전 위대한 수령님께서 지하철도건설장을 현지지도하시고는 지하철도를 단선이 아니라 복선으로 확장할데 대하여 교시하시였으며 그 복선설계가 완성된것만큼 검토하여 한시바삐 수령님께 올려야 했던것이다. 영화예술도 중요하지만 수령님께서 깊은 관심을 돌리고계시는 건설대상인 지하철도문제는 한순간도 미룰수 없는것이였다.

그이께서는 강세룡과 배명준을 데리고 곧 지하철도건설장으로 나가시였다. 장재대기슭에 삼각추형으로 높이 솟은 버럭산곁 현장지휘부막사앞에서 몸매 다부진 장령이 그이일행을 기다리고있었다. 장령은 지하철도건설에 동원된 공병부대의 지휘관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정중하게 거수경례를 붙이고 다가오는 장령에게 보고는 그만두라고 손짓하시고 손을 뜨겁게 잡아주시였다. 

지휘부안에 들어가 장령이 드리는 작업복을 우에 걸치고 안전모까지 쓰신 김정일동지께서는 곧 그의 안내를 받아 인차를 타시고 아득히 깊은 지하의 도갱속으로 내려가시였다. 동행하는 강세룡과 배명준은 밑으로부터 불어올라오는 후끈한 바람의 울부짖음속에서 인차가 덜커덩거리며 몸부림칠 때마다 무슨 불상사라도 생길것 같아 가슴이 조마조마해져 차칸의 바닥이며 천반을 살피였다. 

지상은 겨울이나 지하는 여름같았다. 후끈한 공기, 천반에서 무시로 떨어지는 석수물방울들, 질쩍거리는 도갱바닥… 지하의 건설장은 말그대로 시가전이 한창인 밤거리를 련상시켰다. 도갱을 따라 줄줄이 켜진 작업등들의 불그스름한 불빛밑에서 뛰여가고 뛰여오는 건설자들, 웨침소리, 호각소리, 공기압축기의 동음, 기관총을 쏘아대는듯한 착암기소리, 배풍기소리… 초연과 돌가루로 부옇게 흐려진 탁한 공기는 그 착잡한 소음에 전률하고 먼 막장쪽에서 발파소리가 둔중하게 울릴 때마다 천반에서 돌가루가 부슬부슬 날아떨어졌다. 

장령은 그이를 옹위하듯 곁에 바싹 붙어서 걸어가고 공병출신이고 지하건설의 능수인 강세룡은 지상에서보다 걸음이 더 자유로와진듯 앞에서 성큼성큼 걸어가며 공사정형을 설명하였다. 배명준은 조심성이 지나쳐 굴바닥만 굽어보며 더듬더듬 걸음을 옮기다나니 자주 뒤에 떨어지군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침착한 눈길로 도갱의 물기 즐벅한 암벽이며 울퉁불퉁한 천반을 살펴보시면서 강세룡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시였다.

《암석층이 좀 좋지 못하지만 건설자들이 이제는 경험을 쌓았기때문에 문제 없습니다. 복선공사에서는 굴진속도를 부쩍 높일수 있습니다.》 

《경험은 쌓았지만 어렵기는 어렵겠습니다. 건설자들의 기세는 대단히 좋은것 같은데 동무들이 기술적으로 잘 도와주어 굴진속도를 계속 높이도록 해야겠습니다.》 

언제 따라왔는지 배명준이 숨을 헐썩거리며 한마디 끼여들었다. 

《건설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정대가 말이 아닙니다. 얼마 안가서 뭉턱뭉턱 닳아진답니다. 성강에서 나오는 고강도특수강을 좀 돌려서 정대를 생산하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걸 가지고는 어방도 없습니다.》

《특수강이요.?》 

《예…》 

강세룡이 그에게 언짢은 눈길을 흘깃 던졌다가 주먹으로 담벽을 뚝뚝 두드렸다. 

《전쟁때 우리 공병들은 농민들의 보통괭이를 가지고도 갱도를 잘 팠습니다. 정대는 무디는 족족 제꺽제꺽 벼려주면 문제없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한손을 허리에 올리며 껄껄 웃으시였다. 

《부위원장동무는 그저 문제없다는건데 지금이야 우리 중공업이 갖가지 특수강을 얼마든지 생산해내지 않습니까. 좋습니다. 이 문제는 좀 알아봅시다.》 

그이께서는 여러 구간의 도갱굴진현장을 돌아보고 처음에 출발한 현장지휘부로 돌아와 복선설계도면을 재검토하시엿다. 

