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서곡

 

 

7

 

집무실로 천천히 돌아오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복도에서 머뭇거리는 나이지숙한 경리일군에게 시선을 멈추시였다.

무슨 일입니까?

《천계리에 사는 채운이라는 로인이… 장군님의 몸보신에 써달라고 검정염소를 보내왔습니다.

《검정염소를?》

《채로인은 텔레비죤을 통해 최전연부대를 시찰하시는 장군님의 모습을 보니 몹시 축가셨다고…  인민들은 오직 장군님만 믿고〈고난의 행군〉을 이겨내고있는데 장군님께서 건강이 상하신걸 보니 밤잠을 이수 없었답니다. 그래서 집에서 기르던 검정염소를 올리기로 했답니다. 군당에서 염소같은걸 어떻게 올리겠는가고 만류했더니 채로인은 옛날부터 몸보신에는 검정염소가 특효라고 하면서 장군님께 꼭 올려달라고 당부하더랍니다.》

《천계리면… 중부산지대구만.…》

《예. 아호비령산기슭의 마을입니다.》

《로인의 성의가… 정말 고맙습니다.》

그이께서 감동어린 어조로 말씀하시자 경리일군은 허락이 된줄로 알고 기뻐서 돌아가려고 했다.

《가만… 염소가 어디 있습니까?… 가서 좀 봅시다.》

정일동지께서는 경리일군과 같이 후원의 눈쌓인 소로길을 지나 작은 건물에 들어서시였다.

정염소는 앞면에 소나무살창을 댄 장방형의 커다란 나무상자안에 있었다. 배에만 약간 희슥한 털이 있고 온몸이 윤기도는 새까만 털로 덮여있는 검정염소는 불안스레 귀를 쫑긋거리고 발굽으로 바닥의 나무간살을 딱딱 소리나게 밟았다. 물에 씻은 큰 고구마같은 젖통을 드리운 묵은 암컷이였다.

이께서 나무창사이로 손을 넣어 뿔없는 검정염소의 볼을 쓸어주시자 염소는 응석부리듯 주둥이를 비비더니 깔깔한 혀로 그이의 손바닥을 핥았다.

《소금을 먹고싶어하는구만.… 염소한테 뭘 좀 먹소?》

《어제 저녁에 실어왔습니다.》

《잡을거라고 누구도 먹일 생각을 하지 않았구만. 염소가 하루종일 굶었겠소. 마른 풀이 아니라도 좋으니 배추잎이나 음식찌기같은것을 가져다 먹이시오.》

《염소를 이제 인차 잡으려고 합니다.》

《아니, 잡지 마시오.》

정일동지께서는 신중한 어조로 말씀을 이으시였다.

《지난해 봄에 중부산지대들에서 늦서리가 계속 내려 강냉이를 궜소. 그래 전투를 벌려 랭해입은 밭들을 다시 갈아엎고 강냉이를 직파했소. 겨우 싹들이 나왔는데 이번에는 두달나마 가물이 들었소. 종자값을 건지지 못한 포전들이 태반이였소. 벌방지대 농촌들보다 식량사정이 더 어려웠을거요. 모름지기 채로인네도 이 검정염소한테서 짠 젖을 가지고 식량보탬했을겁니다.》

《장군님…》

리일군은 그이의 숭고한 뜻을 받아안으면서도 아쉬움을 금할수 없었다.

《검정염소를 가지고온 군당일군의 말에 의하면 채로인은 축산을 잘해서 집에 염소와 돼지, 토끼같은 집짐승들이 많다고 합니다.》

《검정염소를 임자한테… 채로인한테 돌려보내시오. 작년농사를 망쳤으니 이제 봄부터는 당장 식량이 떨어지겠는데 젖짜는 염소 한마리가 얼마나 귀하겠소. 채로인한테는 나의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주시오.

김정일동지께서는 발걸음을 돌리시다가 아무래도 미타한 생각이 들어 다시금 나무살창에 다가서시였다.

그이께서는 검은 털이 반질거리는 염소의 잔등을 쓸어주며 물으시였다.

《염소가 새끼를 가진것 같지 않소?》

《글쎄… 잘 모르겠습니다.》

《잔등이 늘씬하고 배가 조금 처진것을 보니 분명 염소가 새끼를 가진것 같습니다. 농촌에서는 10월말이나 11월초면 염소를 쌍붙입니다. 염소새끼는 기간이 넉달이던가?》

《전… 잘 모릅니다.》

《넉달일거요. 봄풀이 돋고 날씨가 따뜻해지는 2월말이나 3월초면 새끼를 낳거던. 보통 두마리의 새끼를 낳으니까 이 검정염소도 봄에 가면 세마리로 불어나겠으니 얼마나 좋소.》

《장군님… 염소를 꼭 임자한테 도로 보내주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머리를 끄덕이면서도 나무살창곁에서 떠나지 않고 생각에 잠기시였다.

《염소를 지금 당장 보내지는 말아야 할것 같습니다. 이 추운 겨울에 또 염소를 자동차에 싣고 먼 산골길을 가느라면 락태할수 있소. 수고스러운대로 동무네가 이 검정염소를 두어달 맡아야겠소. 림시라도 뜨뜻한 곳에 염소우리를 고 먹이다가 봄에 새끼를 낳은 다음에 채로인한테 돌려줍시다.》

《!…》 

경리일군은 감동에 젖어 아무 말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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