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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동지께서는 늦은 저녁시간을 내여 집무실에서 라충연을 만나시였다. 중키에 몸이 나지 못했으나 철을 다루는 공장의 일군답게 구리빛 얼굴에 단단한 체격을 가진 사람이였다. 《기다렸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집무탁에 쌓인 문건들을 온밤 보고 새벽에는 전선중부에 있는 인민군부대를 시찰하러 떠나야 해서 시간이 많지 못하시였다. 그래 에돌지 않고 직판 물으시였다. 《도당책임비서를 해낼만 합니까?》 《장군님… 너무 과분해서… 일개 공장당일군인 제가 이렇게 장군님의 높은 신임을 받을줄은 몰랐습니다.》 《그런 말은 필요없습니다.》 《장군님께서 주신 직무를… 한몸바쳐 해내겠습니다.》 《좋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쇠소리나게 결의다진 그의 손을 잡아 긴쏘파에 앉히다가 손바닥이 류달리 딴딴한 감촉을 받으시였다. 장알이 박힌것 같지는 않아 다시 충연의 손을 펴보시였다. 손바닥에 내물줄기같은 허물이 쭉 갔다. 《이건 언제 입은 상처요?》 《그전에… 학성탄광기계공장에 있을 때 주물직장 스레트지붕을 얹다가 다쳤습니다. 저는… 어버이수령님과 장군님을 비새는 주물직장에 모시는 죄를 저질렀댔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추억에 잠기시였다. 《그때가… 61년도였던가?》 《그렇습니다. 여름철이였습니다. 그날 수행일군이 저더러 직장장이 작업장을 잘 꾸리지 못했다고 비판하는걸… 장군님께서는 주물직장을 맡은지 얼마 안되는 젊은 직장장인데 잘못이 없다고… 스레트를 보내주겠으니 지붕을 교체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생각나오. 생각나… 3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으니 내가 동무를 어떻게 알아보겠소.》 김정일동지께서는 반가우시여 라충연의 손을 놓지 못하고 숱이 적은 머리에 희끗이 서리가 내린 그의 얼굴에서 옛 주물직장장의 젊은 모습을 찾아보시였다. 용선로 송풍기소리가 웅웅거리고 무연알탄 타는 연기가 산형 강트라스를 얹은 천정을 끄슬며 안개처럼 드리운 주물작업장이 추억속에 떠오르시였다. 천정의 곳곳에서 비물이 떨어졌으나 어버이수령님께서는 우산을 받쳐드시고 주물장을 돌아보시였다. 여름날인데다가 불길이 솟구치는 용선로의 뜨거운 열기와 부어낸 주물품들에서 풍기는 열로 하여 주물장안은 무더웠다. 《그때 인차 배풍기를 설치했습니까?》 《예. 장군님의 말씀대로 대형전동기를 가져다 배풍기를 놓으니 주물장이 서늘해지고 먼지도 없어졌습니다.》 《손은 어떻게 다쳤다구?》 그이께서 따뜻이 옛일을 물으시는데 마음이 후더워난 충연은 어려움을 잊고 자상히 말씀드렸다. 《비가 멎기를 기다릴수 없어 제가 날쌘 주물공들을 데리고 지붕에 올라갔댔습니다. 일을 시작할 때는 조심해서 일없었습니다. 지붕판자에 스레트를 착착 씌워가는것이 재미있어 열중하다나니 땅에서 일하는것처럼 생각되여 무서움을 잊어버렸습니다. 그러다가 발을 잘못 짚어 비에 젖은 스레트장이 빗서는 바람에 저는 지붕에서 거꾸로 미끄러져내렸습니다. 지붕처마끝에 설치한 날카로운 쇠가름대를 붙잡지 않았더라면 떨어져 죽을번 했습니다.》 《쇠가름대에 찢겨 이렇게 됐구만.… 후유증은 없소.?》 《현장에 나가 삽질 같은걸 좀 하고나면 가운데손가락과 넷째손가락이 조금씩 저리다가 일없습니다.》 《손가락신경을 다쳤는가보구만. 주의하시오. 묵은 상처는 나이들면 도지기 쉽습니다. 듣자니 충연동무는 령산에 가서 공장생산과는 다른 일판을 크게 벌려놓고 불도젤식으로 냅다민다던데.》 김정일동지께서는 넌지시 웃으며 화제를 돌리시였다. 《장군님, 령산시에서는 상하수도망을 뜯어고쳐야 합니다. 로동자들이 사는 곳인데 깨끗한 물을 먹지 못하고 비가 내리면 오수가 빠지지 못해 도로바닥에 넘쳐나는걸 팽개쳐두고 어떻게 생산을 제대로 하겠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어지간히 흥분해서 구리빛얼굴색이 진해지고 작은 눈이 광채를 띠는 그를 유심히 쳐다보시였다. 자기 사업에 대한 확신이 강하게 내비치는 그의 주장에 호감이 가시였다. 《그래, 하수도망을 고쳤소?》 《거의다 했습니다. 이제 자갈을 깔고 피치보장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 먹는물이 문제입니다. 수원지용량이 작아서 도시변두리에 살고있는 적지 않은 로동자들 집에서는 우물이나 졸짱물로 겨우 지탱하고있습니다.》 《어떤 대책을 세웠습니까?》 《운탄저수지물을 끌어오려고 합니다.》 