그이께서는 두팔을 벌려 설계도면이 펼쳐진 탁자가녁을 짚고 설계의 부분들을 주의깊이 살펴보시고 강세룡과 배명준, 그리고 공병장령은 탁자맞은편에 가지런히 서서 도면을 굽어보았다. 위험을 무릅쓰고 지하의 건설장을 여러번 찾으신 그이께는 설계의 선들과 점들과 기호들이 기하학적의미만을 띠는것이 아니였다. 고도로 추상화된 그것들은 지하건설자들이 비지땀을 흘리며 뚫고나가는 웅장한 기본갱도의 구간들과 보조갱도의 구간들을 표시하고있었으며 이제 투입될 방대한 로력과 건설자재들의 질과 량을 암시하는것이였다. 

《설계는 괜찮게 된것 같습니다. 그런데 막대한 로력과 자재가 들것 같습니다.》 하고 그이께서 시름겨운 안색으로 말씀하시였다. 

강세룡이 나직이 말했다. 

《예… 그렇습니다.》 

《지상에서의 건설사업처럼 지하건설에서도 기계화의 비중을 훨씬 높여야 하겠습니다. 지하건설에 필요한 기계들을 더 많이 보내주도록 하겠습니다. 복선공사라는 새로운 과제가 제기됐는데 군인건설자들의 사기는 어떻습니까?》 

신중한 얼굴로 설계도를 들여다보던 장령이 차렷자세를 취하며 대답하였다. 

《괜찮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를 흘깃 돌아보고는 가볍게 웃으시였다. 

《괜찮다는걸 보니 어렵게 생각하는 동무들이 있는게지요? 그럴수 있습니다. 단선로선으로 계획하고 굴을 뚫어나가던것이 복선으로 하게 됐으니 작업량이 거의 두배나 되는 셈입니다. 처음부터 공사를 다시 시작하는거나 같지요. 그러니 실지 지하에서 돌가루를 들이키며 석수의 소나기를 맞으며 일하는 군인건설자들 립장에서 생각해보면 어려운 과업입니다. 공기가 좋고 해빛이 밝은 지상에서 도랑같은것을 파나가는것도 헐한 일이 아닌데 지하에서야 더 말할게 있습니까. 때문에 기계화의 비중을 높여야겠습니다.》  

강세룡은 생각에 잠겨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이의 말씀을 수첩에 받아적던 강세룡이 눈길을 들었을 때 그이께서는 다시 허리를 굽히고 설계도면을 들여다보시였다.

《오늘 보니 겨울인데도 석수가 많이 흘러나오던데 이 복선로선근처에 물주머니들이 없습니까. 지질학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대동강밑은 석회암지대여서 물이 제멋대로 흘러들어 물주머니들이 있을수 있다는데.》 

강세룡의 옆에 서있던 설계담당부국장 배명준이 등을 굽힐사한채 대답했다. 

《예, 그렇습니다.》 

《지질조사는 철저히 했겠지요?》 

《예, 해당부문에서 제공한 지질자료들에 기초해서 다시 확인해보고 설계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손끝으로 응접탁가녁을 조용히 다독이며 생각에 잠기시였다. 그이의 눈길은 거듭 설계도의 갱도들을 더듬어나가시였다. 

《방수대책을 취하고 착공하겠습니다.》 하고 강세룡이 그이의 근심을 덜어드리려는듯 말씀드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눈길을 들어 두사람을 둘러보시였다.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서 그렇게 하는것이 좋겠습니다.》 

강세룡이 벙글써 웃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설계를 채택할 때 부국장동무한테 여러번 따져도 보고 다짐도 받았습니다.》 

배명준이 어줍게 웃어보였으나 눈구석에 긴장한 빛이 어리였다. 

《부국장동무, 어떻습니까. 자신이 있습니까?》 

《예… 현재까지 작성된 지층도에 의하면 복선로선가까이에 큰 물주머니는 없습니다.》 

《그러니까 작은 물주머니들은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그건 큰 문제가 아닙니다.》 

《그럼 무엇이 문제입니까?》

《지각의 움직임과 지층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물리적작용들입니다. 지각의 운동이나 석회암에 대한 물의 부단한 용해작용에 의해서 작은 물주머니들이 합쳐져 큰 물주머니로 될수도 있고 지층이 내리누르는 어마어마한 압력에 작은 물주머니들이 큰 물주머니와 합쳐질수도 있고 또 왕청같은데 새 물주머니들이 생겨날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물주머니들을 계속 감시하면서 굴을 뚫어나가는것이 안전합니다. 지금 있는 지층도는 6년전에 작성된것입니다. 물론 그사이 지층에서 이렇다할 변화가 안생겼을수도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하고 그이께서는 머리를 끄덕이시였다. 

