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호방한 성품을 지닌 리종준

(?∼1499)

 

흔히 사람들은 섬세한 그림을 보면서 화가의 성격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된다.

아마도 섬세한 그림들의 창작가도 그런 성격의 소유자일거라고…

그러나 우리 나라 중세회화사를 더듬어보면 다른 화가들과는 달리 호방한 성격을 소유한 유명한 화가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리종준이였다.

그는 1485년 문과에 1등으로 급제하여 의성현령으로 있으면서 《경상도지도》를 만들었다.

리종준은 주로 섬세하고 정묘한 그림들을 그려내였지만 일상생활에서는 호방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는 자를 중균, 호를 용재, 용헌, 상우당, 부휴자, 태정일민, 장륙이라고 하였다.

그가 다른 화가들보다 많은 호를 가지게 된데는 여러가지 재미나는 이야기가 전해지고있는데 그가운데서 장륙이란 호를 쓰게 된데는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수 없는 한가지 일화가 전해지고있다.

원래 장륙이라는 호는 당시 시짓기와 문장, 그림에 능했던 신포라는 사람의것이였다. 장륙이란 호는 당시 호방하고 덕이 있는 사람들이 너나없이 쓰는 호였는데 리종준은 그 호를 몹시 부러워하였다.

신포는 술을 너무 좋아한 까닭으로 술만 마시면 집에 있는 재산이나 자기가 애용하는 붓과 책까지 남에게 다 쥐여주는 버릇이 있었다.

리종준은 어느날 술병을 들고 그의 집으로 찾아갔다. 신포는 친구를 반갑게 맞아주면서 손목을 이끌고 사랑방으로 안내하였다. 마침 집에는 신포의 처가 친정집에 가고 없어 안주감이 변변치 못하여 된장에 마늘 몇쪽밖에 내놓지 못하였다. 서로 잔이 오가면서 기분이 오르자 리종준이 친구의 눈치를 봐가면서 슬며시 입을 열었다.

《난 자네 호가 딱 마음에 드는데 저, 자네 호를 나에게 주지 않겠나?》

이렇게 서두를 떼면서 리종준은 자기가 오게 된 목적에 대하여 밝히였다.

잔뜩 술을 먹고 기분이 몹시 좋아진 신포였지만 그 말에는 기분이 좋을리 없었다. 그러나 간청하는듯 한 리종준의 얼굴을 본 그는 술기운이 잔뜩 올라 《그럼 그렇게 하게나.》 하고 응하였다.

그리하여 리종준은 그렇게도 부러워하던 호를 가지게 되였다.

이때부터 신포가 쓰던 장륙이라는 호는 리종준의것으로 되여버렸다.

리종준은 그림을 잘 그렸을뿐아니라 시와 글씨에 다 능하여 《3절》이라고 불리웠다.

그후 어느해인가 그는 이웃나라에 서장관(외교관)으로 갈 때 기묘한 병풍그림을 남겨 더욱 유명해졌다.

이에 대하여 리조시기의 력사책 《연려실기술》에서는 다음과 같이 전하고있다.

어느해인가 리종준은 조선《사절단》의 서장관으로 이웃나라로 가고있었다. 그들의 일행이 어느 한 려인숙에 잠시 들렸을 때 손님방에 둘러친 병풍그림을 보게 되였다. 그 병풍그림은 어느 산천의 풍경을 그린것인데 변변치 못하여 사람들의 눈길을 크게 끌지 못하였다. 이것을 바라본 리종준은 즉시 붓을 들고 먹칠을 해버렸다.

려인숙주인이 이것을 보고 《사절단》의 통역에게 나무람하면서 어쩌면 남의 귀한 병풍을 못쓰게 하였는가고 하소연하였다. 이때 통역은 우리 서장관은 그림과 시를 잘하는 사람인데 아마 눈에 차지 않았기때문에 그랬을것이라고 대답하였다.

그때에야 비로소 사연을 안 려인숙주인은 새로 만든 병풍 2개를 리종준의 앞에 내놓았다. 리종준은 즉시 붓을 들고 하나에는 글씨를 쓰고 다른 하나에는 그림을 그려놓았는데 묘하기 그지없었다.

이 두 병풍이 하나의 조화를 이루게 되여 어느 한쪽만 있으면 서운한감이 즉시에서 나타났다고 한다.

세월이 흐른 뒤에 려인숙에 있는 두개의 병풍은 그 신묘함이 극치를 이루어 찾는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집중시켰다고 한다.

그는 참대와 매화를 특별히 잘 그렸다. 참대와 매화는 인간의 절개를 상징하는것으로서 누구나 그리는것이였지만 그린다고 하여 다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것은 아니였다.

참대, 매화를 잘 그린데 대한 다음의 이야기가 전해지고있다.

리종준은 어느해인가 한 친구의 부탁을 받게 되였다. 내용인즉 참대, 매화그림을 그려달라는것이였다.

친구의 부탁을 기꺼이 받아들인 리종준은 단숨에 참대와 매화를 그려 그에게 보내주었다. 그림을 받아본 그는 너무 황홀하여 고맙다는 말도 변변히 하지 못하고 그림만 바라보았다.

그후 그 친구는 비단에 그린 이 그림들을 일생 가보로, 둘도 없는 애용품으로 보관하고 매일 그것을 보며 살았다고 한다. 그림은 밝은 달과 가늘게 부는 바람에 따라 휘늘어진 나무의 가지와 줄기, 잎사귀 등으로 하여 어딘가 고요하면서도 명랑하고 약동하는감이 드는 명작으로 전해지고있다.

이처럼 자기의 호방한 성미와는 달리 리종준은 붓끝으로 섬세한 미를 그려냄으로써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친근감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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