《령산에서 운탄저수지까지는 약차한 거리지.》 《예, 장군님. 먼 거리지만 강재 2천톤만 있으면 물관을 늘이고 수질이 좋은 물을 령산사람들이 먹을수 있습니다.》 《설계는 했습니까?》 《예, 도시설계일군들과 시공할 사람들을 데리고 직선거리를 걸어서 가보았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더 묻지 않으시였다. 믿음이 가는 일군이였다. 령산시의 인구가 늘어났는데도 종전의 낡은 상하수도망에 의존해서 적당히 살아가는 현상유지형의 일군들과는 달리 그걸 대담하게 뜯어 개변시키려는 혁신적안목을 지닌 일군이 얼마나 장한가. 단순한 도시경영사업이 아니라 이 어려운 시기에 공장로동자들의 앞날을 생각할줄 알고 사람들을 일떠세워 일을 공격적으로 내밀고있는것이 보다 귀중한것이였다. 《충연동무가 령산에서 벌려놓은 일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함경남도에 가게 되였구만.… 아마 공장사람들이 〈불도젤〉이 떠나간다고 몹시 섭섭해할거요.》 김정일동지께서는 넌지시 웃음을 지으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불도젤〉이란 별명이 나쁘지 않아. 우리에겐 진짜 불도젤같은 일군이 필요하오. 하지만 세밀한 작전이 없이 마력만 높여 와릉와릉 전진해가지구는 안되오. 수렁같은데 빠질수 있소. 전조등을 환히 켜달고 땅굳기랑 둔덕이랑 잘 가늠해보고 나가야지.》 《알겠습니다.》 라충연은 열적은 웃음을 지었다. 집무실에는 정적이 깃들었다. 《함경남도는 경제적측면에서 볼 때 아주 중요한 도요.》 김정일동지께서는 창문옆 벽면을 거의나 차지한 커다란 조선지도앞에서 걸음을 멈추시였다. 나라의 중부에 동해를 끼고 길게 드러누운 함경남도가 그이의 시야에 들어왔다. 부전령산줄기와 랑림산줄기, 함관령산줄기와 같은 크고작은 산줄기들이 가지를 뻗어 북서쪽에는 온통 갈색과 흑갈색이다. 바다연안을 따라가며 펼쳐진 연록색의 평야지대들도 낮은 산발들에 둘러싸여있다. 산과 고원, 분지와 평지로 이루어진 지도의 한부분이건만 지리적으로만 무심히 볼수 없는 땅이였다. 역경에 처한 도의 형편이 그이의 어깨에 무겁게 실리는것이였다. 《지난날 검덕에서는 유색금속광물이 나오고 대흥과 단천에서는 마그네샤크링카가 쏟아졌소. 비날론과 비료, 중요화학공업제품은 함흥지구에서 생산해서 국가적인 수요를 충족했소. 바다에서는 물고기를 많이 잡았고 함흥벌과 금야벌에서는 벼를 걷어들였소. 장진과 부전고원에서는 전기와 감자가 났소.》 김정일동지께서는 뒤에 와선 라충연을 돌아보고 량팔을 가슴에 엇걸으시였다. 《물산이 풍부하고 흥하던 함경남도가 지금은 주저앉았소. 내 얼마전에 군부대에서 돌아오다가 함경남도에 몇군데 들렸댔는데 형편이 말이 아니요. 광산, 탄광의 갱들은 물이 차고 전기와 원료, 자재난으로 공장, 기업소들이 멎었소. 랭해와 큰물피해로 농사는 몇해째 흉작이요. 떠돌아다니는 아이들도 적지 않소.》 그이께서는 련합기업소당 책임비서로 현실에 발을 붙히고있은 이 일군에게 실태를 더 말하지 않아도 되리라고 생각하시였다. 《도의 형편이 이런데… 동무에게 공장을 돌릴 원료, 자재도 못주고 인민들을 먹일 식량도 못주니 내 마음이 무겁소. 지금 우리한테는 아무것도 없소. 국가창고에도 여유가 없고 다른 도들도 사정이 마찬가지이니 도와줄수 없소. 동무는 맨주먹이요.》 《장군님, 저는 각오하고있습니다.》 《그래야지.》 김정일동지께서는 대견한 눈길로 라충연을 건너다보시였다. 《도에 가면 주저앉은 시, 군당책임비서를 일떠세우시오. 굶으면서 참고 견디는건 어리석은짓이요. 그렇게 동면이나 하고있느라면 사람들 머리속에 패배의식이나 동요심만 성하게 될거요. 도자체의 잠재력을 최대한 동원해서 급한 식량을 해결하도록 하시오. 그래서 멎어선 공장, 기업소들을 살구고… 그다음에 무엇을 하겠는가 하는건 같이 의논해봅시다. 또 만나게 될겁니다.》 《신임에 보답하겠습니다.》 격정에 넘친 라충연의 힘있는 대답이였다. 그이께서는 떠나가는 충연을 바래주러 홀에 나오시였다. 한동안 충연의 손을 잡고 놓지 못하다가 나직한 어조로 당부하시였다. 《떠돌아다니는 아이들을 데려다 잘 돌봐주시오. 정무원에서는 가능한껏 림시합숙들에 의약품과 쌀, 밀가루, 옷가지들을 보내주기로 했소. 도에 어렵고 긴급한 일들이 많겠지만 책임비서가 부모없는 애들을 잊지 말고 관심해야겠소.》 김정일동지께서는 라충연이 홀층계를 다 내려갈 때까지 서계시였다. 난관을 겪고있는 함경남도에 신뢰할만 한 책임일군을 파견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좀 놓이시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어제까지 일개공장당사업을 하던 일군이 큰 함경남도를 맡아 이끌어나가기가 결코 수월치 않으리라는 걱정을 덜지 못하시였다. |