이때 강세룡이 배심좋은 얼굴로 말씀드렸다. 

《지구의 나이로 볼 때 6년이란 한순간에 지나지 안습니다. 그사이 변화가 생겼으면 얼마나 생겼겠습니까. 제가 기술자들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이런 공연한 불안론에 자꾸 빠지다간 공사를 맘놓고 진척시킬수 없습니다.》 

《다시 지층조사를 해봐서 나쁠거야 없지 않습니까. 착공준비를 하면서 한쪽으로 지층조사를 하는게 좋겠습니다. 최대의 안전도를 보장해야 합니다.…그리고 이 설계도는 괜찮게 된것만큼 수령님께 올려봅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장령을 건너다보시였다. 

《설계가 비준되면 그 다음에는 모든것이 지하에서 직접 굴을 뚫어나가는 군인건설자들에게 달려있습니다. 애로되는 문제가 있으면 서슴지 말고 제기하십시오. 지하건설자들을 위하여서는 무엇이나 아끼지 않겠습니다.》 

장령은 무엇인가 제기하려다가 망설이는듯 눈길을 아래로 숙이였다. 

《우리 동무들과 토론해서 종합적으로 제기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저… 한가지… 대원들의 사기를 부쩍 높이게 예술단이나 좋은 영화 같은걸 이따금 보내주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정치일군들속에서 자주 제기됐는데 이때까지 씨원하게 풀어주지 못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이의 음성이 무겁게 울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설계도를 생각깊은 눈으로 다시 굽어보시였다. 건설은 평양의 지하에서만 벌어지고있는것이 아니였다. 온 나라가 사회주의건설로 들끓고있었다. 김철과 무산광산, 검덕광산과 황철, 강선, 전국의 산과 들에서… 이러한 때 혁명적인 문학예술작품들이 수많이 창작되여 사회주의건설의 모든 전선에서 근로자들을 혁명적양양에로 불러일으켜준다면 얼마나 좋으랴. 그러나 예술은 하루가 다르게 비약하고있는 현실의 뒤꼬리를 겨우 따라가고있는 형편이며 앞장에 서야 할 영화는 엄중한 병집을 드러내여 수술을 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였다. 

《동무들한테 보여줄만한 새 영화가 없습니다. 앞으로 예술인들을 여기로 보내 공연도 하고 건설자들과 한데 어울려 일도 해보게 할가 생각하는데 오면 동무들의 투쟁모습을 다 보여주십시오.》 

《예…》 

그이의 괴로운 심중을 알리없는 공병장령은 그쯤한 말씀에도 기쁨을 감출수 없어 입가에 미소를 그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 미소를 보니 가슴이 더 쓰려나시였다. 

그날 저녁 무거운 마음으로 집무실에 돌아오신 그이께서는 탁상등의 환한 불빛밑에서 박경섭이 올려보낸 자료를 한장한장 번지며 영화예술인들의 사상상태를 다시 가늠해보시였다. 자료의 글줄들을 읽어나가시는 그이의 얼굴에 실망과 분노, 개탄과 련민의 착잡한 빛이 엇바뀌여 스쳐지나갔다. 때로는 글줄밑에 성급히 밀줄을 긋고 때로는 주먹으로 책상을 다독이기도 하시던 그이께서는 문득 자리에서 일어나 방안을 왔다갔다 거니시였다. 

(현실은 어디로 내달리는데 이들은 어떤 시궁창에 빠져있는가. 사상상태… 정신상태가 이러니 그런 영화를 만들수밖에… 최승진이… 로영무…저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인가…) 

영화문제는 결국 그 창조자에 대한 문제, 인간문제였다. 

응접실로 통하는 출입문쪽에서 손기척소리가 났다. 

그이께서 응대를 하자 한 젊은 일군이 들어왔다.

그는 박경섭에 대하여 무엇인가 좋지 못한 소리를 하는것 같은데 깊은 사색에 잠기시였던 그이께서는그 말을 똑똑히 분간해들으실수 없었다. 

《박경섭동무가 어쨌다는거요?》 

그 일군은 망설이다가 가까스로 대답했다. 

《촬영소에 나가 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떨쳐나서 부업작업을 하는것을 중지시키고 예술인들의 로동계급화에 대하여 경솔한 발언을 한것 같습니다.》 

《그건 도대체 무슨 소리입니까?》 

《촬영소 당단체에서 납득이 안되여 문의해왔습니다.》 

그이께서는 저으기 놀라시였다.

 이전페지  차례  다음페지 
되돌이 목록
감 상 글 쓰 기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22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